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러너와 마지막 확장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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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0 18:30

많은 게이머들을 아주 의아하게 만들었던 넷러너의 상표 라이센싱 만료로 인한 단종 소식이 있은지가 벌써 10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넷러너에 비교적 최근에 빠져서 이야 엄청 잘만들었다 이건 진짜 갓겜이다 하면서 정신 못차리고 있었는데요,

마찬가지로 단종 소식을 듣고 엄청난 충격에 빠져서 아직까지도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는 문제가 더더욱 심각합니다.

단종 자체도 그렇지만, 그에 따른 FFG사의 대처부터 시작해서, 2017년 월드챔피언십 덱에 난무하는 오타라든가, 여튼 넷러너는 지난 10일 동안 이슈가 쏟아지고 있긴 합니다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번달 출시할 마지막 확장팩인 R&R의 수급 문제입니다.

수급이 예상보다 아주 아주 못미쳐서 플레이어들이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정식출시일까지 일주일 가량 남았기 때문에 프리오더인데도 이 지경이라는 겁니다.

말인즉 프리오더가 물량의 처음이자 끝이고, 더 이상 추가제작이 없을거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을 넘어서 FFG(판타지플라이트)사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리테일판인데 한정판?

얼마나 물량이 적게 풀렸냐면, 캐나다의 소매점 사장에게 듣기로는 캐나다 전체에 약 200여개, 호주에는 20개~50개, 미국과 유럽에는 (추정) 각 1500~2000개 하니 넷러너의 명성과 플레이어 수를 생각하면 정말 터무니없이 부족한 물량을 인쇄한 것입니다.

FFG사는 넷러너의 모든 제품이 10월 22일부로 판매되지 않을 것임을 이미 공언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제품을 전부 파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물량은 지나치게 적기 때문에 불만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레딧에 해당 쓰레드와 같은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판매자로부터 물량이 부족해서 공급을 못해주겠으니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일입니다. 일반 게임소매점이 아니라 아마존에서조차 이런 현상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때다 싶어 가격을 야금야금 올리는 셀러들이 등장하고, 결국 100$을 넘어가는 가격마저 등장했는데, 그마저도 없어서 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디럭스 확장이야 원래 가격의 3배 올라간지 오래고, 오더앤 카오스 같은 경우는 저 가격에조차 물건이 아예 없고..

데이터팩도 일부 물량이 적지만 수요가 많은 Blood Money 같은 경우 개당 60$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는데, 다행히 데이터팩의 경우 현재는 공급이 어느 정도 잡혀서 비교적 가격이 안정된 상황입니다.

저도 원래 장기적으로 천천히 좋아하는 팩션에 필요한 카드 중심으로 느긋하게 데이터팩을 하나씩 모으려 했으나, 불의타를 맞고 일단 물량이 있는 것을 다 긁어모으자는 생각에 지난 10일 동안 뭄바드 이후 플래시포인트, 레드 샌드, 키타라 사이클과 디럭스 확장에 개정 코어 2.0 여러개와 년도별 챔피언십 덱, 매트까지 일단 물건이 있으면 웃돈을 주더라도 전부 주문하고 나니 배대지 포함해서 500불이 넘는 지출이 생겼는데,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오더 앤 카오스는 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원래 게임이 종료되면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다 떨이로 팔아넘기는게 상식인데, 넷러너는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기존에 넷러너의 게임성에 대한 호평을 듣고 해보고 싶었으나, 무한 확장으로 손을 대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이야 게임이 드디어 완성됐구나, 한번 들어가볼까" 하고 전부 지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 넷러너를 가장 많이 파는 곳인 보드엠에서도 지난 주까지만해도 최근 사이클에 터미널 디렉티브까지 전부 수량이 넉넉히 있었는데, 지금 보니 전부 품절이 되어버렸고.. FFG가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걸까요, 적어도 마지막 확장팩의 물량을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해외에서의 여론은 FFG에게 배신당했다는 느낌이라는 쪽이 지배적입니다. 10월 이후로 남은 물량을 전량 파기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LCG의 시조이자 대표격이고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현역으로 잘 돌아가는 게임에게 조금 과하게 신중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라이센싱 문제로, 즉 타의로 게임이 없어지는 것이야 사업의 영역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프리오더 하라 해서 했더니 몇 주 지나고 물량이 부족해서 못팔겠네요 ㅈㅅ, 하는 것은 애한테 사탕 줬다가 뺏는 것도 아니고, 지난 6년 동안 게임을 아끼고 사랑했던 충성스러운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모습으로 심히 좋지 않습니다.

넷러너는 정말 훌륭한 게임입니다. 어쩌면 제가 해본 게임 중에서 가장 잘 만들었고, 가장 분석할 거리가 많은 게임일지도 모릅니다. 당장 유튜브에 넷러너를 검색해봐도 역대 최고 수준의 카드 게임인데 이런 식으로 단종된다는 취지로 아쉬워하는 수많은 영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단종 이후의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대비를 하면서 게임의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정작 제작사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