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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같이 놀아줄게 - 모임

2,758 조회

2022.02.10 13:03

많은 보드게이머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는 고민 하나.

"게임은 많은데 같이 게임 해줄 사람이 없어!"

그런 친구를 위해 찾아가는 "내가 같이 놀아줄게" 모임입니다 ㅋㅋㅋㅋ

이름은 거창하게 지었지만 사실은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네 놀러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콜렉션을 한바퀴 돌아주는게 주 목표인 즉석 소모임이예요.

상대방 아내의 이름을 빌려 "자, 해보고 싶었던 게임 다 꺼내봐. 로히드(제가 사는 동네 이름)의 OOO(상대방 아내이름)이 되어 네 게임을 다 돌려줄게!" 라고 말하며 무슨 게임을 꺼내든 함께 즐기죠.

당연히 상대방은 징그럽다고 반발하지만요 ㅋㅋㅋㅋㅋ

첫 게임은 러시안 레일로드. 누가봐도 아내가 싫어할 것 같은 이 게임... 테이블에 올라온게 놀랍지 않아요. 사실 저도 이 게임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거든요. 음, 정확히 말하면 좋아하지 않'았'다. 가 맞는 표현 같네요.

평소라면 이 게임을 언급했을 때 "으" 라며 기피했을텐데요. 요즘엔 이런 기회조차도 꽤 달갑게 여깁니다. 과거의 제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게임을 일부러 다시 해보며 '왜 나는 이 게임에서 매력을 찾지 못했을까? 내가 놓친 무엇인가 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게임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려고 하거든요.

만약 예전의 인상이 10점 만점에 2점 정도였다면 이번엔 6점 정도인 것 같아요. 처음엔 뭘 우선시 해야하는지 몰랐어요. 이번엔 주요 철로를 쭉쭉 밀어대며 동시에 하단에 있는 트랙을 필요한만큼만 밀어서 보조하는 느낌으로 운영을 했는데 예전보다 좀 더 운영을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과정에서 기차 업그레이드가 필수인데, 상대방에게 좋은 기차를 주지 않기 위해서 밀고 당기기 / 일꾼 수 카운팅을 하는 과정도 재밌었어요. 방향을 좀 더 알겠다는 느낌?

왜 이 게임이 싫었을까? 많이 생각해보았는데, 처음 이 게임을 배웠을 때 정돈되지 않은 설명으로 꽤 혼란스러웠던 느낌도 강했고, 무엇을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으니 점수가 뻥뻥 터지는데서 오는 재미도 잘 못느낀데다, 한 수 한 수가 누적되어 쌓여가는 강력함도 그만큼 색이 바랬던 것 같아요. 러시안 레일로드의 장점을 머리로는 이해 했지만 하나도 체감하지 못한 셈이죠.

이 사진을 보며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는데, 주요 트랙을 최소한으로 밀고 보라색 영역을 밀어대는 것도 전략이 될까? 중간에 있는 두 트랙만 밀어대는 것도 유효한 전략일까?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전략을 좀 더 이해하면 7점도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인플의 경험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아를의 평원도 좋은 게임이죠. 좋아하기도 하지만 워낙 오래전에 즐겼던 게임이라 다시금 설명을 받고 오랜 기억을 더듬어가며 즐겼어요.

다양한 행동을 하는데도 그 하나하나가 상당히 소박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드는 게임이다보니 우베 게임 중에서도 꽤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르아브르, 카베르나, 오딘, 아콜 같은 기라성 같은 게임들에겐 많이 밀리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밥 스트레스 없이 하고 싶은걸 하며 예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게임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 점에선 나름 빈틈을 잘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아를의 평원을 하면서 친구와 했던 잡담이 떠오르네요.

너굴: "생각해보면 말이죠. 이런 게임은 해외니까 가능한 테마겠죠."

개굴: "네?"

너굴: "봐요. 대구의 평원. 이런 느낌일까요? 부산의 언덕. 이런 느낌이 날까요?"

개굴: "......"

너굴: "안산의 공단. 이런 느낌은 절대로 아닐거란 말이죠."

개굴: "저기, 행님 차례이십니다."

워체스트는 제가 잘고 싶은데 정------말로 못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나름 잘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전략을 짜면서 해보지만 마음처럼 잘 되질 않아요. 그래서 이 친구에 워체스트를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다양한 병종을 뽑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유닛 증원에 집중했는데, 오히려 드로우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소규모 병력에만 집중했더니 여기저기 점령당하며 패배하게 되더고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요즘엔 인터넷 글을 뒤적이며 워체스트 노하우 글을 찾아보고 있어요.

제가 근본적으로 게임의 핵심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말예요.

웬만한 추상전략 게임을 해도 쉽게 지치지 않는데... 이 게임은 한판만 하면 머리에서 김이 푹푹 나는 것 같아요. 단순 수읽기에다가 확률 및 카운팅까지 해야해서... 정말 녹록치 않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어렵다 / 이해가 안된다 / 운의 요소가 너무 크다는 인상만으로 게임 자체에 대한 평을 낮추진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래서 제 Top100에 올라오기도 했죠)

좀 더 이 게임을 공부해서 상대방을 압살 해보고 싶습니다.

이건 제가 가르쳐주려고 가져온 게임이예요. 제 탑 100을 보신 분이라면 제가 이 게임을 굉장히 좋아한다는걸 아실텐데요. 이번에 친구에게 영업을 해보려 가져왔습니다.

영문판이라 영어가 많긴 하지만, 자신의 종족 특성만 이해하면 되기 때문에 게임 내내 읽어야 할 텍스트는 많은 편이 아니예요.

푸른색 덱은 회복에 특화되었고 녹색(제 덱)은 저비용과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덱인데... 주사위 똥손 너굴과 그 친구 아니랄까봐 서로 미스를 열심히 굴려대며 난타전을 벌인 결과.

상대방 진영 구석까지 몰아붙이며 치고박고 싸우다 결국 패배 ㅠㅠㅠ 하지만 첫 게임부터 명승부가 펼쳐질 정도로 재밌게 했어요. 친구도 이 게임을 해보더니 굉장히 재밌다고 호평! 재밌게 즐겼다니 저도 좋더라고요.

돈을 펑펑 쓰고 싶은 우리들의 소망을 게임으로 풀어낸 작품. 라스트 윌이예요. 돈을 많이 버는 게임들과는 달리 돈을 빨리 소진시키는게 목적인 게임이죠.

이 게임은 예전에도 가지고 있긴 했습니다만 저는 팔아버린 게임이예요. 결국 돈에 대한 접근방식(빨리 버느냐/쓰느냐)이 다를 뿐 핵심 맥락은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게임을 접하니,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좋더군요 ㅎㅎ

게임은 그 자체적인 가치보단 함께 했던 추억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스탄불 다이스군요.

본판이 가직 레이스 요소를 주사위로 아주 잘 녹여낸 멋진 작품이라 생각해요. 특히 주사위를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냥 허투루 낭비하는 일이 거의 없는게 좋아요. 꽝이라는 느낌이 거의 없죠.

본판과 다이스버전을 비교하면 공간적 퍼즐요소가 담겨있는 본판이 좀 더 낫다고 생각은 들지만, 짧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다이스 버전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판을 주사위로 제대로 컨버팅한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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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이야기

후후후, 여기에도 번외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모르셨죠?

1. ...그거 희귀한 새 아냐?

제 주변엔 브라질 출신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브라질 문화에 많이 노출 되곤 하는데요. (최근에 포르투갈어를 배우다가 좀 더 범용성 높은 스페인어로 갈아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최근 브라질에 놀러간 친구가 "이거봐, 우리집 뒷마당에 있는 새야" 라며 사진을 보내줬는데...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이국적인 새가 무슨 비둘기처럼 나무에 앉아있더라고요? -_-;;;

참 이런 사진을 볼 때마다 세계는 정말 넓고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선물 전달 완료!

Top 100에서 언급했던 13살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선물을 전달 했습니다.

건너건너 전달한거라 받았을 때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아마 놀라면서 좋아했겠죠?

지나가듯 "딕싯이 제일 재밌었어요" 라는 말을 기억했다가 선물로 챙겨줬거든요.

매일 밤 그 친구의 가족이 재밌게 딕싯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 좋겠네요.

3. 캐나다에서 일하는 모습

브라질 친구가 2년전에 찍은 사진이라며 보내주었습니다 (가장 우측에 있는 아시안이 저예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기 전에는 이런 날도 있었구나- 싶네요.

테이블 우측에 있는 황갈색 상자는 매직더개더링 덱이예요. 그 옆에 있는 DC 코믹스 덱박스에도 매직더개더링 카드가 좀 들어 있습니다.

당시엔 점심 먹고 한두판씩 게임을 즐기곤 했는데... 이젠 정말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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