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입문 n개월차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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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8 01:40

요즘 심심치 않게 보드게임 입문 n개월차의 소장 목록. 지름 목록 같은 글들이 올라옵니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저랑 비슷하게 작년에 입문하셔서 미친듯이 게임에 빠져계신 동지들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다른 분들처럼 대단한 게임들을 가지고 있거나 소장 게임 양이 많지는 않아요. 입문 초에는 이 게임도 좋아보이고 저 게임도 하고 싶어서 열심히 샀었지만... 막상 간단한 게임들은 한두번 하면 질리더군요. 입문용 갓겜인 스플렌더도 잔뜩 기대를 가지고 샀지만... 딱 한 판만에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입문 1개월차에 집에서 보드게임하기의 한계를 느끼고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모임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어요. 그렇지만 뚜벅이인 제가 자주 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제 갈증을 채워주기는 역부족.. 오히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니까 역효과로 게임이 더 자주 더 많이 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보라에서 집 가까이에도 모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새로운 모임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6월이네요. 할리갈리도 루미큐브도 안 해봤던 제가... 보드게임이라면 젠가밖에 안 해본 제가 갑자기 보드게임에 빠진지 2달째되던 때였어요. 집 가까이에 있었던 그 모임은 새로운 게임에 목마른 저에게 단비같은 존재였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무슨 게임을 하든 함께 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해보고 싶었던 게임을 말만 하면 다 할 수 있었다는 거였어요. 그 때부터 정말 여름 내내 보드게임에 미친 사람처럼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마침 저는 축복받은 백수 상태라서 남는게 시간이었거든요. 남들은 일하는 시간에 저는 주 5일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하루 8시간 게임을 하기도 했었어요. 모임이라는 모임은 다 나가고, 누가 무슨 게임하자고 하면 그게 어떤 게임이건 거절하는 법 없이 다 좋았어요. 긱 웨이트가 높은 아주 무거운 게임도,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테마도 ( 사실 그 때는 어떤 걸 좋아하지 않는지 몰랐던 것 같기도 하네요) 플레이 타임이 아주 아주 긴 게임도 ( 여명의 제국이나 여명의 제국같은... ) 무조건 좋았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게임을 한 덕분에(?) 작년에만 6개월간 176가지의 새로운 게임을 했답니다. 중복해서 플레이한 게임은 기록하지 않았으니 순수 플레이 횟수는 아마도 400이 훌쩍 넘겠네요. 저는 사실 이번 주에도 체력의 한계가 느껴질 때까지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자주 피곤하고, 게임을 좀 줄여야 될 것 같다. 예전처럼 즐겁게 행복하게 게임하지 않는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네요. 많은 게임을 하면서 제 취향이 생기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안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임도 있어요. 예전같으면 생각도 못 했을 일인데... ( 스플렌더를 처음부터 싫어했던거 보면 떡잎부터 호불호가 명확한 보드게이머가 될 새싹이었던 것 같기도.... ) 새해에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으니 여러가지 삶의 이룰 것들이 많이 있을테고.. 그러다보면 지난 해처럼 불타는 열정으로 보드게임에 올인하지 못 할 것 같기도 해요. 그러나 돌이켜 보면 참 행복했네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보드게임 새싹 시절을 잘 보낸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합니다. 저는 책장 가득한 보드게임 컬렉션은 없지만 지난 6개월을 이렇게 알차게 보냈다고 자랑하고 싶었어요. ㅎㅎㅎ 새벽이라서 주절주절 길게도 썼네요! 모든 입문 동지 여러분 새해에도 더 즐거운 보드라이프 보냅시다! 고인물을 향하여 일보 전진하는 2019년이 되기를. + 추가로. 쌩초짜 신입도 봐주지 않고 강하게 저를 단련시켜준 우리 모임 고인물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떡잎부터 누런 나를 알아봐주어 온갖 어렵고 더러운 겜을 들이밀어준 것에도 감사를.... 덕분에 뭣 모를 때 온갖 게임을 다 해볼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