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빅 박스 간단 리뷰

_보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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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14 오후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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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펑크 선주문 공유 이벤트로 얼떨결에 받은 제품인데,

재미없었으면 개봉기만 쓰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재미있어 간단한 리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K2는 니어앤파 펀딩이 있기 전,

로터스 프로그가 텀블벅에서 진행한 첫 번째 작품이면서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기도 했던 비운의 게임입니다(그럼에도 로터스의 의지로 한국어판이 출시되었죠).

저 역시 당시에 테마는 끌리지만 2010년 작품답게 단순해 보였기에 구매하지 않았었는데요. 받아서 본판을 플레이해 본 날

빅 박스에 포함되어있는 아발란체, 로체, 브로드피크 확장의 규칙서까지 단숨에 모두 읽을 만큼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 )

K2는 설산 등반 테마의 레이싱 메커니즘 게임입니다.

매 턴 3장의 카드를 내서 2명의 산악인 미플을 산 정상에 올려 보내 득점을 하고

게임의 끝까지 기후에 적응해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데요.

시작부터 끝까지 18장의 고정된 카드가 순환되는 방식이라 턴이 정말 단순한 반복이지만,

실제 플레이에선 인터렉션에서 오는 레이싱의 묘미와 위험 관리가 잘 섞여 절묘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레이싱 게임의 묘미는 다 같이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효율적인 최선의 경로를

선점하고 '길막'하는데서 오는 강한 인터렉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K2에선 등반에 리스크가 적은 특정 지점에 산악인들이 몰리게 되는데,

인원 한계치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혹독한 경로로 등반해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하산 중에 고립되어 추위를 직격으로 맞기도 합니다.

정상을 찍어 10점을 득점하였다 하더라도 산악인이 죽으면

순식간에 1점으로 추락하고 게임에서 제외되므로 득점을 위해 달려갈 때의 길막과

생존을 위한 하산에서의 길막...일방향이 아닌 왕복으로 길막을 고민해야 하는

잔혹하고 웃픈 인터렉션들이 K2 보드게임만의 매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과감하게 정상으로 달릴 것인지,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로프를 타고 긴급하게 낮은 고도의 지역으로 대피하거나

좋은 포인트에 텐트를 짓고 경로의 우선권을 따내 안전하게 적절한 점수를 얻을 것인지,

쉬운 규칙 속에서 등반의 테마가 잘 느껴져 좋은 게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요.

더 과감한 이동이 가능하거나, 날씨가 더 다이나믹한 패널티를 주면 어떨까?

등반에 더 많은 경로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이런 피드백들이 디자이너에게 전달되었는지 비교적 최근 확장인 로체 확장에서

로체 남벽의 세 경로를 따라 등반하는 큼지막한 보드 맵, 날씨의 변화로 한 경로를 싸그리 무너뜨리는 산사태와

그에 대비해 고정 로프로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이동하는 규칙 등

'전략' 부분의 아쉬움을 해소해줄 요소들이 많이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만 더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인터렉션이 강한 게임이다 보니 솔로 플레이는 썩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저는 K2를 플레이하고 테마 게임에 대한 애착이 더 커졌습니다.

불운한 날씨와 팍팍 깎여 나가는 체온에 스트레스도 받고

경로에 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당황도 해보고

무리하게 산 정상을 찍고 운이 좋게 1의 체력(기후적응)으로 하산에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

간단한 규칙 속에서 간접적으로 등반 테마를 경험하는 게 즐거웠습니다.

어서 문틀 틈새로 시린 공기가 인사하는 추운 겨울이 와서

스테인리스 컵에 따듯한 차, 술, 음료 한 잔씩을 따르고

로체 남벽 등반과 브로드피크 횡단 등반을 떠나는 날을 상상할 만큼

이 게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단한 게임은 아니지만, 애정을 갖기에는 충분한 게임이라고 할까요?

겹치는 테마와 메커니즘의 게임들을 방출하고있는 요즘, 컬렉션에 있어서

확실한 자리 매김을 하는 저웨이트의 즐거운 레이싱 게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규칙이 쉽고 시연하기 좋은 게임들은 보드게임 컨벤션에서

홍보를 했다면 더 큰 인기를 누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잠깐 스쳐갔네요.

테마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 플레이해 보시길 추천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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