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온나 드라마 리뷰(feat. libera) - 심약자 클릭금지
'가장 단순한 신뢰와 사랑은 최악의 맹목성을 가진 악으로 변할 수 있다'
---------------------------------------------------------------------------------
"아주 흥미롭군요. 조금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조사관 하마코는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돌려말했다.
"당신....내 이야기를 믿지 않는군요."
나는 너무나도 힘든 경험을 다시 끄집어내서 이 조사관을 조금이라도 이해시키려 다시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3일전 우리는 산길을 드라이브 하고 있었습니다......"
===========================================================================
오늘따라 예보도 없이 짙은 안개가 끼어 어쩔 수 없이 서행하던 호시노는 투덜대며 말했다.
"남자 둘이 여자 혼자 운전시키니 기분 좋냐?"
헤이치는 미안하지만 당연한듯 대답했다.
"소라노랑 둘이 맥주 몇 잔해서 어쩔 수 없었어 미안~ 이해해줘"
"어? 저건 뭐지?"
안개를 뚫고 나타난 낡은 서양식 저택은 이 동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오랜시간 어느 누구도 살지 않았을 것 같은 을씨년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안개 좀 걷히기까지 시간보내면 딱이네!'
이 말을 들은 기억은 있는데 누가 했는지...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중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현관을 들어서자 더 이상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생각보다 안은 더 음침했고, 오랜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티가 역력했다.
"안되겠어. 소라노, 헤이치. 난 차에서 기다릴께!"
호시노는 약간 창백해져서 다시 나가려고 현관문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나도 안되겠어서 따라 나가려고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호시노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말했다.
"문이...안 열려!"
"그게 무슨 소리야?"
난 헤이치랑 같이 문을 밀고 당기고 부딪쳐보았지만 문은 풀로 붙인듯 움직이지 않았다.
나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이 집에 갇혀버렸다.
더욱더 얼굴이 창백해진 호시노는 이제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넋이 나간 헤이치는 불안 증상을 보이며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정신차리자 애들아. 이런 집은 반드시 출구가 하나 더 있어. 각자 출구를 찾아보자"
잠시 뒤 진정한 호시노는 심호흡을 하더니 행동하기 시작했다.
"난 2층으로 가볼께. 아마 비상계단 같은 출구가 있을 것 같아"
"그럼 난 헤이치랑 1층에서 찾아볼께"
호시노는 생각보다 강인하고 행동적인 여자였다. 잠깐 생각하더니 2층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난 헤이치를 달래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크게 걸려있던 홀의 벽시계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시계추를 만지작거리던 헤이치는 뒤에서 이상한 종이를 끄집어냈다.
그 종이는 마치 일기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일기는 이 집에 살던 소녀가 쓴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4명의 가족이 있었다. 어느날 엄마와 동생이 사라졌다. 아빠는 웃으면서 두 사람이 집을 나갔다고 말했다.
나는 엄마에게 가고싶다고 말헀지만 갈 수 없었다. 여기서 나가지 않겠다고 하니 아빠는 웃어주었다.
그 후 아빠와 둘만 남았다. 외롭다고 했더니 아빠가 인형을 주셨다.
처음 생긴 친구였다. 이 친구의 이름은 메리다. 착하게 있으면 계속 친구를 데리고 오신다고 아빠가 약속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옆방에서 마치 아이 울음소리 같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소라노, 어쩌면 좋지?"
귀를 막고 웅크린 헤이치는 떨기 시작했다.
나도 너무 무서웠지만 웅크리고만 있기엔 2층에 올라간 호시노를 볼 면목이 없었다.
"아냐, 이럴때가 아냐 헤이치 어서 나가야지!"
나는 용기를 내어 헤이치를 손을 잡고 옆의 방으로 과감하게 들어갔다. 그 방은 온통 빨간색이었다.
차마 둘러볼 용기도 나지 않아서 헤이치를 놔둔채 옆의 서재로 들어갔다.
서재는 오래된 금고가 있었고 그 금고는 번호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그때, 전화로 호시노의 연락이 왔다. 전화넘어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씩씩했다.
"잘 들어. 소라노 여긴 귀신의 집이 맞는 것 같아. 그렇지만 귀신은 우리를 보지는 못하는 것 같아.
최대한 조용하게 움직여. 그리고 2층을 뒤져보니 암호가 나오는데 아마 금고 번호 같아!"
"아! 호시노, 여기 금고가 있어 그리고 암호가 숫자야 3개야"
"아하~ 아마 거기에 탈출에 쓰이는 중요한 물건이 있을 것 같아. 그리고 혹시나 몰라서 호신용 말뚝도 찾았는데 아마 그 귀신은 그물이 더 효과적인 것 같아."
"나 아까 녹슨 그물을 찾았어. 아마 이게 니가 찾는 물건 같아"
"그리고...소라노, 여기 쪽지가 있어. 읽어보니 어떻게 된 이유인지 알 것 같아"
'식사는 아빠가 잡아온 것을 먹었다. 맛이 좋았다. 아빠는 웃으면서 사냥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느날 밖이 시끄럽더니 많은 사람이 집에 들어왔다. 아빠는 당황해하면서 나를 작은 상자에 넣으려고 했다.
무리라고 안 들어간다고 나오려고 했지만 아빠는 계속해서 나를 상자안으로 밀어넣었다.'
읽어준 뒤 호시노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나 아이의 방과 시체를 찾은 것 같아. 2층에 있어"
하지만 통화 후 귀신이라는 소리를 들은 헤이치는 패닉에 빠졌다. 이젠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난 헤이치를 질질 끌다시피해서 욕실로 왔다. 그리고 세탁조 뒤에서 쪽지를 또 하나 발견했다.
'작은 상자안에서 몸 여기저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휘어졌다. 아프고 힘들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화난 아빠의 소리, 그리고 여러가지 소리가 들리고 곧 조용해졌다.
아빠를 불렀는데 아빠는 오지 않았다.
그 후로 오랜시간이 지났는데 사실 별로 외롭지 않았다. 가끔 친구가 놀러오기 때문이다.
난 숨어있는 귀신이기에 같이 숨바꼭질을 하고 시시해지면 식사를 한다. 아빠가 만든 것과 같은 음식을 먹는다.
여기서 말 잘 듣고 있으면 새로운 친구가 놀러온다.'
쪽지를 읽은 헤이치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이 공포의 방아쇠는 옆의 거실로 갔을 때 터졌다.
무언가를 본 듯 헤이치는 이상한 말을 되네이며 숨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이건 아니야,이건 아니야,이건 아니야,이건 아니야
난 안되겠어! 숨어 있을래 난 도저히 안되겠어"
그리고 큰 소리를 내며 문을 거칠게 열더니 다시 욕실로 뛰어나갔다.
"헤이치! 조용하게 움직이기로 했자나!"
큰 소리를 내며 욕실로 간 헤이치는 갑자기 멈췄다.
눈빛이 이상해진 헤이치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까 분명히 안전했었던 세탁조 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작은 상자에 접히듯이 들어가있는 그녀는 두 눈은 핏빛 눈물로 채워져 있었고, 온 몸은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헤이치를 끌고 상자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헤이..."
나는 소리치는 나의 입을 내 손으로 틀어막았다. 소리내면...그녀가.... 온다.
무엇을 들은 듯 어떤 기운이 거실쪽으로 오는 느낌이 들었다. 입술을 다문 난 아까 찾은 녹슨 그물을 움켜쥐었다. 조용히 하면 괴물은 날 잡을 수 없을꺼야
그리고 아까 들었던 호시노의 말에 난 그물을 쓸 생각이었다.
무형의 힘이 압도적인 압력으로 그물을 가져갔다. 그물은 그대로 허공을 사라졌고, 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뿔사, 힘이 빠지는 그 순간! 아까 헤이치처럼 나도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주변에 그늘을 수색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날 감싼다.
'나도..헤이치처럼...죽는건가?'
순간의 선택에 나는 죽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행히 내가 찾은 그늘에는 그녀가 아니라 낡은 인형이 있었다.
'그녀의 인형이다. 그녀의 첫 친구...'
순간 나는 홀로 달리면서 호시노에게 전화했다.
"호시노! 아까 아이방에 유해가 있었다고 했지?"
"응. 나 지금 1층으로 내려가는 중이야. 지하실까지 다 뒤졌는데, 탈출구를 못 찾았어."
"내가 인형을 찾았어. 홀로 갈께!"
전화를 끊고 달리면서 쫓아오는 그녀가 느껴졌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나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1층 홀에는 호시노가 내려와 있었다.
"호시...안돼!"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던 내 발걸음은 굳은 듯이 멈췄다. 호시노의 눈이 아까 헤이치의 눈처럼 자유의지를 잃은채 탐색을 시작하고 있었다.
호시노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녀에 상자에 빨려들어갔고 동시에 호시노가 그녀의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망연자실하게 그 모습을 쳐다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맹목적인 악과 맞써서 싸우긴 힘들어보였다.
이야기를 완성한 그녀는 너무나 강해졌고, 내 친구들은 그녀의 친구가 되어버렸다.
순간 난 상자속에 갇힌 나를 상상했다. 그리고 그녀가 아닌 나를 안타까워했다.
단순한 사랑은 그 마음 자체가 중요하다.
난 달렸다.
그녀의 유해 옆에 인형을 놓는 순간 집을 감싸던 위화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핏빛 눈은 맑은 눈물로 바뀌어 집을 떠난 것이다.
계속 새로운 친구를 찾던 그녀는 첫번째 친구를 찾아 그 한을 풀었던 것 같다.
======================================================================================================================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 의해서 발견되었군요"
조사관 하마코는 고개를 저으며 적었던 조서를 찢었다.
"이걸 저보고 믿으라는 건가요?"
결국 아무도 나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나의 친한 친구인 호시노, 헤이치는 영영 나타나지 않았고, 행방불명 처리 되어버렸고 난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
난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진실은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봐야 알기에 난 이 이야기를 보드게임으로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나의 진실을 믿어줄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