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Carnegie) - 보드게임 아레나 플레이 리뷰

Kwangi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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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5 오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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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보드게임 플랫폼들이 선택에서 필수가 되어가고, 점차 게임 선택지도 많아지면서 그 영역을 확장하는 중입니다. 특히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신작 킥스 게임들은 킥스 캠페인 진행과 동시에 TTS 나 테이블토피아 (https://tabletopia.com/games?category=kickstarter&page=1) 를 통해 체험 & 홍보를 하는 것이 거의 필수 절차가 되어버렸는데요. 그렇지만 (오프 모임도 결국 똑같지만) 멤버 모집의 어려움, 인터페이스의 불편함, PC 사양 문제 등으로 인해 저는 간간히 보드게임 아레나 (https://boardgamearena.com/) 를 통해서만 온라인 보드게임을 즐겨왔었습니다.. 아레나는 일단 방 만들어놓고 누구든 접속하면 바로 같이 게임할 수 있고 모든 진행이 스크립트화 되어 있어서 진행이 편하고 에러플의 여지가 적다는 장점이 있죠..특히 핸드폰에서도 돌아갈 만큼 PC 사양도 거의 타지 않습니다.

단지 아레나는 해당 게임을 전부 스크립트화 해서 구현해야 한다는 특징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유명한 구작 게임이나 구현이 간편한 단순한 게임들 위주로 많이 올라와있었는데, 이번 신작 킥스게임 카네기 (Carnegie) 가 아레나에 올라와 있더라고요. 마침 관심있던 게임이라 룰북 읽고 바로 주말에 아레나에서 5번 정도 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전공이 그 쪽이라 평소에 경제/경영 게임을 선호하는 편이라 매번 재미있게 플레이 하였고, 게임에 대한 리뷰 또한 남겨보고자 합니다.

1. 게임 소개 및 진행 방식

(카네기 구성물 사진. 모든 게임 사진은 보드게임긱 (Boardgamegeek.com) 에서 가져왔습니다)

카네기는 게임 이름 그대로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업적을 주제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디자이너는, 아트웍은 이제는 거의 넘사벽이 되어버린 Ian O'Toole, 퍼블리셔는 Quined Games 입니다. Xavier Georges는 Carson City, Troyes, Black Angel 등을 만든 작가인데 여담이지만 저는 이 중에 Black Angel 만 플레이해보았고, 사실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카네기와 마찬가지로 별빛바다에서 국내 유통을 맡아서 들여왔지만 출시 당시 페스타에서 당일 매진되고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그 이후로는 언급이 좀 적어진 거 같습니다. Carson City 는 주변에서 평이 좋던데 카네기를 해보고나니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렇지만 코로나는 언제 풀릴지 ㅠㅠ)

아트웍은 갓 이안오툴.. 이번에도 말이 필요없을 듯 합니다. 아직 실물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아트웍에 대해 논하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아이콘화가 정말 직관적으로 잘 되어있습니다. 게임 상 언어 요소는 아예 없어서 간단히 진행 방법 및 아이콘에 대해서만 설명을 해주면 무리없이 게임 진행이 가능할 듯 합니다. 현재 긱 웨이트는 3.8 로 나와있지만 정식 출시되면 아마 다소 내려갈 듯 합니다. 메인 액션도 4종류 뿐이고 잔룰도 거의 없어서 배우기는 쉽지만, 처음에는 특유의 운영 방식이 적응이 안되서 운영이 어려울 수는 있습니다.

게임 진행은 총 20 라운드로 이루어지며, 매 라운드는 이벤트 발생 (수입 획득 and/or 기부) -> 메인 액션 의 2 단계로 진행됩니다. 중간에 정리 단계도 없고, 예를 들면 중간 정산/분기 주주총회 같은 부수 과정이 아무것도 없어서 처음에 한번 세팅 해두면 끝날 때 까지 막힘없이 바로 이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메인 액션은 크게 인사 (HR) / 관리 (Management) / 건설 (Construction) / 연구개발 (R&D) 4 가지로 구분됩니다. 해당 라운드의 선 플레이어가 4가지 메인 액션 중 하나를 선택하면 이번 타임라인의 이벤트가 발동되고, 순서대로 선플레이어가 선택한 액션을 진행하면 됩니다. 카네기의 가장 중요한 인터랙션 포인트이자 운영할 때 가장 신경써야 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즉 해당 라운드의 선 플레이어가 선택한 액션을 모두 똑같이 실행해야 하기에, 다른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자신이 짜둔 계획이 완전 틀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먼저 인사 (HR) 액션을 통해 건설 관련 부서에 인력을 배치하고 건설을 하려고 했는데, 선플레이어가 이번 라운드는 건설 액션이라고 정해버리면 최악의 경우 건설 부서에 미리 배치해둔 인력이 없어서 라운드 전체를 아무 것도 못하고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메인액션 타임라인, 위에서부터 인사, 관리, 건설, 연구개발 부서. 액션이 선택되면 해당 액션의 마커가 전진하면서 해당칸의 이벤트가 발동됨)

또한 위와 같이 타임라인에 따라 해당 액션의 마커가 움직이면서 이벤트가 발동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 또한 미리 해둬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최악의 경우, 남들은 이벤트로 수입 챙겨서 달리는데 혼자만 빈 손가락 빨게될 수도 있습니다..결론적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의 인력 배치 상황, 지역 개발 상황 (이벤트 수입 관련) 을 잘 체크해서 다음 선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물론 전략적으로 자신에게는 큰 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플레이어 견제를 위해 일부러 다른 액션을 선택하는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해당 액션으로 인해 내가 얻는 이득보다 남이 얻는 이득이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계획을 위해 어쩔수 없이 그 액션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하고요.. 다른 플레이어가 선택할 거 같은 액션 미리 예상해서 준비해둔 다음, 실제로 예상대로 흘러갔을 때의 짜릿함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포인트 입니다.

(개인 회사보드판. 빈 칸 원하는 곳에 신규 부서 확장이 가능하며, 일꾼 배치 이후 사용 가능. 일꾼 배치는 부서간 거리에 따른 이동력 개념)

메인 액션은 해당 파트의 부서 액션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처음에는 파트마다 부서가 1 ~ 2개 뿐이지만 회사 확장을 통해 부서 추가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건축 파트 관련 부서가 4개 있고 각 부서에 활성화된 (위 사진 상에서 서있는 일꾼) 인력이 있다면 모두 사용이 가능합니다. 추가 신설된 부서를 통해 액션 효율을 늘리거나 신규 액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확장도 꾸준히 해줘야 후반부에 스노우볼을 통한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일꾼 사용 또한 이 게임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각 부서마다 일꾼 사용 방식이 다른데, 한번 교육을 통해 활성화를 시켜두면 다른 부서로 전출되기 전까지 쭉 머무르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가 있고 (일종의 사무직 개념), 업무 수행 즉시 미국 전역 중 선택한 지역에 파견되어 해당 지역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일종의 현장직 개념) 파견직은 현장에서 복귀하면 재배치 및 재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더 높으며,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수익 개념인 지역 및 프로젝트 개발 보너스를 받으면서 돌아옵니다. 처음에는 지역 및 개발 보너스가 소소하지만 개발을 통해 일꾼 한 명 당 얻을 수 있는 보너스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타이밍 맞춘 일꾼 파견 -> 회수를 통한 보너스 획득 -> 일꾼 재배치 후 재파견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지가 이 게임 운영의 핵심입니다. 문제는 특정 지역에 파견된 일꾼을 아무때나 회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임라인에서 해당 지역의 이벤트가 발동해야지만 회수가 가능합니다.

(MIdwest 지역 개발현황 예시. 흰색 플레이어의 경우 배치된 일꾼 한 명 당 복귀하면서 상품 자원 2개를 가져옴)

게임 상 자원은 돈과 상품 (흰색 네모 큐브) 한 종류로 단순화 되어 있습니다. 상품은 팔아서 돈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주로 부서를 확장하거나 각 지역에 건물을 건설하는데 사용됩니다. 돈은 부서에 신규 배치한 인력을 교육 (활성화) 시키는데 사용되고, 무엇보다 게임 상 가장 중요한 득점원인 기부하는데 사용됩니다. (사실 이 게임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회사를 잘 발전시켜서 돈 많이 벌어들인 후 누가 많이 기부했느냐 싸움이기도 합니다. 앤드류 카네기가 말년에 왕성한 기부 활동으로 평판을 많이 쌓았는데, 아마 이에 기인한 듯 싶습니다)

기부는 돈만 지불하면 점수를 주는 건 아니고, 미션 선택 방식으로 되어있습니다. 교육, 인권, 복지, 건강 의 4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으며 카테고리 구분 상관 없이 원하는 미션 하나를 골라서 자신의 마커를 놓고 선점하면서 돈을 지불합니다. 각 미션 하나 당 얻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12점으로 정해져있지만, 몇 판 플레이해본 결과 별도로 신경쓰지 않아도 만점 (12점) 받기 굉장히 수월한 미션도 있고 신경쓰지 않으면 만점 받기 쉽지 않은 미션도 있습니다. 미션 종류는 항상 고정인데 차후에 확장으로 추가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찬가지로 카테고리 구분 상관없이 맨 처음 하는 기부는 5달러, 다음은 10달러 이런 식으로 5의 배수로 비용이 늘어납니다. 기부도 아무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타임라인 상 이벤트가 발동해야 기부할 수 있으므로 기부 이벤트가 발동했는데 마침 돈이 부족하다면 남들이 좋은 기부 항목 선점하는 걸 눈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기부 기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몇 번 기회를 놓치다보면 고득점은 포기해야 합니다..ㅎ

(메인 보드판 중 기부 관련 영역. 교육은 부서 개발 관련, 인권은 지역 개발 관련 등 나름 테마와 잘 어우러져 있음)

다시 정리하자면 게임의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플레이어가 액션 종류를 선택하면 해당 액션의 타임라인 상 마커가 전진하면서 이벤트 발동으로 인해 수입을 얻거나 기부를 할 수 있고, 그 다음 선플레이어부터 돌아가면서 선택한 액션 종류에 해당되는 부서 행동을 진행합니다. HR 부서 액션을 통해 새로 고용한 인력이나 기존 인력, 또는 지역 임무에서 복귀한 인력들을 재배치할 수 있고 개발 부서 액션을 통해 자원 (상품 또는 돈) 을 얻거나 회사 부서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건설 부서 액션을 통해 각 지역에 프로젝트를 건설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 건설을 위해서는 먼저 연구개발 부서 액션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연구개발 부서 액션을 통해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도 진행할 수 있고, 지역 개발이 진행될 수록 해당 지역에서 복귀하는 인력이 가져오는 수입이 증가합니다.

각 액션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기 위해서는 액션의 순서가 매우 중요하지만, 액션 순서는 자신이 선플레이어일때를 제외하고는 마음대로 정할 수가 없으므로 최선을 위한 몰빵보다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분산 투자가 중요합니다. 또한 지역 보너스에 욕심부려서 한 지역에 대다수의 일꾼을 파견시켜두면 남들이 이를 견제해서 해당 지역의 이벤트 발동을 최대한 연기시킬 수도 있으므로 최악의 경우 몇 라운드 동안 상당수의 일꾼 없이 진행해야 합니다.

2. 장점

1) 적절한 인터랙션 요소

결국 보드게임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같이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상호간의 어느정도 인터랙션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머리쓰는 전략 게임도 좋지만 만나서 같이 플레이하는데 상대방의 행동이 자신의 행동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사실 혼자 1인플하는 것과 크게 다를바가 없겠죠. 그렇지만 너무 인터랙션 요소가 높아서 견제만 하다가 끝나게되면 자칫 서로 기분만 상하게 될 수도 있기에 적절한 수준의 인터랙션이 가장 중요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해본 게임 중에 브라스 : 버밍엄의 인터랙션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데, 인터랙션으로 인해 계속 전략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매 판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딱히 견제하려고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기분이 상할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카네기의 인터랙션 요소는 상당 부분 브라스 : 버밍엄과 유사합니다. 상대방의 액션 선택이 내 행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 판 진행이 달라지게 되고, 계속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예측해서 진행해야하며, 예측이 맞아 떨어졌을 때의 짜릿함과 예상대로 상대방이 움직여주지 않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공존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견제만의 목적이 아니고 자신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호간에 서로 기분이 상할 이유도 별로 없습니다 (오프라인으로 해보지를 않아서 실제로 통수 맞았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은..ㅎ) 만약 액션 선택을 여타 게임과 같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평범한 일꾼놓기 게임이 되버렸을 거 같은데, 인터랙션 요소를 넣어서 시스템을 잘 버무린 듯 합니다.

2)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운영

위에서 게임 설명이 좀 길어지긴 했지만, 결국 메인 액션의 종류는 4종류 뿐이고 자원은 돈과 상품 2 종류 밖에 없습니다. 비딸 게임처럼 이 액션을 하려면 이 자원이 필요하고, 이 자원을 얻으려면 이거를 먼저 해야되고 이러한 요소도 없고, T 시리즈 게임들처럼 몇 라운드 끝나면 마앗 단계, 축제 단계 이러한 요소도 없습니다. 단지 20라운드를 동일하게 운영하는 거 뿐이지만, 계속 상대방 눈치를 보며 최적의 운영을 고민해야 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HR 액션을 통해 몇 라운드에 걸친 운영 계획을 반영해서 일꾼을 잘 배치해두어야 하고, 다음 / 다다음 라운드에 상대방이 어떤 액션을 선택할 지 미리 파악해서 액션을 선택해야 하며, 그에 따른 이벤트 발동을 고려해서 각 지역에 일꾼을 파견해야 합니다. 한번 꼬이면 몇 라운드 동안 계속 고통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 순간 균형잡힌 운영이 요구됩니다.

3) 높은 테마 몰입도

사실 이 부분은 조금 애매한게, 카네기를 다룬 게임이기는 하지만 제가 카네기에 대해서 깊게 알지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카네기가 아니라 당시 미국 산업화 시대의 다른 기업인..예를 들어 록펠러를 붙여놔도 크게 위화감이 없을 거 같기는 합니다. 최종적으로 거의 전재산의 기부를 통해 점수를 획득하는 부분이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왜 굳이 카네기 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 산업화 시대의 회사를 운영한다는 테마로 놓고 보면 몰입도가 한층 높아집니다. 인사, 관리, 건설, 연구개발 각 부서의 유기적인 연계와 발전을 통해 회사를 키워나가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 있으며, 동시에 각 지역의 네트워크 발전과 프로젝트 건설을 통해 지역과 지역을 연결해나가는 과정 또한 미국 산업화 시대의 모습을 잘 나타내줍니다. 그리고 나름 각 지역 (서부, 중서부, 동부, 남부) 마다 특색도 표현되어 있어서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하는지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자원 또한 달라집니다.

4) 직관적인 룰과 아이콘

이해하기 어려운 룰도 없고, 진행하면서 빼먹기 쉬운 잔룰도 거의 없습니다. 미션 지역에서 일꾼을 회수하면서 얻는 보너스 정도가 가끔 빼먹을 수도 있는 부분인데, 오프라인에서는 룰마가 그 정도만 챙겨줘도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든 행동이 아이콘화가 잘 되어 있어서 룰 설명 마지막에 아이콘만 다시 짚어주면 진행 중 추가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3. 단점

1) 획일화된 점수 획득 양상

앞서 장점으로 인터랙션에 따른 유연한 운영을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게임에서 점수를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사실 상 네트워크 점수 + 기부 점수입니다. 설명 부분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점수 중에 각 지역의 주요 도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 뉴올리언스) 를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서 얻을 수 있는 점수가 있는데 이 점수가 최대 36 점으로 최종 점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또한 기부 점수가 매우 중요한데다가 네트워크 연결과 연관되어 쉽게 점수를 뽑을 수 있는 기부 항목들이 몇 개 있어서, 초반에 해당 기부항목을 선점한 후 네트워크 연결을 목표로 운영하는 양상으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그 밖에 건설 점수, 부서 점수, 프로젝트 개발 점수가 있기는 한데 여기서 점수가 크게 차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게임 자체가 앞서 언급한 대로 상대방의 액션 선택에 따라 운영을 따라갈 수 밖에 없기에, 자기가 어느 테크를 중심으로 가겠다는 소위 몰빵 테크를 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되고 균형적인 회사 운영이 요구됩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서로 비슷비슷한 수준에서 네트워크 연결이라는 메인 목표를 중심으로 달리게되고, 이를 달성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됩니다. (물론 네트워크 연결만 신경쓴 나머지 자금 관리에 소홀하게 되면 기부를 얼마 못하게 되서 점수를 얼마 못 얻게 됩니다)

2) 동일한 초반 세팅

요즘 게임은 보통 랜덤 개인 미션, 전체 미션, 지역별 보너스, 아니면 극단적으로 개인 특수 능력 등 리플레이성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초반 세팅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매판 세팅 및 정리에 10분 이상 걸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만..) 하다못해 앞서 예를 들었던 브라스 : 버밍엄도 도시 상품 타일을 통해 해당 판의 주요 개발 테크트리에 대한 다양성을 제공합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메인 타임라인 스케쥴을 제외하고 초반 세팅에서 바뀌는 사항이 없습니다. 기부 항목은 항상 동일하고, 지역 개발로 부터 얻을 수 있는 보너스도 항상 동일합니다. 이렇게하면 밸런스를 잡기는 좋겠지만, 매 판 양상이 비슷해질 우려가 있어서 하다못해 기부나 지역 개발 보너스 정도는 추가 타일이나 카드를 주고 세팅할 수 있게 해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게 추가로 확장할 수 있는 부서 타일이 추가될 수 있는데 현재 킥스 스트레치골로 걸려있어서 킥스 참여자가 많아질 수록 늘어나게 되어있습니다.. 더군다나 추가 타일이 킥스 전용은 아니지만 리테일판에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두겠다고 하는데.. 사실 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여집니다.)

결론적으로 1번, 2번 단점이 합쳐지면 매 게임마다 상호간의 인터랙션에 따라 행동 순서만 바뀔 뿐, 양상 자체는 비슷하게 흘러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 됩니다. 개발을 먼저 하던, 부서 확장을 먼저 하던 신규 인력 채용을 먼저 하던 결론적으로 네트워크 연결하고 기부 빵빵하게 한다 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되는거죠. 기부 항목이 달라지는 만큼 어느 항목을 중점으로 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어차피 기부는 최소 5-6 개 항목은 골라야하기 때문에 균형적인 발전이 필수적입니다. 향후에 초반 세팅을 바꿔줄 수 있는 확장이 나오거나 부서 타일이 많이 추가가 되면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거 같기는 한데, 현재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본다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몇 판만 하면 금방 질린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비슷한 목표라도 서로 견제해가면서 최적 운영 계획을 세워서 달려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작가가 다양한 세팅과 밸런스 중에서 밸런스를 더 중시해서 만든 거 같은데 아무튼 향후 확장은 기다려볼만 한 거 같습니다.

4. 총평

회사를 운영하는 경제/경영 게임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라 관심있게 보고 있는데, 생각나는 대표적인 게임은 아크라이트, 빅숄더, 푸드체인거물, 18xx 시리즈 정도 들 수 있을 거 같네요.아크라이트는 수요/공급 매커니즘을 반영한 운영 중심, 빅숄더는 운영을 좀 간소화하고 주식 요소를 추가한 게임, 18xx 는 철도 운영에 시리즈에 따라 공매도, 합병 등 다양한 주식 요소를 추가한 게임, 푸체거는 마케팅과 가격 경쟁을 강조한 게임 정도로 생각되는데 공통적으로 어려워서 접근이 쉽지 않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카네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룰로 균형잡힌 회사 운영을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상품 판매 요소는 사실 거의 없다시피 하고, 관리 액션에서 일꾼 파견하면 돈을 들고 오거나 상품을 들고오는 등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좀 더 포괄적으로 지역 개발과 회사 운영을 보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은 많이 간소화시킨 거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합니다. 따라서 평소에 경영 게임에 관심있던 분들이라면 한번쯤 권해드리고 싶은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통해 익숙해지면 아크라이트, 빅숄더로 넘어가도 좋을 거 같기도 하고요 (18xx 시리즈는 추구하는 방향성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참고로 킥스 페이지에 한국 로컬 파트너는 별빛바다라는 공식 공지가 올라왔음에도 아직 별바측에서 어떠한 언급이 없네요.. 개인적으로는 게임이 마음에 들어서 킥스로 참여하려고는 하는데 아직 확실한 공지가 없어서 킥스 참여도 안하고 기다리시는 분도 많을 거 같습니다. 킥스 일정이 약 2주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킥스판과 리테일판의 구성물 차이 등에 대한 확실한 공지가 올라와줬으면 좋겠네요. (저는 일단 내부 트레이나 추가 부서 타일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서 좀 비싸더라도 킥스 버젼으로 구매할 생각이긴 합니다..)

아침부터 쓰던 글이 쉬엄쉬엄 쓰느라 점심 시간 넘어서까지 이어졌는데, 두서없더라도 양해 부탁드리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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