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너굴의 2020 Top 100 - #20~11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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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31 오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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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잘 지내셨나요? 코로나로 인한 혼란과 공포의 한 해였네요. 모쪼록 세상이 안정될 때까지 코로나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캐나다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모임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다른 취미를 즐기며 한 해를 보냈습니다.

지난 5년간 이번 처럼 보드게임을 멀리한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올해는 사정상 저 홀로 Top 100을 달리겠지만,

그래도 재미난 사족을 달며 재미난 여정이 되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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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글래스로드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14위

2019년 - 9위

으음~ 글래스로드가 여전히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군요! 우베의 타작품과 비교하면 비교적 가벼운 게임에 속합니다. 라운드마다 15장의 액션카드 중에서 5개를 골라서 사용하는데 그 중 3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2장은 뭐하냐고요? 다른 사람이 해당 카드를 사용해주길 바라야 합니다. 남이 사용하는 카드를 들고 있으면 저도 사용할 수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남이 안뽑을 카드, 남이 뽑을 카드, 내가 반드시 써야할 카드 세가지를 동시에 생각해야 하지요. 게다가 자연을 획득할 때마다 자동으로 돌아가는 자원 휠 때문에 자원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과 텍스트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등 뽑아내면 뽑아낼 수록 여러가지 장점이 골고루 담겨있는 게임입니다.

설명만 들으면 굉장히 복잡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게임을 해보면 정말 간단합니다. 라운드도 고작 4라운드가 전부기 때문에 뭔가 좀 해보려 하면 게임이 끝나요. 1인당 20분이기 때문에 "한번만 더 해보자" 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죠. 우베의 게임은 '이제 좀 뭔가 해보려는데 벌써 끝이야?' 라는 뒷맛이 강하게 드는 편인데, 우베의 게임 중에서도 이 녀석이 탑인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저는 아예 5라운드로 진행합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형태로 개인보드를 채울 수 있더라고요.

참! 재밌게도 0.5 단위로 주는 점수를 주기도 하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1점으로 지면 진짜 억울하지 않나요? 이 게임은 0.5점 차이로 지는게 가능합니다.

보기보다 가벼우면서도 할게 많은 묘한 게임이니 한번 해보세요.

#19 - 뤄양의 사람들

2015년 - 15위
2016년 - 23위
2017년 - 31위
2018년 - 13위

2019년 - 10위

아내의 버프를 받고 있는 뤄양의 사람들이 19위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네요. 형제라 볼 수 있는 아그리콜라, 카베르나, 르아브르, 아를의 평원, 오딘을 위한 축제 같은 거물급 게임에 비하면 깊이나 게임성 면에서 많이 부족한 녀석입니다. 카드빨도 상당히 센 편이고 인원 별 진행이 깔끔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비제가 아내에게 처음으로 알려준 중급 전략 게임 중 하나이다보니 저희 부부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지요.

게임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습니다. 생산과 납품을 잘 계획하여 딱딱 들어맞도록 계산하면서도 보조카드가 가져오는 변화와 상대방이 걸어오는 태클을 재주껏 비껴가며 유연한 운영을 하는 맛이 좋죠. 모든게 계획대로 흘러가서 수입이 제깍제깍 들어와 다음 장사를 준비할 수 있을 땐 기분이 대단히 좋아요. 매 라운드마다 있는 카드 드래프팅 과정 또한 손에서 한장 + 바닥에 버린 카드 중 한장이라는 다소 독특한 방식 때문에 이해하긴 어렵습니다만, 요령을 깨달으면 절묘한 신경전을 벌일 수 있는 재미요소가 됩니다.

뤄양의 사람들이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는 점수 차이가 아주 적게 난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1~2점 정도 내에서 승패가 갈리는데요. 사실 후반의 1~2점은 15~30냥에 가까운 금액의 격차를 뜻합니다. 어마어마한 차이죠. 그런데 초보자들은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1점 차이로 아깝게 졌다'와 같은 환상을 품게 됩니다. 조금만 더 하면 숙련자를 이길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가지게 되죠. 초보자를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도발 요소가 됩니다 ㅋㅋ

저희 부부는 아주 좋아하는 게임이네요!

#18 - 아그리콜라

2015년 - 16위
2016년 - 25위
2017년 - 4위
2018년 - 5위

2019년 - 13위

그래도 역시 우베하면 아콜이죠!

그건 그렇고 3연속 우베 게임이라니 ㅋㅋㅋㅋ 우베에 대한 애착은 별로 없는데 우베 게임이 상위권에 계속 등장하네요.

우베 로젠버그 하면 떠오르는 명작으로 카드 드래프팅 + 밥 먹이기 + 빡빡한 액션 칸으로 인한 눈치싸움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극한의 고통/재미를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사실 흑사병으로 인해 무너져버린 집안을 재건한다는 우울한 내용인데다 꽤나 골치 아픈 전략게임인데도 새끼양/멧돼지/소가 숨풍숨풍 나오고 가족이 차츰 늘어나는 등 귀여운 진행 나의 농장을 가꾸어간다는 성취감 때문에 은근히 초보자에게 잘 먹히는 특이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한때 초심자를 중/고급 전략으로 넘어가려면 아콜을 들이대는게 가장 효과적인 때도 있었죠.

아그리콜라는 제가 극도로 혐오하는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뭘 하려고 하면 계속 밥을 먹이는 단계가 찾아와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하고 싶은건 많은데 밥을 계속 먹여야 하니, 게임 내내 밥만 먹이다가 끝난다는 압박감이 너무 컸어요. 이 부분은 지금도 플레이어들에게 강렬한 호불호로 남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을 넘어 카드를 활용하는 법을 터득하고, 방을 만드는 타이밍을 알게 되고, 가족을 늘리는 타이밍에 선을 잡는 법을 배울수록 그렇게 빡빡하던 액션들이 한결 여유롭게 보이더군요. (물론 비슷한 수준의 게이머들을 만나면 또 다시 고통의 나락으로...) 좋아하는 것에 비해 실력의 향상은 크게 보이지 않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

아그리콜라를 잘하는 사람들은 드래프팅이 끝나면 대략 순위가 보인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해야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는걸까요?

전 절대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할거예요.

#17 - 트루아

2015년 - N/A
2016년 - 36위
2017년 - 19위
2018년 - 16위

2019년 - 20위

트루아는 주사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장르에 속하는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입니다. 발매시기를 생각하면 더 이상 '대표'적인 게임이라고 부르긴 어렵겠네요 :(

트루아의 모든 것은 아이콘으로 구성되어 처음엔 다소 난해한 감이 있으나 게임은 상당히 간결한 편입니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보드 위 여기저기 놓인 일꾼에 따라 특정 색의 주사위를 지급 받습니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가 동시에 주사위를 굴려 자기 영역에 배치해요. 이제 플레이어는 차례대로 자신의 주사위를 이용하여 원하는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점이 있는데요. 필요에 따라 남의 주사위를 사와서 사용할 수 있어요. 바로 이 남의 주사위를 사온다는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또 하나 아주 마음에 드는 요소가 있는데요! 플레이어마다 히든 스코어링 카드를 들고 게임을 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들이 가진 이 스코어링 카드는 게임 내의 점수조건이 되는데, 게임 내에 적용될 스코어링 방식 중 일부만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보며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매의 눈으로 관찰해야 합니다. 독고다이로 내 승점카드만 노리고 달리면 모두가 눈치를 채고 함께 행동을 따라하기 때문에 적당히 남의 것도 따라하면서 여기저기 발을 걸쳐야 하지요. 이 스코어링 방식도 다른데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방식이라 아주 마음에 듭니다.

트루네이라는 카드버전도 꽤 괜찮습니다. 멋진 게임입니다! 강추! 2~4인 지원되면서도 3인이 최적이란건 비추!

#16 - 황투

2015년 - 11위
2016년 - 40위
2017년 - 14위
2018년 - 38위

2019년 - 21위

워터게이트를 해보았지만 역시 황투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라이트급과 헤비급을 붙이는건 불공평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황투 내에 즐길거리가 더 많은걸요.

황투는 냉전시대를 그린 2인 전용 영향력 게임입니다. 서로 카드를 번갈아 내는 카드 드리븐 시스템을 활용한 게임인데요. 이렇게 번갈아 내는 카드로 국가 영향력을 늘리기, 상대방 국가 영향력 깎아내기, 우주개발, 이벤트 등 다양한 행동을 중 하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카드를 어떤 타이밍에 어떤 용도로 쓰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엔 아주 독특한 점이 하나 있는데요. 각 카드는 주인(미국/소련)이 정해져 있고 그 국가를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다양한 이벤트가 적혀 있습니다. 만약 내가 사용한 카드가 상대방 진영의 카드라면 해당 카드의 이벤트가 반드시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이벤트는 대체적으로 상대방에게 큰 도움을 주죠. "써야하지만 쓸 수 없다"는 모순적인 상황 때문에 이를 악물고 어쩔 수 없이 카드를 사용하는 상황이 굉장히 자주 찾아와요. 그 딜레마가 정말 즐거워요.

탄호이저의 편리한 시야 시스템과 더불어 카드 드리븐 시스템은 제가 가장 재밌다고 느끼는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응용한 게임이 더 나오면 좋겠다고 누누이 말한적이 있는데, 결국 각각의 시스템을 이용한 다른 게임들이 출시되며 제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ㅎㅎ

말하고나니 황투 한번 하고 싶어지네요. 온라인으로 해볼까 생각했지만... 역시 보드게임은 오프라인이 좋은 것 같아 오프라인으로만 만족하려 합니다.

#15 - 테라 미스티카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9위

2019년 - 12위

테라 미스티카는 게임 내에 운적인 요소가 거의 없는 게임입니다.

라운드마다 어떤식으로 득점을 하게 되는지 세팅 과정에서 모두 공개 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계획을 짜야하는 부분도 흥미롭지만, 종족들이 가진 각양각색의 능력을 활용하여 테크트리를 타는 과정, 서로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면서도 효율적인 권능 사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로 옹기종기 모여야 한다는 점 등 재미난 점이 많은 게임입니다. 완전히 운을 배제한 전략게임이 나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생각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테라 미스티카가 가장 근접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종족의 언밸런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비딩의 중요성을 언급하시지만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 때문에 별 달리 신경쓰고 있진 않습니다. 가끔 종족별 적정 비딩량 분석이라던가 초반 테크트리라던가 필수로 알아야 할 팁과 전략 노하우 같은 글들을 스치듯 보는 일이 있는데 읽어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아야 그런 분석을 할 수 있는걸까요? 정말 감탄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공략집을 조금 읽어보긴 했지만 역시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테라미스티카의 세계는 정말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영원한 캐쥬얼 게이머로 남아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내렵니다... ㅋㅋㅋㅋㅋ

테라미스티카를 한층 더 발전시킨 가이아 프로젝트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 테라미스티카에 만족하고 있지만... 이런 류의 게임을 접하실 분들은 가이아 프로젝트로 바로 넘어가셔도 무방할 것 같아요.

#14 - 카베르나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18위

2019년 - 14위

아니 글 하나에 우베 게임이 몇개여... ㅡㅡ;;

형제 작품인 아콜과 많이 비교되곤 하는 카베르나가 14위입니다. 아그리콜라와 마찬가지로 밥을 먹어야하고 농장을 가꾸는 목적은 비슷하지만 드워프가 되어 숲과 광산을 함께 돌봐야 한다는 점이 조금 다르지요.

아그리콜라가 할 것은 많은데 잦은 밥먹이기와 빡빡한 액션으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크게 주는 게임이라면 카베르나는 챙겨야 할 것이 더 다양하면서도 그 스트레스의 밀도가 상당히 옅은 편입니다. 밥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존재하는데다 다양한 종류의 건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드워프들이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있기에 꽤 흥미를 가졌는데... 그냥 장비 하나 메고 모험 액션 칸으로 가는게 전부라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 던전을 탐험한다던가 뭔가 더 다양한 액션이 존재할 줄 알았거든요.

모든 건물이 깔린 채 게임이 시작되는 샌드박스류 게임 특성상 카베르나도 전략의 고착화란 단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습니다. 자신에게 편하고 익숙한 전략만 자꾸 파고들게 될 확률이 높아요. 아콜은 손에 들고 있는 카드 때문에 강제로 전략을 바꿔야 하는데 카베르나는 진짜 웬만해선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오래오래 즐기고 싶다면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며 게임이 가진 여러가지 전략을 탐험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시스템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다는게 좀 아쉽지만요...

아그리콜라의 빡빡한 압박감이 싫다면 카베르나가 더 나은 작품일지도 모르겠네요. 한번 접해보세요.

참, 드워프는 서양에선 상남자의 종족이라 인기가 꽤 많은데... 전 드워프란 종족에 대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13 - 시즌스

2015년 - 23위
2016년 - 12위
2017년 - 35위
2018년 - 42위

2019년 - 17위

시즌스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잘 알려졌지만 그에 못지 않은 독특한 게임성을 가진 엔진빌딩 게임입니다.

마법사(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 카드 드래프팅을 통해 초반용 카드 3장, 중반용 카드 3장, 후반용 카드 3장을 미리 계획해놓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면 현재 진행중인 계절 색상에 맞추어 인원수 + 1 만큼의 주사위를 굴린뒤 하나씩 가져가며 액션을 실행해요. 이것을 3년의 계절이 지날 때까지 반복하며 최대한 다양한 콤보를 통해 승점을 높히는 게임입니다. 다 쓰지 못한 카드는 큰 감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초반에 미리 계획해둔 9장의 카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얼마나 유연하게 자기 전략을 지켜나갈 수 있는가! 이 두 가지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게다가 상대방에게 대놓고 피해를 주는 카드가 많기 때문에 테포마가 하나의 보드를 두고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게임이라면 시즌스는 서로 밀착한 상태로 난타전을 벌이는 게임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것 자체로도 충분히 괜찮은데 확장을 넣으면 게임이 더 풍부해져서 게임의 깊이가 늘어나요. 확장도 꼭 넣어서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가 확장을 넣어서 하는 몇 안되는 게임이기도 하네요)

이 게임을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보드게임 아레나에 가셔서 사람들과 함께 해보세요. 참고로 그 곳은 세상 수 많은 시즌스 괴수들이 모이는 곳이랍니다. 저도 몇번 갔다가 깔끔하게 영혼까지 털리고 GG...

#12 - 넷러너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15위
2018년 - 36위

2019년 - 19위

사실상 프랜차이즈는 수명을 다했다고 봐도 되지만... 코비드가 2인 게임 산소호흡기 역할을 하며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네요 -_-; 코비드에게 감사하다고 해야할지...

넷러너는 기업과 해커가 서로 정보(아젠다)를 탈취하기 위해 다투는 비대칭형 LCG 게임입니다. 다양한 TCG / LCG 게임을 보아왔으나 넷러너만큼 이렇게 비대칭인 경우는 별로 없죠. 그 점이 강렬한 매력이기도 하고요.

두 진영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운영하는데, 러너(해커)는 기업이 가진 아젠다(승점)을 빼앗기 위해 기업 플레이어의 덱 / 서버 / 핸드를 이리저리 공격하며 점수를 탈취해야 합니다. 반대로 기업 플레이어는 서버의 방어를 탄탄하게 유지하거나 아예 대놓고 러너를 유혹하며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도록 심리 게임을 펼치죠. 둘 다 모두 아젠다를 승점으로 바꾸기 위해 서로의 생각을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아젠다를 두고 속고 속이는 심리전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아쉽게도 진입장벽은 굉장히 높습니다. 양 진영을 따로 배워야 하는 점도 어렵고... 카드를 이해하는 것도 버겁고... 예외 상황 처리도 어렵고... 특히 이젠 고수들만 남아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뉴비를 찾아 함께 재밌게 즐기기도 힘들죠. 그러나 이 장애물을 넘어 완벽한 파트너 한명만 찾으면 두고두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예요. 주변에 고수가 있다면 밥 한끼 사주고 배워보세요. 카드에 익숙해질 수록 큰 재미를 느낄겁니다.

FFG 답게 미친것 같은 확장팩 리스트를 자랑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차라리 손을 안대시는게 나을지도요.

#11 - MTG

2015년 - N/A
2016년 - N/A
2017년 - N/A
2018년 - 92위

2019년 - 43위

저는 TCG/LCG를 기반으로 한 보드게임은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카드를 꾸준히 구입해야 최신 트렌드에 따라갈 수 있는 금전적 부담감, 복불복 요소(LCG는 복불복 요소가 없지만요), 높은 카드 이해도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괴수만 남는 배경도 부담스럽고요. 그런 점에서 매직더게더링은 이런 장르의 시초이자 정점을 찍은 작품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 머나먼 옛날(?) 정립한 색상별 특징과 개념들이 지금까지도 유지되며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있는걸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특히 카드 한장 한장에 그려진 뛰어난 아트워크는 말할 것도 없고요!

게다가 카드 수가 어마어마하다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 전략을 섞어넣은 덱들이 존재하는데요. 당하다보면 "뭔 이딴 덱이 있어?" 싶을 정도로 어이없게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ㅋㅋㅋ 유희왕도 비슷한 방식으로 당해본 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매직만큼 다양한 각도/방법으로 처맞은 TCG 게임은 없는거 같아요 ㅋㅋㅋ

최근 커맨더라는 장르를 배워서 즐기다가 코비드 때문에 멈춰야 했는데... 1:1 매직은 숙련도 / 카드의 차이 때문에 언제나 탈탈 털리지만 4인이 서로 복잡적인 관계를 맺으며 견제하는 구도를 만들어가다보니, 저 같은 초보도 이길 수 있어서 정말 재밌더라고요. 이 매력에 푹 빠진 나머지 카드 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자꾸만 매직 카드에 눈이 가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중독성이 너무 강합니다.

그래도 선은 그어야죠.

딱 한번만 더 덱을 사고 이제 그만 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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