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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딸과 즐긴 포션폭발 후기

3,537 조회

2021.02.02 21:42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저는 저희 딸(63개월)과 같이 할 보드게임을 고를 때 가능한한 나이에 맞는

게임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나이에 비해 어려운 게임이라 하더라도 재밌게

플레이할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이해를 못 한 채 플레이할 거란 우려에서

말이죠. 근데 만 8세 이상 권장 게임인 포션폭발을 아이와 같이 플레이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패드로 포션폭발 앱을 즐길 때마다 아이가 쪼르르 와서는 자기가

조작할테니 어떻게 할지 알려달라는 겁니다. 가끔씩 “알록달록하고

교수님한테 혼나는 게임”을 하자고 먼저 말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아이가

관심을 보이니, 나이에 맞진 않지만 플레이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겁니다.

1. 금요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게임에 아이가 보인 반응은 예상대로 뜨거웠습니다.

“아빠, 구슬이 너무 예뻐!”

또, 물약 뒷면을 가리키며

“아빠, 너~무 이쁘지?”

분배기에 구슬을 넣는 것도 너무 재밌어 하고 말이죠. (하지만, 아이가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분배기에 벌써 상처가 ㅠ)

아이가 앱을 통해 게임을 어렴풋이만 파악하고 있었지만, 아이가

“다 알아! 다~ 알아.”

라며 설명을 잘 안 들으려고 해서 바로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자기 차례에 적어도 물약 하나는 완성할 수 있게 하려고, 자기 차례에

구슬을 두 번 가져가기로 정한 뒤에 말이죠.

게임이 시작되니, 아이는 역시 콤보를 터트리지 못하고 구슬을 하나씩만

가져가더군요. 아직 멀었구나 싶었는데... 제 차례가 되니까

“아빠, 어떻게 할지 내가 알려줄게~”

라며, 훈수까지 두겠다는 겁니다. 늘상 있는 일이라 속으로 웃었는데, 의외로

콤보가 터지는 수를 알려주더라구요. 저한테 알려줄 때는 집중력이 상승하는 걸까요?

아이는 첫 번째 판에서 ‘꽃’이라 부르는 기술 토큰에 꽂혔던지, 두 번째 판을

준비할 때는 같은 물약들로 만든 더미 여덟 개를 늘어놓는 한편, 꽃을

네 개가 아니라 열두 개를 깔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타협안으로

여덟 개를 놓고 시작했고 말이죠.

두 번째 판부터 달라진 게 또 하나 있는데, 저한테 콤보가 안 터지는 수만

알려주더라는 겁니다. 제가 콤보가 터지는 수를 가리키며

“이렇게 하면 안 될까?”

라고 해도, 절대 안 된다는군요. 첫판 막바지에 콤보를 막 터뜨렸더니, 아이가

경계심을 갖게 됐나보더라구요; 아이가 우연히라도 콤보를 터뜨릴 수 있게,

콤보에 방해가 되는 구슬만 가져가다가, 막판에 한두 턴 기분냈는데 말이죠.

세 번째 판에서는, 제가 실수를 한 번 했는데요... 깜빡하고 플라스크에 있는

구슬 세 개를 물약에 배치하지 않은 채 아이한테 차례를 넘긴 겁니다. 뒤늦게

깨닫고 다시 배치하려고 하는데, 아이가 절대 안 된다 그러는 겁니다. 규칙을

중요시하는 나이니 뭐 어쩔 수 없이 제 실수를 인정하고 그러자며 넘어갔는데,

아이가 갑자기 킥킥대며 물약을 꿀꺽하더니, 그 구슬 세 개를 가져가는 겁니다.

게다가, 색깔에 상관없이 배치할 수 있는 물약까지 꿀꺽하고는 결국 두개의

물약을 모두 완성하더군요. 게임을 이해하기 시작한 겁니다.

2. 토요일 아침

다음 날 아침, 네 번째 플레이를 할 때였는데요...

“아빠, 빨간 색 두 개를 가져오려면 어떻게 해야 돼?”

라며 처음으로 어떻게 할지 물어보더군요. 잘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래서

알려줬더니, 드디어 콤보에 대한 감을 확실히 잡았던지, 콤보가 터지는 수를 가리키며

“아빠, 여기는 하지마!”

라고 하더군요. 아직은 좀 무리지만, 플레이를 거듭한다면 제대로 플레이할

날도 오겠구나 싶더라구요.

게임이 끝나자 아이는 물약을 섞어 마시는 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부터 딸기, 고추, 멜론, 오이, 블루베리, 포도, 술(맥주?),

달콤한 맛이라면서 말이죠.

3. 토요일 오후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3인플을 진행했는데,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저와 달리

“자, 빨간색 두 개를 가져가고 싶지? 근데, 빨간색 두 개가 이렇게 붙어 있는

데서 하나를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

와 같은 태도를 보여, 아이가 제 예상보다 더 빨리 게임을 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4. 일요일 오전

아이는 오랜만에 포션폭발 앱을 하자고 하더라구요. 저는 속으로

‘아, 이제 보드게임은 버려지는 건가?’

라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앱에 이어 포션폭발 보드게임도 하자고 하더라구요.

(손 맛이 아쉬웠던 걸까요?) 아이의 애착인형인 ‘귀요미’와 함께 3인플을

하게 됐는데, 아이는 향상된 실력으로 귀요미를 1등으로 만들더니 무척 좋아하더군요.

5. 마무리

포션폭발은 아이의 나이에 안 맞아 플레이하기에 다소 무리인 건 사실이지만,

어찌 됐든 플레이를 계~속 반복한다면 충분히 이해하면서 플레이할 수도

있을 거 같더군요. 대신, 계~속 플레이하려면 아이가 그만큼 흥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할텐데 아직까지는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그리고 보드게임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 보드게임 앱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 보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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