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굴디굴의 주말의 보드게임 후기
이번 주 주말에는 백정님, 상아님, 갈기머리님이 참가해주셨습니다.
오랫만에 오붓하고 즐거웠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 DC 코믹스 덱 빌딩 게임
요전에 건희님 (gary님) 에게 배운 DC 덱 빌딩 게임입니다. 이름은 정말 촌스럽지만, 게임은 매우 깔끔하고
훌륭합니다. 다른 덱 빌딩 게임이 도미니언의 영향을 받아 액션 + 드로우의 방식을 선택하거나, 혹은 변형하여
재화와 승점의 획득에 필요한 포인트를 분리하거나, 카드의 연쇄나 추가 효과 등으로 어떤 카드가 어떤 카드와
함께 사용되어야만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키거나 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면, DC 코믹스 덱 빌딩 게임은
그런 건 "개뿔도 없습니다".
단지 플레이어들은 슈퍼맨, 원더우먼, 플래쉬 맨, 배트맨 등이 되어, 각자 파워를 모아서 빌런이나 슈퍼 빌런을
때려 눕혀서 승점을 얻기만 하면 되는 아주 심플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그 심플함이 게임을 정말 지루하지도,
귀찮지도, 머리가 아프게 하지도 않습니다.
액션 횟수의 제한도 없고, 구매 제한? 그런 것도 없습니다. 파워를 모으면 빌런을 때려눕힐 수도 있고, 다른
히어로를 고용할 수도 있으며, 이큅먼트나 슈퍼 파워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이번 턴에 가진 파워 내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액션과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도미니언을 시작으로 어센션, 썬더 스톤, 탄토 쿠오레, 바르바롯사, 쿠니토리, 나이트 폴, 칸즈메 가디스,
퍼즐 드래곤 덱 빌딩 등 다종다양한 덱 빌딩 게임을 경험해 봤지만, DC 덱 빌딩 만큼 깔끔하고 시원스러운 덱 빌딩은
정말 처음이네요.
이 회사의 다른 덱 빌딩 게임도 구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립토조익 엔터테인먼트. 기억해둬야겠네요.
아직도 덱 빌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은 무한하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 버스 (Birth)
갈기머리님께서 차가 막히셔서 늦는다고 하셔서, 3 인 전용 게임인 Birth 를 꺼냈습니다.
예전 후기 때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11 개의 주사위와 보드 만으로 이런 게임성이라니!
나중에 오사카 보드게임 마켓에 참가하면 Product Arts 사장님을 만나뵙고 싶네용.
- 임페리얼 세틀러
상아님이 신작 "임페리얼 세틀러" 를 가져와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임페리얼 세틀러의 첫 인상은 "어? 크래쉬 오브 클랜?" 이라는 느낌이 날 정도로 귀엽고 깜찍한 아트웍 센스가
빛을 발하는 건설 - 액션형식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이집트, 로마, 일본, 야만인의 4 종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각자의 종족 건물 덱과, 공용으로
사용하는 건물 덱에서 카드를 받아, 이 건물을 자신의 보드에 디스플레이 하면서 5 라운드 동안 게임을 진행합니다.
기본적으로 각 종족에 따라 획득 자원 및 건물 구성에 유리한 부분과 불리한 부분이 있으며, 라운드가 넘어갈 때
킵할 수 있는 자원도 종족에 따라 각각 틀립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턴에 "건물 짓기" / "거래하기" /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의 건물을 파괴" / "이미 지어진 건물의
효과를 사용" 의 4 가지 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의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상대방의 건물을 공격해서 파괴" 하거나, 혹은 내가 손에 든
건물 카드를 스스로 파괴하여 원하는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인데, 초반에 자신이 획득한 자원 만으로는 게임을
원활하게 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스스로의 건물을 파괴하여 더 좋은 건물을 짓는데
활용한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인 게임 시스템입니다.
(갈기머리님은 이 게임의 별명이 뿌셔뿌셔 라고 하셨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건물이 부셔져야만 새로운 건물을 그 위에 지을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건물들이 많아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건물을 부순다고 해도 오히려 득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마치 케일러스에서 후반에 필요없어진
자원 생산 건물을 뒤집어서 그 위에 비싼 승점 건물을 짓는 것 처럼 말이죠.
또한 각각의 종족 특성을 가진 건물 덱의 다양한 효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견제하거나 큰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점수 테크 루트가 여러가지가 나온다는 부분도 참 즐겁네요.
자신이 부순 (버린) 카드로 자원을 얻고, 그것으로 생산 건물이나 유지 건물 같은 새 건물을 짓는 순간,
바로 새로운 자원을 얻거나 카드의 효과를 발동시키기 때문에, 계속 건물 카드를 내려놓고 능력을 발동하고
새로 내린 건물의 효과를 사용하는 것을 반복하는 플레이는, 마치 낙양이나 르 아브르를 떠올리게 하네요.
이 게임은 "뉴로시마 헥스" 로 유명한 폴란드의 Portal 사의 게임인데, 이 게임의 전신이라고 일컬어지는
"51 번째 주"는 플레이 했을 때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임페리얼 세틀러의 경우는 아트웍과
컴포넌트 때문인지 게임 자체가 너무 맘에 들고 괜찮았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추가 확장이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이 보다 더 좋은 소식이 없군요.
건설 - 액션 테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플레이 해보시길 권합니다.
(단, 개인적으로는 아직 종족 간 밸런스나 카드 밸런스에 약간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센 카드들이 있다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 카드빨 게임이냐! )
- 로드 오브 시디트
요전에 배웠던 로드 오브 시디트를 플레이 했습니다.
저번에 룰 북을 막 서둘러서 읽어서 그런지, 몇 몇 에러플이 눈에 띄었습니다만 게임 자체는 간단한 편이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맨 처음에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어리벙벙한 상태로 플레이 했던 첫 플과는 달리,
어느 정도 보드게임 경험자들과 같이 플레이 하다보니 시종일관 다른 플레이어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고
생각할 부분이 많아서 쉽게 웃으면서 하기는 좀 어려운 게임이 되었더군요.
로드 오브 시디트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보드판의 21 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병사를 모집하거나 도시를 점령한 몬스터를 쓰러뜨려서 보상을 받습니다만, 보상이 돈 / 명성 그리고 마법사의
탑 이렇게 3 개 중에 한 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게임은 짧은 게임 9 라운드, 긴 게임 12 라운드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모든 라운드가 끝나고 마지막 점수계산을
할 때, 게임 시작 전에 미리 정해져 있던 [돈, 명성, 마법사의 탑] 중 어떤 것을 먼저 계산하는가로 승부를 가립니다.
예를 들어 게임 시작 전에 1) 돈 2) 명성 3) 마법사의 탑 으로 순위를 결정하기로 했다면, 마지막 라운드를 마친 후,
누가 가장 돈이 적은지 부터 계산합니다. 그래서 가장 돈이 적은 플레이어가 탈락하고, 그리고 나서 명성을 계산해서
역시 명성이 가장 적은 플레이어가 탈락하며, 마지막으로 "마법사의 탑이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됩니다.
따라서 아무리 마지막에 자신이 마법사의 탑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그 앞에서 돈과 명성이 다른 사람보다
가장 적다면 마지막 승부까지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너무 하나만 많이 먹어도, 너무 못 먹어도 안되는
"티그라테스 & 유프라테스" 나 "사무라이" 같은 점수 계산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티그리스나 사무라이 같은 경우, 어떤 것 부터 먼저 계산한다는 순서 같은 것은 없습니다만.
어쨌든 첫 플레이 때는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다시 한 번 플레이 하니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전략적이고 여러가지 액션 행동 플레이를 추구하는 매니아 유저들에게는
조금 가벼운 게임이 아닌가 해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단지 이동과 고용, 그리고 토벌 뿐인데다가,
실제로 플레이 할 때 자신의 뜻대로 안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코어 게이머보다는 초심자들에게 더 잘 맞는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전에 임페리얼을 해서 그런가....OTL )
그렇다고 해도 시즌스를 테마로 한 새로 단장한 아트웍이나, 게임 컴포넌트는 매우 예쁘니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잘 바뀐 점은 좋네요. 아, 마지막으로 3 인 이상만 플레이 가능한 점은 조금 아쉽지만요.
- 이스탄불
SDJ 수상작, 이스탄불을 또 플레이 하게 되었네요. 게임 자체의 시스템은 별 대수롭지도 않은데 자꾸 꺼내서
플레이 하게 되는 걸 보면 가볍고 심플하다는 점이 역시 저에게는 잘 맞는 게임인 듯 합니다.
이 날 4 x 4 타일을 랜덤으로 깔았는데, 초반 정형화 된 테크를 타려고 했던 저와는 달리, 갈기머리님이
수레도 하나도 안 늘리고 돈이랑 상품만 꾸역꾸역 모아서 순식간에 보석 5 개를 늘려버리는 플레이를 보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능력 늘리고 수레 늘리고 카드랑 자원 모아서 시장에 내다 파는 동안 최단 거리로
돈과 상품으로 루비를 사는 딱딱 필요한 플레이만 하시니 어? 하는 순간 게임이 끝나더군요.
저도 이제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ㅅ=)> 그러고보니 더 지니어스 방송에서 게임을 본능으로 하지말고 계산하면서
하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 말이 뼈에 사무치는 순간이었습니다.
- 어비스
이 날의 마지막을 장식한 게임은 어비스.
역시 플레이 순서와 부족장 고용 타이밍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네요...
카드만 모아서 꾸역꾸역 비싼 족장 모아봤자, 나중에 로케이션 타일 2-3 개로 순식간에 뒤집힌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금 여유있고 늦게 출발하더라도 승점이 되는 방향을 노려야 한다는 게 중요하네요.
그리고 몬스터 퇴치 보상으로 받는 열쇠가 생각보다 좋았구나! 라는 걸 이제 알겠네요.
부족장의 특수 능력보다도 열쇠로 인해 받는 점수가 생각보다 높다라는 걸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어비스도 나름 여러 번 해봐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내 플레이만
신경 쓰다보니 결국 패배의 쓴 맛을 보게 되는군요. 이것도 반성 반성입니다....
(여담)
사실 보드게임을 하면서 언제나 생각하는 겁니다만, 내가 게임에서 졌다고 해서 단순히 나보다 저 사람이 잘하니까.
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진 게임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다음에도 같은 게임을 했을 때 또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올 뿐입니다. 자신이 진 게임에 대해서 분석하고 다음에는 다른 방법이나 테크로 게임을 해봐야 겠다고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더 나은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죠.
물론 세상에는 그냥 단 한 번만 해도 이미 족한 게임도 있고, 같은 상대와 같은 게임을 여러 번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졌으니까 재미없어... 라고 포기해버린다면 그 게임에 대한
애정도 식어버릴 뿐더러, 그 게임을 좋아하는 상대방에게도 실례가 되는 일이겠지요.
"게임 자체를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승패와는 관계없이, 단지 모여서 보드게임을
즐기고 새로운 게임을 배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요.
하지만 모든 게임의 기본 목표는 "승리를 추구하는 것" 이고 그 목표를 간과한다면 어느샌가 수동적으로 게임을
즐기게 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답니다. 때로는 진지하게 이기는 것을 목표로 플레이 하는 것도 좋지 않나요.
졌을 때 분해하는 마음이나 다른 사람이 이겼을 때 솔직하게 축하하지 못하는 것도 다 이런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승패를 추구하는 재미" 혹은 "승패를 떠나서의 재미" 라는 것은 정말 사람마다 다르며,
또한 개개인의 온도차이나 성격에서도 기인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반드시 이기는 것만을 목표로 플레이
하시다가 너무 뜨거워져서 게임 분위기를 망칠 때도 있고, 어떤 분은 너무 게임의 승패에 대해 무덤덤하셔서
원래 뭔가를 해야 하는 중요한 상황에서 게임 플레이를 대충하셔서 왜 저런 플레이를 하지? 하면서 이해가
안되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비슷한 레벨의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나, 혹은 만나서 즐겁고 좋은 사람과 같이 플레이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전략을 나누면서 서로의 실력을 쌓아나가는 것도
보드게임의 또 다른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여담으로 시작한 글이 조금 길어졌네요. 이번 주도 새로운 보드게임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 주는 또 크리스마스 연휴 등으로 정신이 없겠네요. 2014 년도 얼마 안 남았구요.
추운 겨울, 마지막 2014 년 한 해의 보드게임 라이프, 즐겁게 보내시길!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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