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지니 & 유정"s 플레이스) 모임 방문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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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7 11:40

지난 후기에 이어서 :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9713&id=raccoon&tb=community_post&game_category=

<캐나다는 배달 음식을 시키면 저런 플라스틱 칼을 주지 않아요. 신기해서 기념으로 챙김.jpg>

처절하게 발린(?) 다음 게임은 휘슬마운틴.

이 게임은 예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보인 작품입니다. 자원이 그려진 철골이 보드 위에 세워지는 점도, 그 위에 기계가 설치되며 일꾼(비행기구)을 놓을 수 있는 장소가 되는 점도, 일꾼(비행선)주변에 닿는 철굴/기계자원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 수위가 높아지며 일꾼이 밑으로 떨어진다는 점도 흥미로웠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액션 칸에 일꾼을 배치한다는 개념을 넘어 '어떻게 배치'된 액션에 '어떤 위치'에 '어떤 크기'의 일꾼을 배치하는가 하는 선택지가 겹겹히 추가 되기 때문에 좀 더 재밌는 상황이 나오리라 생각했어요.

생각할거리가 많으면 많을 수록 실력차이가 도드라지게 나는 법. 전 아무래도 이러한 요소들이 눈에 익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수를 찾아도 지니님이 자원을 1~2개 더 가져가는 알짜배기 자리를 잘 찾아내시더라고요.

또한 톱니바퀴 + 카드 효과 + 기본능력이 서로 잘 맞물리는 순간 상당한 길이의 콤보가 터지는데 이런 연계를 볼 수 있는 눈 또한 점수차이를 확실하게 벌려놓는 차이가 되겠더군요.

그 때 느꼈죠. 아~ 이건 보기엔 간단한 일꾼놓기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급자용 게임에 가깝구나~ 하고요.

룰북을 읽으며 어떤 재미일까 상상하는 일이 많은데, 휘슬마운틴은 제가 상상했던 재미와 거의 일치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다만 좀 갸우뚱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작업 후 우측으로 빠지며 앞으로 물에 빠지지 않는 일꾼은 그렇다쳐도... 걔들이 위 아래로 움직이며 뱃지를 모을 수 있는게 제대로 된 규칙 맞아? 너무 센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ㅋㅋ 원래대로라면 철골설치->일꾼배치->기계배치 라는 3단계 작업을 해야하거든요. 너무 단축되는거 아냐? 싶은 생각이...

어쨌든 게임은 만족!

다만 이 투박하게 생긴 점수타일은... -_-;; 아크노바의 만들다 만듯 한 돈 타일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도 게임 내내 이걸 계속 가져오기 때문에 좌륵거리며 가져오는 손맛은 은근히 있었어요.

전기님이 합류하여 3명이서 즐긴 쿼키 서킷.

미션이 나온 페이지를 하나 정하고 플레이어가 함께 비공개로 카드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내려놓은 카드는 최소 5장이어야 하며 각 플레이어는 최소 한장을 내려 놓아야 하는데요.

노란색 카드는 반드시 가장 먼저 써야 한다는 점. 카드 뒷면을 보고 상대방의 카드를 예측하여 내 움직임을 정해야 한다는 점. 카드 카운팅이 어느 정도 된다는 점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이 날 했던 게임 중 인상이 정말 좋았던 작품 중 하나예요.

카드와 함께 몸을 돌려대며 카드를 정하는 지니님은 일단 제껴두고(...) 전기님이 비공개로 내려놓는 카드를 빤히 보고 있으면 '...이런 카드가 남아있으니 아마 이런식으로 움직이겠구나... 최악의 경우엔 이러이러해서 고양이가 저쪽 구석으로 빠지겠구나...' 하고 예측이 되더군요. 그리고 그 움직임에 보탤 수 있는 카드를 내는 방식으로 게임을 운영했는데, 실제로 카드를 공개하면 전기님의 카드는 제 예상범주 내에서 카드를 사용하셔서 호흡이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니님이야 뭐... 일종의 노이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프로그래밍 게임의 기본을 유지하면서도 협력이라는 작은 변화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낸 게임이라 만족 만족! 외팔이 로봇, 벌, 고양이, 개 등 다양한 기물로 다양한 미션을 진행하는 점도 참신하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종류의 미션게임은 첫 3페이지 정도만 열심히 하게 되는 단점이 있죠 ㅋㅋ

전기님은 귀가하시고 다음은 야옹섬.

'테트리스 게임을 좋아한다' 이거 하나 만으로 추천 받은 게임인데요. 처음부터 일러스트가 별로일 수 있다고 대놓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괜찮더라고요. 고양이의 색과 외관에서 묘~하게(猫~하게. 이해하셨나요? 키히히) 이질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판타지 테마라는걸 이해하자마자 곧바로 납득. 그 때부터는 각 고양이마다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하는 마음가짐이 되어서 되려 재밌는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게임의 매력은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겠네요.

1. 매 라운드마다 진행하는 드래프팅이 꽤 재밌어요. 두 장씩 가져가기 때문에 늘어지는 느낌도 들지 않고, 튼튼상자 위주로 카드를 가져와 고양이를 더 가져올 것인가, 신발 위주로 가져와 우선권을 노릴 것인가, 격언을 많이 챙길 것인가, 보물을 챙길 것인가, 특수효과를 챙길 것인가 하는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점이 좋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드래프팅 된 카드에서 딱 필요한 것만 돈을 주고 사온다는 점도 좋았어요. 상대방 막으려고 가져온 카드가 제 목을 조르는 일이 없거든요. 이런 점에선 테포마가 살짝 생각나더군요.

2. 매 라운드마다 주어지는 20개의 물고기 덕분에, 드래프팅을 함에도 자원이 쪼들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2인플이라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데려오는 고양이가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지도 않았고요. 그렇다보니 겨우 5라운드 밖에 주지 않아 전체적인 액션 수는 부족하다 느껴도 각 액션마다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3. 추가 점수를 주는 격언 카드가 재밌습니다. 감점으로 여겨지는 요소를 득점으로 바꿔버리거나, 제한된 고양이 종류/색에 승점을 건다던가, 보물의 갯수에 대한 점수를 준다던가 하는 등 게임의 규칙을 비틀어버리는 것은 물론이요, 공개 격언은 모두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에게만 이득이 되는 격언을 깔아댈 수 있는 점도 재밌는 견제가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다인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테트리스 게임이 또 있던가? 싶어요. 일러스트만으로 소리없이 묻히기엔 아깝지 않나 싶습니다.

디자이너가 색 구분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는건 참 좋은 것 같아요. 불편함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데까지 생각이 닿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 하거든요.

마지막 게임은 판타스틱 팩토리 + 확장.

음, 인정할게요. 예전에 이 게임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이름도, 디자인도, 게임 설명도 영 별로였던지라 그닥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었어요.

라운드 시작시 건물/인력을 하나 가져오는 것도 간결하고. 실제로 엔진이 돌아가는 단계는 동시에 처리하니 웬만해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멍하니 구경할 일도 없습니다 (저는 엔진빌딩류 게임을 처음 배울 땐 유독 약해서 제대로 된 엔진을 못짓는 바람에 지니님 하는걸 한참 구경하긴 했지만요.).

그 가벼움에 비해 생각할거리가 꽤 있어서 놀랐는데요.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다보니 어린이가 있는 가족에게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좋은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묘하게 가족용 레이스포 더 갤럭시 느낌이 살짝 들었어요. 하나하나 뜯어보면 크게 닮은 점은 없는데 말이죠... 어쩌면 엔진이 돌아가는 방식이나 게임이 끝나는 조건(카드 10장 이상 / 상품 12개 이상) 때문일지도?

다만 게임 내내 의문이 하나 있었는데요.... 건물이랑 사람이랑 일러스트의 퀄리티 차이가 너무 크게 나지 않나요 이거 ㅋㅋㅋㅋㅋ

지니님께 "이거 혹시 아티스트가 두 명인가요? 두 그림의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른데요. 하나는 일러스트레이터. 하나는 윈도우즈 그림판으로 그린거 같은데요." 라며 물어 볼 정도였어요. 혹시 디자이너가 건축 카드를 먼저 작업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후임이 이어 받았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그런데 아티스트가 한 명인걸 보면 그건 또 아닌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