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파이드 리뷰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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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5 오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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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이번에 얘기할 게임은 보드게임 모임 'The One Dice' 회원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해 주셔서 플레이해 본 협력게임 호러파이드입니다.

- 시민을 에스코트하고 있는 주황색 히어로 앞에 드라큘라가 나타났다.

바닥에는 노란색 아이템이 떨어져 있다. 출처: 보드게임긱

(0) 간단 소개

히어로들이 협력하여 아이템을 모으고 이를 사용하여 마을에 출몰한 몬스터들을

모두 물리치면 승리합니다. 중간중간에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들이 있는데, 그들을

에스코트하여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면, 은혜를 잊지 않고 히어로에게 협력합니다.

히어로나 시민이 몬스터로부터 피해를 입을 때마다 마을은 점점 더 공포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공포가 극에 달해 몬스터에 지배 당하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1) 깔끔한 규칙

이 게임에서 각 히어로와 몬스터는 저마다의 특수 능력을 갖고 있으며, 몬스터마다

다른 방법으로 물리쳐야 하고, 각 차례에는 랜덤 이벤트가 하나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텍스트로 설명되기 때문에, 규칙상 애매한 경우가 발생하고,

더 나아가 규칙 설명서를 봐도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상할 게 전혀 없습니다.

규칙이 애매할 때, 확인하고 명확화하는 절차

그래서, 이런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는 보통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 게임은 왠지 그냥 플레이할 수 있을 거 같아 (게임의 흐름이 팬데믹 시리즈와

유사합니다!), 규칙 설명서의 앞부분만 몇 번 읽고 진행해 봤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무리 없이 진행됐고, 딱히 에러플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만큼 규칙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더라구요.

게다가 규칙 설명서의 뒷부분에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규칙 명확화도 잘 정리돼

있어서, 의문스러울 때 찾아보면 다 해결이 되더라구요. 규칙도 깔끔하고,

규칙 설명서도 정말 마음에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호러파이드의 보드게임긱 웨이트가 2.03으로, 팬데믹 본판의 2.41에 꽤 낮은데,

여기엔 규칙의 깔끔함이 한몫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2) 테마에 찰떡인 규칙

웨이트가 낮은 데에는 규칙이 테마와 찰떡이라는 점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을 습격한 몬스터들을 히어로들이 물리치는 테마 자체가 게임으로 구현하기 쉬운

테마인 건지, 규칙이 테마와 아주 찰떡이면서 직관적이라 익히기 쉽거든요.

억지스러운 잔룰도 없고 말이죠.

(3) 운빨

이 게임은 여러모로 팬데믹 시리즈와 비교하게 되는데, 팬데믹 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점은 운빨에 있는 거 같습니다. 팬데믹 시리즈는 운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지만, 호러파이드는 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변수도 너무 많기 때문이죠.

운의 개입이 정말정말 많은데, 그럼에도 운빨이 과하다기보다는 상황이 다채롭게

변해 간다고 느껴지더라구요.

- 분홍색, 파란색, 보라색 히어로 주위에 있는 시민 다섯. 언제 어떤 시민이 나타나서

도움을 요청할지 알 수 없다.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4) 생각할 거리

이건 아마도, 모든 게 운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생각할 거리도 많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히어로의 특수 능력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어떤 히어로는 탱커 역할을 맡는다든지), 몬스터를

어떤 순서로 잡을지 등 전략을 세우게 되거든요. 물론, 운이 강한 만큼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이런 초기 전략 외에도 자잘하게 고려할 것이 정말 많은데, 그런 만큼

“그때 그렇게 할걸ㅠ”

하고 후회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게임을 못해서 그렇겠지만;) 혼자서 여러 캐릭터를 잡고

플레이할 때는 (이것저것 다 생각하기 힘들어) 좀 대충 플레이하게 됩니다.

(1인플도 재밌지만, 아무래도 협력이 필요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숙련되는 재미도 있습니다. 히어로나 몬스터마다 개성이 있어서

“아, 이 능력에 이런 의미가 담겨 있었구나.”,

“아, 이런 조합일 때는 이런 식으로 운영해야 되는 거구나.”

하고 하나씩 익혀 나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리고,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카드도 왠만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되는 게 그리 만만치도 않더군요.

운빨이 강한 게임이지만, 운빨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5) 알파 플레이어

호러파이드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협력게임인 만큼 알파 플레이어를 방지할

장치가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할 게 너무 많아서 알파 플레이어가 있다 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걸 다 고려할 수는 없을 거 같았습니다. 제 경우엔 너무 골치 아파서

누가 좀 알려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특히, 하나를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이것저것 고려할 게 많은 거라서 어쩔 수 없이 협력하게 되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겐 말이죠.

(6) 플레이 흐름과 재미

처음 몇 번의 게임은 대충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열심히 전략을 세우고 게임에

돌입하지만, 끊임없는 돌발상황으로 좌충우돌하며 중반까지 힘들게 힘들게 버티다가,

막판에 가서 몬스터를 하나씩 하나씩 제거하면서 (난이도 조절을 잘 하면) 결국엔

한두 턴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거죠. 그래서, 막판에 가면 한 수 한 수를 치열하게

계산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히 긴장감도 높고 퍼즐을 푸는 듯한 느낌도

강합니다. 이런 이유로 막판이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합니다.

한편, 몬스터가 히어로를 공격할 때, 주사위를 굴려 데미지를 결정하는데,

이때 주사위 굴리는 맛도 좋더라구요. 특히, 막판에 주사위 한 번으로 승부가

결정날 때는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의 막판 주사위 굴림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 리뷰

- 분홍색 히어로 옆 칸에 검은 호수의 괴물이 나타났다.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7) 난이도 조절

막판의 재미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는 난이도 조절이 필수적인데, 이 부분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호러파이드는 게임을 시작할 때, 히어로는 랜덤으로 정하지만

몬스터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어, 몬스터 몇 마리를 어떤 조합으로 섞느냐로

플레이어가 직접 난이도를 조절해야 하거든요.

한편, 팬데믹 시리즈처럼 2인플이 가장 쉽고 4인플이 가장 어려워,

(5인플은 못 해봤지만 가장 어려울 거 같습니다;)

팬데믹 레거시 시즌 1: 2인플 vs 4인플

인원수에 따라 몬스터를 다르게 조합해야 하는데, 이게 좀 막연할 수 있어

제가 한 번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생각하기에 몬스터 중 ‘드라큘라’와 ‘검은 호수의 괴물’이 약체이고,

‘프랑켄슈타인과 신부’와 ‘미라’가 중간, ‘투명 인간’과 ‘늑대인간’이 제일 쎕니다.

(규칙 설명서를 살펴보면 디자이너는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2인플이면 몬스터 중 약체인 드라큘라와 검은 호수의 괴물을 제외한

나머지 몬스터 넷을 상대하는 걸 목표로 하고, 3인플이면 드라큘라와

검은 호수의 괴물을 포함한 몬스터 넷을 상대로 하는 걸 목표로 하는게 어떨까

합니다. 4인플이면 약체를 제외한 몬스터 셋을 목표로 하고 말이죠.

혼자서 여러 캐릭터를 잡고 최강의 몬스터 넷을 상대해 보니, (제가 생각하는)

최강의 히어로 둘로는 비교적 쉽게 승리했고, 최강의 히어로 셋으로는 아깝게 실패했거든요.

(8) 마무리

저는 팬데믹 본판보다 더 간단하고 깔끔한 규칙을 가지고, 이 정도로 복잡다단한

게임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호러파이드에 무척 놀랐습니다. 게다가 약간 옛스러운

감성에 테마까지 잘 느껴져, 갓겜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네요. 같은 멤버와 게임을

여러 번 플레이한다는 가정하에, 저는 팬데믹 레거시 시즌 1에 비해 이 게임이

딸릴까라는 생각마저 해 봤습니다. 그 정도로 재밌게 플레이했다는 거죠.

이미 입소문도 많이 탄 거 같은데, 이 정도 게임이 아직 한국어판으로 출시되지

않았다는 것도 참 신기하네요.

호러파이드에 관심 있는 분에게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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