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게임 경험
안녕하세요. Deep입니다.
오늘도 보드게임 생각하다 생각난 주제가 있어서 잠시 적어볼까 합니다. (잠시 뻘소리지만, 샤워하다보면 '음.. 다음은 이걸로 적어야겠어'이런 생각 자주나네요. 뭔가 시리즈이름이라도 붙여야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샤워보드게임)
최근에 엘그란데를 해보았습니다. 이미 수십판을 한 게임이라서 같은 인원으로는 잘 안돌리지만, 아직 안해보신 분들이 있으면 자주 권하는 게임입니다. 이런 포지션의 게임으로는 클랭크도 있죠. 4,5인이고 그중에 3명 이상이 이 게임 안해봤다. 그러면 자주 권하는 게임입니다.
여튼, 간단한 영향력 게임이죠. 3,6,9라운드가 끝나면 지도위에 뿌려져있는 자기 큐브(까바예로, 기사)의 갯수를 세어서 순위별로 점수계산을 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 자체는 쉽지만 판세를 읽는 능력이 있어야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겠죠.
여기서 게임이 제대로 돌아간다. 이런 표현을 제가 썼는데, 사실 이건 제 주관적인 입장이긴 합니다. 다른 분들은 동의안하실 수도 있겠죠. 어쨌거나, 제가 생각하는 하나의 지론이 있습니다.
게임이 제대로 돌아간다. 이렇게 될려면 모든 플레이어들이 두가지 전제 조건에 동의해야 제대로 돌아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모든 플레이어는 1등 플레이어를 견제해서 본인이 1등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
2. 그 목표를 향해서 모든 플레이어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한다.
견제라는 행동은 보통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마련입니다.
견제를 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일반적으로 일정부분 손해를 보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래서, 견제를 잘 안할려고 드는 경우도 있죠. 견제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이득을 어느정도는 포기해야하는데, 4인플 게임의 경우를 들면 그렇게 손해보는 3인이 있다면 1등은 견제를 연달아 3번을 당하게 됨으로 남들보다 3배의 피해를 입게되겠죠. 그래서 1등이 나머지 사람들과 비슷하게 내려앉게 될 것입니다.
혹시 그런 결과로 인해서 1등이 2등으로 바뀌고 2등이 1등이 된다면, 그 즉시 타겟을 새로이 1등이 된 그사람에게 집중시켜 또다른 견제를 하게 되겠죠. 물론 손해를 보는 것자체가 싫어서 본인만 이득이 가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만 많은 이득을 보아서 새로 1등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겠죠. 방금 이야기한 그런 경과를 통해서 게임이 업치락 뒤치락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날 엘그란데를 할 때는 위의 조건이 잘 작동되었었습니다.
1등의 위치에 있던 사람은 2등 및 3등 4등의 모든 견제를 받아서 주저앉았으며,2등 3등을 왔다갔다가 하던 사람은 1등의 위치를 거머쥐게 되었었고, 모든 플레이어들이 1등의 사정권에 있었습니다. 그런 결과로 인해서 최종 점수차이도 꼴찌와 1등의 점수차이가 10점 정도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박진감 넘친다고 할까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크게 보아서 두번째 재미포인트는 공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액션을 하는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이 플레이어는 처음 엘그란데를 하는 플레이어였었고요. 당연히 처음이다보니 판세를 읽는 능력이 아직은 그렇게 빠르게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약간 시간을 사용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었고요. 그러다가 결심했는지 어떤 액션을 취하는데, 그 플레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동시에 빵터지게 되는 액션을 하더군요. 너무 어이없어서 빵터진게 아니라,'와 저걸 만약에 저렇게 플레이를 하면 저걸 당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훅 밀려버리겠는걸?'이라고 맘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플레이를 그대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았었기 때문에 빵터졌습니다.
그때,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저 사람도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그걸 그대로 수행하는구나. 한 사람을 심하게 말해서 밀쳐버리는 행동이지만 그대로 하는구나. 하는 그런 감정들 말이죠. 시원함과 공감받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에 의하여 빵터지는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보드게임하다보면 말 한마디 없이 하는 플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같은 생각을 4명이서 동시에 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었는데 참 신기하기도 한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사람 속은 절대 모른다고 하지만, 보드게임하다보면 한정된 자원 및 상황이 주어지는터라 얼추 비슷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이 있더군요. 그렇 느낌이 들 땜면 괜스레 '그래.. 사람 생각하는거 다 똑같지. 뭐'이런 감정이 솟아납니다.
소소하지만 이런데서도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Dee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