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 보드게임 리뷰 [제왕의 깃발]

Bluue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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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17 오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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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8월 8일경 모임에서 플레이 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나 싶어, 거의 반년만에 바깥 모임을 가졌는데..ㅠㅠ 또 당분간 모임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에 씁쓸하군요...

* 마냥 놀기만 하는 것은 조금 아까워서, 친구들끼리 찍으면서 추억을 기록하자는 취지에 시작했습니다 ^^;;

부족한 실력이니, 애교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BluueSong입니다.

보드게임에 제대로 입문한 지는 이제 거의 2년 되어가는 중늅? 이여요.

저는 죽마고우인 실친들과 함께 보드게임 모임 '어.니.마'를 만들어 활동 중인데요.

그래봐야 모임 멤버들이 저하고 친구들뿐입니다 ^^;; (관심 있으신 분은 따로 댓글 주셔요! 인천에서 활동한답니다!)

저희 모임도 2월 이후 갑자기 위협적으로 변모한 코로나 사태 때문에

공식적인 모임을 중단하고 저희 집에서 1달에 1번 할까 말까 하게 가볍게 게임을 했다가,

장장 6개월만에 다시 보드게임방에서 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역시 보드게임방에서 하는 그 느낌이란 게 있으니..

다들 오랜만에 제대로 즐기는 터라 더욱 기분이 업된 느낌이었는데요.

아무튼, 사설이 길었네요 ^^;;

제목에도 밝혔듯이, 이번 모임에서 즐겨본 만두게임즈의 <제왕의 깃발>에 대한

간단한 후기글을 써볼까 하여 글을 남겨 봅니다 ㅎㅎ

(저는 플텍을 구매한 기억이 없는데, 같이 왔더라구요...? 분명 추가구매였을텐데 말이죠....)

사실 이번 모임의 메인은 분명 <크툴루 : 죽음마저 죽으리니 (일명, 크죽죽)">이었는데,

멤버들이 제일 재밌게 즐겼던 건 다름 아닌 이 <제왕의 깃발> 이었습니다.

저번 팝콘 페스타 때 <포켓 디텍티브> 시리즈와 함께 구매했다가,

함께 플레이 할 멤버도, 짬도 나지 않아서 개봉도 안 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다가 모임 당일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와서

언박싱 하고, 룰북 잠깐 훑어본 후 필러게임으로 즐길 겸 챙겨갔었습니다.

보드게임방 입실하고 나서, 5분 정도 노닥노닥 거리다가 앉은 자리에서 한 10분? 룰 설명을 한 후

다들 플레이 가능할 수준이 되자 바로 게임을 진행해봤는데요.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이 게임, 저희 모임에선 '대박' 났습니다.

멤버들이 엄청 좋아합니다. 이게 이렇게까지 저희 멤버에게 먹히는 게임일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게임 소개에 앞서 간략히 저희 멤버들 성향을 말씀해드리자면....

저희는 지독한 테마게임&마피아류 게임 매니아입니다.

<광기의 저택>, <아컴호러 카드게임>, <엘드리치 호러> 등

크툴루 테마 게임을 정말 좋아하구요.

모임 이름에도 드러냈듯이, 협잡, 블러핑, 마피아류 게임은 일단 닥치는대로 하고 보는 주의입니다.

아마도 그런 성향이다 보니, 이 게임이 유독 저희의 흥미를 당겼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은 ‘카드 행동 하기’, ‘핸드 관리’, 그리고 '협잡'이 메인 매커니즘인데요.

3명에서 5명까지 플레이 가능한 게임입니다. 저희는 4명이서 플레이를 진행했습니다.

보드게임긱에서 보니 4명이 베스트라고 하는데, 제 생각에도 4명이 베스트인 것 같습니다.

5명은 너무 정신없고, 은근한 장고플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 모임에서는 표현하기 편하게, 드래곤·그리폰·크툴루·유니콘·페가수스로 지칭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각자 마음에 드는 가문(카드 뒷면이 저마다 다른 5종의 가문)을 하나 골라서,

그 가문의 카드를 전부 가져온 후, 잘 섞어서 3장을 게임에서 제외합니다. 이 3장은 그 게임에서 사용하지 않구요.

나머지 카드를 매 라운드에 1장씩 바닥에 뒷면으로 내려놓으면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가만보면 왕좌의 게임이 생각나는 느낌입니다. 공식으로 그렇게 리메이크 되서 출시해도 좋을 것 같네요 ㅎㅎ)

카드는 오로지 바닥에 놓인 카드 좌우로만 놓을 수 있고, 여러 카드 사이에 낑겨서 넣을 순 없어요.

이렇게 모두 1장씩 카드를 내려놓으면, 자기 차례 때 행동 2개 중 하나를 수행합니다.

카드를 오픈해 능력을 발동하느냐, 뒷면으로 놔둔 채 점수 토큰을 축적해 두느냐.

이 축적한 토큰은 자력으로 카드를 공개했을 때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총 6라운드를 진행해 점수 토큰이 가장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여기까지는 어려울 것도, 특별할 것도 별로 없죠.

이 게임의 매력은 게임의 몇몇 매커니즘에 있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카드 오픈 순서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카드를 내려놓을 때, 이 카드를 앞 차례에서 오픈하는 게 유리할지,

뒷 차례에 오픈하는 게 유리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카드들은 총 10가지 종류로, 각 가문이 모두 똑같은 카드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에 그 중에서 3장을 제외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매 번 플레이 할 때마다

꼭 필요한 카드들이 1장 내지 2장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이 때문에, 이번 게임은 공격적으로 다른 카드를 부수는 전략을 갈지,

방어적으로 가서 점수 뻥튀기만 할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안 터지도록 ‘존버’ 플레이할지의 양상이 바뀌게 되죠.

이렇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카드를 먼저 내는 게 유리할 수도,

또 어떤 경우에는 나중에 내는 게 백번 유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카드마다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카드와,

파괴되지 않는다면 계속 남아서 그 능력을 사용하는 카드들이 존재해

이 능력이나 성향을 적절히, 적절한 위치에 사용해야만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 게임을 보다 전략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 2가지 특징을 언급하고 싶은데요.

첫째는, 이미 오픈 된 카드는 반드시 그 능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절대 능력 사용을 패스할 수 없습니다.

이 규칙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기 자신의 카드도 파괴할 수 있거든요. 그걸로 점수도 획득하게 되구요.

예를 들어, 나의 '병사 (양 옆의 카드 중 1장을 골라 파괴함)' 카드 옆에 있는 게, 또 다른 내 카드 밖에 없다면

이 경우엔 무조건 내 카드를 없애야 합니다. 파괴 안하고 패스해서 넘어갈 수 없는 거죠.

나는 분명 다른 진영 카드 옆에 병사를 놨었는데,

누군가가 '왕실 칙령 (원하는 카드 위치 바꿈) '으로 위치를 바꾸게 되어

병사 곁으로 내 카드가 들어오게 되는 경우가 꽤 허다하게 발생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서로 죽고 죽이다 보니 자연스레 살아남는 내 카드끼리 붙는 경우도 많구요.

이 게임이 전략적이게 되는 2번째 특징은, 카드 위에 카드를 쌓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자신의 카드 위에 다른 카드를 얹어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게임엔 한번 사용하고 나면 버려지는 카드가 있는데요,

만약 이렇게 버려진 카드 밑에 다른 카드가 있었다면

그 즉시 그 카드도 뒤집어 공개하거나 점수 토큰을 축적해둘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회성 카드를 위에 몇몇 장씩 깔아두고,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콤보를 터트릴 수도 있고,

누군가가 잘못 건드린 카드가 매복(카드를 공격한 카드가 파괴되고, 매복 카드 주인이 4점 획득)이었을 경우

한 턴만에 점수를 6~7점 쓸어가는 때도 발생합니다.

쌓을 수 있는 카드는 제한이 없어서, 이 시스템을 이용해 마구잡이로 점수를 벌거나

마치 최근 메타의 유희왕을 보는 것처럼 '오레노 턴, 오레노 턴'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두 개의 시스템을 더욱 즐겁게 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협잡이죠.

제왕의 깃발은 뒷면 카드 위에 점수를 쌓아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 플레이어 입장에서, 그 뒤집어진 카드가 매복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요.

또 그렇다고 그렇게 점수를 쌓도록 놔두자니, 그게 음모 카드라면, 단숨에 역전을 허용해버리기 때문에

또 막아야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묘한 심리적 긴장감을 주게 됩니다.

덕분에 매복인데 아닌 척, 매복 아니면서 매복인 척 서로 속고 속이는데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저희 멤버들은 정말 협잡이라면 사죽을 못쓰거든요. (분명 마피아가 없는 게임에서 자꾸 마피아인 척 군다거나...)

게다가 속된 말로, ‘입 터는’걸 좋아하는 저희 멤버들은 온갖 허풍과 거짓말로 겁을 주거나

아닌 척 점잔빼는 행동을 매 라운드 마다 하다보니 나중엔 무슨 말을 해도

서로 도무지 믿지 않는 상황에 자주 노출 되곤 했었습니다.

(이 게임을 정말 재밌고도 열받게 만드는 키 카드들)

사실 이런 게임에서는 카드 밸런스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시작 시 카드를 3장 빼고 시작할 때, 몇 몇 강력한 카드가 없으면 조금 당황스럽긴 합니다.

(특히, 매복, 암살, 음모 다 빠지면 급 시무룩...)

그럼에도 10종류의 카드 중에 쓸모 없다, 싶은 카드는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면 아쉽다는 느낌이 골고루 들었거든요.

왕실 칙령처럼 카드의 위치를 바꾸는 카드가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궁수 옆에 병사를 붙여준다거나, 후계자 옆에 흉내꾼을 붙여서 점수 뺏는다거나,

첩자 옆에 첩자를 붙인다거나, 영주는 자기 세력의 카드 옆에 붙인다거나 등등

10가지의 카드 모두 저마다 요긴하게 쓰일 때가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밸런스가 꽤나 나쁘지 않았다고, 멤버들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물론 일부 몇 종류의 카드가 지독히 강력한 느낌은 없지 않아 있지만

(매복이라던가 매복이라던가 매복이라던가)

그 자체가 너무 사기적이라 없어져야 한다, 그 정도의 카드는 없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카드 간의 밸런스는 재미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편이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매복이 없다면 여전히 아쉬울 것 같군요...)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가문 간의 특색이 조금 더 엿보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하단의 깃발 색을 제외하고는 그냥 똑같은 일러의 카드라 뭔가 개성이 없어지는 느낌이고,

그냥 뒷면만 다른 똑같은 카드를 받게 되는 거 같아서 테마성이 다소 죽는 것 같았습니다.

3장을 제외하고나서, 추가적으로 가문 마다 독특한 카드가 1장씩 추가되었더라면(가문의 당주 라던가)

조금 더 생각할 거리도 많지 않았을까 싶구요.

또한, 저희 멤버끼리는 워낙 치고 받는걸 좋아해서 그럴 일이 없었는데,

의외로 별로 친하지 않는 분들끼리 하시게 되면 마음이 불편할 경우가 많을 것 같더라구요 ㅎㅎ

말 그대로 인터렉션이 게임 그 자체나 다름이 없어서,

서로 점수 뺏고 카드 부수고, 뒤통수 치고 속여먹는 데서 재미를 찾는 게임이기 때문에

묵묵히 서로의 테크를 쌓아가며 점수를 내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불호가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이 부분은 사견인데요,

가끔 몇몇 라운드는 웃긴게, 견제를 하지도 당하지도 않고

조용히 눈에 안 띄게 행동하는 사람이 큰 점수를 내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점수 따윈 집어치우고 지금부터 서로 죽여보자- 같은 느낌의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견제하는 사이 조용하게 할 거 하는 분들이 이길 수도 있겠다, 싶긴 합니다 ㅎㅎ

이 날 제왕의 깃발을 1시간 넘게 플레이 해 본,

저를 비롯한 저희 동아리원들의 의견을 종합 정리해보자면

장점

+ 게임의 규칙이 정말 간단하다

+ 카드 간의 밸런스가 나름대로 잘 잡혀있다

+ 카드를 이용한 콤보의 재미가 있다

+ 협잡을 좋아한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단점

- 카드 가짓수가 좀 더 있어도 좋을 듯 하다

- 일러스트가 가문별로 달랐다면 좋겠다.

- 특색이 없는 느낌이라, 가문별로 1장씩 정도는 가문 특색 카드가 있었어도 좋았겠다!

협잡이나 남 등처먹거나, 인터렉션 강한 게 싫다면 극불호가 될 수도 있겠다

- 의외로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게 견제 안 받고 이길 수도 있다?

정도가 되겠네요 ㅎㅎ

그래도 부담없는 가격에 구매해서

생각지도 못한 빅재미를 느꼈던 게임이라,

저희 멤버들은 아주아주 만족했답니다.

나중에 술마시고 나서 1명 더 불러서 5인팟으로 제대로 터트려보려구요 ^^

짧지 않은 후기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코로나 시국에, 건강 유의하시고 항상 웃으며 해피한 보드게임 라이프가 되시길 바라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 리뷰에도 찾아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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