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보드게임] 3. 군대에서 돌리기 애매한 포지션의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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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8 22:01

※ 주의사항

- 모든 플레이어가 초보이며 이들을 입문시키는 저도 초보입니다. 따라서 글 안에 에러플이 자주 등장할 수 있습니다.

- 아직 군 복무 중이기에 직접 찍은 사진은 없습니다... 찍고 싶은데 말이죠ㅠ

- 요새 시킨 보드게임들이 다 집으로 가고 있어서 빨리 휴가를 가고 싶은데... 코로나가 막고 있어 슬픈 요즘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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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군대에서 돌리기 애매한 포지션의 게임들

휴가에 복귀하면서 들고 온 보드게임이 7-8개 정도 되었습니다만, 돌리는 보드게임은 정해져있었습니다. 첫 게임은 가벼운 보드게임을, 그 다음 마피아류 보드게임, 그러다 무거운 보드게임 하나씩 하는게 수순이었죠. 사실 무거운 수준의 보드게임이라고 해봤자 초심자들 기준일 뿐이었고 그 조차도 마피아류 보드게임에서 다들 마무리되는 상황들이 연출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늘은 지치니 가벼운 게임들만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참여하는 선후임들이 찬성하는 분위기여서 가벼운 게임들 위주로 가져온 모든 게임들을 꺼내었죠. 그리고 그 보드게임들은 다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바로 제 무지에서 온 보드게임들이 주인공입니다.

1) 숫자 게임류

제가 가져간 숫자 게임 류의 보드게임은 로보77과 젝스님트, 2개였습니다. 사회에선 둘 다 처음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잘 먹힌 간단한 게임이었습니다. 로보77은 사칙연산을 통한 상대방 죽이기를, 젝스님트는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서 하는 심리게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가져가면 나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집 근처 공부방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서 이 두녀석을 들고 가면 애들한테도 잘 먹힌 애들이었기도 했습니다. 규칙도 쉬웠고요.

그런데 지금 군대에서의 상대는 어린 애들이 아니었습니다. 로보77은 확실히 애들을 타겟해서 만든 느낌이라 재미없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젝스님트는 의외로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습니다. 좋아하는 부류에서는 숫자를 카운팅해서 상대방을 고꾸라뜨리는게 재밌다며 자주 들고 올 정도였으나, 싫어하는 부류에서는 난색을 표할 정도였습니다. 왜 싫냐 물어보니 취향에 그냥 안 맞다 한 사람도 있지만...

게임 하는데 숫자가 메인이니까 공부하는 느낌이라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그냥 이 게임들은 깔끔히 포기했습니다.

2) 달무티

이 게임의 핵심은 권력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쪼면서 오는 플레이를 이끌어내는게 이 게임의 중점이죠. 나는 권력자이니 다른 사람을 하대한다는 컨셉은 심지어 교회 청년부 모임에서도 먹혔던 것이었습니다. 근데 여긴 상하관계 명확한 군대였습니다. 저희 부대가 선후임간 부조리나 상하관계를 크게 안 따지려 한다지만, 후임이 선임에게 하대하는 컨셉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이 게임을 알던 한 후임은 같이 하고 싶지만 군대에서 했다간 자신의 미래가 어찌 될 줄 모른다면서 플레이를 거절했습니다. 가져올 때 생각을 깊이 안했던 것이죠. 그래서 그런 컨셉을 배제한 채 하려니 그냥 너무 지루한 카드게임이 될 것이니... 그냥 묵혀두기로 마음 먹고 꺼내지 않았습니다.

3) (초보자 입장에서)무거운 게임

휴가를 복귀하면서 가져간 보드게임 중 가장 무거운 난도를 자랑한 건 화이트채플이었습니다. 솔직히 규칙도 안 어렵고 머리를 조금 쓰는 게 문제일 뿐이었으니 다른 사람들도 괜찮겠구나 싶었습니다. 격리 때 첫 플레이를 진행했는데 보드판도 크고 경찰과 도둑이라는 컨셉에 좋아해서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잭은 제가 하고 나머지 선후임 4명은 경찰을 플레이 해서 진행했습니다.

...1라운드가 끝날 때, 경찰은 단서 하나 찾지 못한 채 1시간이 지났습니다.

당연히 경찰을 플레이했던 선후임들은 멘탈이 바사삭 되어 있었고 선임은 더 이상 못하겠다며 GG를 선언하려 했습니다. 저는 다들 첫 플레이니까 쉽게 쉽게 움직였는데 사람이 넷이니까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배는 산으로 가고, 의견충돌도 자주 생기니 시간은 여지없이 지체되고... 결국 첫 게임은 이렇게 흐지부지 되면서 약 반년간 봉인하게 됩니다. 이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려고 제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인데 게임한번 잘 못해서 플레이어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차근히 설득도 하고, 화이트 채플 보단 대중적이고 쉬운 게임들로 단련시킨 뒤에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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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돌아보니 보드게임을 처음 부대로 들여올 당시엔 잘 몰랐던 게 눈에 선하게 보입니다. 히히 재밌겠지 싶어서 막 가져온 여러 보드게임들이 무참히 버려져 플레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아쉬웠죠. 위의 보드게임들이 이러한 부분을 찔러 준 것 같습니다. 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부대로 들여온 보드게임은 플레이 할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굉장히 신중(했다고 보긴 어렵지만)히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 만족하는 결말을 가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들 만족하며 정기적인 모임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