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보드게임 체험부스를 열었습니다 - 후기

에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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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5 오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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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버튼입니다.

이번에 학교에서 개인적으로 보드게임 체험 부스를 운영했는데, 그 과정과 후기를 올려보려고 합니다ㅎㅎ

우선 이번에 학교를 복학하게 되었는데 페북에서 이런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첨에는 그냥 플리마켓 같은거 여나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판매 외에 체험 부스도 여는게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보드게임 체험부스를 열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부랴부랴 기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더니..

뽑혔습니다ㅋㅋ

월요일은 수업이 있어서 못하고, 화요일에만 부스를 열기로 했습니다.

부스 여는게 확정되고나서 가장 먼저 했던 고민은 역시 "어떤 게임을 준비하는가?" 였습니다.

머릿 속에 정말 많은 게임들이 스쳐지나갔지만 기준을 정해서 열심히 추리고 추려봤습니다.

먼저 그 기준은,

기준 1. 보드게임 카페에서 흔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은 제외하자

기준 2. 테이블 회전률을 위해 플레이 타임과 설명 시간이 너무 길지 않은 게임으로 선정하자

기준 3. 가능한 내가 보유한 게임 내에서 해결하자

이렇게 세가지 였습니다.

*제 방 책장 (최근에 구매한 게임들은 빠져있는 사진인데, 지금은 새로 산 게임들 정리를 안해둬서 엉망진창이라.. 찍을 수가 없네요ㅋㅋ)

우선 처음엔 레지스탕스:아발론, 핸즈켓, 가짜 예술가, 한밤의 늑대인간, 엘도라도, 스탁파일..?

등등을 생각했었습니다만, 사전 교육 받으러 가보니 테이블이 긴걸로 두 개밖에 제공이 안된다길래

더 간결한 게임들로 추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맥시멈 16명이 동시에 게임 한다는 가정 하에 4가지 게임을 돌리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래서 추려낸 게임들은

간츠 숀 클레버, 노흐 말, 산토리니 정도 였습니다.(사진에는 없지만 보유)

사실 초보자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수많은 게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제가 보유한 게임 중에는 그런 게임이 별로 없는 편이고..

제 스스로가 재밌게 한 게임들을 소개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게임들도 과감히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한 개를 뭘로 할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우선 4인 초과의 단체로 오는 분들을 대비해 가짜예술가를 챙겼고,

핸즈켓은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고 워낙 독특한 형태의 보드게임이다보니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고픈 마음이 커서 일단 챙겼습니다ㅋㅋ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게임이 있었으니..

...우선 저는 이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선호하지 않는 요소들을 아주 고루고루 갖추고 있는 게임이죠.

1. 협력

2. 실시간

3. 얼토당토않은 박스 생김새

비록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소개시켜주고자 했던 원칙에는 조금 어긋나지만, 협력과 실시간이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시스템을

간단한 룰로 경험시켜드릴 수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플레이타임이 짧아야한다는 조건에도 적절하게 부합하여 결국 이 게임을 구매하였습니다.

이로써 비치해둘 게임 선정은 끝!

[아쉽게 탈락한 후보들 : 마헤, 러브레터, 블리츠, 너도나도, 텀블링다이스

다 현재 보유중이지 않고, 텀블링다이스를 제외하고는 갓겜이긴 하지만 설명을 너무 많이한 게임들이라 제가 질려서..

텀블링 다이스는 있었으면 초대박을 터뜨렸을 것이 훤한 게임이지만, 예산 문제로 아쉽게 탈락하였습니다..ㅠ 또 중고구매시 부스 전에 상품이 도착할지 여부도 불투명했구요.]

다음으로는 부스 운영에 필요한 인력 충원이었습니다ㅋㅋ 아무래도 어떤 부스인지 안내해줄 사람도 필요하고 동시에 여러 게임을 설명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서

인원이 더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명의 친구를 비싼 밥 사주겠다며 채용했습니다ㅋㅋㅋ 인력 충원 끝!

다음으로는 부스에 붙여놓을 안내 포스터를 만드는 것인데, 이 부분은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후다닥 만들어서 해결했습니다ㅋㅋ

유인책으로써 간츠, 노흐말, 5분던전에는 기록에 따라 1위에게 기프티콘 상품을 걸기로 했고, 포스터에 해당내용을 적어두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잘못 알고있는 룰이 없는지 한번씩 점검하고, 컴포 체크하고, 플텍 씌우는 등의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잠에 들었습니다

-대망의 부스 당일!

우선 부스는 오전 11시부터 시작이었는데, 9시반까지 도와주기로한 친구들을 모았습니다.

(근데 한 명은 술먹고 간신히 열한시쯤 왔습니다..ㅋ 친구집에서 잤다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화장하고 일하러 나왔으니 감사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ㅋㅋㅋ )

그래서 산토리니와 노흐 말을 설명해주고 한판 씩 해보면서 제가 없어도 설명할 수 있도록 사전교육하는 시간을 잠깐 가진 뒤에 본격적으로 부스를 시작했습니다.

(포스터 붙이는 노예 1-심지어 휴가나온 군인)

(도와주는 친구들과 체험하러 오는 분들을 위한 음료, 그리고 산토리니와 간츠 숀 클레버 / 구석에 깨알 가짜예술가)

(5분던전과 노흐말, 혹시나 대기하시는 분들이 생길까봐 준비한 월간 보드게임 9호 2권)

첫번째로 개시한 게임은 간츠 숀 클레버 였습니다. 남자 세 분이 부스 앞에서 포스터를 보며 망설이고 계시길래 영업해서 성공했죠ㅎㅎ

차근차근 규칙 설명해드리니, 중간에 추가 설명을 필요로하거나 에러플도 없이 알아서 잘 쭉쭉 플레이 하시더라구요.

하면서 "재밌다 재밌다"를 연발하시니 뿌듯했습니다ㅎㅎ 비보드게이머들에겐 좀 무리인가 싶기도 했는데 다행이었구요.

산토리니와 노흐말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는 사진이네요.

산토리니는 두 분이서 찾아온 분들께 신카드를 제외하고 기본 규칙으로만 설명드린 뒤 플레이하고있는 모습입니다.

노흐말은 부스 놀러온 친구의 지인 2분과 늦게 온 노예2가 게임 배울겸 3인플로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지인 한 분이 34점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하시고 노예2는 6점으로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왜 게임 안했냐고 겁나 놀렸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오신 분들을 노예1이 상대해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장 반응이 좋았던 MVP게임. 5분 던전입니다.

4~5인플을 하기 위해 모르는 분들끼리 합석해서 팀을 이뤄서 하는 경우가 대

부분이었는데,

실패할 때마다 나름대로 분석하고 토의하고, 어떤식으로 소통할지 정해가며 몰입하는 모습에 뿌듯했습니다ㅋㅋ

설명도 5분컷, 플레이도 5분컷인데다가, 클리어 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인지 10판 가까이 플레이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ㅋㅋㅋㅋ

그리고 플레이 하는 모습이 특이해서인지 구경하다가 이 게임 해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다른 게임보다 많았습니다.

다들 재밌어하셔서 굳이 구입하고 플텍까지 씌워준 보람이 있었습니다ㅋㅋ

가짜 예술가는 사실 꺼낼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규칙 설명하는게 너무 지쳐서..

(부스하기 전 3일동안에도 보드겜카페 알바하면서 하루 몇 시간씩 계속 설명을 해댔으니..)

나중에 오겠다고 둘러만 보고 가셨던 여성분들이 다시 오셨길래, 부스 놀러와서 죽치고 앉아있던 친구 몇 명을 끼워서

가짜예술가를 돌렸습니다. 다들 설명만 듣고도 "와 이거 재밌겠다 재밌겠다"하시더니 실제로도 재밌게 플레이 하셨고,

내리 다섯판 정도 하신 뒤에, 너무 재밌었다며 거듭 인사를 하시고 떠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ㅎㅎ 챙기길 잘했네요

부스는 대기하는 분들이 생길 정도로 엄청 붐비거나 하진 않았지만, 적절히 비는 시간없이 꾸준하게 게임들이 돌아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제 지인들이 40퍼, 게임해본 지인들이 재밌다고 불러온 지인의 지인이 30퍼, 나머지 30이 그냥 지나가다가 오신 분들인 것 같네요..ㅋㅋㅋㅋㅋ

부스 체험하신 분들 중 대다수가, 어느 과 혹은 어느 동아리에서 운영하는 부스인지 물어보셨는데 그냥 개인으로 열었다고 하면 다들 놀라셨습니다ㅋㅋ

사실 부스를 운영하게 되면서 저 스스로에게 굳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써가며 이 부스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평소에도 비보드게이머인 주변 친구들에게 보드게임 영업을 굉장히 많이합니다. 제가 게임을 수집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재밌는 것을 나만 알고 있기 아깝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라는 생각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뜸 보드게임 얼마 안해본 애들한테 버건디나 그오호부터 들이민 경우도 굉장히 많은데, 다행히도? 90%이상의 친구들은 그 이후로 보드게임에 흥미를 가지고

저와 만날 때면 새로운 보드게임을 하기를 기대하곤 한답니다ㅋㅋ 보드게임 카페에서 알바를 할 때도 손님들이 게임 추천을 요구하실 때면,

제가 설명을 더 많이 해야되는 게임 일지라도, 흔히 접하지 못하고, 제가 했을 때도 재밌는 게임들만 골라서 추천해드립니다. 그런 게임들을 재밌다고 두시간씩

계속하고 계신 손님들을 보면 너무 뿌듯하더라구요. 이것도 보드게임에서 파생되는 취미 중 하나랄까요.. 보드게임 전도하기?ㅋㅋ

무튼 오늘도 꽤 지치고 피곤한 와중에도, 게임을 하면서 재밌다 재밌다 연발하는 학우분들을 보니까 보람차고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보드게임을 취미로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한 그런 하루였네요.

다들 즐거운 보드라이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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