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어떻게들 매기시나요? 저는 이렇게 매깁니다.
이 글을 후일 보실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는데,
이 글 내용은 당시 생각이고, 이후에 생각이 좀 바뀐 바가 있습니다.
평점을, 분명하고 일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매기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보드라이프에 평점 참고 사항이 추천돼있는 걸 봐도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점수가 어느 정도 느낌'이라는 게, 생각하기 쉬우면 이런 참고사항이 굳이 제시되어 줄 필요가 없겠지요.
어떤 게임을 하고, 나는 이 게임B가 좀 괜찮다는 느낌이었고, n점을 매겼는데,
나중에 보니 그보다 별로 안 좋았다고 느꼈던 게임A보다 오히려 점수를 낮게 줬다는 걸 깨닫고,
둘 간 주관적 순위 역전을 위해 옛날에 매겼던 게임 평정을 다시 매긴 경험들이 있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소수점 이하 자리로 점수를 매기고 싶을 때도 있는데, 기수적으로 어느 정도가 정확할지 확신이 서지 않기도 합니다.
본인 나름의 구체적, 일관적인 기준을 위해 부문을 나누어 평점을 매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앞서 옛날에 전자게임 잡지나 커뮤니티에서 이런 방식을 본 적이 있는데, 한편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게는 이런 방식도 구체적, 일관적이기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적인 부분 5점 만점에 3점', '테마 5점 만점에 2점'... 이렇게 매긴다고 할 때
'시각적인 부분 3점과 4점 간 1점 차이, 4점과 5점 간 1점 차이'가 같은 정도 차이이기 어렵고
'시각적인 부분'과 '테마'에 가중치를 어떻게 주는 게 이상적일지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수적으로만 생각하기로 했고. 정수만으로 군을 나누어 매겼습니다.
정수로만 군으로 나누면 저는 나중에 봐도 구분 기준이 역시 분명하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매길 수 있더군요.
한편으로는, 아직 못 해본 게임이 많은데, 혹은 아직 여러 번 플레이해보지 않았는데 내가 평점을 매길 자격이 있을까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든 게임인가'를 평가하려고 하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나는 정말 싫은데 다른 사람들이 호평하는 게임이면 낮은 점수를 주는 게 망설여질 수 있기도 합니다.
저는 '내가 지금 이 게임을 얼마나 하고 싶은가'를 주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역으로 '누군가 정말 하기 싫어하는 게임을,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기도 합니다.
매기고 나서 사후적으로 봤을 때
(10점 자리는 인생갓겜을 위해 일단 비워둠)
9점군, 8점군은 당장 누가 하자면 반길 게임(현재 26개)이고
7점군은 재미를 느낄 순 있는데 보다 높은 게임에 순위가 밀리는 게임, 그래도 좋아하는 편인 게임들.
6점군은 싫어하는 것까진 아닌데 비교적 순위에서 밀리는 게임들(이들 게임을 하느라 9~7점 게임을 하지 못하면 시간이 아까울 것).
5점군부터는 싫은 게임이더군요.
게임 플레이는 경합적(하나 돌리면 그 시간에 다른 게임은 못 돌림)이라, 9~7점, 1~2점만 유의미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향은 역시 특정 장르 등 한 마디로 할 수 없는 거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거운 게임 좋아하느냐, 아니면 가벼운 게임 좋아하느냐", "마피아류 좋아하느냐, 안 좋아하느냐" 이런 흑백논리로 묻는 질문은 제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틀리지 않는 답이라면 "재미 있는 게임, 잘 만든 게임 좋아합니다"뿐일 겁니다.
제가 9점군에 비뉴스, 갤러리스트도 두긴 하지만
(거의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없겠다 싶은) 좀비다이스호드에디션, 컬러풀세렝게티도 두었습니다.
윷놀이도 9점군에 두었습니다.
마피아류 게임 중(저는 '역할 숨기기'라고 하는 걸 선호합니다만)
디셉션, Don't mess with Cthulhu는 8점군, 시크릿히틀러는 7점군에 둔 반면
레지스탕스는 6점군, 레지스탕스아발론은 5점군에 두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준(이 게임, 저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점에서 일반적이라는 뜻이지, 다른 사람도 이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주관적인 기준입니다.)을 말해보면
'익히기 쉬운가에 비해 재미 있는가'가 제 기준에서 '잘 만든 게임'이고,
제가 생각하는 '나쁜 점이라고 느끼는 것'이 있는 게임들은 점수를 낮췄습니다.
저는 뭔가 자원 모아서 활용하는 게임이면 웬만하면 좋아하는 것 같네요.
분명하다고 할 수 있는 건 클라이밍 싫어한다는 거고요.
그리고 '게임 내에 무엇, 무엇이 있느냐를 아는 것이, 득점 정도와 거의 비례하게 되는 게임'들 보통 싫어하는 편입니다.
이런 게임들은 경험자와 초심자 간 특히 불공정하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다 알고 나면 재미가 뚝 떨어지는 게임이거나, 다 알기 전에는 재미가 없는 게임이곤 해서요.
보통은 카드, 타일 등이 다양하게 있는 게임들이 이런 문제점을 품게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카드, 타일 등이 다양한 게 있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몇 개만 보고도 '이런 게 있구나'하고 다른 카드/타일들도 짐작할 수 있는 경우는 괜찮고(석기시대, 파워그리드 등)
'다양한 카드/타일 같은 것 중 특정한 것을 선취하면 유불리 상황을 역전하기 매우 어려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