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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일럼 이스케이프 첫인상 후기

5,190 조회

2021.07.20 17:12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어사일럼 이스케이프는 총 열 개의 (1부 다섯 개, 2부 다섯 개) 시나리오로

구성되는데, 아내와 함께 1부를 마무리한 지금 간단하게 후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 스포일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회용 게임이라 플레이에 영향을 받으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염려되는 분께서는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0. 구매 동기

저는 원래 이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2019년 게임임에도 아직까지

보드게임긱에 별 반응이 없고 평점도 낮기 때문입니다. 굳이, 검증되지 않은 게임을

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라이트게이머라 그런지

“스토리가 중요한 쉬운 방 탈출 게임”

이라는 소개에 (특히 “쉬운”에) 꽂혀 그만 구매하고 말았네요;

1. 개연성

많이들 그러실 텐데, 저는 방 탈출 게임이나 추리 게임을 플레이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개연성입니다. 개연성이 떨어지면 애초에 게임이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게임의 극초반에 개연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문제를

하나 만난 겁니다. 너무 충격을 받은 저는 코보게를 원망하며

‘당장 게임을 접고, 바로 중고로 팔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검증도 안 된 게임을 구매한 저 자신을 자책하며, 체념하듯

‘스토리가 재밌을 수도 있으니 일단은 계속 진행하자.’

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2. 개연성이 떨어지는 문제

이런 개연성 떨어지는 문제가 대략 시나리오당 한 개 꼴로 있었는데, 이 문제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언락과 엑시트가 정말 대단한 게임이었구나.’

였습니다. 당시엔 몰랐는데, 새삼 문제들이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걸 깨닫게

된 겁니다.

언락과 엑시트였으면 분명히 단서를 더 줬을 문제인데, 이 게임에서는 단서를

안 주는 경우가 꽤 있었던 거죠. 예를 들어 뭐 이런 식입니다. 어떤 문제의 답이

A 아니면 B라는 거까지 알아냈다고 해 보죠. 그럼, 언락이나 엑시트였으면

둘 중에 어떤 게 답인지 판단할 수 있는 단서도 주기 마련인데,

어사일럼 이스케이프는 그런 단서를 안 줄 때가 있는 거죠. 마치

“일단 한 번 찍어봐. 어차피 A 아니면 B잖아?”

라고 말하는 거 같다고나 할까요?

한편, 일관성에서도 차이가 나더군요. 언락이나 엑시트에서 사용하는 애매한 표현은

그 애매한 정도가 일관되게 유지되는 반면, 어사일럼 이스케이프는 그야말로

애매하게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애매한 게 아니라 일부러 연막을 쳐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적절한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 하게 막을 때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건 애매한 표현일까? 연막일까?’

라고 고민하게 되는 거죠.

이런 것들이 쌓여서 개연성이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3. 다시 시작한 게임

낮은 개연성에 멘탈이 털렸다가, 일단 계속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던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멘탈을 부여잡고 계속 플레이해 보니, 걱정한 것과 달리 남은 문제들은 개연성에

별문제가 없더군요. 재밌게 플레이했더니, 어느새 시나리오 하나가 끝났고 말입니다.

다른 시나리오를 진행할 때도, 개연성 떨어지는 문제가 하나씩 끼어 있긴 했지만,

게임에 익숙해지니

‘아, 이 문제가 이번 시나리오에서 개연성 떨어지는 문제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고, 그런 문제를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섯 개의 시나리오를 끝내고 나니, 이 게임의 특징이 좀 보였습니다.

4. 특징 1 - 여타 구성물

엑시트에는 ‘이상한 물건’이라 불리는 (책과 카드가 아닌) 여타 구성물이 들어 있는데,

어사일럼 이스케이프에는 시나리오마다 이런 여타 구성물이 몇 개 들어 있습니다.

엑시트보다 더 많은 거 같은데, 퀄리티도 만족스러웠습니다.

5. 특징 2 - 퍼즐

방 탈출에서는 보통, 주어진 문제(퍼즐)을 풀기보다는, 주어진 단서를 써먹을 만한

문제를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종이에 뭔가를 적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여러 구성물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려 문제를 해결할 때가 많죠.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그야말로 퍼즐을 풀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간단히 풀 수 있는 게 아니라, 풀고 나면 성취감을 느낄 정도로 꽤 긁적여야 되는

퍼즐말입니다.

‘이건 너무 수학 문제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6. 특징 3 - 낮은 난이도

이 게임에서는 다른 방 탈출 게임과는 달리, 어떤 단서를 어떤 문제에 사용할지,

혹은 이번에 어떤 문제를 풀지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친절하게 알려 주기

때문이죠. 그만큼 난이도가 낮은데, 언락의 난이도 낮은 게임에 비해 약~간

더 쉬운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게다가 게임에 익숙해지면, 플레이 시간도

(여유있게) 1시간 안쪽이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7. 특징 4 - 가성비

저는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으로 가성비를 꼽고 싶습니다. 3만원에

열 개의 시나리오가 들어 있고, 시나리오당 플레이 시간이 1시간 정도 되는데,

퀄리티 좋은 여타 구성물도 제법 들어 있으니 상당히 혜자라는 거죠. 게다가,

앞에서 지적한 몇 개 빼곤 문제들도 괜찮았구요.

8. 스토리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라고 하지만, 초반에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러다,

초반을 넘어가니 슬슬 이야기에 흥미가 가기 시작했는데, 1부는 떡밥을 투척하는

정도고, 2부에서 아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킬 거 같았습니다.

암튼, 방 탈출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스토리도 조금씩 정리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걸 하고 후회했네요.

9. 마무리

어사일럼 이스케이프는 방 탈출 게임임에도 개연성에 의심이 가는 문제가 간혹 있어서,

저는 ‘B급 방 탈출 게임’이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몇 문제를 빼면 품이 많이 드는 퍼즐,

여타 구성물을 사용한 문제 등 꽤 다양하고 재밌는 많은 문제들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굉장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방 탈출 게임을 많이 즐긴 분이라면

어디선가 봤을 법한 문제가 좀 있긴 합니다;)

난이도는 언락의 난이도 낮은 게임에 비해 살짝 낮은 정도가 아닌가 생각되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게임 초반에는) 문제가 잘 안 풀릴 때

“힌트 없이 풀고 말거야!”

보다는, 적절히 힌트를 보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곧 2부를 플레이할 텐데, 무척 기대되네요. 무척 좋지 않았던 첫인상과 달리

꽤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말입니다.

어사일럼 이스케이프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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