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보드게임 후기

예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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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6-7 오후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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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새 보드게임으로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습니다. 원래 다른 취미도 많았는데 요새 집중해서 하는 건 보드게임뿐이네요; 며칠 전에는 동생과 광기의 저택을 마저 하러 갔다가 인스머스에서 탈출 못하고 폭도들에게 맞아죽었습니다 (에잇-_-) 알고보니 처음 게임했던 때는 규칙서를 안 보고 동생의 설명에 의존해서 하느라 곳곳에 에러플을 했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룰북을 둘이 다시 읽고 해보니까... 정말 어려웠습니다. 걸핏하면 찔리고 베이고 미치고...

아무튼 어제는 한 달 만에 하이텔슈리님 자택에 다시 방문해서 보드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매번 친절히 맞아주시는 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입니다... 대충 6시간 정도 게임을 했습니다.

1. Ostkreig

2020년 출시된 Compass Games의 워게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서도 동부전선만을 다루고 있으며 바르바로사와 천왕성 작전 두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규칙서도 매우 간단한 편이고 (근데 지금 집에 와서 읽어보니까 잘 쓴 것 같지는 않네요;) 특별히 기억해야 할 잔룰도 없습니다. 베를린-레닌그라드-모스크바-바쿠를 모두 점령하면 이깁니다.

전체 맵은 이런 모양입니다. 빨간색 도시(키예프, 바르샤바, 오데사, 로스토프 등등...) 점령에 따라서 다음 턴에 카드를 구입할 수 있는 점수가 왔다갔다하게 됩니다. 제가 소련, 하이텔슈리님이 독일로 플레이했습니다. 그로즈니, 바쿠 등 유전이 있는 도시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잔뜩 쌓여있는 독일군에 의해서 썰리게 됩니다. 이 게임이 특이한 게 소련은 맨 처음 굴릴 수 있는 주사위가 많지 않습니다. n유닛당 1개, 기갑전력에서 우세하면 1개, 항공전력에서 우세하면 1개... 이런 식으로 가는데 소련은 주사위를 굴리기 위해 필요한 유닛의 수가 독일보다 많습니다. 뭔 소리냐면... 독일 유닛이 하나라도 들어간 추축국 병력은 유닛 2개마다 주사위를 하나 굴립니다. 핀란드 유닛만 있는 추축국 병력은 유닛 2개, 기타 추축국 병력은 유닛 4개가 기준입니다. 그런데 1941년 소련은 유닛 6개가 있다고 주사위를 셋 주지 않고 하나만 줍니다(..) 이 요구치가 1942년에는 5유닛당 하나, 1943년에는 4유닛당 하나, 1944-1945년에는 3유닛당 하나로 줄어듭니다.

독일군이 몰려와서 국경도시를 다 뺏기고 레닌그라드도 함락당했습니다. 모스크바도 위험한 상황...!

모스크바마저 돌파당하고, 남부를 지키던 소련군은 포위당해서 보급이 끊겼습니다-_- 이 게임은 보급이 끊기면 공격을 못하더군요. 그러니까 말라죽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처음에 파르티잔을 소환해서 독일군을 방해해보려 했는데 잘 되지는 않았고요. 그 다음에 바쿠는 어차피 뺏겼구나! 하고 모스크바를 어떻게든 되찾아서 점수를 내기 위해 아르항겔스크와 카잔 양면에서 독일군을 열심히 두들겼습니다만 결국 뚫리지 않아서 패배했습니다. 게임 종료...

2.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후루요니)

요새 화제의 게임이죠. 저도 들어만 봤지 실제로 접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사전정보가 아무 것도 없어서 첫 판은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용어도 생소하고, 기본행동도 잘 이해하지 못했고요. 세 번째 판쯤 하니까 슬슬 감이 오더군요. 혹시 처음 하시는 분이면 '전진' (간격에서 자신의 오라로) '후퇴' (자신의 오라에서 간격으로) '휘감기' (더스트에서 자신의 오라로) '품기' (자신의 오라에서 자신의 플레어로) 네 가지는 숙지하시고 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패산' (통상패를 여기서 가져옵니다) '버림패' (사용한 통상패는 앞면으로 놓습니다) '덮음패' (코스트 등으로 지불한 통상패는 뒷면으로 놓습니다) '부여패' (벚꽃결정이 올라가있으며 그 결정 갯수의 턴만큼 효과를 발휘합니다) 도 알면 더 좋겠지요.

게임은 여신 2명을 고르고, 자신과 상대의 여신 2명을 고려해서 7장의 통상패와 3장의 비장패를 넣은 덱을 만든 다음, 7장의 통상패를 계속 썼다가 뽑았다가 썼다가 뽑았다가 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 게임에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해보니까 거리를 조절한다는 개념이 맘에 들었습니다. 대전격투게임 느낌이 솔솔 납니다. (물론 그런 장르를 안 좋아하시는 분은 재미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또 플레어도 상당히 흥미롭더라구요.

비장패라는 특수카드를 사용하려면 (보통 일회성입니다) 마력에 해당하는 플레어를 쌓아야 하는데, 플레어는 자신의 라이프를 소모하거나 (즉 상대의 공격을 맞아야 합니다) 오라를 내려서 쌓아야 하는 것이라 플레어를 누적시키려면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고, 상대가 내 플레어가 쌓이도록 가만히 봐주지도 않습니다.

첫 판에는 히미카/유리나로 진행해봤습니다. 근거리랑 원거리를 모두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골라봤는데 이도 저도 못하고 약간 어정쩡한 느낌으로 되더군요; 기본 여신들의 조합이니 아마 연구가 되어있을 텐데, 제가 통상패 덱을 잘못 짠 탓이겠지요.

그래서 두 번째 판은 중거리/원거리에서 효과를 볼 수 있게 히미카/사이네로 해봤습니다. 사이네로 대응카드를 내려고 했는데 잘 안된 거 빼고는 이전 판보다는 무난하게 진행했습니다.

임페리얼 타이드를 하고 나서 마지막 게임으로 후루요니를 두번 더 했습니다. 하이텔슈리님이 이전에 첫 판이었는지 두 번째 판이었는지 유키히의 '일렁이는 불꽃'으로 대미지를 꽂으셔서 죽었던 게 꽤 아파서 저도 유키히를 한번 해보려고 유리나/유키히 조합을 들었는데 잘 운영을 못하겠더군요. 그래도 '달그림자 떨어지니' 한번 써본 것은 만족... 그리고 '일렁이는 불꽃'을 영거리에서 꽂았는데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서 달아나셔서 허무해졌습니다만 결국 착실하게 깎아온 라이프의 힘으로 5/5짜리 공격카드 '저력'을 명중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재밌게도 하이텔슈리님은 오라와 라이프가 4/4 남아있었고, 또 들고 계신 카드 조합을 보니 이걸 안 썼으면 다음 턴에는 무조건 제가 죽었겠더라고요.

암튼 개인적으로 게임에 대해서 느꼈던 감상들을 다시 덧붙여보자면...

-덱 구성이 전략적이고, 핸드 관리와 간격의 개념이 재밌다.

-오라/플레어/라이프라는 자원을 잘 신경써야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용어가 아무래도 생소하므로 기본행동과 패에 관한 단어 정도는 미리 숙지를 해가면 좋다.

-초보를 위한 덱 추천이 제공되긴 하지만, 어차피 이 게임은 상대의 여신에게 어떤 카드가 있고 그게 나에게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반쪽짜리 도움이다;

3. Imperial Tide

역시 Compass Games의 워게임이며, 1차 세계대전을 다룬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저는 생일선물로 애인에게 이 게임을 선물로 부탁하기로 확정했습니다 ^^v

이전에 동부전선이 뚫려서 처참하게 진 아픈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민스크를 주기적으로 때리면서 러시아군을 두더지 잡듯 때려잡았고(탄넨베르크! 탄넨베르크!) 남쪽의 베오그라드도 먹고 갈리폴리 상륙도 저지하면서 어느 정도는 순조롭게 진행되나 했는데... 서부전선에서 구멍이 생기면서 브뤼셀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려서 졌네요-_-;; 제가 패 관리를 잘 못한 탓도 있는 듯 합니다. 다음에는 꼭 이겨보리라!! 그렇게 다짐하면서... 게임을 마감하게 됩니다. 동맹으로 두 판을 해봤으니 다음에는 협상을 해도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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