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내가 해본 게임들을 정리해보자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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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1 13:12

근래에 보드게임콘도 다녀오고 해서 게임이 좀 쌓였네요. 썰 좀 풀어보겠습니다.

192. 팬암

보통은 과거에 사고 싶었는데 사지못했던 게임들에 눈이 가는데 이상하게도 신작인데 보는 순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항공 마니아분을 보드게임으로 끌어들이려고 항공사, 비행기 관련 게임들을 많이 찾아다녔었는데 그때 이 게임이 없었다는 사실이 아쉽다. 구할 방법이 없고 하던 차에 11번가-아마존 재휴로 사게 됐다. 해외 구매 중에 이만큼 후회 없던 게 없었던 거 같다. 같이 해본 후배는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고 극찬했다.

[게임평]

티켓 투 라이드보다 약간 어려우면서 전략성이 있고, 시간이 짧아 초보자와도, 많은 게임을 해본 사람들과 해봐도 두루두루 좋다. 굳이 단점을 골라야 한다면 쉬운 편이라 아주 복잡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밋밋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193. 가슴, 엉덩이, 햇빛

Titten Ärsche Sonnenschein Cover Artwork

독일어로는 Titten Ärsche Sonnenschein. 번역은 제목 그대로다. 친구들과 할만한 '야한'게임을 좀 찾아다녔는데, 그래도 약간 게임성이 있길 바랐다. 그래서 찾아낸 게임이 이 게임. 야하다곤 하지만, 일러스트가 수영복인 정도다. 셋콜렉션이라 같은 종류 카드나 같은 색깔 카드를 모아야하는데 가슴 카드를 버릴 때 '가슴!'이라고 외쳐야하는 점이 포인트다. 아무하고나,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그래도 이걸 구하려고 처음으로 배송 대행지까지 써가며 독일 해외 구매를 해봤다. 다행히 유로가 싼 때라 돈은 많이 안 들었다. 여담으로, 일본어 규칙과 영어 규칙이 있는데 다 번역이 이상하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독일어를 직접 번역했다. 어쩌면, 제대로된 규칙으로 플레이한 사람은 한국에 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규칙서는 공유할까 하다가 게임도 등록이 안 돼 있어서 관뒀다. 대표적인 일본판 오역으로는, 카드 종류가 가슴, 엉덩이, 매력남, 선샤인(해변 의자)인데 가슴, 엉덩이, 의자, 선샤인이라고 해버렸고, 맨 마지막에 카드 색깔 별 추가 점수 확인하는 부분 번역이 엉망이다. 영어 버전은 기억은 안 나는데 더 심했다. 일본어와 영어 모두 샹그리아 카드 훔쳐오기 부분이 제대로 번역이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

[게임평]

훌륭한 게임이라고는 못하겠다. 나에게는 추억은 있다. 그냥 단순히 모양, 색깔 카드 모으기다. 게임을 빌어 합법적으로 '가슴!'을 외치고 싶은 사람이외에는 추천하기 어렵겠다.

194. 탱크 헌터 걸즈 앤 판처 에디션

같이 해전(네이벌 배틀)을 했던 친구들이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탱크도 좋아한다. 그래서 호쾌하게 즐길만한 탱크 보드게임을 좀 찾아봤다. 월드 오브 탱크 카드게임도 있고 미니어쳐 게임도 있지만, 오히려 이 게임이 더 호쾌한 맛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아마존을 이용했다. 배송비가 싸서 미국 배송보다는 할만하더라. 원작은 탱크 헌터라는 일본 게임이고, 원작이 있는데도 굳이 이 버전을 샀다. 원작은 더 많은 탱크도 나오지만, 포병에 보병도 있고 추가로 공중 타격 같은 다양한 카드를 제공해서, 내가 바랐던 가볍고 쉽고 호쾌한 탱크 게임에는 이것저것 쳐낸 이 게임이 적절했다. 원작(탱크 헌터 2판)은 보병이 탱크를 공격할 때는 공격력 얼마고 탱크가 포병 공격할 때는 얼마고 하면서 달랐고, 이 버전은 그냥 탱크만 나와서 그런 복잡함이 없었다. 걸즈 앤 판처라는 애니메이션도 그 김에 봤는데 여고생이 탱크를 탄다는 정신나간 설정만 넘어가면 의외로 전차전 부분이 영상과 소리가 좋고 재밌다. 여자애들 나오지 말고 어서 전차 나와라 하게 된다. 지인을 이용해 일본어 규칙 번역까지 유료로 했는데, 아직까지 몇 판 못했지만 오래 남을 수 있을 거 같다. 나중에 길게 시간 내지 못할 때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거 같은 좋은 게임이다. 회피 규칙과 돌격 규칙은 꼭 넣어서 하는게 좋다. 그래야 기울어진 상태가 돼도 그냥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회피 규칙은 게임의 무작위성을 더 올려주고, 돌격 규칙은 전략성을 더 올려준다. 오타쿠 친구가 공격력0에 방어력0인 가장 약한 이탈리아 전차 한대로 4번을 피하면서 후에 증원군을 얻어 극적인 역전승을 한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오타쿠 게임은 오타쿠에게 이길 수 없었다 ㅎㅎㅎㅎ

[게임평]

엎치락 뒤치락 하게 되고, 깔깔대면서 할 수 있다. 탱크 일러스트도 꽤 괜찮다. 15분~20분 정도면 끝나서 중간에 쉬어가는 게임으로 하기도 좋다. 그러나 주사위 운으로 점철된 게임이니 그런 게임 안 좋아하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195. 더 킹스 딜레마

왕의 딜레마라고 하지 번역 안 한 게 아쉽다. 처음으로 한 레거시 게임이다. 지금은 9번 진행했고, 미스터리 카드를 2개 공개했는데, 언제 6개가 되려나 모르겠다. 이야기가 풍성해서 좋다. 다음 게임의 왕 이름을 정하고 싶어서 이기고 싶은데 다섯 명이 다른 생각으로 움직이다보니 쉽지 않다. 명망이 높아야 캠페인 승리일지, 갈망이 높아야 승리일지 알 수가 없어서 쪼이는 맛이 있다. 내가 이렇게 진행하고 있는 게 잘 하는 걸까? 하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

[게임평]

레거시 게임의 재미가 확실히 느껴진다. 그러나 테마몰입을 해야만 한다. 보드가 나라의 여러 수치를 나타내는 트랙뿐이라 이야기가 진행될 때 잘 듣고 상상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어야만 게임이 재밌을 것이다. 안 그러면 그냥 계속 투표만 반복하는 지루한 게임으로 느껴질 거 같다.

196. 18릴리퍼트

18시리즈를 좋아하니 관심은 갔다. 그리고 모두의 평에 동의한다. 18스러운 유로게임이다. 그래도 18시리즈답게 계산 많이 하는 건 어디 안 가더라. 행동을 선택해서 그것만 해야하는 데서 오는 답답함이 상당하다. 선택을 한정해주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거다.

[게임평]

라운드 수가 정해져 있는데, 끊기는 잘 끊은 거 같다. 걸리는 시간은 부담되지 않는다. 회사 경영을 잘 해야하는 게임보다는 행동 선택을 잘 해야 하는 게임처럼 느껴진다. 서로 길을 막으며 견제하는 상호작용은 18시리즈 다웠다.

197. 유니콘 기사단

11번가에서 잘 물어온 게임. 늘 '보급'이 중요한 전쟁 게임을 원했는데 딱 그런 게임이었다. 여태 해본 어떤 게임보다도 보급이 중요하다. 대체제가 없는 느낌의 게임이다. 테마성도 풍부하고 전략에 대해 생각하는 재미도 있다. 초보자를 위한 전술가 공주는 오히려 재미가 없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공주가 이 게임에 더 어울린다.

[게임평]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맛을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캐릭터도 많고 신경 쓸 게 많아보이지만, 결국 멀리 있는 애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플레이어들 가까이 있는 캐릭터들만 살펴보면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히 모든 캐릭터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단점으로는 지도가 딱 맞게 결합되는 게 아닌 점과 전투 규칙이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점.

198. 탑텐 TV

보드라이브에서 하는 걸 보고 관심이 갔고, 보드게임콘에 가서 해봤다. 레크레이션으로 정말 좋은 게임. 하는 사람들이 성격이 다양하고 가치관이 다양해야 더 재밌을 거 같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일 일이 없어서 안 샀지, 아니면 샀을 거다. 어찌 생각하면 내 마음의 주파수와 비슷한 느낌일까?

[게임평]

비 보드게이머와 하기 더 좋은 게임. 동작만 쓰는 부분 때문에 너무 쑥쓰러움 많은 사람들이랑은 못할 거다.

199. 시밀로

간단한 게임이지만 꽤 좋았다. 스무고개라고 할 수 있고, 말로 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바와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게임의 재미를 돋궜다. 보드게임콘에서 했는데, 가르치시던 분이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하셨으면 좋았겠는데, 마지막에 '아 이거 나왔으니 너무 쉽게 됐네요'하고선 고양이 카드를 바르게 내는 바람에 채셔 고양이가 답인걸 알았다. 그냥 말 없이 냈으면 고양이란 소릴까? 사람이 아니란 걸까? 이런 식으로 좀 더 고민할 수 있었을텐데.

[게임평]

탑텐TV보다는 쉽게 질릴 거 같다. 아무래도 카드가 한정돼서 많은 새 버전을 요구할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들과 하면 더 좋을 거 같다.

200. 서버비아

심시티 같은 컴퓨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었고, 2018년에 처음 본 순간부터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 혼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 사고 있었는데, 보드게임콘에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쉽고, 빠르게 진행됐으나 역시 혼자하는 느낌이 굉장히 심하다. 타일 하나 놓을 때마다 신경쓸 것도 많고. 좀 아쉽다. 신경 많이 써야하는 건 그렇다치고, 좀 더 상호작용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게임평]

혼자 뭔가 꾸며가는 걸 좋아한다면 좋은 선택일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그리고 구성물이 상당히 좋다.

200개가 됐군요. 아직 안 쓴 게임이 7개 있는데 10개 채워서 쓸지 먼저 풀어낼지 고민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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