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온라인 수업에서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 하기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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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6 오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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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Zoom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도중에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를 해보려고 준비하시는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단계와 절차 위주로 조금 자세히 써 본 글입니다.

사진 출처: 팝콘에듀의 상품페이지에서 캡처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수업을 하시는 분들은 올해 온라인 수업으로 꽤 골치를

썩이셨을 텐데요, 저 또한 힘겨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온라인 수업을 갑자기 시작하게 됐던 1학기는 정말

드라마틱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2학기를 준비하다

보니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학생들 사이의

낮은 친밀도였습니다.

보통 5~6명이 그룹으로 활동하는데, 평소라면 금방 친해졌을

학생들이 한 학기가 다 갈 때까지 어색해하며, 서로 xx님으로

부르는 겁니다. 익명게시판에는 이런 어색함을 견디기 힘들다는

호소 글들도 보였구요.

어색함은 생각보다 심해서, 저마다의 숙소에 머물고 있음에도

모두 마스크를 낀 채 수업을 듣는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2학기 수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그룹원들 사이에 친밀도를 높일 것인가?’

였고, 게이머인 저는 당연히 보드게임을 해결책으로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게임을 시도해 보느냐겠죠?

1학기에도 스트림스, 너도?나도!와 같이 모두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은 몇 개 시도해봤지만, 그룹원 사이에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제일 먼저 떠올린 게임은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

(이하 ‘가짜 예술가’)였습니다. 마침 빼빼로님이 온라인 수업에서

가짜 예술가를 진행해서 좋은 효과를 봤다는 글도 올리셨기

때문이었죠.

온라인 수업에서 시도해 본 보드게임

제 생각에도, 규칙이 간단하고, Zoom의 소회의실에서

화이트보드를 활용하여 쉽게 구현할 수 있을 거 같아, 몇몇

후보들을 제쳐 두고 제일 먼저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A. 준비와 절차

(0) 구매

제일 먼저 한 것은 구매였습니다. 평소 스파이폴류의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스파이폴, 가짜 예술가, 카멜레온 등을

보유하지 않았거든요. 뭐, 사실 안 사도 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저작권 문제도 있고 실물을 보여주는 것이 흥미를 유발하기에도

좋을 거 같더라구요. 보드게임이 익숙지 않은 학생들은

조그마한 상자에 게임이 담겨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할 수

있으니까요.

(1) 규칙 설명

그 다음으로는 규칙 설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딱 한 번 플레이해 본데다, 평소 규칙 설명을 잘 못해서,

많은 학생들에게 한 번에 전달할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설명 동영상이었습니다. 마침 티레인저 선생님들이

유튜브에 올리신 설명 동영상 및 플레이 동영상이 합해서

7분가량이라, 제가 간단히 설명한 뒤 15분 동안 각자 영상을

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티레인저 -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 설명 영상

티레인저 -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 플레이 영상

나중에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학생들이 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더라구요. 저처럼 규칙을 설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이런 방법도 괜찮은 방법일 거 같습니다.

(아 물론, 동영상에 좋아요, 댓글, 구독도~ ^^)

이제부터는 좀 더 디테일한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2) 차례 정하기 1

Zoom으로 보드게임을 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차례였습니다. 모두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으면 자연스레

차례가 결정되지만, 온라인에는 테이블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룹마다 생일이 빠른 사람이 빨리 차례를 갖도록 했습니다.

보드게임에서는 나이로 선을 정하는 것이 흔하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지난 학기에

학생들이 서로 존댓말을 쓴 것이 친밀도를 낮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 상대에 따라 말을 놓도록 유도하고 싶었던

겁니다. (학생들의 나이가 똑같지 않습니다.)

(3) 차례 정하기 2

학생들은 활동마다 돌아가며 그룹의 장을 맡게 되는데, 이번

활동(가짜 예술가 하기)의 그룹장이 출제자가 되어 게임을

진행합니다. 우선 화이트보드부터 공유하고 말이죠.

화이트보드의 왼쪽에는 (출제자를 제외하고) 각자 색깔을 하나

정해 생일 순으로 (주석작성을 통해) 번호와 이름을 씁니다.

연장자 순으로 번호와 이름을 썼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한 글자만 남기고 지운 상태

번호를 쓰라는 것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학생들이, 색맹이나

색약이 있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자신의 그림 옆에

써놓을 거라는 설명을 듣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약간

감탄하는 거 같더라구요. 게이머로서 좀 우쭐했습니다 ㅋ

(4) 출제자의 시간

출제자는 가짜 예술가, 범주, 주제를 마음속으로 정한 뒤,

범주는 화이트보드 왼쪽 아래에 쓰고, 번호 순서에 따라

비공개채팅으로 주제 혹은 (가짜 예술가에겐) X를 써서

보냅니다. 표정을 조심하라는 주의와 함께 말이죠.

출제자는 이름 아래에 범주를 쓴다

원래 규칙으로는 가짜 예술가를 랜덤하게 정하지만,

진행하기에도 편하고 Zoom의 채팅 기능을 써 볼 겸 출제자가

정하게 했습니다.

출제자가 누구부터 그림을 그릴지 정해서 알려주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됩니다. 아! 출제자가 선을 정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해 설명할 때 가짜 예술가가 너무 빨리 그림을

그리게 되면 힘들 수 있다는 것과, 이런 생각을 역으로

이용해 아예 먼저 그리도록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5) 그리기

출제자를 제외한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의 색깔로

그린 뒤, 옆에다 자신의 번호를 씁니다.

모두 두 번씩 그리고 번호를 쓴 모습

마피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도 있기 때문에, 너무 자세히

그리거나 너무 애매하게 그리면 곤란한 이유를 설명했고,

거짓말을 포함해 어떤 말을 해도 된다고 미리 말해두었습니다.

게임을 하기 전에 많이도 알려줬네요ㅋ;

(6) 투표

모두 두 번씩 그린 뒤 투표를 진행합니다. 이때 자기도 모르게

주제를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주제를 말하면 안 된다고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각자 (공개) 채팅창에 가짜 예술가로 의심되는 사람 이름을

적고, 하나 둘 셋을 센 뒤 동시에 엔터를 누릅니다.

- 가짜 예술가가 (단독으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음 단계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결정하는 걸로 했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어 규칙 설명서와는 다른 부분입니다.

(7) 게임 종료

게임이 끝나면 화면을 저장한 뒤, 바뀐 그룹장이 다음 게임의

출제자가 됩니다.

B. 게임을 진행한 소감

(1) 2학기 초에 학생들이 보인 모습

학생들이 1학기에 온라인 수업을 몹시 어색해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1학기 말에 대면 수업을 약간 한 덕분에

안면은 살짝 익힌 상태라, 2학기 초에는 1학기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단,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약간

어색해하면서도 서로에게 말을 좀 걸어보려다~ 다시

멈칫하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이더라구요.

(2) 가짜 예술가의 효과

바로 그때 가짜 예술가를 투입해서 그랬겠지만, 반응이

폭발적이더군요. 마피아 게임을 해본 학생이 많지 않았음에도,

다들 마피아 게임 좀 해본 것 마냥 게임도 잘하고 친밀도가

확 올라가는 겁니다.

마피아 게임을 파티게임 수준으로 단순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이 게임의 힘이 확실히 보이더군요. 이런 점은

그다음에 시도했다가 폭삭 망한 듀플릭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ㅠ 듀플릭도 분명 좋은 게임일 테지만, 가짜

예술가처럼 절로 웃음이 나오게 하지는 못하더라구요.

(3) 가짜 예술가의 한계

뜨거웠던 분위기 덕분에 친밀한 분위기가 금방 자리잡을 거라

믿었는데, 분명히 분위기가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어색함이 풀렸다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구요. 역시나

일회성 이벤트로는 좀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또 하나의 한계가 보였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수업에는 통틀어 12개의 그룹이 있는데, 그중 유난히

조용했던 두 그룹이 있었습니다. 딱 봐도 내성적인 학생들이

모인 그룹이었는데요, 게임 도중에도 말없이 그림만 그렸고ㅠ,

당연히 게임도 빨리 끝냈더라구요. 나중에 한 학생에게

물어보니, (당연하겠지만ㅠ) 너무 어색해서 힘들었다고

그러더라구요. 파티게임인 만큼 최소한의 친밀도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는, 오히려 어색함만 더 키울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C. 마무리

올해 1학기에, 이미 서로 간에 잘 알고 있는 학생들과도

(그룹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수업을 했었는데, 수업내용을

열심히 준비하니까 평소와 별 차이 없이 진행되더라구요.

아 물론, 준비가 빡셌지만 말이죠;

근데, 학생들 사이가 어색한 경우엔, 수업내용을 열심히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장애물에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가짜 예술가와 같은 보드게임일 텐데, 분명히 효과있고

추천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만병통치약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는 말이죠;) 최소한의

친밀도가 자리 잡은 다음에서야 시도할 수 있는 게임이었던

거죠. 결국, 최소한의 친밀도를 위해 뭘 해야 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게 되었지만, 만일에 해답이 있다면 그건

보드게임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네요.

다음 글에서는 가짜 예술가를 한 다음에 하기에 좋은 (뻔한?)

게임을 하나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절차를 요악한 pdf 파일을 자료실에 올려두었으니 혹시

필요하신 분은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짜예술가 온라인 절차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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