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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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나무님의 지우개레슬링 후기입니다^^

10,838 조회

2020.10.09 03:27

앞서 해태두유님께서 자세한 리뷰를 써 주셨기 때문에 저는 조금 감상적인 리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개암나무님의 지우개레슬링이 도착하여 드디어 플레이를 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했다기보다는 룰을 공부한 후 아들과 딸의 시합의 심판을 보며 룰마를 했습니다.

게임은 어제 받자마자 폭풍연습을 한 아들의 원사이드 게임으로 끝났지만..

‘어, 이거 제대로 하면 진짜 대박이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처음에 개암나무님께서 지우개레슬링을 만들어서 펀딩을 시작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지우개 구해서 손가락으로 하면 되는데, 굳이 펀딩에 들어가야 하나.’

‘이거 그냥 중고등학교 때 애들하고 하던 거잖아. 지우개 따먹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딩에 들어가고 지인들에게도 소개해서 함께 펀딩에 참여하게 된 건

순전히 이 게임의 제작자가 파란만장한참개암나무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늘 대놓고 얘기하지만 개암나무님의 개인적인 팬으로서 개암나무님 작품이라면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더해서 만든 거니까 똑같은 지우개따먹기라도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우개레슬링은 대박입니다.

그냥 우리가 흔히 알던 지우개따먹기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제가 느낀 장점과 단점에 대해 말씀드려 볼게요.

<지우개레슬링이 훌륭한 이유>

첫째, 남자아이에게는 이 게임이 그 자체로 사랑이다.

코로나로 밖에 못 나가는 요즘에 더욱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초3남자 아이는 어제 게임이 도착하자마자 지우개를 튕기며 쌍둥이 딸이랑 연습을 하더니 저보고 빨리 룰을 공부하라고 성화였습니다. 원래 룰북 잘 읽는 녀석이라 자기도 읽었으면서 룰마는 아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한 경기진행을 위해 공부하라고 하더라구요. 출퇴근길에 버스에서 공부한 후 퇴근해서 바로 쌍둥이들의 시합 심판을 봐 줬는데 기술구사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그러더니 저녁에 가족들이 산책을 갔는데 산책을 하는 내내 연습을 많이 해서 이긴 거라는 둥, 이 콤보가 정말 유용했다는 둥, 다음에는 이런 기술을 가져가야봐야겠다는 둥 하면서 딸한테 또 해 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구요. 저하고 정식으로 붙기 전에 연습을 해야겠다며.. 그러면서 계속 하는 말이

“아빠, 이 게임 정말 재미있어요!”

이 녀석이 나름 보드게이머라 게임을 100개 이상 가르쳤는데, 정말 재미있다고 한 건 글룸, 테포마, 메나, 정령섬, 언더워터시티즈, 젠테스 정도여서 저도 놀랐습니다. 물론 다른 게임들도 다 재미있다고는 하는데 특히 재미있다고 하는 건 많지 않았거든요. 아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니 정말 펀딩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반 아이들과는 해 보지 못했는데 코로나 전에 교실에서 남녀 구분없이 지우개따먹기 하는 것을 보고 지우개레슬링 오면 진짜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좋아할 것 같아요.

<아들과 연습장면인데.. 아들이 너무 재미있는지 엄청 들떠 있어요. 실력으로 제가 너무 밀리네요ㅠ.ㅠ

저는 아직 못하는 아래에 깔려 있다가 바로 반격하는 것도 잘하고, 저를 링 밖으로 던지는 기술까지..>

둘째, 기술 콤보짜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것은 아들이 첫 번째 경기에서 짠 콤보입니다. 드롭킥강화+프레스+레그드롭을 연결시키니 앞뒤면 상관없이 걸치기만 해도 3데미지를 주고, 거기에 한 발이라도 걸치면 4데미지, 두 발이 모두 걸치면 5데미지를 주니 손쉽게 상대를 제압했습니다.

이것은 아들이 두 번째 경기에서 짠 콤보인데 저는 정말 헐크호건이 링으로 돌아왔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별로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로프스플래시+레그드롭+드롭킥강화입니다. 공격 성공 후 드롭킥 패시브로 한 번 더 튕겨 링으로 간 후, 로프반동으로 다시 공격, 또 다시 드롭킥 패시브로 한 번더, 다시 로프반동... 이 공격을 4번 연속 하니까 게임이 끝나버렸습니다. 얼굴이 보여도 공격이 성공이니 걸치기만 하면 계속 데미지를 주니까요. 이 공격을 보고 있자니 TV에서 보던 프로레슬러의 로프반동공격이 3~4회 연속으로 실시되던 장면이 오버랩 되더라구요. 진짜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앞으로 다양한 기술콤보 짜는 재미가 쏠쏠할 듯 합니다.

셋째, 레슬링 요소를 완벽하게 녹여 다양한 기술을 시도해보는 재미가 있다.

저는 레슬링을 좋아하지 않아서 본 적이 별로 없지만, 가끔 친구집에 놀러가서 한 두 번 스치듯 본 적은 있습니다. 워낙 강렬한 장면이 많아서 기억에는 남아 있는데, 다양한 기술을 시도해보는 재미도 좋을 듯 합니다.

넷째, 캐릭터의 기술을 키워가는 재미가 있다. 개발할수록 내 캐릭터가 점점 세지는 것은 큰 메리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섯째, 디테일이 살아 있다.

하프, 폴, 초크, 장외, 선수교체 시 체력 회복, 다양한 기술의 발전, 움찔, 기술 연결, 2종류의 함성큐브, 인기없는 기술 보완법 등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매우 합리적이며 테마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개암나무님의 작업노트를 읽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다들 깜짝선물은 찾으셨나요? 개암나무님은 디테일 끝판왕이 아니신지!

<개암나무님의 작업 노트>

<개암나무님께서 숨겨놓은 깜짝 선물, 다들 찾으셨죠?>

여섯째, 후원자 캐릭터로 표지를 장식했다.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을 것 같고, 신경도 많이 쓰였을 것 같은데 펀딩에 참여해주신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고 진행한 프로젝트! 저 울버린이 정말 멋지게 나왔습니다. 아들과 아내가 바로 찾더라구요^^

<후원자들의 캐릭터를 수합하여 완성한 박스아래면 디자인>

<저 울버린입니다^^ 멋져멋져!>

일곱째, 구성물이 훌륭하다.

요즘 보드게임 값이 많이 비싸졌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개암나무님이 만드시는 컴포넌트는 매우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번 작품도 손실을 감수하면서 펀딩에 참여한 분들에게 더 좋은 게임을 드리고자 많은 노력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우개선수 샘플도 여러 번 만드시고.... 이번에도 고급진 압축MDF 재질에 스티커 여분까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훌륭한 구성물 사이에서 숨바꼭질>

<나무굴림대 보관을 위해 홈을 파놓은 센스!>

여덟째, 가족들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플레이 시간이 길지 않아서 언제든 꺼낼 수 있고 3인플, 4인플도 가능해서 온 가족이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가족과 함께한다면 어려운 기술이 들어갔을 때 기쁨도 두 배가 되지 않을까요?

<지우개레슬링의 대중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 실력차가 나면 지고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저희 딸이 그렇더라구요. 하지만 이건 패자에게 원하는 기술타일을 하나 갖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융통성을 발휘하면 될 것 같습니다. 딸의 체력은 선수 두 명을 연결시킨 2배로 했답니다. 그래도 아들한테 졌어요ㅠ.ㅠ

그리고 이건 연습을 통해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우개 튕기는 요령이 어렵지 않아서 연습을 조금만 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답니다.

그 동안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또 하셨을 개암나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서 정말 행복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개암나무님은 진정한 보드게이머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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