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딸과 즐긴 마이크로 로봇 후기: 아이들의 리코셰 로봇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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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26 오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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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라이트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희 딸(11월생)이 우봉고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열정을 불태운

마이크로 로봇의 후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이 게임은 리코셰 로봇과 같은

길 찾기 퍼즐게임으로, 규칙 설명서의 마지막에는 리코셰 로봇의 디자이너인

알렉스 란돌프에 대한 헌사도 볼 수 있습니다.

(0) 게임 초간단 소개

게임은 간단합니다. 우선, 모듈형 게임판을 조립하면 아래와 비슷한 모양이 되구요,

주사위를 굴려 로봇의 시작 지점과 목표 지점을 정하고 나면, 모든 플레이어가

동시에 로봇을 목표 지점으로 보내는 길을 찾게 됩니다. 가장 먼저 길을 찾은

플레이어가 득점을 하고, 다음 게임을 준비합니다.

실제 구성물.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1) 이동 규칙

로봇의 이동 규칙은 간단합니다.

로봇은 가로 혹은 세로로만 이동할 수 있으며, 같은 숫자 혹은 같은 색깔 칸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의 그림에서는 세 번의 이동으로 로봇을

목표 지점에 보낼 수 있는 거죠.

(2) 아이의 첫 반응

간만에 마이크로 로봇이 생각나서 1인플로 즐기고 있는데, (늘 그랬듯이) 아이가

갑자기 제 책상으로 들이닥쳐서는 자기도 하겠다며 알려 달라고 하는 겁니다.

너무 플레이하고 싶었던 저는

“이건 어른들이 하는 게임이라 알려 줄 수 없어!”

라는 말로 아이를 내쫓으려다가, (좋은 아빠 아닙니다;) 순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를 무르팍에 앉히고 다정하게 규칙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칙도 제대로 이해 못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규칙을

쉽게 이해하더니 바로 주사위를 던지고는 로봇을 막 이동시키는 겁니다.

약간 당황했지만, 문제를 못 풀고 끙끙대는 모습을 보고는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는 퍼즐이나 게임을 할 때 조금이라도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쉽게 그만뒀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어떻게 어떻게 하더니 우연히 길을 찾아내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의 문제는 마이크로

로봇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 중 가장 쉬운 형태입니다. 오른쪽 위에 있는

시작 지점에서 한번의 이동으로 오른쪽 아래에 있는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에게 이런 게 보일 리가 없으니, 위의 그림에 화살표로 나타낸 것처럼

가까운 곳으로 계속 옮겨다니기만 하더군요. 그러다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는

막다른 곳에 다다르면 조금 전에 왔던 곳 중 한 곳으로 돌아가서는 다시 이동해

보는 거죠. (아이들은 기억력이 좋아서 이런 플레이에 유리하더군요.) 그러다

운 좋게 목표 지점에 도착한 겁니다.

어떻게 어떻게 성공하긴 했지만, 길을 찾는 도중엔 상당히 막막했을 겁니다.

게임의 특성상 바로 옆에 있는 칸도 실제로는 굉장히 먼 곳일 수 있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말이죠.

힘겹게 문제를 풀어서인지 아이는 굉장히 흥분하더니, 이내 주사위를 던지고는

다음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아이는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는데

(최근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꽤 끈질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풀다가

정 안 풀리면 주사위를 다시 던져 다른 문제로 넘어가긴 했지만 말이죠.

(3) 게임에 적응하다

이렇게 시행착오로 힘겹게 몇 문제를 풀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문제를 푸는

속도가 빨라지더군요. 이건 또 왜 그런가 하고 살펴 보니, 그 이유는 게임판에

있었습니다.

위의 그림은 앞서 봤던 게임판의 아래쪽인데, ①로 표시한 파란색 2부터 ⑥으로

표시한 분홍색 1까지

① → ② → ③ → ④ → ⑤ → ⑥

순으로 이동하면, 모든 칸을 지나갈 수 있는 겁니다. 이건 마치 제일 아래쪽에

있는 칸들을 잇는 고속도로와 같아서, 어떤 문제가 주어지든 간에 시작 지점에서

제일 아래쪽으로 가는 길을 찾고, 마찬가지로 제일 아래쪽에서 목표 지점으로

가는 길만 찾으면 문제를 풀 수 있게 되는데, 아이가 경험을 통해 이런 걸

어느 정도 파악했던 겁니다.

게다가 이런 길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게임판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칸들도 아래의 그림처럼 분홍색 1부터 노란색 5까지

① → ② → ③ → ④ → ⑤ → ⑥

순으로 다 연결이 됐거든요. (게임판은 모듈형이라 그때그때 바뀌긴 합니다.)

게임판에서 잘 보이지 않던 고속도로들을 하나씩 발견하면, 그만큼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거죠.

(4) 마무리

아이가 생각보다 게임에 잘 적응해서 신기했는데, 생각해 보니 예전에

플레이했던 ‘꼬마유령의 비밀통로’가 큰 도움이 됐겠구나 싶더군요.

‘꼬마유령의 비밀통로’ 후기: 여섯 살 딸과 즐긴 리코셰 로봇 아주 순한맛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그 게임은 좀 더 간단하긴 하지만, 어쨌든 길을 찾는 게임이라 마이크로 로봇도

아주 낯설지는 않았던 거 같더라구요.

이후로, 아이는 (목표 지점이 어딘지 보지 않고 계속 움직이기만 하던 예전과 달리)

목표 지점이 어딘지 자주 보면서 플레이하게 됐고, 덕분에 최단 코스를 찾을 때도

많더군요. 그럼에도 끙끙대며 못 푸는 문제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오기를 부리다

지치지 않도록 새로운 문제로 넘어가라고 얘기해 줬네요.

아이가 리코셰 로봇에 한 발짝 다가간 거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

마이크로 로봇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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