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의 스플렌더 후기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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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28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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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후기를 가장한 잡담(!)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스플렌더를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게 열흘 전이고 그 후로 오늘까지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다른 분들 같으면 벌써 학부형(?)이 됐을 나이에 쌍둥이를 출산하신 마눌님을 옆에서 지켜드리느라 그동안 눈팅만 간간히 하고... 이제야 글 좀 몇 자 적을 여유가 생기네여. (그런 동안에도 밀봉 게임들은 묵묵히 계속 쌓이고 있었다는 건 함정;;;;)

한 보름 전쯤이었을까요? 저의 유일한 보겜파트너인 마눌님께서 더 이상 보드겜을 하실 여력이 없어지자 장모님께서 안스러우셨는지 "보석 게임" 한 판 하자고 하십니다. (장모님 연세가 좀 있으셔서 보드게임 이름은 잘 기억을 못하십니다... 하지만... 단언컨데!!! 게임 센스만큼은 웬만한 젊은 사람 못지 않으십니다. 승부욕은 저보다 한 수나 두 수 정도 위시구여ㄷㄷㄷ)

7월 4일에 스플렌더를 받고 지금까지 46번 플레이를 했네요.

그 중에서... 1/3 정도는 와이프와 2인플... 나머지 2/3 정도는 장모님, 와이프와 3인플... 그리고 간간히 장모님과 2인플 정도 했을까요?

장모님께서는 처음 4~5판 정도 게임 흐름 파악을 못하셔서 이상한 카드도 종종 가져가시고, 자신의 테크는 관심이 없으시고, 오로지 다른 사람 견제만 집중하셨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시니 챙길 거 다 챙기면서 날카로운 플레이로 다음 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하십니다.

개인적인 생각엔... 스플렌더 2인플과 3인플은 게임 양상에 좀 차이가 납니다. (4인플은 안해봐서 모릅니다...ㅜㅜ)

2인플은 상대방에 대한 직접 견제가 가능하고 카드를 번갈아가며 한 번씩 뒤집기 때문에 느낌상 카드운이 상대적으로 적게 작용합니다. 그에 비해 3인플은 다음 사람에 대한 견제는 효과적이나 한 턴만 더 넘어가면 견제가 먹힐 수도 있고... 안먹힐 수도 있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카드 견제든 보석 견제든 제가 생각하기엔 한 다리 건너 견제는 그닥 효과적이지 않더라구여. 제 다음 사람이 도움을 주면 모를까ㅋ)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2인플과 3인플의 가장 큰 차이는 선이냐 아니냐 입니다... 3인플은 카드운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선의 유리함이 상대적으로 덜 하더라구여.(개인적인 판단은... 선의 유리함보다는 흔히 말하는 카드빨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나름 운영으로 극복가능할 여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인플에서는 선이 정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은 초반에 좋은 카드 선점하고 그 차이를 이용해서 상대방을 견제하면서 그 차이를 점점 더 벌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항상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후턴도 카드의 도움을 받으면 선의 초반 선점도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이 생기더라구여.) 암튼 2인플과 3인플을 비교해봤을 때, 선이냐 아니냐는 정말 크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습니다ㅋ (가벼운 딴지는 괜찮지만... 딴지를 심각하게 거시는 건 싫어요...)

이제서야 본론으로...

아무튼 보름 전쯤에 저를 불쌍히 여기신 장모님께서 저와의 2인플은 제안하셔서 저는 흔쾌히 수락하고 선의 특혜(?)를 장모님게 양보해드렸습니다. 그래도 이길 거라는 자신도 있었고("자신"이라고 쓰고 "자만"이라 읽는다...)... 뭐 한 두 판 지면 좀 어떻습니까...

그렇게 첫 게임을 시작하고... 졌습니다;;;; 물론 한 판 정도야... 장모님을 너무 가볍게 본 것도 있고... 카드도 저보단 장모님을 더 도와준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면서...

2번째 게임 시작... 후턴이지만 초반에 기선을 잡은 저는 룰루랄라하면서 장모님의 개발카드와 보석 토큰 현황 파악을 등안시하고 혼자만의 플레이를 하면서 다시 역전패... 2연패입니다... 이제 좀 심각해졌습니다. 더군다나 2번째 판은 이기려고 했던 판이었습니다. 근데 졌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기려고 했고 이겼다고 생각했던 판에서 지니 살짝 멘붕이 오더군여;;;

사위를 배려하는 너그러우신 장모님의 제안으로 3번째 게임...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리라라는 생각으로 처음 2번의 게임에서 장모님께 드렸던 선을 제가 받아왔습니다.(다시 생각해도 너무 유치했네여;;;;) 아무튼 이기고 싶었습니다!!!

처음 준비단계에 바닥에 깔리는 개발카드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12장 중 8~9장이 2종류의 보석으로 깔리고 그 보석도 귀족 타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뭐 카드 뒤집어지다 보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카드 셔플을 잘못했는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이 상태가 유지가 되더군여;;; 선의 유리함을 적극 활용하여 중요한(?) 몇 장의 카드를 독식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져 중반 정도까지 장모님은 5종류의 카드 중 2종류는 가져가실 수 없었습니다. 그것도 귀족카드를 가져가려면 매우 중요했던 2종류를 말이죠. 장모님의 한숨이 깊어져갈 무렵부터 저는 다시 장모님의 개발카드를 안보기 시작합니다. 사실 볼 필요도 없었던 것이 이 정도쯤 되면 제가 지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을 했고... 장모님은 가져가기 싫은 카드를 어쩔 수 없이 가져가시는 게 뻔히 보였거든요. 그런데 이때 마눌님 등장! 점수를 세기 시작합니다. 근데... 두둥~ 점수차가 안납니다. 심지어 저보다 1점이 높으십니다;;;; 그 땐 이미 멘붕이 올 대로 와서 이성적 판단이 어려웠던 상황이라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장모님께서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이 가져가시던 몇 장의 카드가 3종류의 보석으로 이루어진 4~5점짜리 카드들이었고... 제가 장모님 개발카드 현황 파악을 안하는 동안 (심지어 장모님께서도 자신의 현황 파악을 못하고 계신 동안) 상태가 이렇게 되었고... 그것을 마눌님이 발견한 것이었죠... 당시엔 정말 멘붕이 심하게 왔습니다. 절대 질 수가 없었던 게임이었는데... 어째서 진거야!!! 다다와 보라에서 스플렌더 관련글들도 다시 보고 패인 분석에 들어갔죠. 이런 승리 공식(?)도 있었지만... 2~3인플에서는 힘들다며 제가 배제시켰고 완전히 잊었던 전략(?)이었습니다. 귀족 타일을 무시하고 2~3종류로 이루어진 높은 점수의 개발카드를 공략하는 방법!!!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장모님께 복수(?)할 기회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게 열흘 전이네요. 이번엔 정말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3연패를 끊는 1승을 거두었지요.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여. "내가 보드게임을 왜 하는 걸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다같이 즐기려고 하는 것인데... 적어도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만 하는 것은 아닌데... 그동안 너무 승부에만 집착해왔던 건 아닌가... 하는 잡스러운 생각들이 머리를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은 보드게임을 왜 하십니까?

개인적인 일 때문에 일일히 댓글은 달지 못했지만... 요며칠 새에 보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몇몇 글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 들더군요.

저는 제 주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기 위해 보드게임을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겨야 더 재미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무튼 다들 즐겜하시기 바랍니다~

보태기: 드뎌 해구를 시작했고, 밀봉인 게임들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이제 저도 게임을 그만 지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갠적으로 대부분의 영문게임들을 직접 번역해서 쓰는 편인데... Dead of Winter 번역 마치기 전까지는 정말 카드를 꺾고... 지갑에 오버로크라도 쳐야할 것 같습니다ㅜㅜ 링코 하나만 더 산 다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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