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 디지털판 언더월드 추가 기념 밸런스 관련 단상

루트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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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29 오전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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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판+리버포크를 포함한 루트 밸런스에 대해 이제 충분히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것 같으므로... 밸런스에 관해 논해보려고 합니다.

1. 왜 밸런스에 대해 논함?

사실 보통 게임이 밸런스가 안 맞으면 사람은 게임을 그냥 안 하고 맙니다. 더 완성도 높은 게임을 하면 되죠. 하지만 루트는 그게 좀 힘들어요. 비대칭+귀여운 동물+살벌한 세계관+라이트한 워게임 이라는 조합을 갖춘 게임은 제가 알기론 루트밖에 없습니다... 루트 커뮤니티인 Woodland warriors 디스코드는 아직도 활발하며 수천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면서 온갖 팬아트, 자작 신규 세력, 추가 컨텐츠, 그 외의 기타 등등을 쏟아내고 있죠.

왜냐면 대체가 불가능하니까요. 그런데 대체가 불가능한 게임의 밸런스가 좀 구리면 사람이 화나지 않겠습니까? 애정이 있으니까 까게 되죠.

하지만 밸런스를 맞추는 건 힘듭니다. 테란 저그 프로토스도 밸런스를 못 맞추는데 확장팩 풀포함 10개 세력 밸런스를 대체 어떻게 맞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할 수 있는 건 있죠.

2. 현 확장팩 기준 밸런스 자체의 건전함

일단 머라우더+하이어링은 제가 없어서 뭐라고 논할 수가 없군요. 가끔 돌리긴 하지만 메타를 논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룰만 익힌 정도죠.

그렇지만 리버포크까지는 꽤 많이 했고, 언더월드도 오프에서 언제나 두더지나 까마귀를 포함시키며 수십 판은 굴렸습니다. 그래서 언더월드+개선된 시작 준비를 포함한 메타에 대해서 논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곧 업데이트될 디지털판과 같은 메타입니다.

1) 방랑자는 특출나게 강합니다.

모두가 동의하죠. 약한 방랑자와 강한 방랑자가 따로라는 것도 동의해요. 심판자는 최강이고, 낭인은 처참합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너무 강합니다. 전투 점수를 전투마다 1점으로 너프하는 건 공식 대회에서도 쓰일 정도고 거의 하우스룰을 안 쓰는 사람도 제발 이건 공식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니까요.

2) 그 외에는 개선된 시작 준비를 넣었을 경우 건전합니다.

좀 의외죠? 저는 루트 밸런스가 엄청나게 나쁘다기보다는, 대단히 조합을 탄다고 말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는 정말 나쁘다고!!!'라고 하지만, 사실 고양이는 가장 쉬운 세력이라기보단 룰이 쉬울 뿐 오히려 정석과 판의 흐름은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하는 세력이고... 전략과 조합이 갖춰질 경우 고양이는 의외로 대단히 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해야할 것 같아요. 그 조합빨을 엄청 못 타는 세력과 엄청 잘 타는 세력, 아예 안 타는 세력이 따로 있다는 거요.

3. 기본판에서의 고양이 후작

요컨대 고양이 후작의 운영에서 가장 많은 플레이어들이 실수하는 건요. '행군' 액션을 쓰는 겁니다. 고양이는 대놓고 말하자면 행군을 적게 할 수록 이깁니다. 그리고 작업장은 무조건 토끼 2개 고정입니다.

고양이 액션 중에서 행군 액션이 가장 효율이 좋은 걸 생각하면 비직관적이죠? 근데 저걸 할 수 있으면 고양이는 일단 게임을 절반 이상은 가져갑니다. 작업장을 무조건 토끼 2개에 놔야 이긴다는 것도 정말 비직관적이에요.

이 이야기는 제가 쓴 공략이 있으니 그걸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어쨌든 고양이 후작의 문제는 크게 2가지입니다. 건물 슬롯이 게임 내에서 22개, 방랑자가 없어서 폐허를 사용하지 못하면 18개인데 고양이 후작은 '적어도' 건물 12개는 지어야 이깁니다.

다시 말해서 방랑자 있을 때는 6개 공터, 없을 때는 7개 공터를 완벽히 지배하고 그곳에 건물을 남김없이 깔아야 이긴다는 거죠. 이 게임은 12개 공터를 두고 경쟁하는 게임인데 그 중 과반을 차지해야 겨우 이길 가능성이 생깁니다. 12개 슬롯에 건물을 골고루 넣으면 19점을 얻을 수 있고, 작업장으로 제작 점수를 얻고 전투 점수로 나머지 11점을 채워서 30점 만들고 이깁니다.

근데 이거 막상 해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적어도 기본판 이어리-우드랜드-방랑자 의 4인 조합에서 말이에요. 왜냐면 후작의 병사는 25개나 되고 모병력은 매 차례 적어도 3명씩은 뽑아내며 병사들이 아무리 죽어도 부활하는데다가 후작을 때릴 애가 이어리 말고는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6개는 그냥 먹어요.

아니, 그보단 이렇게 설명할까요? 위 조합에서 고양이가 6개 공터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어리는 이기려면 한 4개 공터는 차지해야 하죠? 그리고 우드랜드 연합은 장악력이 약해서 고작 2개 공터를 차지합니다. 방랑자는 공터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그냥 승리에 필요한 최소 조건이 이미 충족된 상태입니다. 오히려 이어리가 아둥바둥 애쓰면서 고양이가 점거한 공터를 탈환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처지지, 고양이 입장에선 기본판 조합에서 아쉬울 거 하나도 없습니다. 승률 비등해요. 이어리를 막으면 이기고 못 막으면 다른 세력이 이깁니다.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4. 공터를 장악할 수가 없어!

리버포크 확장이 있어서 방랑자를 빼고 도마뱀 교단을 넣는다고 치죠. 도마뱀은 게임에서 이기려면 3개는 필요합니다. 그러면 6+4+3+2 해서 15개. 심지어 방랑자 없어서 건물 슬롯도 모자란데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공터 수는 12개를 훨씬 넘습니다.

이 시점에서 고양이 후작은 급격히 약해집니다. 이어리도 버겁지만 전투력이 좋아서 확장은 됩니다. 그리고 4개 공터만 지배하고 있으면 이어리도 도마뱀도 이길 수 있고, 우드랜드는 2개면 차고 넘치죠.

하지만 고양이 후작은 언제나 6개에서 7개 공터를 지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30점 자체를 못 내거든요. 문제는 다른 세력과는 달리 후작은 새로운 공터를 장악하는 행위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미 있는 걸 지키는 건 잘하는 편인데 확장해서 넓히는 게 정말 버거워요.

비슷한 예로, 고양이-우드랜드-방랑자-리버포크의 조합은 고양이가 정말 끔찍하게 강합니다. 리버포크한테 단 하나도 구매하지 않고 그냥 건설과 모병. 남는 하나로 야근이나 공격만 반복해도 게임을 이길 정도입니다. 구매자가 고양이밖에 없는 상태에서, 고양이를 뚫을 세력이 리버포크밖에 없는 상황인데 고양이를 뚫는 게 대단히 어렵거든요.

5. 공터 논리

고양이의 약세는 대체로 이걸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사실 이걸 감안해도 약해서 결국 개선된 시작 준비에서 버프받았지만) 고양이는 자기 공터 할당량이 6개 이하로 떨어진 순간부터 급격히 약해집니다. 거꾸로 자기에게 주어진 공터 할당량이 7개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미친듯이 강해지기 시작하죠.

공터를 점유할수록 강해지는 세력들도 대체로 이런 논리를 따릅니다. 요컨대 개선된 시작 준비를 사용하면 나올 수 있는, 이어리-우드랜드-방랑자-도마뱀의 대결. 이어리를 이길 방법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왜냐면 도마뱀이 4개 공터를 점유하고, 우드랜드가 2개 공터를 점유한들, 이어리 혼자서 6개 공터를 먹고 이겨버리니까요.

그런데 루트는 전쟁 게임입니다. 당연히 넓은 영토를 점유할수록 강해지는 세력이 영토를 적게 확보해도 이길 수 있는 세력보다 훨씬 많죠. 하다못해 우드랜드조차도 기지를 많이 세울수록 강해지니까요.

4인플 정도면 그래도 균형이 잡힌 편입니다. 고양이 후작이 맵의 절반을 써야 이길 수 있다고 한들, 의외로 맵을 적게 쓰는 세력도 많고, 맵을 많이 쓰는 세력은 고양이와 경쟁하다보니 의외로 할만하거든요.

문제는 4인플이 아닐 때입니다.

6. 3인플, 5~6인플

3인플 고양이 후작은 강합니다. 왜냐면 공터를 쓸 세력이 하나 줄어드니까요. 고양이-이어리-우드랜드 조합조차 강합니다. 방랑자가 없다는 특수성은, 거꾸로 말하면 변수가 없는데다가 제작을 마음껏 해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서 작업장을 마음대로 짓고 아이템 만들고 점수 먹고 끝내거든요. 고양이-이어리-방랑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어리와 방랑자가 고양이를 저지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거꾸로 5인플과 6인플에서는, 방랑자가 설령 2명일지라도 급격히 약해집니다. 6인플에서 방랑자가 2명이라는 건, 다시 말해 나머지 3명은 방랑자가 아니라는 거죠. 이어리, 우드랜드, 도마뱀? 도마뱀 아니면 리버포크? 뭐든간에 맵이 미어 터졌습니다. 고양이는 절대 6개 공터를 점거하지 못할 겁니다.

루트의 밸런스 문제는 여기서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방랑자가 강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상대 조합이 어떻든 자기 할 것 하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기 때문입니다.(적에 LOH가 있는 게 아닌 이상) 고양이 후작이 약한 이유는 이런 조합을 민감하게 타기 때문입니다. 두더지가 가장 강한 이유는 군사 세력이면서 2~3개 공터만 지배해도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까마귀의 약세는 공터 논리로 설명이 안 됩니다. 왜냐면 얜 공터를 점유할 이유가 아예 없거든요. 다만 인원을 많이 타는 건 까마귀도 마찬가집니다. 모략 토큰을 밝혀낼 세력에 민감하거든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의외로 게임 내에 답이 있습니다. 거꾸로 게임 내에 답이 있는데 유명무실하다는 얘기도 되겠죠.

7. 불가능한 지배 승리

지배 승리는 승리 조건을 바꿔줍니다. 공터를 2~3개만 지배해도 게임에서 이길 수 있게 해주죠. 그렇습니다. 위에서 말한 '각 세력에게는 공터의 할당량이 있어서 어쩌구 저쩌구'의 논리를 근본적으로 파괴합니다. 더불어 게임에서 30점 내면 이기는 걸 10점만 내도 억지로 이길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바닥에 처박힌 세력을 구제해주는 메커니즘인데요.

문제는 이게 유명무실 하다는 겁니다. 루트에서 지배 승리를 하는 건 정말, 어마어마하게 어렵습니다. 대놓고 말할게요. 고양이 후작 외에는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고양이 후작은 게임의 절반 정도를 지배로 이길 정도인데, 다른 세력은 지배로 이기는 게 아예 통계로 잡히지도 않습니다.

사실 게임 디자인적으로 지배 승리는 긴장감을 주려고 존재하는 게 확실합니다. 왜냐면 지배 카드는 버리는 카드 더미가 아니라 게임판 옆에 두고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하잖아요. 한마디로 누구라도 지배 승리를 할 수 있게끔 암시를 준 거죠.

그런데 실제 게임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일단 병사가 25명 정도는 있어야 겨우 지배를 할 수 있는데 고양이와 도마뱀 빼곤 그냥 그 조건부터 충족하지 못합니다.

거기에 대부분의 세력이 '점수는 가장 적은데 모병력은 높아서 병사를 대량으로 뽑을 수 있는 상황' 이라는 조건 자체가 대체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애초에 점수가 높으면 지배 승리 같은 걸 할 것 없이 그냥 점수만 먹을 테니까요.

이어리 왕조: 점수가 엄청나게 낮으면 혼란에 걸린 게 틀림없고, 그러면 모병력 자체가 없음. 설령 모병력이 확충된다고 한들 이동과 건설 규율을 계속 충족해야 해서 지배하기 버거움.

우드랜드: 논외. 실제로 쓸 수 있는 병사 5명 정도. 거의 불가능. (루트 디지털판에서 우드랜드로 지배 승리 하는 과제 있는데, 그거 새 지배로 양 모서리에 기지 세우면 됩니다.)

방랑자: 연립 정부 승리로 대체됨

도마뱀 교단: 지배승리 가능성이 있는 세력 중 하나. 점수가 정말 적으면 10점 내기도 힘들지만, 일단 원하는 장소에 모병하면서 노리면 불가능하지는 않은 정도.

리버포크 컴퍼니: 모병이 게임에서 가장 비쌈. 병사도 15명 뿐임.

지하 공국: 점수를 30점 못 낼 정도로 개털되면 건물이 박살났다는 얘기고, 따라서 병사를 모병할 여력도 없음.

까마귀 모략단: 모병력은 좋은데 병사가 15명... 힘듬.

LOH(들쥐): 개털되면 아예 복구 불가능해서 지배 승리도 불가능함.

KOI(오소리): 병사 수가 15명임.

다시 말해서 고양이 후작과 도마뱀 교단 빼면 아예 지배 승리가 가능한 세력이 없고, 망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삼는 것 자체도 불가능한 거죠.

거기에 실제 게임을 보면, 5~6인플에서는 더더욱 작동하지 않습니다. 후작이 만약 6인플에서 지배 승리를 하려고 4개 공터에 어떻게든 병사 25명을 뿌렸다고 치죠. 그러면 나머지 5명 플레이어가 와서 두들겨 패고 공터를 가져갈 겁니다. 그리고 후작의 넥스트 플랜은 아예 존재하지 않죠.

8. 그런 점에서 대안은?

머라우더팩의 하이어링(고용인)은 공터를 지배해야 이길 수 있는 세력에게 막대한 이득을 줍니다. 거꾸로 공터를 지배할 필요가 없는 세력들에게는 쓸모가 없는 기능만 주죠.

말하자면 이게 제작사가 제시하는 일종의 밸런스 패치라고 생각합니다. 미정발이긴 하지만, 언젠간 나오긴 하겠죠? 지배 카드도 어쩌면 2년 뒤에나 나올 확장팩에서는 개선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생각보다 밸런스 맞는 게임입니다. 코보게가 제발 올해 안에 머라우더+하이어링+랜드마크를 전부 정발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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