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렌더를 몇 판하면 덕후의 싹을 찾을 수 있을까요?

에밀로

1,557

2018-2-21 오후 12:21

IP: 73.69.***.***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44

원래 공부를 하던 텍사스 지역에서는 우연히 보드게임을 꽤 접해 본 후배를 만나서 둘이 게임을 몇 번하다가 MMORPG에 깊게 빠져있는 덕후의 싹이 보이는 후배를 한 명 더 꼬셔서 주로 셋이서 즐겁게 게임을 했습니다. 새로 영입한 친구가 금방 보드게임에 빠져들어서 직접 보드게임을 찾아보기도 하더니 금새 나보다 더 최신 게임 트렌드를 꿰차고 킥스까지 진출해서 그 친구 덕분에 한동안 신작 게임을 정말 신나게 즐겼죠.

그런데 이제 졸업을 하고 보스턴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어서 잘 만들어 놓은 모임을 놔두고 새로 모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학생 때는 학생들이 들어가는 게시판에다가 글을 올려서 홍보를 할 수 있었지만, 직장인이 되고나니 이 지역 학생 게시판도 사용을 할 수가 없고, 이 동네에는 학교도 워낙 많아서 어디다가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이 지역 한인들이 이용하는 웹사이트가 하나 있었지만, 그다지 활발하게 돌아가지도 않고 조회수도 많지 않아서 별로 효과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사람들을 모아야해서 글을 올려봤지만, 역시나 처음에는 반응이 거의 없더라구요. 그래도 어떻게든 게임이 하고 싶어서 꾸준히 올렸더니 가끔 한 두명씩 연락이 왔습니다. 웃긴건,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렸는데, 이름을 보고 저를 여자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이름에서 남자로 추측되는 사람들은 제가 답장을 하면(이메일 프로필에는 제 사진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연락이 없고(...), 오히려 여자분들에게서 꾸준히 연락이 왔습니다. 실제로 만나 본 분들도 제가 처음에 올린 글 보고 여자인 줄 알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꽤 되시더라구요.

전 사실 보스턴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외곽에 살고 있어서 보스턴을 가려면 기차를 타고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를 가야합니다. 교통비도 매번 10불정도 들고, 보드게임 카페 이용료도 10불을 내야하죠. 그래도 보드게임을 접해보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주말마다 보스턴에 가서 스플렌더, 타케노코, 기차섬, 킹도미노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접하고 나서의 반응은 거의 대동소이하더라구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놀았다. 4,5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간건 처음이다. 머리를 이렇게 굴려본건 정말 오랜만이다. 다들 즐겁게 잘 논 것 같아서 제 시간과 비용이 아깝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조금씩 모아서 작은 단톡방도 하나 개설하는 단계까지는 왔는데, 문제는 그 중에 덕후의 싹이 보이는 분들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전 사실 전략 게임을 돌리고 싶거든요. 룰을 읽고 까먹고를 몇번을 반복했는지 알 수 없는 VAST도 돌려보고 싶고, 판데믹 레거시2도 해보고 싶고(텍사스에 만들어 놓은 모임에서는 레거시2를 잘 돌리고 있더군요. 배가 아파서 신포도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흥! 그거 1이랑 별 차이 없어 보이던데?), 킥스 펀딩했다고 자랑하고 싶기도 한데, 텍사스에서는 쉽게 구한 덕후 2명을 여기서는 정말 찾기 힘드네요. 사실 전략게임 돌리려면 3,4인이 최적이라 사람을 많이 모을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 딱 3,4명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예전에 보톡스에서 들은대로 인구 50명(...)인 김해에서 보드게임 모임 익소를 여셨다는 분들처럼 페이스북에 페이지도 직접 만들고 처음으로 페이스북 광고라는 것도 해봤습니다. 페이스북 광고 만드는거 꽤 재밌긴 하더라구요. 광고를 하길 원하는 타겟층을 상세하게 설정할 수가 있어서, 이 지역 한인들만을 대상으로 광고를 신청해봤습니다. 일단은 처음 해보는거니까 저렴하게 15불 정도만 광고비를 들여봤는데, 이제 막 시작한거라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사람 모으기가 힘들어서 텍사스에서 키운 덕후 후배한테 하소연을 해봤습니다. '넌 내가 처음 가르쳐준 게임이 뭔지 혹시 기억해?' 놀랍게도 아그리콜라였네요(...) 지금이었으면 한 4,5번은 만나고 들이밀었을 것 같은데 그때는 덕후 싹을 바로 알아본건지 용감했던건지 첫 게임이 아그리콜라라니. 여기서도 뺨 맞을 각오하고 무작정 아그리콜라를 들이밀어봐야할까봐요.

페이스북 광고로 사람들을 모아서 스플렌더를 몇판쯤 더 하면 덕후의 싹이 보이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에밀로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