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밴쿠버 중고매매 이벤트 현장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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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 오전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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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엔 1년에 두 번(1월, 7월) 대규모로 보드게임 중고매매 이벤트가 열리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습니다.

당일 오후 12시에 시작에서 2시에 끝나는 짧은 이벤트인데요. 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주일 전쯤 웹사이트에 이벤트 개최 날짜가 공지되면 게시판이 하나 생성 됩니다.

거기에 자신이 팔고픈 게임의 목록과 가격을 적어넣지요.

괜찮은 게임은 빨리 예약 되기 때문에 빨리 확인하고 예약을 것는 것이 좋습니다.

반드시 여기에 등록된 게임만 팔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팔고 싶은 게임을 맘껏 가져와 쇼핑몰 한켠에 비치된 테이블 위에 늘어놓을 수 있거든요. 일종의 부스 개념이죠.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습니다. 콤포넌트 확인도 자유. 서로 보드게이머이기 때문인지 믿고 구입하는 편이예요.

12시 30분쯤에 느지막히 가보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네요. 제 게임을 사기로 한 사람과 만나 게임을 트레이드 한 뒤 어떤 게임이 있나 슥~ 구경합니다.

게임 박스 위에 포스트 잇을 붙여 가격을 표시합니다.

이 가격은 고정이 아니예요. 비트코인처럼 시시각각 가격이 바뀌기도 해요. 막 도착했을 때 댓츠 마이 피쉬 디럭스를 봤는데 40달러더라고요. 너무 비싸다 싶어 잠시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다 1시간 뒤에 다시 가보니 가격이 $20달러로 하락...;;

어떠한 방법으로든 흥정 해도 되고 경쟁이 붙으면 즉성 경매를 통해 베스트 오퍼(OBO - or best offer)를 제시한 사람에게 팔기도 합니다. 아니면 판매자에게 게임을 보여주며 "이거랑 1:1로 바꾸지 않을래?" 하고 즉석에서 거래를 시도해도 오케이!

정해진 판매규칙이 없는데도 제법 질서정연하게 거래가 이루어져서 꽤 신기해요.

평소 보기 힘든 게임이 매물로 나오는 일도 많습니다. 전설 속에서만 듣던(...) 절판 게임도 종종 올라오죠. 저기 보이는 아그리 콜라 같은 경우는 2만원에 이런저런 확장을 포함해서 팔고 있더군요. 테라 미스티카도 꽤 쌌던걸로 기억합니다.

보드게임을 대량 판매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친구이자 제 친구들이기도 해요. 그래서 "야 친구니까 좀 싸게 해줘~" 같은 흥정이 먹히기도 하죠.

가끔은 "넌 내 친구니까 20만원짜리 풀세트를 5만원에 줄게. 어때?" 하며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도 합니다.

꼭 보드게임에 국한된 이야기만 하는건 아녜요. 수다를 떨다보면 "우리 회사에 자리 하나 났는데 너 오지 않을래?" 하고 뜬금 잡오퍼(Job Offer)를 하기도 합니다 ㅋㅋㅋ

서로 아는 얼굴이 많다보니 게임 사러 온 친구에게 "너 내 게임 좀 잠깐 팔아주고 있을래? 나도 게임 좀 사올게" 하고 판매자가 휭~ 사라져버리는 일도 있어요.

지난 번엔 친구 부스 옆에 서있다가 그렇게 붙잡히는 바람에, 관심 있게 보는 머글(보드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아이들과 즐길 보드게임 하나 사실래요? 이건 ~~~~~ 한 게임인데요. 꽤 재밌어요. 아니면 말이죠~"

하며 대리판매(...)를 한 적도 있습니다.

2시간 정도 지나면 사람이 슬슬 빠지기 시작하며 정리단계에 들어갑니다. 팔지 못한 게임은 80%... 심지어 90%까지 가격을 낮추어 정말 싸게 팔아버리거나 다음에 열릴 이벤트를 기대하며 다시 집으로 가져가죠.

물론 게시판을 통해 따로 연락하여 구입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새로 교환/구매한 게임들은 남은 사람들끼리 즉석에서 즐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엔 A가 B에게 게임을 팔았는데 그 게임을 A와 B가 같이 즐기고 있더라고요 ㅋㅋㅋ

어쨌든 저도 게임 3~4개를 싸게 팔아서 Memoaaaar 이란 게임과 댓츠마이피쉬 디럭스를 싸게 구입했습니다.

Memoaaaar 는 올해 기대작품 중 하나였기 때문에 해보기 위해 + 리뷰를 쓰기 위해 샀고, 댓츠 마이 피쉬는 간단하면서도 상대방 펭귄을 고립시켜 말려죽이는 재밌는 겜이라서 좋아하거든요 ㅋㅋ

이번 이벤트도 풍성하긴 했지만 작년에 비하면 전체적인 게임의 종류와 퀄리티가 좀 떨어진 듯 하네요. 작년엔 긱 Top 100 들이 장터에 헐값으로 우수수 나왔거든요.

와이프가 밴쿠버에 오면 제가 가진 모든 게임을 하나씩 같이 해보며 취향에 안맞는건 리뷰용 촬영만 해두고 중고장터에 다 내다버릴텐데...

이번 7월엔 갈려나가는 내 게임만큼 좋은 게임들을 볼 수 있길...!

(저 아님)

그럼 밴쿠버 소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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