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딸과의 보드게임 입문기: 우봉고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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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19 오후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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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제가 2년 전에 당시 다섯 살(40개월)이던 딸과 함께 동물 쌓기라는 게임을

플레이한 직후에,

40개월 딸과의 보드게임 입문기: 동물 쌓기 (animal upon animal)

우봉고도 플레이했었는데 그 후기를 생뚱맞게 2년이 지난 지금 적어 보려고

합니다;

우봉고는 만 8세 이상 권장 게임이긴 하지만, 다섯 살인 저희 딸이

(조각이 몇 개 안 되는) 직소퍼즐을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1) 첫째 날

직장에 놔둔 우봉고를 집에 가져오기로 한 날 아침, 새로운 게임을

가져오겠다는 말에 아이는 활짝 웃으며 “새로운 게임?”이라며

하이톤으로 되묻더군요. 아이는 새로운 게임을 계속 기다렸던지,

오후에 아내와 함께 숨은그림찾기를 하던 아이는

“엄마, 다른 새로운 거 없어요?”

라고 자꾸 물었다고 하더군요. 아이의 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엄마도 아빠처럼 새로운 게임 좀 가져와~”

겠죠? ㅋ

박스를 여니 아이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보석 컴포에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이게 그렇게 이쁜 거였나요?;

보석 컴포. 이쁘게 찍혀서 실제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우봉고의 퍼즐판은 앞뒤로 난이도가 다른데,

퍼즐판 앞뒷면.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당연히 쉬운 세 조각 문제로 해 봤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퍼즐 판의 한 면에는 여섯 문제가 있어서 주사위로 어떤 문제를 풀지

결정하게 돼 있지만, (주사위를 쓰지 않고) 그냥 위에서부터 차례로

쭈~욱 다 풀어 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마다 사용하는 조각이 다른데, 아이는 테트리스 조각을 처음 보다 보니

색깔과 모양을 보고 조각을 찾는 것부터 어려워했습니다.

세 조각을 모두 찾아 드디어 퍼즐을 맞춰 보기 시작했는데, 일단 전략은

제대로 선택하더군요. 한 조각을 고정해 놓고, 나머지 두 조각을 맞추는

방식 말입니다. 그런데 원래는 제일 큰 조각을 고정해 놓는 게 정석인데,

위 그림처럼 작은 조각을 놓더라구요. 아마 큰 조각을 좁아 보이는 빈칸에

놓는 게 심적으로 부담스러웠나 봐요 ㅋ 게다가, 위 사진처럼 한 칸이 비어서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경우에도 다른 두 조각을 이렇게 저렇게 채워 보는 걸 보니

‘아, 아직 한참 멀었구나~’

싶더군요. 근데 왠일일까요! 정말 운 좋게도 아이가 퍼즐을 맞춰 버린 겁니다!

아이는 한바탕 신나게 까르르 웃더군요. 처음부터 힘들었으면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우봉고!”라고 외치게 한 뒤, 보석 중에 하나를 골라 가지라고

했더니, 어떤 색깔을 가져갈지 한참 고민하더군요.

다음 문제로 넘어갔는데, 아이가 조각을 뒤집어 볼 생각을 못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직소 퍼즐을 풀 때는 뒤집질 않으니까요. 알려 주면서도

뒤집는 게 처음이라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자연스럽게 뒤집어 보더군요.

그런데, 뭐 당연한 거겠지만 두 번째 문제는 안 풀리는 겁니다. 그래서,

“너무 어려우면 아빠 도와주세요라고 말하세요~”

라고 했더니, 바로 도와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조각을 어디에 둘지

알려 주니까, 나머지 두 조각은 그래도 쉽게 맞췄습니다. “우봉고!”를

외치게 하고는, 다시 보석을 하나 고르게 했는데, 제가 도와줬음에도 자기가

다 푼 것 마냥 즐거워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여섯 문제를 다 풀고 다음 퍼즐판으로 넘어갔는데, 다음

여섯 문제는 혼자서 다 풀어내더군요. 너무 재밌었던지 땀을 흘려 가며

몰두했고, 그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한 거 같네요. 첫 번째 조각을

(위의 사진에서처럼) 터무니없는 곳에 놓는 일도 더 이상 없고 말이죠.

아이가 보석을 모으자 아내가 장난감 보석함을 갖다줬는데, 아이는 잠깐

관심을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치워 버렸습니다. 보석이 잘 보이기를

바라는 거 같더군요 ㅋ 그렇게 세 번째 퍼즐판의 다섯 번째 문제를 풀 때였습니다.

제가 옆에 있던 아내에게

“아이스크림 먹고 올 테니까, 애 좀 잠깐 봐줘~”

라는 망발을 해 버린 겁니다.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에 아이가 더 이상

집중하지 못해서, 조금 줬지만 아이가 그걸로 만족 못 하고 더 달라고 조르다가

아내의

“밤에는 조금만 먹는거야!”

라는 말에 울면서, 결국 게임이 끝나고 말았네요;

(2) 둘째 날

아이가 우봉고를 너무 좋아해 다음 날에도 했는데, 어느새 능숙해졌는지

첫 번째 조각을 깐 다음 두 번째 조각은 굳이 깔지 않고 공중에서 돌려 보기만

하더군요. 열다섯 문제를 푸는 동안 두 번만 도와 달라고 했고 말이죠.

아이가 저에게도 문제를 풀라고 해서 네 조각을 사용하는 뒷면으로

풀었는데, 아이의 푸는 속도가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제가 푸는 속도에는

한참 못 미쳤습니다. 두 조각만 채우고 있다가 아이가 풀면 나머지 조각을

채웠는데, 그때마다 자기가 고른 보석을 저에게 주면서,

“다음엔 갈색 줄게~”, “다음엔 빨간색 줄게~”

라고 하더군요.

(3) 다섯째 날

매일 우봉고를 하다 보니 아이는 제가 네 조각 짜리 문제를 풀기 전에

먼저 풀기도 할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저의 도움 없이 열여덟 문제를 풀더니, 이제는 테트리스 조각이 장난감처럼

친숙하게 느껴져서인지

이런 모양도 만들어 보더군요.

(4) 마무리

일주일째 되던 날, 아이는 한참 문제를 풀다가 이번엔

위와 같은 모양도 만들어 보더군요. 테트리스는 직사각형을 만들고 싶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모양이에요.

후기를 쓰다 보니 이제 일곱 살(67개월)이 된 아이가 네 조각짜리 문제도 풀 수 있을지

궁금해서 오랜만에 우봉고를 하자고 했더니,

“오, 이거 내가 좋아하는 게임인데!”

라며 반기고서, 보드게임 좀 해 본 티 내려고 그러는지,

“아빠, 이 주사위 던져서 나온 그림이랑 같은 문제 푸는 거야?”

라며, (예전엔 사용하지 않았던) 주사위의 용도를 파악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하자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잘 못하는 겁니다; 안 풀리면 그냥 주사위를 다시 던지더군요.

“어려운 문제 싫어. 주사위 다시 던질래!”

라면서 말입니다. 근데 곧 감을 찾았던지 엄청 빨리 풀기 시작하더군요.

드디어 때가 된 거 같아, 네 조각 짜리 문제를 풀어 보자고 했더니

기꺼이 하겠다는 겁니다. 근데 의외로 잘 푸는 문제가 많더군요.

어떤 경우는 저 보다 훨씬 빨리 풀고 말이죠. 물론 잘 안 풀린다

싶으면 바로 주사위를 다시 던졌지만 말이죠.

그리고 며칠 뒤에 다시 해 봤는데, 아이는 처음부터 네 개짜리로 시작하고,

세 개짜리는 하려고도 안 하더군요 ㅋ 게다가

“여기까진 맞는 거 같은데...”

라는 말을 자주 하는 걸로 봐서, 실력이 좀 는 거 같네요 ^^

이상 저희 딸과 해 본 우봉고 후기였습니다~

아이와 우봉고를 해 보려고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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