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vs 추리: 사건의 재구성 느와르 확장 리뷰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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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19 오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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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박스일러를 확대 캡처

라이트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최근에 재밌게 플레이했던 수사추리게임들을 리뷰해 보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사건의 재구성’의 확장 중 하나인

‘사건의 재구성: 느와르’(이하 느와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 경우엔 그동안 해봤던

수사추리게임들 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서슴없이 이 게임을 꼽겠습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진행은 사건의 재구성 본판과 다름이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이 협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사건의 재구성 본판의 장소 판(왼쪽), 인물 카드(오른쪽 아래),

단서 카드(오른쪽 위)

장소, 인물, 단서를 의미하는 구성물들엔 모두 QR코드가 있어,

전용 앱

전용 앱으로 QR코드를 찍으며 게임을 진행합니다. 인물 카드를

찍으면 그 인물에게 말을 걸고, 장소 판을 찍으면 그 장소로 가는 거죠.

근데, 느와르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LA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라,

언제든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할 수 있었던 본판의 네 가지

전문부서가 빠지고 대신에 네 가지 행동이 추가됩니다.

본판의 네 가지 전문부서. 해커, 범죄학자 등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언제든 자문을 구할 수 있다

그 네 가지는 염탐, 뇌물, 협박, 침입입니다.

느와르에 추가된 네 가지 행동.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염탐, 뇌물, 협박, 침입

네 가지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는 카드의 일러와 아이콘만 봐도

대충 이해할 수 있는데, 염탐 카드의 QR코드를 찍고

특정 인물 카드의 QR코드를 찍으면 그 인물을 몰래 관찰하고,

한 인물과 대화 중에 뇌물 카드나 협박 카드의 QR코드를 찍으면

그 인물이 좀 더 진지하게 대화에 임할지도 모릅니다.

이제부터 이 게임에 대한 감상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역시 간단한 규칙

본판의 박스 뒷면을 보면 “규칙서를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게임을 시작하세요.”라고 적혀 있고 실제로도 그런데,

느와르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가지 행동이 추가되지만,

워낙 직관적이라 본판을 안 해본 플레이어라도 금방 익숙해지니까요.

(2) 본판의 단점

저는 사건의 재구성 본판을 정말 재밌게 했지만, 굳이 단점을

찾아보자면 미리 짜놓은 각본을 쫓아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다는 겁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면, 스토리 전개가

안 되고 답답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보통 특정 인물에게

특정한 질문을 해야 돌파가 된다는 겁니다. 아직 사건의

흐릿한 윤곽이나마 파악하지 못했을 때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습니다. 뭐,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지 못한 건 내 탓이니 어쩔 수 없다 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얘기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사건의 윤곽을

파악하고 있어 누가 나쁜 놈인지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본에 맞는 질문이 뭔지 몰라 스토리 전개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거죠. 이럴 땐 답답할뿐더러 납득이 좀 안 되더라구요.

(3) 네 가지 행동의 등장

느와르에 새로 도입된 네 가지 행동 중 특히 염탐과 침입은

본판의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플레이어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이끌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의심스러운 사람을 잘 찍어서

염탐이나 침입을 하면, 단번에 중요한 단서들을 획득할 수 있어,

수사에 급진전을 가져올 수 있거든요. 덕분에 잘만 풀리면

게임이 쉬워지는 겁니다. 느와르에 쉬움 난이도 시나리오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한 번의 염탐이나

침입으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버리면 곤란하니까요.

(4) 네 가지 행동의 리스크

물론, 이 네 가지 행동을 마구 남발할 순 없습니다. 이 행동들

모두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거든요. 목격자를 협박하면 겁먹고

도망가거나 아니면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올 수도 있고,

괜히 어디에 침입했다가 들키면 경찰서에 갇혀 수사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으며, 염탐은 1시간이나 잡아먹는 행동인데,

1시간이면 12번의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자 새로운 장소

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라 아무래도 확신이 없으면

시도하기 힘듭니다. 덕분에 본판에 비해 긴장감이 살짝

올라간다는 걸 느낍니다. 행동을 하기도 조심스럽지만,

하고 나서도 결과를 숨죽이며 기다리게 되니까요.

(5) 추리요소의 강화

한편으로, 네 가지 새로운 행동이 추리요소를 강화하기도 합니다.

느와르에서는 네 가지 새로운 행동을 적극적으로 취하는 게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본판처럼 플레이했다가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힘드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네 가지 행동을 무턱대고

하기엔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건의 윤곽을 파악하기 위해

(본판에 비해) 좀 더 노력하게 됩니다. 텍스트를 더 신중히 읽고,

가설도 자주 세우게 되구요. 본판에서는 다소 기계적으로

QR코드를 찍으며 스토리만 쫓아가는 플레이도 어느 정도 허용되지만,

느와르에서는 이런 플레이가 방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테마몰입

그리고, 네 가지 행동은 그 자체로 재밌어

“돈을 한 번 찔러줘 볼까?”, “쟤 의심스러운데, 감시 한 번 해볼까?”와

같은 대화가 게임의 재미 요소가 될뿐더러, 테마몰입에도 도움이 됩니다.

(7) 느와르 vs 셜록홈즈 컨설팅 디텍티브

이전 글인

수사 vs 추리: 컨설팅 디텍티브 리뷰

에서 저는 자유도가 높은 수사게임인 사건의 재구성 본판과

셜록홈즈 컨설팅 디텍티브(이하 컨설팅 디텍티브)를 비교하면서,

주도적으로 게임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을 제쳐놓고 비교한다면) 컨설팅 디텍티브가 더 재밌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느와르의 경우는 본판에 비해

훨씬 주도적으로 게임을 이끌어 갈 수 있어 컨설팅 디텍티브에

비할만한 재미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 게임은 기본적으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본판처럼) 느와르의 경우, 게임이 진행되면서 인물과 단서들이

서서히 드러난다면, 컨설팅 디텍티브는 게임 초반에 인물과

단서들이 거의 다 공개되기 때문에 초반부터 수사에 집중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느와르 쪽이 이야기보따리를 조금씩 풀어서

“스토리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면, 컨설팅 디텍티브 쪽은

“자, 이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됐죠? 이제부턴 수사에만 몰두합시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두 게임이 추구하는 재미가 살짝은 다른 거 같습니다.

(8) 마무리

느와르는 사건의 재구성의 최대장점인 접근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게임의 단점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각본을 쫓아가는 플레이를

주도적인 플레이로 탈바꿈시킨데다가 테마에 몰입하기도 좋아

(본판도 물론 좋은 게임임에 분명하지만), 느와르야말로

완성형게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건이 네 개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오구요.

접근성을 생각하지 않은 채 다른 수사추리게임과 느와르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면, 역시 긴장감 넘치는

디텍티브: 모던 크라임을 저는 가장 재밌게 플레이했지만,

셜록홈즈 컨설팅 디텍티브와 비교한다면... 사건의 재구성

본판으로는 좀 약하지만, 느와르는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컨설팅 디텍티브를 플레이할 때 셜록홈즈를 추리에서

이겨보겠다는 야심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느와르에서도

비슷한 정도의 재미를 느낄 거 같거든요. 물론, 접근성까지

고려한다면 느와르가 최고의 게임이라고 단언하구요.

- 리뷰를 작성하는 현재까지 세 사건을 2인플로 진행했습니다.

-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습니다.

- 게임을 빌려주신 KIMKUN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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