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아이들과 첫 창작(?) trpg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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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8-23 오후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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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학원 강사 원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trpg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토리텔링 게임에 관심이 많았던 차에, trpg는 어린 아이들과 하기에 너무 좋은 게임 같더군요!

찾아보던 중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역사를 trpg로 수업하시는 것도 봤습니다. (타임워프처럼 아이들이 과거 시대로 가서 생활하게 되는 ㅎㅎㅎ)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책도 보고 했지만 혼자서 뭘 해보자니 막막하고 어렵더라구요.ㅠㅠ

기왕에 제대로 된 trpg는 못하겠다 싶어 그냥 제 마음가는 대로 대충 지도와 스토리 얼개를 짰습니다.

그렇게 매 주 금요일(게임날), 아이들을 네 팀으로 묶어 한달간 무인도로의 모험을 떠났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네 팀의 네 스토리를 모두 정리하여 마치 소설처럼 아이들 이름을 등장인물로 넣어 출력해 주었는데요, 정말 자기가 겪었던 일처럼 얼마나 재밌어하던지!

진행하고 정리하면서는 너무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아이들은 종종, "선생님! 그 때 제가 그거 열매 따다가 넘어졌잖아요." 내지는 "제가 배 만들려고 했는데 얘가 실수로 부쉈었어요!" 등등 자신의 경험담인 양 얘기하곤 합니다.

또 안하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지만 지금은 여력이 없어서 나중으로, 나중으로 미루다 보니 1년이 훌쩍 넘어 버렸어요.ㅠㅠ

내일 게임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 올려 봅니다.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먼저는 아이들과 단편정도의 이야기를 꾸리고 싶다- 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무인도에 고립되었다가 탈출하는 큰 스토리의 틀을 잡고, 지도를 그려보았습니다.

대충 동굴과, 누군가 살았던 집의 흔적과, 늪지대와, 과일이 풍부한 숲, 위험한 물고기가 사는 강... 등을 설정하고 그려보았던 지도입니다.

이것을 다듬어 큰 종이에 옮겨 봅니다.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민망하네요. ㅋㅋㅋㅋ 이렇게 완성된 지도를 복사 출력하여 팀마다 한 장씩 주고,

이렇게 종이를 오려 지도 위를 가려두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섬을 탐험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이동할 때마다 조금씩 잎을 치워 주었지요.

더운 여름, 강의실에서 아이들에게 잠시 눈을 감게 합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어른이 된 너희들은, 친구들끼리 해외 여행을 가기로 하고 배를 탔어. 오랜만의 여행에 잔뜩 들떠 있었지. 그런데 그날 밤, 큰 폭풍우를 만나면서 배가 바다에 휩쓸려 버렸어!

정신을 잃고 얼마쯤 지났을까.... (열대 우림 bgm을 틀어 두고-짹쨱 찌르르르... 콸콸콸... 사박사박..), 멀리서 들리는 새 소리에 너희는 눈을 떴어.

정신을 차리고 서로 무사한지 확인했어. 다행이도 너희는 모두 건강히 살아남았지!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모래 뿐, 앞으로 보이는 것은 넓은 바다, 뒤로 보이는 것은 울창한 숲.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이것은 아이들 개인 스텟 창(?) 입니다. 인벤토리쯤 되겠네요. 왼쪽 하단에는 생명력 토큰을, 우상단에는 아이템을, 아래쪽에는 현재 상태를 두도록 했습니다.

이렇게요 ㅎㅎㅎ 작은 종이 하나 잘라서 그때그때 구하는 아이템을 적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정말 얼마나 풍부하고 사랑스러운지요! 주머니칼을 가진 아이에게 다른 아이가 주머니칼을 빌렸을 때, 그것은 그저 종이에 적힌 글씨에 불과한데도, 종이를 정말 칼을 빌려주듯 건네주곤 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기본 준비가 되었으면, 주사위 두 개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자유도가 높다 보니 아이들이 뭘 해야할지 몰라서, 몇 개의 선택지는 주었습니다. 탐색 / 채집 / 공격 ... 또 뭐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면, 주사위를 두 개 굴려 결과값에 따라 다음 결과들을 제가 지어내는 식이었습니다.

과일을 따기로 했는데 10 이상의 수가 나왔다, 그럼 많은 과일을 딴 것이고, 4 이하다, 그럼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게 되는 식이지요.

그렇게 아이들은 과일도 따고, 물고기도 잡고, 또 과일을 따고, 또 물고기를 잡고........

(주사위와 개인 말)

무인도를 만들면서 이 섬에서 있던 스토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동굴이나 오두막을 탐사하면서,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있기를 원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아이들은 오두막에서 성냥을 줍기도 하고, 동굴 속에서 해골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섬 곳곳에서 찢어진 노트들을 발견하며 이 섬에 있던 사람의 스토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매우 조악하고 유치하지만, 여러분께도 보여 드립니다. ㅎㅎㅎㅎ

이 종이쪽지를 찾으려고 아이들이 얼마나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탐사했는지 모릅니다. 쪽지를 찾은 친구가 큰 소리로 읽으면 서로 소름돋아 하던 모습이 저를 뿌듯하게 했더랬죠. ㅋㅋ

이 기록은 아이들에게 섬을 이해하게 하고, 탈출의 방향성을 잡도록 도와주고, 위험 요소에 대비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네 팀 모두 배를 만들어 탈출했다는 행복한 이야기!

하면서 재밌었던 것은, 같은 상황을 줘도 고학년과 저학년 팀의 반응이 현저히 달랐다는 것입니다.ㅋㅋ

예를 들어 먹을 것을 위해 동일하게 '덫에 걸린 토끼'의 상황을 주었을 때, 고학년은 주저없이 잡아 고기로 만들지만, 저학년은 불쌍해하며 냉큼 풀어주더군요.
사냥하라고 사슴을 발견하게 해도, 고학년은 사냥하지만 저학년은 길들여 키우겠다는 얘기를 합니다. (위에 인벤토리에 사슴이 들어있던 이유(...))

비가 오면 동굴로 숨고, 동굴 앞마당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불을 피우기도 하고, 체력이 깎여 죽을 뻔하기도 하는 등 아이들 나름대로 즐겁게 모험한듯 합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재밌던 기억이네요.

기회가 되면 더 풍성한 이야기로 아이들과 함께해주고 싶은데, 여력이 없는게 아쉽기만 합니다.ㅠㅠ

내일은 중등도 게임하는 날입니다.

태풍으로 학교가 휴교하면서, 초등 아이들은 학원도 못 올까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될지 내일 오전 상태를 봐서 결정하게 되겠지만... 저도 아이들과 게임하고 싶네요!

모쪼록 모든 지역에서 피해가 적기를 바라봅니다.

긴 글 모두 봐 주셨다면 큰 감사 드립니다. ㅎㅎㅎ

평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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