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더 게임: 페이스 투 페이스 리뷰

란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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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9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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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9일 보드게임긱BoardGameGeek에 올라왔던 글입니다.

원문의 작성자인 W. Eric Martin은 BGG의 운영진입니다.

컨벤션에서 게임 프리뷰 영상을 촬영하고, 신작 소식을 알리는 기사도 쓰기 때문에 BGG를 활용하시는 분들이라면 본 적이 있으실 거에요.

직접 리뷰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가끔씩은 리뷰라기 보다는 비평에 가까운 이런 글을 쓰기도 합니다.

딱히 게임의 장단을 논하거나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갖게 된 복합적인 느낌을 서술하는 그의 글이 맘에 들어서 번역하여 올려도 되겠냐고 묻고, 허락을 받아 번역했습니다.

원문: https://boardgamegeek.com/blogpost/73182/going-head-head-game-face-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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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죽음, 특히 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늘었습니다. 2018년이 되면 제 나이가 쉰이 되는데, 제 아버지는 일흔에 돌아가셨죠. 어쩌면 이제 20년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조금 더, 어쩌면 조금 덜 남았겠지요.

제가 아버지보다 조금이라도 건강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많은 시간을 앉아서 지내고, 운동에는 관심이 없다보니 그나마 하는 거라곤 걷기 운동 뿐입니다. 제게 육체라는 것은 귀찮을 뿐이고 통에 담긴 뇌로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편이 낫지 않을까, 확신은 없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통에 담기기 전에야 알 수 없는 노릇이고, 그때 가서 상상한 것보다 그 경험이 별로라고 한들 다시 육체로 돌아오는게 간단할 것 같지는 않지만요.

물론, 여러모로 당신은 이미 통 속에 담긴 정신입니다. 당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 당신이 느끼는 모든 것이 당신의 신경을 타고 목 위에 달린 것에 전달되고, 거기서는 당신이 해야할 것을 결정해주죠. 저 고양이를 쓰다듬어! 그 물을 마셔! 저 통나무 함정을 피해!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게임의 물질적인 면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상상을 돕는, 창의적인 삽화나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는 않겠지만요.

플레이어들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 게임 디자이너가 창조한 세계의 룰을 해석하는 도전, 주어진 재료들을 활용하여 상대방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고민, 이러한 것들이 있어서 저는 보드게임을 좋아합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꼭 제가 이겨야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게임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고 싶습니다. 영리한 선택을 하고,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 나가면서, 이 창조된 공간을 활용하고 싶습니다. 게임을 잘한다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만약 제가 어떤 게임을 잘한다면 저는 대체로 만족하는 편인데, 게임을 하면서 점점 더 잘하게 되면 그 게임을 더욱 좋아하게 되고, 그 과정에 이길 수도 있다면 그건 정말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대하는 방식이 이러하기 때문에 저는 한 번 해본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리뷰를 쓰지 못합니다. 항상 말해온 것처럼, 어떤 게임을 처음 할 때는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의 관점에서 게임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보드게임의 용어들을 많이 알고, 심지어 비슷한 게임을 본 적이 있다고 해도, 좋은 게임이라면 개발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뭔가 새로운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게임은 당신을 앞이 보이지 않는 정글 같은 풍경에 떨어뜨리고, 당신이 칼을 휘둘러 풀을 베며 그 땅을 발견해 나가도록 몰아붙이는 겁니다.

두 번째 경험부터는 첫 판을 할 때 세워둔 표지에 의지하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당신은 휘갈겨 쓴 좌표가 적힌 지도를 들고 있고, 이제는 세부를 채워 나갑니다. 이후 매번 게임을 할 때마다 이 상상의 세계에 당신의 경험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이 세계를 당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게임의 끝장을 보았다고, 찾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느낀 적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슈테픈 벤돌프의 <더 게임>을 백 번도 넘게 했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이 게임의 규칙이 너무 단순함을 들어 무시하거나 이제 질렸다고 하지만 저는 아직도 이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찾습니다. 제 일부를 게임의 디자인과 결합시키고, 매 게임 내면의 지도를 다듬어 나간다고나 할까요.

<더 게임>을 하면서 해야할 일은 98장의 카드를 네 곳의 카드 더미에 내려놓는 것 뿐이지만, 이 과정은 끊임 없는 도전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더 그렇습니다. 여러 면에서 이 게임은 당신과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닮아 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당신은 다소 더듬거리며 대화를 진행할 것입니다. 이야기할 주제를 찾아 헤매느라 혹은 방금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말을 했기 때문에, 모두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경계선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상자와 카드에 그려진 해골 문양이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만, 이 그림은 때로 게임이 파국으로 향하는 가운데 당신이 느끼게 되는 절망감을 잘 나타냅니다. 때로는 당신이 잘못 선택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도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에, 때로는 삶이란 그저 불공평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는 죽을 것이며 우리는 그 사실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컨벤션에서 촬영 기사로 같이 일하는 John Knoerzer

제가 좋아하는 단편 소설 중에 “1973년 10월 27일을 알았던 한 남자”, 아마 그런 제목을 가진 작품이 있습니다. (원래도 기억력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몇 군데 더 고장난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정확한 제목이라던가, 작가의 이름처럼 잊어버린 것들이 좀 있습니다. 집 어딘가에 이 이야기가 들어 있는 SF 단편집이 있지만, 그 집의 정돈상태가 제 머릿속과 비슷하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떤 특정한 날짜에 집착하게 되고(집착의 이유는 기억이 안 나네요), 미국 전역에서 나오는 신문을 모두 사들여서 그날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아내어 그날의 모든 사건을 그 자신의 정신에서 총체적으로 연결하고 이해하고자 합니다. 더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 그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다른 언어를 배워서 그 언어로 나오는 모든 신문과 잡지를 구해서 1973년 10월 27일에 이 나라들에서 일어난 사건들까지도 알고자 합니다. 관련된 모든 것의 총체를 흡수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것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겠어요?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는 그들이 그날, 그 시간에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어떻게 그날에 대해 그렇게 모르면서도 괜찮을 수 있습니까?

저는 가끔 그 주인공과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저는 어떤 게임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면서 그 게임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자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저 한 번 해보는 것에 만족하고는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나곤 합니다. 감사하게도 저와 자주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제가 어떤 게임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하며, 그 게임을 잘 표현하고 개발자의 의도를 잘 포착하기 위해 경험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계속 같은 게임을 하려고 하는 저를 도와줍니다. 저는 이 경험이 얇은 천에 그린 그림을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쌓으면 쌓을 수록 이 게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분명해지고, 게임 디자인의 핵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됩니다.

컨벤션에서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려준 Jenifer Geske

그렇기는 하지만, 리뷰를 쓰고 나면 저도 다음 게임으로 넘어갑니다. 기다리고 있는 게임이 많고, 점점 많은 게임이 나오다보니 플레이할 시간도 부족한데다, 주기적으로 하고 싶은 애착을 가진 게임의 목록도 빈틈없이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들아, 미안! 우리 사이에 좋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끝내야 할 것 같아. 미안해.

아내와 저는 <더 게임>을 주기적으로 즐겨왔습니다. 우리는 <더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두 번에 한 번은 이길 수 있었기 때문에 2016년에 <더 게임: 익스트림>이 나오자 이 게임으로 넘어 갔습니다. 이 게임은 60번 넘게 했지만 아직도 다섯 번에 한 번 정도만 이길 수 있네요. <더 게임: 익스트림>은 개발 목표를 충실히 달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더 게임>의 난관들 사이사이에 지뢰를 깔아 놓는 것이죠. 더 많은 카드를 내려놓아야 하거나, 원하는 만큼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손에 카드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내려놓고 싶지 않은 카드를 내려놓게 됩니다. 원치 않는 곳에 카드를 놓거나, 아주 좋지 않은 선택을 해야만 벗어날 수 있는 함정도 있습니다.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은 아니라 해도 삶의 어떤 순간들 말입니다.

2017년 말 공동 디자이너 벤돌프와 라이너 슈타웁 그리고 퍼블리셔 NSV는 <더 게임: 페이스 투 페이스>라는 2인 전용, 경쟁 버전 <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아내는 이 게임을 두 번 하고는 아주 싫어했습니다. 아내는 <더 게임>을 하면서 서로 겨루기보다는 함께 해결하는 것을 원했습니다. 저는 남들과 겨루는 것도 좋았습니다. <더 게임>에서 상대방과 경쟁하여, 위기를 무사히 헤쳐 나와서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패배한 상대방이 창백한 해골을 멍하니 보게 만드는 것도 즐거웠어요. 그래서 2017년 11월 BGG.CON 기간에 저는 <더 게임: 페이스 투 페이스>를 들고 다녔습니다. 오직 이 게임만하려고 했던 것 같네요.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다른 게임을 하기도 했지만요, 그들이 제 요청을 들어준 것처럼요.

읽어내기 힘든 미스터리함을 가진 Joe Huber

<더 게임: 페이스 투 페이스>에도 여전히 카드를 내려 놓을 곳이 네 군데 있지만, 각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주어진 장소 두 곳을 갖고 있습니다. 한 곳은 오름차순으로, 한 곳은 내림차순으로. 카드덱도 각자 가지고 있습니다, 2에서 59까지 들어 있지요. 게임 진행은 <더 게임>과 유사합니다. 각자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최소한 두 장을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때 한 장을 상대방의 장소에 놓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때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주는 식으로 놓을 수 없고 무조건 이득이 되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름차순으로 놓는 장소라면 현재 숫자보다 낮은 숫자만 놓을 수 있습니다. 경쟁 상대이지만, 동정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래야 하는 것처럼요, 상대방이라는 것은 대체로 당신이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일 뿐이니까요.

이웃한 경쟁 상대를 돕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장소만 활용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는 금방 패배하게 될 겁니다. 오직 자기 장소에만 카드를 놓으면 자신의 차례에 몇 장의 카드를 썼든지 두 장만 새로 가져오게 됩니다. 따라서 손의 카드가 줄어들고 좋은 선택지가 없어서 패배하거나, 카드를 내려놓는 속도가 느려서 상대방이 먼저 게임을 끝내서 패배합니다.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인생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말하듯이요. 손에 다시 여섯 장의 카드를 채우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장소에 카드를 놓아야 하고, 그러려면 반드시 상대방을 도와야 합니다. 아인 랜드(역주: 미국 자유지상주의의 사상적 토대를 놓았다고 하는 소설가, 철학자. 극단적 개인주의-이기주의를 주장한 것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인용되곤 합니다)는 이 게임을 증오했을 거에요.

정열적인 대만 게임, 디자이너 후원자 Smoox Chen

상대를 도울 때 플레이어는 가능한한 적은 도움을 주고자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름차순 더미에 6이 있다면 5를 놓아주는 식으로요. 그렇게 하면 상대방에게 이득이 없습니다. 이봐, 지금 내가 너를 도와주고 있어. 상대방은 말하겠죠, 이봐, 주는 것도 없으면서 생색을 내고 있잖아? 네, 그의 말이 맞습니다.

물고기를 그냥 주기 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려는 것, 그런 변명 말고도 상대를 너무 많이는 돕고 싶지 않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오름차순 카드 더미가 59에 도달해서 오로지 한 장의 카드(49죠)로 그 더미를 소생시킬 수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역주: <더 게임> 본판과 같은 룰입니다. 현재 카드 더미 맨 위에 놓인 카드보다 딱 10 낮은 혹은 높은 카드를 놓아서 일종의 되감기를 할 수 있습니다. 오름차순 더미에 55→59→49→52 이런 식으로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어떤 카드를 놓아줘도 상대방에게 숨쉴 틈을 주게 됩니다. 56을 놓았더니 상대방이 57을 갖고 있었다던가 하는 식이죠. 56이 아니었으면 상대는 57을 들고 패배해야 했을 텐데요.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상대방에게 기회가 생깁니다. 당신은 자비로운 영혼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헛된 희망을 주기보다는 신속한 죽음을 주고 싶을 거에요.

뉴 햄프셔 시절부터 같이 게임을 즐겼던 Ray Dennis

게다가 플레이어는 상대방을 도우면서, 혹은 “돕는 다면서” 말입니다, 다소 뻔뻔하게도 스스로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6 위에 5를 놓아주고, 다음 차례에는 4, 3을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상대방에게 작은 도움을 주면서 혹은 아무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더미에 놓고 싶지 않은 카드들을 처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짜로 손을 가득 채우고, 승리를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상대보다 먼저 자신의 카드를 모두 내려놓으면 승리하니까요. 기부를 했으면 거창하게 홍보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 면세 혜택을 굳이 떠벌일 필요는 없을 거에요, 이 자본주의 괴물 같으니.

놀랍게도, 혹은 벤돌프와 슈타웁의 탁월한 설계 혹은 제 맞수들의 뛰어난 실력을 고려할 때 별로 놀랍지는 않게도, 제가 <더 게임: 페이스 투 페이스>를 사고 처음 아홉 번의 게임은 모두 꽤 길게 진행되었습니다. 카드를 반 이상 내려놓기 전에 게임이 끝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항상 내려놓을 카드가 있었으니까요. 물론 내려놓고 싶지 않은 카드들은 있습니다. 상대를 너무 많이 돕게 되거나, 자신이 내려놓을 더미를 크게 망치게 되는 경우들이죠. 그렇지만 (이 게임을 삶에 비유한 것을 이어가자면) 이런 불평은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나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에 투덜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과는 항상 같습니다.

<카드보드 리퍼블릭>의 편집자이자 이 글에 영감을 준 Ryan LaFlamme

<더 게임>과 그 형제 게임 <더 게임: 익스트림>이 그렇듯 <더 게임: 페이스 투 페이스>의 플레이 경험도 <더 게임>과 비슷합니다. 결국 숫자 카드를 카드 더미에 내려놓는 것 뿐입니다. 이런 게임을 여러 번 할 때 매 판의 경험이 서로 달라봐야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요? 아마도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의 차이 정도겠지요. 우리 모두 구성 성분은 똑같습니다, 어딘가 배열이 조금 다른 곳이 있을 뿐이지요. 멀리서 바라보면 두 사람을 구분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제 말을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때로 우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보게 되고, 이번 판과 이전 판이 얼마나 다른지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제니퍼와 했던 한 판에서 초반부터 아주 좋지 않은 상황으로 몰려서 겨우겨우 버티다가, 그녀의 도움 한 번을 발판 삼아 안정적인 상황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매일 아침이 비슷한 것처럼 매 게임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침에는 씻고 먹어야 하고, 하루 동안 일어날 일들,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마주할 마음의 준비를 하지요. 하루하루는 필수적인 일들(먹는 것, 이동 등) 을 중심으로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항상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겁니다. 전에 겪은 것과는 다른 종류의 도전을 제시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에요.

컨벤션에서 같이 일하는 일이 많은 Beth Heile

각각의 사람들도 일단 가까이 가서 보면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구는 신경질적이고, 누구는 침착하고, 누구는 말이 많아서 게임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원하여 하나의 도전, 장애물을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하여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이전과 아주 똑같지는 않습니다.

가끔 왜 게임을 하는지, 무엇이 저를 게임으로 이끄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무의미한 일입니다. 언젠가 저는 죽을 것이고, 제 상대방도 죽을 것이고, 우리의 기억도 우리와 함께 묻히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그저 쳇바퀴를 돌리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와 함께 돌리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릅니다. 같이 머리를 써서 싸우면서, 서로의 정신이 한데 엉키고, 그렇게 함께하는 느낌을 공유하고, 그리고 내가 여기 있었고 당신도 여기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짧은 순간에 만족하면서 제 갈길을 가는 겁니다. 믿을 수 없게 놀라운 시간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삶이라는 것 말이죠.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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