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이 종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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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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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미스터션샤인"이라는 작품이 종영을 했습니다.

저는 보드게임을 만드는 일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장르를 불문하고, 이런 상업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성취에 대해서는 눈여겨 보는 편입니다.

그 중에서 이 "미스터션샤인"의 김은숙 작가라는 분은 정말이지 독보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의 작품 목록을 보면...

저 유명한 "파리의 연인"을 포함한 연인 3부작에

"온에어", "시티홀" 등을 거쳐 다시 전설적인 "시크릿 가든"을 지나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그리고... 마침내 "도깨비"를 내놓습니다.

시청률 면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불패신화를 쓰고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자죠.

저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의 성취는 두 가지 잣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흥행이고, 대중성이 좀 떨어지는 경우, 그 예술적 성취에 대해 누군가가 주는 상을 받는 수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좋아할만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대중의 취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어떤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재능이죠.

그런 면에 있어서, 만드는 장르는 다르지만 김은숙 작가는 정말이지 엄청난 경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 인터뷰에서 프로는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인데, 대중들이 원하는 걸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게 말이 쉽지... 대중의 취향을 이해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걸 딱 맞게 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이 분은 주구장창 해내셨지 말입니다.

이번 "미스터 션샤인"은 시작부터 많은 관심 속에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그녀의 작품 인생이 또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도깨비"라는 전작이 여러 의미에서 그녀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에도 많은 로맨스 물이 있었지만,

재벌 2세, 자수성가한 사장, 전투만능 군인 등을 넘어 신의 경지에까지 오른 남자 주인공을 내세웠고, 심지어 그 껍데기가 공유...였단 말이죠.

그간 그녀의 드라마들의 남자주인공은 신드롬에 가까운 수준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박신양, 현빈, 이민호, 송중기 등이 있었죠.

"도깨비"가 괴물같은 흥행을 기록할 때, 유시민 작가가 썰전에서 '요즘 남자들은 재벌 2세로도 안 돼. 이젠 신 정도는 되야 돼"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구요.

그래서 그 "도깨비"의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했더니, 겨우 미군이라니...

게다가 그 배우가 이젠 한국 여성들이라면 대부분은 로맨스 환타지의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을 이병헌이라니... 여러 모로 의아한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작품이 끝난 지금은 이 작가가 뭘 하고 싶었는지 좀 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쭉 "대중의 기호에 맞춰" 흥행기록을 써오던 로맨스 물에서 벗어나,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메세지를 담은 작품을 내놓은 건데요.

스치듯 지나갔지만, 사실 이 분은 연인 3부작 이후, 자신의 메세지를 좀 더 담은 "온에어"(방송계), "시티홀"(정치)과 같은 작품들을 내놓은 경험이 있습니다.

나름의 히트를 쳤지만 종전의 연인 3부작과 같은 대흥행은 기록하지 못했죠.

그리고는 "시크릿 가든"부터 시작해서 대중들의 취향에 100% 맞는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말로는 프로 작가는 "대중의 취향에 맞춰서 써야 한다"고 했지만, 작품에 자기 메세지를 녹여서 내놓고자 하는 욕망은 계속 갖고 있었던 거죠.

모든 창작자는 대중을 향해 어떤 메세지를 던지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야말로 창작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작품을 만들던 내가 던지고자 하는 메세지를 작품 안에 넣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이걸 대중에게 먹히게 만드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면, 보드게임 제작이란 걸 처음 생각했을 때, 저도 독립운동을 소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실제로 자료조사도 어느 정도 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소재를 게임으로 끌고 오기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정말 슬픈 일이지만, 자료조사를 해본 결과, 일제 시대의 한-일의 전력 차는...

너무 압도적이어서 뭔가 대결 구도로서의 게임 제작은 불가능하다고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근 텀블벅에서 "밀정"이라는 이름의 게임이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돌려서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는 이걸 보드게임으로 표현하기는 너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한 2년 전인가, 코보게에서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보드게임 제작을 공모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여기선 수상작이 아예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떤 작품을 매개로 뭔가 메세지를 던지려 할 때, 그 메세지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너무 교조적인, 고리타분한 재미없는 게 되기 십상이고,

반대로 대중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메세지를 담기에는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을 향해 어떤 메세지를 던지는 것이 창작자의 존재 이유라고 말씀드렸지만,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실제로 그걸 해내는 건 정말 어렵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이번에 김은숙 작가는, 그걸 해내고 말았습니다.

케이블 역대 최고 기록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거기에 의병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종영한 어제,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른 키워드가 "미스터 션샤인"이 아닌, 김은숙 작가였습니다.

대중의 취향을 알고 잘 요리할 줄 아는 작가가, 대중에게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포장을 어떻게 해야할지까지를 제시해서 보여준 것이죠.

저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가 끝난 어제, 드라마의 감동과 재미를 한편으로 새기면서도, 작가 개인의 재능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로 밤잠을 설쳤습니다.

저에게도 메세지를 훌륭히 담으면서도 대중적인 성공을 끌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을까요?

드라마를 마친 감상에 대한 흥분이 가시지 않아,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그리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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