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세이더: 뜻대로 이루소서’ 리뷰 (feat. 트라야누스, 오부족)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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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 오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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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저는 전략게임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게임 센스를 가진

분이 전략게임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시면 오부족을

돌려왔습니다. 깔끔한 규칙에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전략게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오부족을 (좋아하긴 하지만)

못하는 데다 장고까지 한다는 겁니다; 그러던 차에 또 다른

만칼라 게임 크루세이더를 돌려봤는데, 앞으론 오부족 대신에

이 게임을 돌리면 되겠더라구요.

크루세이더의 다섯 가지 행동.

왼쪽부터 여행, 모집, 성전, 영향력, 건설

A. 크루세이더 초간단 소개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게임의 테마는 십자군 원정으로,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고

1) 건물을 지어 (건설 행동)

2) 병사를 징집한 뒤 (모집 행동)

3) 군대를 이동시켜 (여행 행동)

4) 이민족을 정벌하고 (성전 행동)

5) 교회의 영향력을 퍼뜨립니다. (영향력 행동)

이런 다섯 가지 행동을 어떻게 하는지 간단히만 보면요...

위의 사진은 보라색 플레이어의 개인 판인데, 자신의 차례에

위 사진에서 위쪽에 있는 (녹색 아이콘) 여행 행동 칸을

선택하면 거기에 (노란색) 토큰이 네 개라 4만큼 여행 행동을

한 뒤, 그 토큰들을 손으로 가져와

위 사진처럼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하나씩 떨어뜨립니다.

(이런 걸 ‘만칼라’라고 하죠.)

여기서, 4만큼 여행 행동을 한다는 것은

위 사진에 보이는 공용 판의 보라색 말을 네 칸까지 이동시키는

걸 말합니다.

같은 식으로 4만큼 ‘건설 행동’을 한다는 것은 공용 판의

빈칸에 건설비용이 4 이하인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고,

4만큼 ‘성전 행동’을 한다는 것은 공격력이 4 이하인 이민족을

정벌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토큰 개수가 많은 행동 칸을 선택하면 더 강력한 행동을

할 수 있고, 개인 판 위의 토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한편, 자신의 차례에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행동 칸 하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위의 (갈색 아이콘) 모집 행동 칸을 뒤집어서,

위 사진처럼 모집 행동과 (노란색 아이콘) 영향력 행동을 모두

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다음 차례에 이 행동 칸을

선택하면 토큰이 세 개이므로, 3을 2+1로 나누어 2만큼 모집

행동을 한 뒤, 1만큼 영향력 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3+0, 2+1, 1+2, 0+3 모두 가능합니다.)

B. 트라야누스, 오부족의 만칼라 초간단 소개

크루세이더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대표적인 만칼라 게임

트라야누스와 오부족의 만칼라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합니다.

트라야누스의 개인 판

트라야누스도 개인 판에서 만칼라를 하는데, 하나의 행동 칸

(위 사진의 왼쪽 아래 붉은 원)을 선택했다면, 거기에 있는

토큰을 모두 손으로 가져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하나씩

떨어뜨립니다.

오부족의 공용 게임 판

오부족은 30개의 타일들을 배치해 만든 공용 게임 판에서

만칼라를 하는데, 하나의 타일에 있는 미플을 모두 손으로

가져와 인접한 타일들에 하나씩 떨어뜨립니다.

오른쪽 위의 타일에서 미플 세개를 모두 손으로 가져온 뒤

빨강, 초록, 파랑 순으로 하나씩 떨어뜨렸다.

C. 트라야누스와 오부족의 공통점 및 차이점

두 게임에서는 공통적으로, 손으로 가져가는 토큰(혹은 미플)을

마지막으로 떨어뜨린

1) 그 곳이 어딘가?

2) 그 곳에 이미 있는 것들은 어떤 색인가?

3) 그 곳에 떨어뜨린 것은 어떤 색인가?

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보너스를 받을지 결정됩니다.

한편, 트라야누스는 개인 판에서 만칼라를 하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계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오부족은

공용 게임판에서 만칼라를 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기

힘들고, 나의 플레이로 인해 다른 플레이어가 이득을 보지나

않을지 몹시 우려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부족은 미플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지나가는 경로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트라야누스와 차이를 보입니다.

D. 게임 감상

(1) 크루세이더 vs 트라야누스

이제, 크루세이더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크루세이더의 만칼라는 한 마디로 트라야누스의 만칼라를

간략화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 판에서 만칼라를

하지만, 토큰에 색깔이 없고, 토큰을 마지막으로 떨어뜨린 곳이

아니라 토큰을 손에 쥐는 행동 칸이 어디냐에 따라 행동이

결정되는데, 이로 인해 몇 수 앞을 내다보기 쉬워져

트라야누스에 비해 난이도가 떨어지지만, 이것 때문에

계획대로 풀려나가는 맛이 좋기도 합니다.

(2) 만칼라를 하는 목적?

오부족에서는 미플을 손으로 가져갈 수 있는 타일도 많고,

미플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지나가는 경로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어, 선택지가 너~무 많습니다. 덕분에 가장 좋은 수를 찾는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러워, 만칼라를 빙자해 복잡한 퍼즐을

풀게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원래의 ‘만칼라’도 만만찮은 추상전략;

여기에 반해 여섯 개의 행동 칸 중 어디서 시작할지만

선택하면 되는 트라야누스의 만칼라는 규칙에 있어서 간단해

보이지만, 서로 얽혀있는 매우 다양한 행동들을 이어주기

때문에 중급 전략게임의 핵심축 역할을 하게 됩니다.

라이트게이머인 저의 체감상, 간단한 로터리 다이얼만 조작해

항공모함을 작동시키는 느낌이랄까요?

로터리 다이얼.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덕분에 게임의 재미와 깊이가 만칼라에 농축돼있고,

어떻게든 몇 수 앞을 내다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크루세이더의 경우엔, 다섯 가지 행동 중에 ‘이동’과 ‘성전’은

‘건설’을 위해서, ‘건설’과 ‘모집’은 다른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 한다고 할 수 있어, 만칼라를 강화하기 위해 만칼라를

한다는 느낌입니다. 즉, 만칼라 자체가 목적이라는 거죠.

이렇듯, 세 게임 모두 만칼라가 주가 되는 게임이지만,

만칼라를 하는 느낌은 조금씩 다릅니다.

크루세이더는 만칼라에만 집중했지만, 그로 인해 게임이 너무

단조로워지는 걸 막기 위한 장치도 갖췄습니다.

(3) 플레이어별 특수능력

저는 깔끔한 규칙을 선호해서, 플레이어별 특수능력을 보통

잘 적용하지 않는데, 크루세이더는 다르더군요. 만칼라를 하다

보면 한 번쯤

‘이렇게 할 수 있으면 딱 좋은데...’

라고 생각했을 법한 것들을 모아 놓아서, 깊은 고민 끝에

‘오늘은 이걸 선택했지만, 다음엔 꼭 저걸 해봐야지.’

라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근데, 그러다가도 다른 플레이어가

선택한 특수능력을 보면

‘어, 저게 더 재밌겠는데?? 내 꺼랑 바꾸자고 할까?;’

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플레이어별 특수능력 Calatrava

저는 디자이너가 첫 게임에는 쓰지 말라고 경고한

‘Calatrava’가 특히 흥미로워서 너댓 번 플레이했는데요,

강력히 추천합니다! 강력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보통 12개의

토큰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과 달리 6개밖에 없어, 최소

두세 수 앞을 내다보고 플레이해야 하거든요.

열심히 계획대로 플레이하다가도, 너무 좋은 수가 보여 자칫

계획에서 벗어난 플레이를 했다가는 정말 훅~ 가는 수가 있어,

마음 속으로

‘참아야 돼, 참아야 돼.’

를 되뇌게 되는데, 이런 마음속 번뇌가 너무 재밌습니다.

한편, 처음 플레이하는 분께는 액션 토큰이 14개로 많지만,

이동 행동에 페널티가 붙는 ‘the Holy Sepulchre’를

드리는 게 제일 무난했습니다.

플레이어별 특수능력 the Holy Sepulchre

(4) 행동 칸 업그레이드

만칼라가 단조로워지는 걸 막아주는 또 하나의 장치는 행동 칸

업그레이드입니다. 일단 업그레이드할 타이밍 잡는 것도

고민스럽고, 만칼라 자체의 고민거리도 더 깊어지지만,

상호작용과도 관계가 깊어, 누군가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하면

그 플레이어의 개인 판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5) 아쉽지 않은 상호작용

상호작용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얘기해 보면요...

이 게임은 상호작용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한 지역에는 하나의 건물만

지을 수 있어, 눈치싸움을 하게 됩니다.

세 종류의 이민족을 누가 더 많이 정벌했는가로 메이저를

따지기 때문에 여기서도 상호작용이 생기구요.

전반적으로 상호작용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혼자 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 딱 그 정도의 상호작용이라 저는

좋더군요.

(6) 낮은 난이도

크루세이더는 트라야누스에서 만칼라를 간략화하고, 만칼라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은 모두 다 쳐내버린 것 같은

게임이라 난이도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긱 웨이트도

2.42이고요. (트라야누스는 3.65)

크루세이더의 박스 일러

박스 일러를 보면 괜히 어려워 보이지만, 규칙이 아주 깔끔해

게임 센스가 있는 분이라면 스플렌더 다음으로 소개해도

될 거 같습니다.

C. 마무리

크루세이더는...

한마디로 만칼라 자체를 즐기기 위한 게임입니다. 그래서

만칼라는 좋지만 오부족은 너무 골치 아팠거나 장고가

부담스러운 분, 혹은 트라야누스에서 만칼라가 재밌었지만

살짝 덜 무거운 게임을 원하는 분에게 크루세이더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맛이 좋고,

아쉽지 않을 정도의 상호작용도 괜찮습니다. 크루세이더를

저처럼 단기간에 10회 이상 돌린 분이 꽤 계실텐데요,

그만큼 첫인상도 좋고 매력 있는 게임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특수능력 ‘Calatrava’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흥미도가 많이 떨어지더라구요. 좀 더 다양한 플레이어별

특수능력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는 지점입니다.

(확장이 2020년(?) 출시예정이네요.)

다른 게임들과 같이 놓고 본다면...

게임성에 있어, 오부족과는 겹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트라야누스와는 많이 겹치며 더 나아가 트라야누스의 잘 만든

하위호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이머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에

만칼라가 가장 즐거웠던 게임은 트라야누스여서, 못 돌릴 게

뻔함에도 구매할까 고민할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크루세이더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오부족도 보유중이지만,

유사한 게임성을 갖고 있는 조금 더 간단한 게임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하고 게임을 하나 구매했는데, 아직 돌려보진 못 했네요;

크루세이더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크루세이더는 위치스브루와 직장 모임에서 10회 이상

플레이했습니다. 오부족은 2인플로 4회플, 트라야누스는

1.5회플 했습니다.

- 모든 사진은 규칙 설명서(오부족은 푸르기님의 한국어 설명서)와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습니다.

- 1년 전쯤 썼던 리뷰인데, 트라야누스의 플레이 횟수가

부족해 못 올리고 있다가, 코로나도 겹쳐서 결국 트라야누스를

더 플레이하지 못하고 리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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