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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 vs 엑시트 비교 리뷰 2: 난이도 높은 게임

6,261 조회

2021.07.15 20:56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지난 글

언락 vs 엑시트 비교 리뷰

에서는 두 시리즈의 성격을 잘 보여 주는 난이도 낮은 게임들을 비교해 봤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두 시리즈가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에 촛점을 맞춰,

난이도 높은 게임들을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비교에 참고한 게임은 아래와 같구요.

언락2 심연의 노틸러스호, 언락2 토니팔 섬의 진귀한 보물,

언락3 툼스톤행 급행열차, 언락3 오즈의 마법사, 엑시트: 연구실의 비밀,

엑시트: 파라오의 무덤, 엑시트: 불길한 고성, 엑시트: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사건

※ 문제를 만들어 내는 방식은 달리 말하면 문제를 푸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이 플레이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염려되는 분께서는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글과 마찬가지로, 제가 생각하는 방 탈출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0. 제가 생각하는 방 탈출

지난 후기들에서 말한 것처럼

추리로서의 ‘왓슨 앤 홈즈’

방알못의 ‘엑시트 심해의 보물선’ 간단 후기

EXIT 방 탈출 게임 초보자 레벨 - 아내와의 간단 후기

저는 주어진 문제를 푸는 퍼즐과는 거꾸로, 주어진 단서들을 써먹을 만한 문제를

찾는 것이 방 탈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런 방 탈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관찰력, 눈치, 경험, 문제 해결력

이렇게 네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방 탈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다섯 단계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합니다.

① 단서 수집: 관찰력을 동원해야 될 때가 많습니다.

② 단서 분류: 단서가 어떤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것인지 짐작합니다.

③ 문제 선정: 공개된 문제들 중에 지금 풀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판단합니다.

④ 단서 사용: 방 탈출 문제는 단서의 사용 방법만 파악해도 풀릴 때가 많습니다.

⑤ 퍼즐 풀기: 모든 단서를 사용하고서도 답이 안 나와서, 그야말로 퍼즐을

풀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1. 난이도를 높이는 뻔한 시도 1

만약 우리가 방 탈출 게임의 디자이너이고, 난이도 높은 방 탈출 문제를 만들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테이블에

문제와 단서를 잔뜩 깔아 놓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하면, 각각의 문제와

단서를 서로 대조해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피곤하고 지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다섯 단계 중

② 단서 분류, ③ 문제 선정

단계가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까딱 잘못했다가는 아직 풀 수 없는 문제에 덤벼들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진이 다 빠질 수도 있고 말입니다.

이런 시도는 난이도 높은 언락2와 엑시트 시즌 2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게임도 있었습니다.

2. 난이도를 높이는 뻔한 시도 2

보통, 방 탈출 게임의 단서에는 어떤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것인지 알려 주는

표시가 있기 마련이고, 플레이어는 눈치와 관찰력을 발휘해 이 표시를 포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표시를 알아 보기 어렵게 만든 경우도 있었던 겁니다.

이러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다

‘더 이상 할 게 없는 걸 보니, 이 문제랑 이 단서가 관계있나 본데?’

와 같은 식으로 (일종의 문제 해결력을 동원해) 문제와 단서를 연결 지어야 하는데,

눈치와 관찰력으로 연결 지을 때에 비해 자연스레 난이도가 올라가겠죠? 게다가,

안 그래도 많은 문제와 단서로 피곤하고 지친 플레이어를 더 힘들게 만들고 말입니다.

이렇게 피곤한 방식으로 난이도를 높인 게임이 바로 ‘엑시트: 불길한 고성’입니다.

3. ‘엑시트: 불길한 고성’의 경우

그래서이겠지만, 불길한 고성은 잘 알려진 방 탈출 게임 중에 가장 높은 긱웨이트

3.26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엑시트 시리즈 중에

긱유저평점(Average Rating) 최하위인 6.874를 보여 줍니다. (7월15일 기준)

긱웨이트에 따라 다른 똥겜(?)의 기준

에서도 얘기했지만, 긱웨이트가 높을수록 긱유저평점도 높아지는 경향성을 볼 수

있는데, 이 게임은 이런 경향성에 완전히 역행할 정도로 어렵기만 하고

(문제가 풀리지 않아) 재미 없는 게임이 되고 만 거죠. 엑시트 시즌 2의 다른

두 게임이 적어도 평타는 쳤음에도 시즌 2가 별로라는 얘기가 많은 것에는,

어쩌면 시즌 2를 대표하는 게임이 되어야 했을 불길한 고성에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높은 난이도를 좋아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말이죠.

4. 엑시트 시즌 3

불길한 고성에 대한 반응이 안 좋았던지, 엑시트 시즌 3에서는 전반적으로 난이도를

많이 낮춘 느낌이 듭니다. 초보자 레벨을 새로 만들었고,

EXIT 방 탈출 게임 초보자 레벨 - 아내와의 간단 후기

불길한 고성과 함께 시리즈 자체적으로 설정한 난이도가 가장 높은

‘엑시트: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사건’만 해도 경쾌하게 풀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엑시트: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사건의 난이도 4/5. 현재 가장 높은 난이도이다.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에 있는 박스일러를 캡처

엑시트는 기본 난이도 자체가 원래 좀 높다 보니, 앞으로는 난이도를 높이기 보다는

오히려 낮추는 쪽에 집중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 대목이네요.

5. 난이도 높은 언락3 게임들

이제 언락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언락2에서는 문제와 단서를 잔뜩 깔아 놓는

뻔한 시도뿐만 아니라, 이와 정반대 되는 새로운 시도도 했는데요, 그건 바로

할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으로 플레이어를 몰아넣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어, 왜 이렇지? 우리가 안 깐 카드가 있는 거 아냐?”,

“아까, 카드를 잘못 버린 거 아냐?”

와 같은 말을 하게 되는데, 최악의 경우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가 아니란 걸 확신하면, 바닥에 깔려 있는 카드들을

다시 한번 관찰하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단서를 발견하게 되면서,

이 상황을 돌파하게 되는 거죠.

한편, 할 게 없는 상황은 보통 (플레이어들이 막연하게 규칙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어긋나는)

규칙 파괴를 동반하는데, 이걸 극복할 수 있는 단서도 심어 놓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살펴보면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언락2에서의 이런 시도는 언락3에서 좀 바뀌는데요, 카드를 덜 깔고

(빨간 숫자와 파란 숫자를 더해 아이템을 사용하는) 어드벤처 게임의 비중도 낮춰서,

언락2에 비해 더 깔끔하고 경쾌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든 겁니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다’는 말의 의미가 언락3부터는

‘플레이 시간이 좀 더 길지만, 그만큼 더 재밌다.’

로 확실히 바꼈다는 거죠. 불길한 고성과는 반대로 말입니다.

6. 마무리

방 탈출의 재미는

“어, 이게 뭐지?”, “어, 혹시 이런 거 아냐?”

와 같이 약간의 놀라움과 흥분 속에 단서를 발견하고 문제를 풀 때 느끼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너무 쉬워도 안 되지만, 너무 어려워도 안 되는 거죠.

결국, 방 탈출이 재밌을려면

‘시간을 들이면, 결국엔 문제가 풀려야’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엑시트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난이도 높은 게임에서는 언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네요. 특히, 오즈의 마법사는

정말 좋았습니다.

언락과 엑시트 사이에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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