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드게임 시장을 보면서...
(아래에도 계속 강조하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며,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끌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 점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지극히 제 개인적인 '끌리는 게임'의 기준은 재밌거나, 예쁘거나입니다. 물론 둘 다라면 매우 좋겠지요. 예전은 잘 모르겠지만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모바일 게임 쪽을 보면 '재밌는 게임'보다는 '예쁜 게임' 쪽에 힘이 많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도 훌륭한 밥줄이 된 리XX 관련 게임이던지, 그다지 참신한 시스템도 없는데 서브컬쳐 매니아들의 수집 욕구를 일으키는 일러스트와 모바일 게임의 정석인 Pay to win을 발로 차버린 과금정책 덕에 착한 갓겜이라 불리는 소XXX까지. 그것을 그래픽이라 부르던, 디자인, 혹은 일러스트라 부르던 간에 아무튼 '예쁜게임'에 사람들이 많이 다가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소녀전선이 게임성이 뛰어난 건 아닙니다. 그저 돈XX을 안해도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할 수 있을 뿐)
그런데 국내 보드게임 쪽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뭔가 묘합니다.
아마추어 쪽에서는 간간히 일러스트나 디자인 쪽으로 전공하셔서 엄청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 그림이 등장하는 화투를 만든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업계에서 발매하는 순수 국내 게임을 보면 지갑을 아무리 억지로 벌려도 그 안의 돈에 손을 넣기가 꺼려지게 됩니다.
어차피 보드게임 또한 수 많은 게임이 출시 되어 있는 이상, 게임 시스템적으로 신선함을 느끼기란 매우 어려움을 알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경력이 되시는 분들은 대개 새로운 게임을 접하면 규칙서를 대충 훑어보고선 '아 이거 이 게임이랑 비슷하네. 이런 시스템이구나' 이런 식으로 쉽게 쉽게 이해를 하는 경우가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엔 지갑을 열어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는 일러스트란 얘기가 되겠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이자, 제 기준에서 입니다.)
(하필 예시가 이런거라 죄송합니다 ^^; 뭐.. 전형적으로 일러로 먹고 사는 게임이라 골라봤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가뜩이나 '교육용'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붙여서 괴상한 혼종을 만들어 손사래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일러스트 부분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게임이 무척이나 많더라구요. 분명 국내에도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그리는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많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오죽하면 국내 보드게임 업체들이 돈이 없어서 그러나, 아니면 예쁘다라는 미적 기준이 다른 건가, 어차피 교육용으로 팔 거니까 일러스트는 대충해도 잘 팔릴 거라는 생각으로 그러는 건가 별의 별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텀블벅에서 '주루마블'이라는 게임(?)이 성공적으로 펀딩이 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임성으로 따지면 뭐 참신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주사위 굴리기 게임에 벌칙 잔뜩 적어 놓고, 부루마블의 황금열쇠 이런 거 갖다 넣은 그저 그런거니까요. 그런데 그래픽 디자인 쪽으로 보면 '하나쯤 있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꽤 매력있게 생겼습니다. 어차피 술자리에서 대충 종이에다 그려서 해도 충분히 재밌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루마블이 펀딩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이유는 디자인적 부분이 꽤 큰 비중을 차지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니까
예쁜 쓰레기와 재밌는 쓰레기 둘 중 선택할 거면 차라리 예쁜 쓰레기를 만들어 달라.. 뭐 이런 결론이 되려나요...;;
여러분들은 왜 국내 보드게임 시장이 수입+교육용 쪽으로 집중되어 있으며, 순수 국내 개발 보드게임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