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마자 뜯어서 플레이한 튜링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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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3 01:02

일단 이 게임을 사전 지식 1도 없이 구매했습니다.

(솔직히...슬리브랑 바이시클 카드 사면서 무료 배송겸 샀....)

(몬생긴 발 죄송....)

박스의 첫 인상부터가 "난 남다른 녀석이니 각오를 하고 건드리거라!"라고 저에게 으름장을 놓는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신규 게임이 도착하면 보통 1주일 정도 숙성 시키고 충분히 게임이 익었을 때 포장을 뜯어서 플레이하는 편인데 뭔가 모를 끌림이 있어 파이널 판타지 레이드 뛰어야 한다는 여자친구 다리에 매달려 한판 해달라고 구걸을 해서 시작했습니다.

세팅을 하고 메뉴얼을 읽다보니 제 지능 수준이 파파야 깨먹는 침팬치 마냥 떨어져있는 듯한 이해할 수 없는 룰에 압도되고 있을 때쯤, 여자친구가 그냥 1라운드 돌려보면 알겠지!라는 계시를 내리셔서 무작정 가림막에 있는 예시를 보면서 추측을 통해 1번 문제를 풀어봤습니다.

(무작정 1게임을 세팅할 때 모습)

뭔지 모르고 소거법으로 해보라는 조언에 따라 소거소거소거 하다보니 어라?이게 되네?

그렇게 1라운드를 클리어 하고 나니 한판만 하자던 약속을 여자친구 스스로가 깨고 다음 문제를 진행 그렇게 내리 4개의 문제를 풀고 내일부터 3문제씩 더 풀자는 약속을 남기고 여자친구는 판타지의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계속 저 혼자 독거노인마냥 게임을 즐긴 소감을 말하자면

1. 퍼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의 선물 같은 게임

- 저같이 신문이나 잡지 같은 곳에서 퍼즐같은거 나오면 정신 못차리거나 휴대폰에 남들 오토 게임 돌리고 있을 때 혼자 골똘이 퍼즐 풀고 있는 분들에겐 신의 선물 같은 보드게임입니다. 그만큼 퍼즐 게임으로서의 가치가 엄청납니다. 무한한 문제와 질문 카드의 조합에 따라 매콤함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플레이 할 때마다 새롭지는 않지만 내 뇌의 신진대사를 빠르게 만드는 그런 맛이 있습니다.

2. 룰을 설명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물론 상대방이 알아듣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 대략적으로 규칙을 파악하고 여자친구에게 설명하고 둘 다 이게 무슨 말이지? 라는 물음표로 시작한 1라운드에서 질문카드의 경우의 수 의미나 추적하는 방법이 너무나 생소한 느낌이기에 이 의미를 전달하는 부분에서 이해도가 낮은 이에게는 매우 고난의 연속일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냥 1번 문제를 한번 같이 풀어보면서 2라운드 정도 돌리고 정답이 나온 차례를 설명해주는 방법이 더 설명이 빠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 솔직히 경쟁 요소는 조금 내려놓는게 더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 저희의 경우 2번째 게임까지는 원래 규칙대로 먼저 알아낸 사람이 라운드 종료 때 정답을 불렀는데 그것으로 인해 상대방이 이 퍼즐의 맛을 끝까지 못보고 끝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2게임에서는 먼저 맞춘 사람은 숫자 공개를 안하고 덮어놓은 상태로 의기 양양한 표정만 짓고 있기!로 했는데 양쪽다 매우 즐거운 퍼즐 풀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쟁 요소가 없기 때문에 혼자 퍼즐을 해결할 때도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절대로 보드게임에서는 솔로게임을 하지 않는 저도 솔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아니 하고 싶은 게임이 생겼습니다.

4. 세팅은 게임의 규모에 비해 많이 번거롭습니다.

- 질문 카드 4~6장과 검증 카드 4~6장을 세팅하는거 자체가 조금 고욕입니다.

특히 검증 카드의 경우 4방향의 숫자를 일일이 찾아야 하기에 문제가 바뀔때마다 둘이서 투덜거리며 찾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대충 쌓아놓는게 아닌 미리미리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