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 그의 가족들

빼빼로

1,772

2020-6-4 오후 6:32

IP: 168.131.***.***

BEST

주말, 가족과 함께 담양 인근 공원에 놀러가 자전거타고 놀다가 근처 카페에 갔습니다.

"차에 보드게임 하나 가져왔는데, 같이 할까?"

트렁크에서 꺼내온 게임은 파라노말 디텍티브.

5인플. 대학초년생 딸은 처음이고, 나머지 가족들은 이미 집에서 한 판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누가 유령역할을 할지 칩을 뽑았는데, 아내가 당첨.

모두들 다 무슨 힌트인지 모르겠다며 멘붕. 각자 가진 카드를 거의 다 소진했지만 완벽히 맞추지는 못했습니다.

<마지막 사진: 어떻게 죽었냐는 질문에 아내가 철사로 힌트를 주는데, 저게 대체 뭐냐며 아리송했습니다. 나중에 듣고보니 죽어갈 때의 느낌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아쉬워서 또 한판. 이번엔 막내가 유령이 되었습니다. 정답카드에 적힌 단어 뜻을 모르겠다며 폰으로 단어 검색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힌트를 제대로 줄 수나 있을려나 난감.

그런데, 몸짓으로 힌트를 달라는 요청에 응답한 딸의 연기는 그야말로 무릎을 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그거구나!"

전체 사건의 스토리가 한 눈에 떠오르는 3초의 연기였죠.

사건은 술술 풀리고, 탐정들은 대부분 정답을 맞춥니다. 깔끔하게 끝나니 모두가 화기애애~

추리게임을 여러가지 해보았지만, 파티요소와 추리요소가 적절히 섞여있는 이 게임이 참 맘에 듭니다.

단 한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그날 밤에 막내가 잠을 못들고 울고 있었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계속 무서운 생각이 들어.."

.....

사실, 이 게임중 유령의 힌트를 한참 보고 있다가 한 사람이 침묵을 깨며 "아하, 알겠다!"라며 탄성을 발하면,

옆 사람들이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렇게 말하지마. 갑자기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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