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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한 보드게임콘 후기

2,632 조회

2022.08.22 18:38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이번 광복절에 가족과 함께 보드게임콘에 참석했습니다. 첫날엔 인파가 몰린다

해서 이튿날에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비소식이 있어서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했다가,

막상 당일 아침엔 다시 날씨가 괜찮아져 부랴부랴 준비해 출발했네요.

아이는 보드게임 행사라고 신이 났지만, 사실 저는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생각이 많았습니다. 보드게임 시작한 지 5년이지만 (부끄럽게도) 보드게임 행사가

처음이어서, 저조차도 재밌을지 확신이 안 드는데, 가족을 끌어들였으니까요.

다행히 서울로 가는 길이 잘 뚫렸지만 이번엔 주차가 고민이더군요. 오후 늦게

비 예보가 있어 (비싸다는) 코엑스에 주차하자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코엑스에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을까 조마조마하며 지하 4층까지 내려가니 다행히

자리가 많아서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주차는 1시간에 (카카오 T를 사용하면

20% 할인해서) 4천8백 원이고, 5만 원 지출할 때마다 ‘1시간 무료’가 추가되는데,

6시간 넘게 머무는 바람에 주차 요금이 만만찮았습니다.

점심때라 식당마다 북적여서 한참 헤매다, 한산한 가게를 찾아 들어가서는

생각보다 맛있는 햄버거를 먹고, 들뜬 기분으로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듣던 대로

행사장은 좁았고, 빈 체험 테이블은 없었습니다.

1. 메이즐링

- 메이즐링의 튜토리얼 1번

그래서, 일단은 자리가 필요없는 메이즐링 부스를 찾았습니다. 메이즐링은

허니통통님의 글을 통해 알게 됐는데,

2022년 8월 보드게임콘 가격정보(블로그링크)

종이를 접어서 길을 찾아가는 퍼즐로, 예전에 제가 쓴

메이즈스케이프 간단 리뷰: 미로 찾기+종이접기 (feat. 녹색머리 아저씨)

에서 소개했던 프리드만 프리제의 팔터(Falter)와 거의 같았습니다.

- 팔터. 사진 출처: 2F-SPiele

하지만, 팔터의 경우 난이도가 높고 퍼즐이 몇 개 없는 데 반해, 메이즐링은 문제가

100개라 난이도가 서~서히 올라 갈 거 같아 기대했던 거죠. 그런데, 아쉽게도

이미 품절이어서 튜토리얼만 해 볼 수 있었습니다. 9월 중 재판매 소식을 받기 위해

카톡 채널을 추가하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아내가 메이즐링을 활용한 동화책에

관심을 보이더니, 심지어 구매까지 하자는 겁니다. 저는 속으로 ‘왜???’라며

의아했지만, (체험하기 힘든 환경이라) 처음이자 마지막 보드게임콘 구매가

될 수도 있어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2. 윌유메리미

한참 돌아다녔는데도 자리가 없어 큰일났다며 포기하고 집에 갈까 하던 참에,

다행히 한 테이블이 비어서 무슨 게임인지 보지도 않고 바로 앉았습니다.

잠깐 시간을 돌려서... 서울로 향하는 차 뒷좌석에서 저와 아이가 가위바위보를

하고 서로 자기가 이겼다고 주장하면, 아내가 승자를 맞히는 게임을 즐겼습니다.

요즘 아이가 블러핑에 재미를 붙여서, 챠오챠오를 해 볼까 생각했네요.

-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그런데, 마침 저희의 보드게임콘 첫 번째 게임이 (챠오챠오와 같은 작가의)

블러핑 게임인 윌유메리미더군요. 재빨리 룰북을 훑고 게임에 돌입하니,

아이가 자기 딴에 꽤나 머리 쓴다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게 마냥 귀여웠습니다.

와중에 게임이 끝나고 보니 꽤 잘 했더라구요.

- 윌유메리미

잠깐 제 얘기를 하자면... 저는 블러핑게임을 안 좋아합니다.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에, 근거도 없이 거짓말쟁이를 밝혀야 하는 황당함이란! 그래서, 윌유메리미

한글판 출시 때도 관심 없었는데, 막상 플레이해 보니 재밌더군요. 굉장히

몰두했구요. 빌라봉처럼 연속 점프할 수 있다는 점이 게임을 재밌게 만들더라구요.

- 캥거루가 뛰어다니는 빌라봉.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윌유메리미는 아이와 제가 무척 재밌어했지만, 아내가 반대하는 바람에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내가 아이보다 못하던데, 그래서일까요? 암튼, 아이가

최근에

“보드게임이 천지고 너무 쌓여 있어!”

라고 말한 만큼 반대를 무릅쓰고까지 구매하긴 싫더군요.

‘얘야, 근데 넌 아빠 게임의 3분의 1도 못봤단다.’

3. 타코 백 고트 치즈 피자

윌유메리미를 한 판 하고 나서, 언제 또 앉을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일어섰는데, 다행히도 ‘타코 백 고트 치즈 피자’ 테이블에 금방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보드라이프 후기를 보건대 갓겜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 사진 출처: 팝콘에듀

그런데, 제가 집에서 순발력 게임을 잘 안 돌려서 그런지 아이가 규칙에 쉽게

적응 못 하더군요. 그래서, 저와 아내가 봐주면서 플레이한 뒤, 아이와 충분히

즐기지 못 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서는데, 아이가 흥분하면서 사자는 겁니다.

아직 덧셈이 느려서 할리갈리에서 스피드를 못느꼈다가, 이 게임에서 제대로 된

스피드를 어렴풋이나마 느껴서 그랬을까요? 저는 속으로

‘얘야, 세상에는 재밌는 순발력게임이 한 트럭인데,

그 중에 캔디매치처럼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게임도 아니고

이런 단순 순발력게임을 산다고? 왜?

넌 잘 하지도 못 하잖아!!!’

라고 외쳤지만, 아내도 좋아해서 구매했네요.

-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그런데, 집에 와서 돌려 보니, (규칙에 적응한) 아이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겁니다. 왜 이러지? 했는데, 그러고 보니 어차피 도블도 아이한테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제가 잊고 있었더라구요.

40개월 딸과의 보드게임 입문기 : 도블 동물원

4. 나나

다음으로 간 곳은 언더독게임즈였습니다. 나나는 예전에 김군님 아지트를

방문했을 때, 좋은 인상을 받았던 터라, 이번에 아이와 함께 플레이하고 싶었던

게임이었습니다. 기억력게임이지만, 규칙을 보면 카드게임과 유사한 면이 있어서,

아이들에겐 마치 링코나 크라스 카리어트를 즐기는 기분을 선사할 거 같았기

때문이죠.

자리가 도통 나지 않아, 먼저 플레이하는 분들에겐 좀 죄송스럽지만 테이블 옆에서

기다렸다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 나나 카드.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기대한 게임인 만큼 아이가 어떤 플레이를 펼치는지 자세히 살펴봤는데,

엄마 아빠의 플레이가 뭘 의미하고 또 그걸 통해 뭘 기억해야 하는지 아직 제대로

파악 못 하더군요. 그래서, 좀 봐주면서 플레이했는데, (아이가 이미 잘 하는)

치킨차차 다음으로 플레이할 기억력 게임으로 제격이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아내가

“그림이 너~무 예쁘다.”

라고 두 번이나 얘기할 만큼 일러도 좋아서, 저학년의 갓겜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그동안 저에게 있어 기억력게임 최고는 ‘메모아르!’였지만,

앞으로는 나나를 꼽겠습니다.

-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그런데 이번에 나나를 플레이하면서, (보드게임 경력 3년인) 아이가 카드 여러 장을

펼쳐서 손에 든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집에선 늘 카드홀더를 사용하니까요.)

와중에 나나는 숫자 순서대로 정렬한 뒤 손에 들어야 해서 그런지, 더더욱

아이가 힘들어하는 겁니다. 아이가 겨우 정렬한 뒤 손에서 펼치려고 끙끙거리고

있길래, 아내가 도와주려고 하니까, 아이가

“카드 보지마!”

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 아내가 카드 뒤쪽에서 조심스레 펼쳐 줬네요.

5. 닉네임

나나를 플레이하고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 아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갓겜

고피쉬의 상위호환인) 닉네임에 관심을 보여 플레이했습니다. 간단한

기억력게임이지만, 고피쉬에 비해 (나나만큼은 아니지만 아이에겐) 약~간 요령이

필요한 게임이라 좀 봐주면서 플레이했고, 아내와 아이 둘 다 좋아해서

나나와 닉네임 모두 구매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저와 함께 닉네임 카드에 슬리브를 씌우던 아이는 자기 꿈이

(이 게임에 등장하는 직업인) 화가와 탐정이라고 얘기하더군요. 그림을 좋아해서

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소거법게임과 방탈출게임을 좀 했다고

탐정까지 되고 싶어할 줄은 몰랐네요.

슬리브를 다 씌우고 플레이하는데, 아이는 (엄마 아빠가 져 줘서) 게임에서

승리했음에도 (일러가 귀여워서 좋아하는) 스트리머와 작가를 자기가

못 가져갔다며 서럽게 우는 겁니다. 역시 아이는 아이구나 싶었습니다.

- 닉네임의 탐정, 화백, 스트리머, 작가

6. 주브르박물관 도난사건

다음엔 행밥 부스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자리가 없었지만, 진행 요원이

드랍 더 네트가 돌아가던 테이블의 한쪽 끝에 잔뜩 쌓인 게임 상자를

정리하시길래, 얼른 가서 앉아도 되냐고 여쭤봐서 겨우 앉을 수 있었습니다.

주브르박물관 도난사건은 룰북을 읽고 갔던 게임인데, 여기서 또 제 얘기를

조금 하면... 저는 시중에 소거법 게임이 워낙 많다 보니, 소거법에 다른 뭔가를

추가한 게임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순발력 요소를 살짝 더한

체크포인트 찰리처럼 말이죠.

-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그런데, 주브르박물관 도난사건은 소거법에 ‘베팅과 블러핑’을 더한 게임이라

흥미가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라이트 게임에 일가견이 있는) 필 워커 하딩의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 주브르박물관 도난사건

진행 요원의 설명을 들었는데, 간단한 게임 치고 규칙이 좀 많은 편이라

그랬겠지만 디테일까지 다 설명하시진 않더군요. 어느 정도는 눈치껏 알아서

플레이해야 했는데, 아이는 바로 옆에서 돌아가는 드랍 더 네트에 눈이 가 있어서,

저와 아내는 속으로 규칙도 제대로 모르고 게임을 엉망으로 하겠구나 했습니다.

근데 웬걸 끝나고 보니 1등 했더군요. 진행 요원도 1학년이 잘 한다며 칭찬하셨구요.

저랑 Whoowasit?과 여우와 탐정 등을 플레이한 짬밥이 어디 안 갔다고나

할까요? 이후에 집에서 저랑 두 번 더 했는데, 제가 다 졌습니다. 운이 제법

개입하는 소거법게임이라 그랬을 텐데... 암튼, 아이 운이 아주 좋네요.

여섯 살의 추리 갓겜: Whoowasit? (앱 버전)

여덟 살의 추리 갓겜: 여우와 탐정

게임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재밌어 하는데, 저는 재미 포인트를

못 찾겠네요. 2인플보다는 다인플이 더 재밌는 게임이라 그럴까요?

좀 더 해 보는 걸로~

7. 코잉스 패밀리

잔뜩 쌓인 행밥 게임을 놔두고 일어나기 아까워, 뭘 더 해 볼까

고민하다 1인플 퍼즐인 코잉스의 2인플 순발력게임 버전인 코잉스 패밀리를

아이와 해 봤습니다. 아이가 코잉스를 즐겨 했고,

일곱 살 딸과 즐긴 코잉스 퍼즐 후기: 1인용 테트리스 퍼즐

전부터 루빅스 레이스 느낌 나는 코잉스 패밀리가 궁금했기 때문이죠. 자세한

후기는 따로 글을 팔까 하는데, 암튼 집에 코잉스가 있어서 아내가 구매에

반대했지만, 제가 우겨서 구매했네요. 코잉스는 못 참죠.

- 코잉스 패밀리

8. 키즈 퀘스트

코잉스 패밀리까지 플레이하니 다섯 시가 거의 다 돼서, 코보게에서

키즈 퀘스트를 사서는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사실 이번 보드게임콘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게임은 키즈 퀘스트였습니다.

그동안 저학년을 위한 방탈출게임은 (제가 아는 한) 없었기 때문이죠. 게임을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갔을지 정말 궁금한데, 아직 플레이 못 해서 다음에 따로

글을 쓰기로 하겠습니다. (게임이 별로면 안 쓰는 걸로~)

- 구매한 게임

9. 마치며

이번 방문 내내 아내와 저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주차비였습니다. 무섭게

올라가는 요금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자니 더더욱 말이죠. 결국,

점심, 저녁 식사를 합쳐 1시간 무료는 달성했으나, 보드게임 구매는 주차비 정산에

포함되지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보드게임콘에서 보드게임 사는 데에만 10만원 정도 썼는데,

플레이한 게임은 웬만하면 다 구매한 걸 생각하면 체험 테이블이 많아서

여유롭게 이 게임 저 게임 다 플레이했으면 얼마나 더 샀을지 모르겠네요.

암튼, 아내와 아이가 너무 즐거웠다며 보드게임 행사에 또 가자고 해서

게이머로서 뿌듯했습니다.

아, 그리고 집에서 이번에 산 게임들을 며칠 더 플레이하고 아이에게 물으니,

타코 백 고트 치즈 피자가 제일 재밌고, 그 다음이 닉네임이라네요. 닉네임이

그 정도였나 싶었는데, 제 기대와 달리 아이에게 딱 맞는 수준이구나 싶더군요.

포션폭발과 닉네임 중에 뭐가 더 재밌냐니까 닉네임이 더 재밌다는 겁니다.

포션폭발을 통해 어린이게임에서 패밀리게임으로 넘어가려는 저의 큰 그림에

차질이 생기는군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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