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르 이야기 ⑮ - 물의 정령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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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4 20:06

물의 정령 바라

강변의 보호자 킬라는 아들의 야니스와 함께 나루네 강 유역에 서 있었습니다. 황혼이 지면서 근처는 쌀쌀해 졌습니다. 그때, 야니스가 여성의 형상으로 언덕에 있는 무언가를 향해,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엄마, 저 사람은 누구예요?"

킬라는 가리키는 쪽을 바라본 후 대답했습니다.

"아주 긴 이야기가 될거야. 네가 좀더 크면 이야기 해줄게."

"엄마. 제발요. 저도 이제 8살이라구요."

킬라는 아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습니다.

"네 말이 맞구나. 너의 할아버지께서 처음 얘기해 주셨던 게, 엄마 나이 7살때였어. 그래, 알았다. 거기에 앉아 잘 들어보렴. 그녀의 이름은 ‘바라’라고 한단다. 강에 살고 있는 다른 물의 정령들과 마찬가지로 수백년이나 살아왔지. "

야니스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습니다.

"그렇게나 오래요?"

"그래.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도와 왔단다."

"정말요? 좀더 가르쳐 주세요."

"바라는 대부분, 근처의 강변에서 지내고 있어. 원래 물의 정령은 강의 영혼이자, 생명을 주는 존재야. 그런데 바라는 본인의 의지로 이곳에 머물렀던 게 아니란다. 다른 정령들에게서 추방되어 더이상은 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지. "

킬라는 깊은 숨을 들이 마신 후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옛날, 너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인 ‘에토레’는 밭을 일구어, 부모님과 형제를 부양했어. 그 뿐만이 아니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도 돌봐주었지. 에토레는 젊고, 몸도 튼튼했기 때문에,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라도 달려가 도와주었단다.

어느 날, 끔찍한 일이 일어났어. 마을이 큰 불이 난거야. 사람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을 끄려고 애썼어. 그 중에는 에토레도 있었단다.

물의 정령들은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어. 바라가 에토레를 처음 본것은 그때였어. 그는 심한 화상을 입고 있었는데, 아픔도 신경 쓰지 않고 몇번이나 몇번이나 물이 든 양동이를 들고 마을을 향해 달려갔지. 하지만, 보람도 없이 그날 밤 마을은 완전히 불타 버렸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단다.

에토레의 용기를 지켜 본 바라는 사랑에 빠져 버렸어. 어리석지만, 그런게 사랑이겠지. 보통 물의 정령이라면 가질 리 없는, 그 감정에 몸을 맡기고 그녀는 강에서 멀어져 갔어. 인간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정령으로서의 삶을 버리고, 자신의 마음을 따른거야.

그런 강렬한 연정에 에토레는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단다. 바라는 정령이었기 때문에 뚜렷한 윤곽을 갖고 있지 않았어. 그녀는 아름다우면서도 무서웠지. 바라는 잠시동안 에토레 곁에 머물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그를 도왔어. 하지만 곧 그 마음이 영원한 짝사랑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에토레에게는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야. 바라는 슬픔을 잊기 위해 형제, 자매가 있는 강으로 돌아가려고 했어. 하지만 물의 정령들은 그녀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 벌을 내리기로 했지. 바라는 두 번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말았단다.

그 후, 어쩔 수 없었던 바라는 다시 에토레에게로 향했어. 비탄에 잠겨 있는 바라에게 연민을 느낀 에토레는, 앞으로도 계속 곁에서 지내며 사람들에게 도움 주기를 권했지. 바라도 그것을 받아들였고, 그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 일을 하고 있단다. 이렇게 해서 에토레는 첫번째 강의 수호자가 되었고, 그의 자손들은 오늘날까지 그 책무를 계승하고 있는거야. "

킬라는 아들 야니스를 응시했습니다. 그는 물의 요정 바라를 슬프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영원히 강에 돌아갈 수 없는 거예요?"

"그래, 돌아갈 수 없단다. 한때, 에토레에 가졌던 마음은 이제 큰 슬픔으로 바뀌어 버렸어. 그녀는 너무나도 외로웠지만, 강의 수호자들을 오랜 세월동안 도와주었지. 엄마는 그것을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언젠가 너도 이 임무를 맡아, 바라를 충실한 동반자로 곁에 두게 될 날이 올거야. 에토레는 단지 농부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유산으로서 그녀는 우리와 함께 있을 거란다. "

물의 정령은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와 조심스럽게 소년의 손을 쓰다듬었습니다. 여름의 이슬에서 태어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면서, 그녀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작자 : 슈테파니 슈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