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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내가 해본 게임들을 정리해보자 14

6,928 조회

2021.06.01 00:04

131. 임진 1592

대만에서 만든 임진왜란 게임. 기대는 좀 많이 했는데 안타까웠다. 일단, 일러스트는 훌륭하고, 게임성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평양까지 죽 올라갔다가 명군에게 내려오는 임진왜란 특유의 전개를 시뮬레이트할 수는 없어서 테마만 임진왜란인 전쟁 게임 같았다. 다만, 그 테마를 장수들로 매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장수를 조종하는 맛은 났다. 거기서도 살짝 아쉬웠던 점은 각각 체력을 따로 관리해 줘야해서 지금 어디에 있는 지 잘 확인해야한다는 것.

[게임평]

론델을 이용한 게임이라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깊이를 보여준다. 공격할 곳과 규모를 잘 설정해야한다. 임진왜란 테마가 흠뻑 묻어나올 것이라 기대만 안 한다면 준수하게 할 수 있는 전쟁게임.

132. 병참장군 1914

일단은 1차대전에 관심이 많은데 1차대전 게임이라 좋았다. 병참장군 시리즈는 이것으로 처음 했는데, 피규어가 있어서 좋았고, 묵직하게 흘러가면서 한 쪽으로 팍 쏠리지 않아서 좋다. 시간도 짧은 팀전 워게임이라는 게 메리트 같다. 이걸 먼저하고 2차대전 버전을 했더니 본판에서 약간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향후 본판 리뷰에서 계속.

[게임평]

짧은 시간 다인플 워게임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이 장점. 카드를 다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게 단점.

133. 로빈슨 크루소 : 저주받은 섬에서의 모험

지인의 게임을 같이 했는데, 잔룰을 저쪽에서 해결해주다보니 상당히 재밌었다. 날씨에 제일 웃었던 것 같다. 생존하기 정말 힘들다. 야 이거 해야한다. 이거 필요한데, 하면서 서로 머리를 싸매며 했다. 그런데 지인이 너무 힘든 게임이라 팔아버려서 더 해보지는 못했다. 나중에 내가 익혀볼까 했는데 도저히 규칙서가 눈에 안 들어오더라. 잔룰이 사람 너무 힘들게 한다.

[게임평]

생존 테마가 정말 제대로다.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태마가 세게 느껴져서인지 재미는 확실히 있다. 단, 잔룰의 폭풍이 견디기 힘들다.

134. 행복을 찾아서

예전부터 컴퓨터게임 심즈 시리즈 같은 보드게임을 찾아다녔다. 인생게임 같은 걸로는 충족이 안 됐다. 그러다 이 게임을 만나게 됐는데 심지어 한글판까지 있었다! 상호작용이 너무 적었지만, 테마때문에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여러가지를 하고 싶은 데로 할 수가 있어 리플레이성이 좋다. 두 집 살림도 해보고, 빠른 은퇴도 해보고, 뭔가 각자 목표를 잡아서 하면 승패보다 과정이 즐겁니다.

그런데 확장 사려고 계속 벼르고 있는데 왜 안 나올까. 한글판 빅박스로 내준다면서 소식이 계속 없어서 속이 탄다. 기다리고 있는 게임은 이것 뿐인데 어서 좀 나오면 좋겠다.

[게임평]

사람 키우기, 인생 살기 테마 중 최고로 쳐주고 싶다. 테마만 몰입하면 다른 건 문제가 안 된다.

135. 세계의 역사

이 게임도 2006년 경에 알게 됐었다. 역시 돈이 없어서 못 샀고, 이 3판이 신제품으로 나왔을 때 과거의 갖고 싶던 컬렉션을 채우려고 샀다. 3인 이상인 게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사고 나서 보니 꽤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판과 2판을 한 적은 없지만, 처음에 1판의 피규어에 끌렸었는데 피규어가 없어진 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그리고 원래는 7시대 였던 것이 2판에서 6시대, 3판에서 결국 5시대가 돼서, 시대에 맞게 압축하고 짧게 만든 것 같아 한 편으로는 잘 선택한 것 같으면서도 아쉽다. 게임을 하다보면 5시대가 좀 아쉽고, 더 많은 나라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마음이 든다.

요즘엔 초보자와 게임할 일이 있을 때 항상 들이밀어본다.

[게임평]

최근에 나온 전쟁 맛을 볼 수 있는 게임으로는 상당히 좋다. 스몰월드와 비슷한 느낌도 나는데, 스몰월드보다 좋은 점은 일일이 아이콘 설명을 할 필요 없이 카드에 각 나라의 능력이 나와 있다는 점이다. 규칙도 쉬워서 입문작으로도 괜찮고, 꽤 전략적이면서 리플레이성도 준수하다.

136. 이스케이프 룸 : 더 게임

처음으로 보드게임 매장이 아닌 매장에서 샀다. 친구들과 놀려고 하다가 눈에 띄어서 사게 됐다. 원래부터 방탈출을 좋아하는 친구들이었고, 심지어 손수 방탈출을 제작해서 친구들에게 시키던 녀석도 있는 터라서 사서 바로 전 시나리오를 다 했다. 약간 억지스러운 문제도 있었으나 충분히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깨끗하게 하고서 중고로 싸게 팔아서, 끝까지 좋았던 게임.

[게임평]

실제 방탈출 수준일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하지만 충분히 재밌다. 보드게임 풍 탈출만의 맛을 느껴보길 바란다.

137. 병참장군 (쿼터마스터 제너럴)

일단은 번역명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다. 왜 요즘 사람들은 한국말을 안 좋아할까. 사실 사람들이 많이 쓰니까 룰북, 이런 용어를 쓰기는 하는데 나는 설명서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액션보다도 행동, 턴보다도 차례라는 말이 더 좋다. 어차피 한자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식 발음으로 읽는 한자는 이미 발음도 편하고 무슨 뜻인지도 잘 오는 편인데....... 뭐, 언어는 변하기 마련이고 통하는 말을 써주는 게 좋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제목은 정말 별로였다. 쿼터마스터 제너럴은 병참장군이 뜻도 더 잘 들어오고, 글자 수로도 더 적은데 굳이 이런 이름으로 했어야했나 싶다.(쿼터마스터라는 영어 자체를 이 게임으로 처음 들었다.)

이름에 대한 말은 여기까지 하고, 다인플에, 나라마다 특색이 분명하고, 짧은 전쟁게임이라 경쟁상대가 별로 없다. 앞서 작성한 세계의 역사 정도가 경쟁이 될까? 아니면 루트? 다만 팀을 나눠서 하는 것도 또 경쟁상대가 없다고 볼 수 있겠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카드를 한 장만 사용하는 것이 좀 답답한 느낌도 있었다. 1차대전판은 오히려 답답함이 1차대전의 전쟁 양상과 어울렸다는 나의 편견? 같은 것이 작용했지만, A&A에서 벌어지는 여러 지역의 전투를 보다가 운적 요소도 하나 없이 딱 한군데만 전투하게 되는 이 게임은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2차대전답게 그럴듯 하게 흘러가게 게임을 잘 만들었으므로 좋게 평가한다.

단점으로는 게임이 종종 터진다. 카드 운이 너무 안 좋아 육지 전투나 육군 생산이 필요한다 계속 안 나오거나 하면 그냥 망한다. 또 나라별 특성이 너무 분명하다보니 갑자기 소련이 독일한테 다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1914판과 마찬가지로 카드를 다 알지 못하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게임평]

나라별 특성은 잘 나타난다. 테마성이 뛰어나다. 시간과 난이도가 적당하다. 카드를 다 알아야하는 게 단점. 가끔 게임이 터지는 게 단점.

138. 커미션드

성서관련 게임으로는 최고 같다. 유명한 게임은 아니니 약간 설명하자면 초기 기독교 사도들이 선교하는 내용이다. 협력 게임으로서 테마가 아주 잘 입혀져 있고, 난이도도 너무 쉽지도 않으면서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려운 건 아니라 좋았다. 다만 덱빌딩 시스템이 난이도를 묘하게 한다. 게임하는 방법이 팬데믹보다는 살짝 어려운 것 같다. 이전에 보드라이프에 올라온 규칙서 번역에 오역이 있다고 코멘트를 남겼는데, 수정을 하시겠다고 피드백이 와서 도와드렸다.

[게임평]

성서 관련 게임으로는 최고. 선교와 협력이라는 게 서로 잘 어울린다. 메시지 전달이 막히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 말을 못하게 하고 그러는데, 그 점이 매우 재밌었다.

139. 메이지 나이트

Mage Knight Board Game Cover Artwork

테마는 난이도의 어려움을 씹어먹는다. 하지만 난 판타지, RPG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한테 메이지 나이트는 좀 순위가 낮은 게임이다 ㅎㅎㅎㅎ 하지만 인정은 해주고 싶다. 대단한 게임이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지 싶다. 메이지 나이트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종종 했다. 약간은 덜 복잡하게 했어도 좋았을 걸.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면이 좀 떨어져서 더 힘든 것 같다.

[게임평]

이 테마가 너무 좋고 RPG는 아니지만 그 비스무리하면서 패관리하면서 레벨업도 하고 이런 게 너무 좋다면 이 게임을 배우시라. 잔룰을 다 커버해주시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 밑에 붙어서 같이 게임하는 사람들은 아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잔룰 신경 안 써도 되면 상당히 재밌긴 하다.

140. 시드마이어의 문명

문명 게임을 좋아해서 이 게임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관심이 갔다. 문명3에서 이름을 빌려온 이글게임즈의 문명도 재밌게 했으니 이 게임도 기대가 많았다. 해보고 나니 재미는 있었지만, 시대 흐름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나마 전투가 재밌었고, 지도 위를 탐험하는 게 즐거웠고, 핵이라던가 문화 라던가 문명답긴 해서 좋았다. 그런데 신판은 완전히 유로게임됐더라. 지도 위에 병사도 안 움직인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지도 있는 문명 게임'이 너무 그립다.

[게임평]

기술개발을 한 번에 팍 할 수 있고, 시대에 따라 크게 다른 게 없기 때문에 시대 흐름은 안 느껴져도 문명게임이다. 문명 느낌은 확실히 난다. 난이도는 중간 정도라 할 수 있겠고, 재미있다. 쓰루 디 에이지스 전투가 이정도 박진감만 줬어도 최고의 게임이라 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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