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과 테마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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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25 오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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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웨트 출시 예고 트레일러를 보던 중에 이런 글이 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소떼를 몰고 캔자스로 갈 거야.' '인디언들이 만든 길을 따라' 그런데 문득 '인디언'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조금 착잡한 마음이 들더군요.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 콜롬버스가 스페인의 지원을 받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던 중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합니다. 그들은 그곳을 인도라고 굳게 믿고 당시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인디언(Indian, 인도 사람)이라 부른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고 하지요. 그래서 서양식 제국주의적 용어인 인디언이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의 테마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인디언이라는 용어가 적합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홍보 영상에 대한 아쉬움이 이 글의 요지도 아니고요. 단지 누군가에게는 슬픔의 역사이고, 굴종과 아픔을 겪어야 했던 순간들을 이 시대에 와서 다시 게임으로 즐긴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는 물음입니다. 얼마 전 <푸에르토 리코>를 플레이 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탄복해마지 않던 훌륭한 시스템과 인터액션을 직접 체험했고 몹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게임을 하던 제 모습이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더군요. 농장과 건물의 빈칸을 메우기 위해 이주민, 이주민 노래를 부르며 흑인을 상징하는 갈색 토큰을 기회가 될 때마다 집어 왔습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푸에르토 리코는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플랜테이션 농장의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다고 하지요. 참 많은 이들이 고된 노동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잔혹한 역사가 보드게임에선 테마라는 껍질을 쓰고 많은 이들에게 호평과 추천을 받습니다. 참 좋은 게임이라고 말이지요. 조금 거리가 먼 얘기라고 들린다면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대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도 있기에 군함도라는 보드게임을 만든다고 가정해봅니다. 게임 디자이너는 일본인입니다. 시대는 일제강점기로, 조선인 노동자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기아와 병마에 시달려 픽픽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작업 시키기 위해 배치해야 합니다. 생산된 자원은 전쟁 물자가 되어 다시 조선 땅의 철도를 이용해 전쟁터로 운송해야 하고 이벤트로 발동되는 독립군의 저항 또한 제압해야 합니다. 그리고 룰북 마지막 장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군함도에서 희생 당한 조선인 강제 노동자에게 이 게임을 바칩니다.' 만약 이 게임이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고 긱 순위 상위에 랭크 된다면 참 씁쓸할 것 같습니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테마가 아니라 가해자가 얘기하는 가해의 역사처럼 보여서 말이지요. 늦은 밤이라 괜히 혼자 얘기가 많았네요. 혹시나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묻고 싶어요. 보드게임과 테마의 관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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