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도 리뷰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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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8 오전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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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게이머인 무이입니다.

그동안 보드라이프를 지켜보니, 첫인상이 나쁜 게임에는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군요. 반디도도 그런 게임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저도 예외가 아닌 게,

이 게임이 출시될 당시 평이 그닥 좋지 않아 아예 해볼

생각도 안 했거든요. 그러다, 너굴너굴님이 사진첩 후기에

‘의외로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연거푸 혼자 즐겼습니다.’

라고 쓰셔서 흥미가 생겼습니다.

너굴너굴님의 사진첩 후기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협력해서 길을 그려나가는

이 간단한 카드 게임에 대해 설명해 보면요...

사진 출처: helvetiq.com

스위스의 보드게임 출판사 헬베티크의 작은 게임 상자에

그려진 그림은 유명한 탈옥수 반디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힘을 모아 반디도가 탈출에 이용할 수 있는 터널(땅꿀)을

모두 막음으로써 다시 한번 그를 저지해야 합니다.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1. 구성물

위 사진의 가운데에 있는 반디도 카드엔 미소를 띠며

쇠창살에서 빠져나오는 반디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나머지

69장의 카드들엔 모두 검은색 터널이 그려져 있어 터널

카드라 부릅니다. 터널 카드 중, 위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것처럼 손전등이 그려져 있는 카드들은 주로 터널을 막는

용도로 사용돼, 특별히 손전등 카드라 부르겠습니다.

2. 게임 준비

반디도 카드를 테이블 가운데에 놓고 각자 터널 카드 세 장을

받은 뒤, 나머지 카드들로 카드 더미를 만듭니다.

3. 게임 진행

시작 플레이어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터널 카드

한 장을 기존에 내려놓은 카드들과 길이 연결되도록 내려놓고,

카드 더미에서 한 장을 뽑으면 됩니다. 단, 카드 더미가

다 떨어지면 손에 있는 카드로만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빨간색 X표 친 곳에서 길이 끊겨 오른쪽 위에 카드를

놓을 수 없다. 사진 출처: 규칙 설명서

터널을 모두 막아서 반디도의 탈옥을 막으면 플레이어들의

승리로 끝나고, 터널 카드가 바닥날 때까지 탈옥을 못 막으면

플레이어들의 패배로 끝납니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과 같이 터널 카드를 내려놨다면, 빨간색

X표 친 곳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즉시 패배하게 됩니다.

사진 출처: 규칙 설명서

4. 게임 감상

먼저, 이 게임의 첫인상이 별로인 이유 두 가지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카드 구성

이 게임은 길을 그려나가기 때문에 터널 카드들을 대충 알고

있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첫 플에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겠죠? 그러다 보니 카드 뽑기 운에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쉽고, 여기서 첫인상을 구기고 들어가는 거죠.

근데, 알고 보면 카드 구성이 꽤 단순해서 참조표를 갖고

있으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긴 합니다.

반디도 카드구성 참조표

(2) 감정의 롤러코스터

첫인상이 별로인 두 번째 이유는...

게임 도중에, 막아야 할 터널 출구가 하나만 남았을 때는

곧 끝낼 수 있다는 기쁨으로 가득차고, 어느새 출구가 대여섯

개로 늘어나면 절망하게 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겁니다.

게임이 잘 풀린다면 이런 경험이 재미로 다가오겠지만,

모든 게 운빨이라 생각되는 상황에선 짜증스럽기만 하겠죠?

더욱이 게임이 짧지도 않아 짜증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그래서, 첫 플에는 반디도보다는 헬베티크와 만두게임즈가

무료로 배포하는 PNP 버전 ‘반디도 COVID-19’를 권해드립니다.

만두게임즈에서 반디도 코로나 에디션 PNP배포중입니다.

‘반디도 COVID-19’에선 코로나 바이러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손전등 대신에 손씻기, 집에 머무르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사용한다.

반디도 COVID-19는 본판에 비해 카드 장수도 반밖에 안 되고,

비교적 쉽게 승리할 수 있어, 감정의 롤러코스터로 인한 짜증을

어느 정도 막을 수가 있습니다.

한편, 테마에 대해 꼭 몇 마디 얘기를 나누게 돼서 게임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더라구요.

(3) 인원별 난이도

한편, 첫 플을 좀 더 쾌적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인원이 많은

편이 더 좋습니다. 인원이 많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올라가니까요.

각 플레이어들이 손전등 카드를 아껴놓고 있다가, 막아야 할

터널 출구가 서너 개로 줄어드는 순간 각자의 손전등 카드로

막으면 손쉽게 끝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런 플레이가 안 통하는 1인플은 상당히 어렵고,

이런 이유에서 너굴님이 ‘연거푸 혼자 즐겼습니다.’라고

쓰셨던 게 아닐까 합니다.

이 게임의 첫인상이 안 좋은 이유와 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이제 이 게임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4) 장점: 접근성

이 게임은 접근성이 매우 좋은 게임으로 1부터 100까지

숫자도 아직 모르는 여섯 살짜리 제 딸도 플레이할 정도거든요.

제가 모임분들께 이 게임이 어떤지 여쭤봤더니 비온다님은

따님이 좋아한다, Soon님은 장모님이 좋아하신다고

답하시더라구요. 본인들은 별로지만요 ㅋ 결국,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게임의 장점이자 아이덴티티가 아닌가

합니다.

어쩌면 협력 게임 중에 가장 먼저 소개해도 될 정도로 말이죠.

(5) 가능한 의사소통

협력 얘기가 나온 김에 이 게임에서 가능한 의사소통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가겠습니다. 규칙 설명서에 명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헬베티크에 문의한 결과,

“여기는 내가 찜할게.”, “여기는 내가 막을게.”

정도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6) 단점: 살짝 아쉬운 재미

반디도는 길을 그려나가는 퍼즐스런 재미에 집중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어느 정도 숙련도를 요구하는 부분이라

일단 제끼고 나면, 남는 건 협력 게임으로서의 재미인데...

팀원과 함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특히 나로 인해 터널의

출구가 갑자기 늘어날 때 미안함을 느끼는 등의 정서적인

경험이 재미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더 게임’만 하더라도 오름차순으로 카드를 놓는

규칙에서 오는 압박감이 확실한 재미로 다가오는데,

반디도에선 어떻게든 카드를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에이,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뭐...’

라는 생각과 함께 압박감을 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재미에

있어서 확실한 한방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점도

이 게임의 첫인상이 좋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되는 거 같네요.

특히,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게이머에게는 말이죠.

(7) 필살기

마지막으로, 길을 그려나가는 이 게임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필살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앞에서 설명하지

않은 세부 규칙을 하나 설명해야 합니다.

자신이 가진 카드 세 장 중에 어떤 카드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경우엔, 카드들을 카드 더미 밑에 넣고, 세 장을 새로 뽑은 뒤

자신의 차례를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즉, 자신의 차례에

적어도 한 장의 카드는 무조건 내려놓아야 한다는 거죠.

헬베티크의 답변

이제 이 게임의 필살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자신의 차례에 위 사진과 같은 상황이 되면, 비어있는

한 곳을 제외하곤 카드를 놓을 수 없으니, 빈 곳에 맞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계속 카드를 뽑을 수 있고 결국 게임에

승리하게 됩니다. (물론 그 카드가 남아 있어야겠죠.)

터널 출구들을 일일이 막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빈 곳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손전등 카드들을 아낄 수 있어, 손전등

카드 한 장 차이로 게임의 승패가 갈리는 이 게임에서

그야말로 필살기로 쓸 수 있게 됩니다. 특히, 1인플에선

필수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구요.

필살기의 예시

물론, 이 기술을 사용하려면 터널 카드 구성을 알고 있어야

하고, 길을 그리는 데 숙련되어야 하지만요.

5. 마무리

반디도는 보드게이머에게 어필하기는커녕 오히려 짜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게임입니다. 단, 1인플은 도전이

되리라 생각하지만요.

대상이 보드게이머가 아니라면, 반디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더 게임’보다 먼저 들이밀 수 있는,

그야말로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는 협력 게임말입니다.

특히, 반디도의 PNP 버전인 반디도 COVID-19는 이런 점에서

오히려 본판보다도 더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어, 관심 있는

분은 수고스럽지만 PNP 자료로 직접 만들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반디도가 다소 과소평가돼 있는 거 같은데, 혹시나 저처럼

평이 안 좋아 시도해보지 않은 분이 계시면 꼭 한 번

플레이해보시길 권해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평이 안 좋아 주위에서 쉽게 구하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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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반디도2에 대한 간단한 커멘트.

저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협력게임이라는 점과 멋진 1인플

때문에 반디도를 무척 좋아합니다. TTS로 1인플을 몇 판이나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반디도의 후속편인 반디다가 출판되자마자,

(너무 흥분한 나머지 평소와 달리) 규칙 설명서도 읽지 않고

바로 해구했거든요. 근데, 몇몇 카드에

내려놓을 때 발동하는 효과를 그린 아이콘이 있고,

플레이 중에 자꾸 규칙 설명서에서 아이콘 설명을 읽어야 해서,

(반디도의 심플함이 좋았던 저는) 꽤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반디도가 좀 단조롭다고 생각하시는 분에게는 약간의

변주가 반가울 수도 있겠네요. 저희 딸은 반디도보다는

반디다를 좋아하더라구요 ㅋ

반디다의 카드들.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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