보드게임으로 시 창작하기 #2

용샤

1,204

2019-1-14 오전 3:36

IP: 115.40.***.***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9

보드게임으로 시 창작하기 #1

이전 글은 위 링크로.

이제 보드게임을 하면서 어떻게 시를 쓰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합니다. 우리가 사용할 게임은 딕싯이며, 기본적인 진행은 딕싯의 규칙을 따릅니다. 다만 이야기꾼이 말할 때 감정단어만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약간의 변형을 줍니다. 정리를 하면

1) 각 모둠을 5~6명씩 구성한다.

2) 딕싯을 활용하여 시를 쓰게 될 것임을 알려주고 딕싯 게임을 나누어준다.

3) 딕싯 게임 방법을 설명한다. 이 때, 기존 딕싯의 규칙과 약간 다른 방법을 적용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가) 기존의 딕싯 규칙과는 달리, 이야기꾼이 카드를 내면서 말할 수 있는 단어를 감정과 관련된 단어로 제한한다. 예를 들면 “슬픈”, “기쁜”, “당혹스러움” 과 같은 단어만을 말할 수 있다.

나) 다음과 같은 감정단어 목록을 미리 제시해 주는 것이 좋다.

감정단어 예시 : 감동받은, 뭉클한, 감격스런, 벅찬, 환희에 찬, 황홀한, 충만한, 고마운, 감사한, 즐거운, 유쾌한, 통쾌한, 흔쾌한, 기쁜, 반가운, 행복한, 따뜻한, 감미로운, 포근한, 푸근한, 사랑하는, 훈훈한, 정겨운, 정을 느끼는, 친근한, 뿌듯한, 화난, 불행한, 괴팍한, 불쾌한, 불만족스러운, 격앙한, 격분한, 좌절한, 노발대발한, 격노한, 흥분한, 성난, 신경질이 난, 걱정되는, 까마득한, 암담한, 염려되는, 근심하는, 신경 쓰이는, 뒤숭숭한, 무서운, 섬뜩한, 오싹한, 간담이 서늘해지는, 겁나는, 두려운, 진땀나는, 주눅 든, 불안한, 조바심 나는, 긴장한, 떨리는, 안절부절 못하는, 조마조마한, 초조한, 불편한, 거북한, 겸연쩍은, 곤혹스러운, 멋쩍은 등등...

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이야기꾼이 제시한 감정 단어에 어울리는 카드를 다른 사람들은 낸다. 해당 라운드의 승자가 결정된 후 각자 왜 그 카드가 해당 감정 단어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 이야기한다.

라)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그 라운드에 나온 카드들을 모은 뒤, 포스트 잇에 제시된 감정단어를 적어서 붙여둔다.

마) 게임이 종료된 후, 1등부터 자신의 마음에 드는 감정이 적힌 카드 더미를 하나씩 가져간다. 6명일 경우 총 14개의 더미가 만들어지므로 2개의 더미가 남게 된다. 남는 더미는 1등부터 필요한 사람이 가지고 가도록 한다.(필요 없으면 다음 사람에게 결정권을 넘기는 식으로)

바) 이후 서로 교환해도 좋다. 각자 필요한 감정 단어 더미를 가졌으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창작을 한다.

4) 자신이 가져온 카드들로 시를 창작하는 방법에 대해 지도한다.

글씨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위 사진들은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감정단어를 포스트잇으로 표시하여 카드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제 이 카드들을 묘사만 하더라도 한 편의 시가 완성될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됩니다. 딕싯의 모호성을 시의 모호성으로 옮겨 놓은 것이지요. 그리고 그 모호성의 중심에는 공통된 감정이 있습니다. 다음 그림으로 창작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이 카드들을 그대로 묘사하도록 합니다.

예시 1) 오르골 속에 소년이 산다. 눈 내린 언덕 위에 음표들이 떨어져있다.

예시 2) 접시에 담긴 심장이 불타고 있다. 유리덮개로 심장을 덮어두었다.

예시 3) 손바닥을 돋보기로 바라본다. 손금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다.

위 예시를 그대로 쓰더라도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습니다. 공통된 감정에 대한 이미지를 제시한 셈이 되기 때문이죠. 단, 제목을 잘 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학생들에게 적은 글들을 그대로 두고 그 사이에 감정과 관련된 서술을 집어넣게 합니다. 그리고 적절하게 변형을 주도록 합니다. 이 때, 친구들이 그 카드를 골랐던 이유를 떠올려보며 참고해서 쓰도록 합니다.

위의 카드들은 ‘비참한’ 감정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다음 시창작 예시의 붉은색 글씨는 ‘비참한’과 관련하여 자신이 상상한 것, 또는 친구들이 상상한 것을 추가한 부분입니다. 줄을 그은 부분은 삭제한 것입니다.

제목 : 비참한 음악

오르골 속에 소년이 산다.

누군가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소년은 시끄럽다.

눈 내린 언덕 위에 음표들이 떨어져 있다.

누군가 소년을 버린 것이다.

접시에 담긴 소년의 심장이 불타고 있다.

누군가 소년을 삼키려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유리덮개로 심장을 덮어두었다.

다시는 심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소년은 손바닥을 ~~돋보기로~~ 바라본다.

~~손금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다~~.

~~손금은 핏줄이 되어 흐르고 있다~~.

~~손금이라는 핏줄 위로 음악이 흐르고 있다~~.

손금을 따라 음표가 흐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다 쓴 시를 친구들과 바꿔 읽어 보고 서로 평가하고 의견을 나누거나 조언을 하도록 합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표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뒤, 다시 한 번 자신의 시를 고쳐 쓰게 합니다.

이런 식으로 창작을 할 때 유의점이 있습니다.

가) 감정 단어가 시에 나타나지 않도록 한다. 제목에는 감정 단어가 나타나도 된다. 시에 감정 단어를 사용하기보다 그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묘사하도록 지도한다.

나) 인과관계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한다. 정말 쓸 것이 없다면 카드의 상황을 그대로 적어보게 한다. 그런 뒤 해당 감정과 관련된 제목을 붙이게 한다. 파편적인 이미지의 제시만으로도 충분히 시가 될 수 있다. 그 이미지들은 모두 하나의 감정과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으윽, 애기가 자꾸 깨서 예고편의 내용까지 쓸 수가 없겠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ㅠㅠ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용샤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