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델을 돌린 뒤 개인 소감
최근 그동안 짬날때마다 잠깐잠깐 임시저장으로 올려뒀던 글들을 연말, 연초를 맞이해서 일부 마무리해서 올리다보니 글을 자주 올리게 되네요.
에버델은 펀딩당시 사놓고 묵혀두다가 드뎌 11월쯤 돌려보게 됐는데, 그때 몇가지 오버레이처럼 게임들이 겹쳐보여서 기록을 남겨봅니다.
작가가 여러가지 게임들에서 영감받은 시스템을 적절하게 조합해서, 배우기는 쉬우나 깊이가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구현한 게임인데요.
사실 무엇보다 이게임을 구매하는데 가장 끌렸던 건 아트웍 때문입니다. 보드게임 요소에서 일러스트도 매우 중요한 매력을 이끄는 요소이기 때문에 사실 에버델을 보면서 일러스트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이끌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석기시대, 아그리콜라, 레이스포더 갤럭시, 세븐원더스의 영감을 받았다고 하네요.
막상해보니 앞의 네가지 게임을 해보았던 사람들에겐 접근성이 상당히 쉬운편이었는데 접해보지 않았더라도 한계절만 돌아보면 대충 흐름이 파악될 정도로 그리 어렵지는 않아보였습니다.
게임의 난이도는 앞의 4가지 게임을 경험했던 분들에게는 봤던 방식들이 많이 느껴져서 상당히 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해봤을때 본판만으로는 그리 깊이감이 느껴지지는 않았고, 전설과 호외요!호외 확장까지 다 넣어야 그나마 조금 전략성이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정도 였습니다.
바꿔말하면, 본판 기준으로 패밀리 게임으로서는 난이도가 어느정도 있어 입문자들에게 일꾼놓기와 card tableau building을 맛보게 한다면 상당히 재미를 느낄 것 같고, 전략게임으로 보드게임 중급자 이상의 사람들이 한다면 좀 싱겁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에버델을 관통하는 2개의 메인시스템 일꾼놓기와 타블로 빌딩을 경험하면서 이 4가지 게임보다 더 떠오르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두개의 메인 게임과, 두개의 보조(?) 게임으로 느껴졌는데요. 두개의 메인 게임을 찾아보자면,
바로 워터딥의 군주들과 임페리얼 세틀러입니다.
사실 일꾼놓기는 아그리콜라보다는 워터딥 시스템이 더 느껴지고, 타블로 빌딩은 레포겔보다는 임페리얼 세틀러의 시스템이 더 짙게 느껴집니다.
에버델은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까지 총 4계절, 즉 4라운드 동안 일꾼을 배치하고 카드를 구입하면서 승점을 얻어가는 방식인데요. 위 사진과 같이 봄, 여름에 각각 1마리, 가을에 2마리의 일꾼이 추가되면서 매라운드 활용할 수 있는 일꾼의 갯수가 증가합니다.
워터딥을 보면 총 8라운드로 구성되어있고, 3인기준 3명의 일꾼으로 시작하다가 5라운드에 한명 더 늘어나서 8라운드까지 진행하고 승점을 계산합니다. 아그리콜라 같은 경우는 일꾼을 늘릴 때 본인의 노력(방늘리기, 가족늘리기)이 필요하고, 각자 일꾼을 늘리는 시점이 다른 반면, 에버델과 워터딥은 매라운드 일꾼 갯수가 같고, 늘어나는 시점도 같으며, 별다른 노력없이 라운드 경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는 방식이어서 워터딥이 더 비슷하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한 에버델에서 일꾼으로 각종 자원과 카드를 획득하고, 손에 든 카드를 획득한 자원을 지불하면서 내려놓는 방식은 워터딥에서 일꾼을 보내 퀘스트 카드와 용병을 얻어 손에 든 카드를 획득한 용병을 통해 내려놓는 방식이 꽤 유사합니다.
하지만 에버델의 카드에서 얻는 승점방식은 워터딥보다는 임페리얼 세틀러의 시스템과 비슷한 구석이 느껴집니다.
임페리얼 세틀러도 자원을 모아 자원을 지불하고 카드를 건설합니다. 임페리얼 세틀러에는 생산단계가 있어 라운드 생산단계마다 건설한 카드 중 생산(production) 표시가 되어있는 카드들에서 자원을 생산합니다. 에버델에도 봄과 가을 두번의 생산단계가 있고, 생산마커가 있는 카드들에서 자원이 나오구요.
또한 자원을 치환하여 승점으로 바꾸는 카드들이 있는데 이또한 임페리얼 세틀러에서 차용했던 방식들이 아주 익숙하게 다가오더라구요.
이외에도 다 담지 못하였지만, 핸드에 카드 장수를 늘려주는 능력이 있는 카드라든지 유사한 방식들이 꽤 여러곳에서 느껴집니다.
그래서 에버델을 하면서 마치 워터딥과 임페리얼 세틀러를 같이 조합해서 만든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거기에 제가 보조(?)게임으로 느껴졌던건 작가가 언급한 레포겔과 세븐원더스입니다. 15장까지 카드가 제한되는 것에서 레포겔의 12장 종료방식이 떠올랐고, 카드 콤보로 공짜로 건설되는 효과는 세븐원더스의 카드 콤보효과를 차용했다는 겁니다.
사실 언급한 네 가지 게임(워터딥, 임페리얼세틀러, 세븐원더스, 레포겔) 모두 제가 굉장히 좋아하고 즐겨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비빔밥처럼 섞은 에버델은 얼마나 재미가 있었을까요?
그런데 사실 각각 워터딥과 에버델, 임페리얼 세틀러와 에버델 처럼 각각의 게임을 따로 놓고 봤을때 사실 저는 아직까지는 워터딥과 임페리얼 세틀러를 에버델보다는 먼저 픽할 것 같습니다.
물론 워터딥은 스컬포트 확장을 포함한 상태에서 말이죠.
워터딥의 군주들은 맨처음 받은 군주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게 8라운드동안 군주와 연관된 퀘스트를 수행해서 최대한 승점을 쥐어짜는(?) 승점 레이싱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략과 자리선점을 통한 적절한 인터액션과 퀘스트 카드를 수행하면서 연쇄되는 콤보효과를 터뜨리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확장까지 넣으면, 더 좋은 효과를 받고 해골저주를 받으면서 그 이상의 승점을 내고, 적절한 해골 관리 및 더 다채로워진 퀘스트 효과와 모략카드를 써가면서 자신만의 연계과정을 좀 더 맛있게 끌어낼 수 있어서 할 때마다 매번 재미있습니다.
임페리얼 세틀러도 각 종족별로 받는 팩션 카드가 따로 있어서 이로 인해 플레이어마다 다른 방향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팩션별로 타블로 빌딩을 구사해가는 맛이 재미있고, 상대 카드를 직접 타격할 수 있어서 인터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임페리얼 세틀러를 해보도록 권유하고 싶네요. 물론 2인일때 가장 최적화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에버델 게임 자체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일꾼놓기와 카드 빌딩 게임을 했던 분들에게는 약간 싱거울 수도 있겠다하는게 제 생각이네요.
사실 이번에 에버델 컴플리트 컬렉션에 들어가고 나서 현재 있는 에버델 + 전설 + 호외 확장만 돌려서 완전판일때의 게임성은 또 다른 맛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주 살짝 기대감이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만약 워터딥과 임페리얼 세틀러의 경험이 없다면 오히려 굉장히 만족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기대감이 큰 것이 시스템상 게임의 확장성이 클 수 있고, 이로 인한 재미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떄문에 컴플리트 컬렉션이 그 만족감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제가 과거에 썼던 워터딥과 임페리얼 세틀러 후기링크 남깁니다.
워터딥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3713&tb=community_post&pg=3&id=boardmania80
임페리얼 세틀러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7043&tb=community_post&pg=2&id=boardmania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