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당신의 화성을 프로듀싱 하세요 Part 2. 온 마스

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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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15 오후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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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On Mars
인구는 증가하고있고, 자원은 점점 고갈되어갑니다.
생명의 어머니이자 태양계의 유일한 푸른 별, 지구의 종말이 멀리서부터 다가오고 있고 우리 인류에게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오늘, 인류는 치밀한 계획을 토대로 거대한 도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제 2의 지구, 화성에 인류를 정착시키기 위한 도전을요.

4년 전 테라포밍 마스를 선발대로 해서 루인 오브 마스, 포켓 마스, 퍼스트 마션 등 이미 개발 할 대로 개발해버렷건만, 아직도 뽑아먹을 게 있나봅니다.
지구에서 비딸 라세다의 지휘 하에 리스본 대지진을 재건하고, 와인 농장을 가꾸고, 갤러리 운영을 거쳐 돈을 갖고 탈출에 성공한 여러분들은 이제 목표를 화성으로 하고 포드에 탑승하게 됩니다.

오늘 이야기 해 볼 게임은 테마와 게임성을 모두 잡는 거장. 비딸 라세다의 <온 마스> 입니다.

▲ 더 이상 지구에서 볼 일은 없다. 이젠 우주로 나갑니다.

1. 어떤 게임인가?

▲ 4인 세팅 모습. 중앙의 헥스타일 공간이 여러분들이 개발할 화성의 모습입니다.

이것 저것 다 자르고 한 마디로 온마스를 정의하자면 <일꾼 놓기> 게임입니다.
일꾼(이 게임에서는 이주민)을 액션칸에 배치하고, 해당 액션을 수행, 수행 전이나 후로 수정이라는 자원을 통해 보조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액션을 수행했다면 전이단계 진행 후 다시 턴 오더 순서대로 다음 라운드를 진행. 이 도중 종료트리거가 만족되면 다음 라운드까지 한 번씩 더 하고 점수 계산하고 게임 종료. 그 후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

너무나도 흔하디 흔한 전략게임의 진행을 따르죠. 하지만 게임은 흔하디 흔한 전략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보통 리뷰를 쓰면 안 해 본 분들에게 뽐뿌를 주기 위해 간략하게 이야기하는 편인데 오늘은 이리저리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그 만큼 독특한 게임이에요.
그럼, 어디 한 번 시작해 볼까요?

2. 게임의 특징

▲가운데 노란색이 턴오더를 결정하는 칸, 자신의 턴오더 미플의 위치에 따라 빨간색 액션을 할 지 녹색 액션을 할 지가 결정됩니다.

온 마스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역시 액션칸 선택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 마스에는 열 가지의 메인 액션이 있는데요, 이 액션들이 다섯개씩 묶여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강제착륙/설계도획득/기술획득/기술발전/창고> 다섯개의 액션(사진의 빨간색 부분)과 화성 표면에서의 <건물건설/건물개선/우주선제작/계약성사/로버 및 로봇이동> 다섯개(사진의 녹색 부분)입니다.
온 마스의 플레이어 순서는 8칸의 턴오더 칸(사진의 노란색 부분)에 배치시킨 플레이어당 1개의 미플로 결정이 되는데요, 이 중 1~4까지 네 개는 궤도방면의 칸이고 5~8까지 네 개는 화성 표면의 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턴오더 미플이 어느 칸에 위치했느냐에 따라 어느 방면의 액션칸을 쓸 수 있는지가 제한이 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턴오더칸 1~4번칸에 자신의 턴오더 미플이 있다면 궤도 방면의 액션을, 5~8번 칸에 미플이있다면 화성 표면의 액션만을 할 수 있단 이야기죠.

▲그래도 리스보아에 비하면 액션의 유기성이 약한 편이라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는 느낌은 적게 받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한 방면에서의 플레이만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는 없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대략 나누자면, 플레이어들은 궤도에서 자원/설계도/기술을 마련하고 이를 이용해 표면에서 건설/개선 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물론 보조액션 등을 잘 활용하면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할 순 있지만 이동에 따른 보너스가 존재하기도 하고 사용한 이주민 역시 이동 과정에서 회수되는 등 각 방면 사이를 적절히 이동해가며 플레이를 하라는 디자이너의 의도를 엿볼 수 있어요.

이러한 턴오더/액션 구조에 대해서 몇가지 더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턴오더 구조를 보면 같은 작가의 작품인 칸반에서의 회의 발언순서 시스템을 엿볼 수 있어요.
칸반에서 주기적으로 점수를 획득하는 회의 이벤트의 경우, 발언 순서에 따라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순서는 플레이어들이 직접 결정하게 되는데요, 당연히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후순위 순서를 선택하게 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져서 플레이어들의 선택을 강요하게 되죠.

▲보너스가 달콤하긴 하지만 보너스만 보고 선택하다가는 먹고 싶은 점수를 쏙쏙 빼먹히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온마스 역시 턴오더 칸의 맨 앞 칸은 아무런 보상이 없고, 뒤로 갈수록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죠. 하지만 무턱대고 뒷순위의 보상을 선택하는 것이 능사냐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뒤에서 언급할 후순위의 절대적 불리함이나, 설계도 획득이나 창고 이용 같은 경우는 공급처가 바닥나있으면 획득 자체가 불가능한 점도 있가도 하고요.
아무튼 보너스와 순서 사이를 잘 저울질 하며 어느 타이밍에 어느 순서를 받느냐...가 중요하다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독특한 요소라면 턴오더 조정의 시기와 방법을 들 수 있습니다. 저 턴오더 칸을 아무나 왔다갔다 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턴오더 조정은 대부분 라운드의 마지막 단계인 <전이단계> 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재미있는건 각 라운드에 따라 왕복선이 궤도와 화성을 차례로 왔다갔다 하는데, 플레이어의 마커는 이 왕복선에 탑승해서 움직인다는 개념이라는겁니다. 즉 왕복선이 화성방면에서 궤도방면으로 이동하는 타이밍에는 화성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궤도로 이동하며 턴오더를 조정할 수 있게 되는거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럼 매 턴 한 쪽 방면의 플레이어가 이동을 할 수 있게 되는거다." 라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 게임이 흘러가서 어느정도 화성이 발전하게 되면 이 왕복선의 이동주기가 점점 더 길어져서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됩니다. 강제로 이동하는 방법 역시 준비는 되어있긴 하지만요.

▲이번 작품에도 게임보드 구석에 종료시 점수계산단계가 명시되어있습니다. 작지만 친절한 부분.

다음 이야기를 하기 전에 득점구조를 좀 살펴볼까요?
온마스에서 점수를 획득하는 경로와 획득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단지형성 마커 배치 - [화성방면]의 건물건설 액션
2. 우주선 - [화성방면]의 우주선 제작 액션
3. 설계도 완성 - [화성방면]의 건물 개선
4. 과학자 점수 - [화성방면]의 과학자/지구계약 액션
5. 지구계약 점수 - [화성방면]의 과학자/지구계약 액션
6. 이주민 점수 - [화성방면]의 우주선 제작 액션
7. 기술 점수 - [궤도방면]의 기술 개발 액션

물론 기술 개발 및 보조액션을 통해 어느정도의 유연함은 취할 수 있지만 보시다시피 대부분의 점수는 화성방면에서 획득하게 됩니다. 따라서 후반으로 갈 수록 필연적으로 화성 방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곧 순위 변동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러니 뒷순위에 위치한 플레이어는 조금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을 수 있어요. 처음 플레이할 때 뒷순위에 못박혀서 앞에서 다 잘라먹어가면 꽤 갑갑한 편입니다.

종료조건의 다양화도 독특한 기믹입니다. 아홉장의 미션카드를 긴 게임/짧은 게임에 따라 3장을 추려 종료조건 3개를 만드는 방식은 갤러리스트의 종료 트리거의 완성형 같은 느낌이에요. 이 미션카드의 경우 단순히 달성 여부만을 카운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종료조건을 맞추어 갈 때마다 보상을 주기 때문에 어떤 카드가 깔렸냐에 따라 플레이의 양상이 미묘하게 변한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3. 장단점

뭐 이젠 말하면 입이 아픕니다. 다음 공식을 외우세요.

▲ 이안오툴+이글그리폰+비딸라세다 = 보기좋음+자체트레이,두툼한 타일+게임재밌음. 한번 더, 이안오툴+이글그리폰+비딸라세다 = 보기좋음+자체트레이,두툼한 타일+게임재밌음

그런데 가면 갈 수록 지나치게 크게 만든다...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개인보드건 메인보드건 크기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어지간히 큰 테이블이 아니면 4인플 돌리기 빠듯합니다. 이 부분은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네요. 아, 지나치게 길쭉한 우주선 미플은 그냥 단점입니다. 너무 자주 쓰러져요.

여러가지 조건의 조합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 역시 장점입니다. 건물 건설 보너스와 종료조건 보너스가 매 게임마다 다르게 구성되거든요. 가이아나 클오칼, 테포마 등 개인 팩션의 차별화를 시키는 요즘 게임들과는 이미지가 약간 다른데, 상술한 게임들이 <나만의 특별한 능력을 통한 특정 행동에서의 이득 극대화>로 인해 새로운 전략을 강요한다면 온마스는 그런 이득이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여러 번 제 취향을 오픈했지만 저는 계산하는데 과부하가 걸리도록 개인능력이 세분화 되어있는 다인플 게임을 선호하지 않아요. 이런 부분에서 리플레이성을 챙기면서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는 요소는 일단 저에게는 극호.

▲그렇긴 한데 사실 아홉개 조건 중 세개를 섞어 쓰는거라 막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고 적당한 변주를 통해 맛만 살짝 바꾸는 느낌. 오히려 과하지 않아서 만족중입니다.

장고요소 역시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각 액션에 따른 기대승점 및 상대방의 현황을 눈으로 파악하기가 굉장히 용이한 게임이라서 맘만 먹으면 장고가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생각 하면 생각 할수록 점수가 잘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은 퍼즐을 풀어나가듯 최대의 점수를 뽑아먹기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장점입니다. 다른 사람의 장고 시간동안 자신의 점수를 체크하면 되니까요. 이부분도 저는 극호.
반대로 최적화를 고려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하고싶은거 빠르게 진행하는걸 즐기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단점입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 계산할 때에 핸드폰만 보고 계실듯...

아, 그리고 게임에 인터액션이 적당히 있습니다. 인터액션이 적다는 평을 전에 한 번 한 것 같은데, 여러 번 해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주로 건물 타일 배치 및 설계도 완성 등에서 상대가 먹으려는 보너스를 새치기 하는 식으로 인터액션이 일어나요.
다만 이 게임에서 약 40% 언저리의 점수를 차지하는 설계도/지구계약의 경우 미션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감점이 있다는 점 때문에 견제를 위해 달성이 불가능한 계약을 가져오는 행동의 리스크가 큰 건 장점일 수 있겠네요.
저같은 경우는 "남의 -1점은 내 +1점이다" 라는 플레이를 즐겨하는데, 그러기에는 마이너스 점수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견제를 싫어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아주 편안한 게임환경을 제공합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남의 플랜을 막는데 댓가가 크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그 댓가를 줄일 수 있는 2인플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이득이 적을 뿐 여전히 견제가 의미가 있습니다....만, 2인플을 하실거면 그냥 다른 게임을 하세요.
더불어 어디까지나 견제를 위한 견제를 하지 못한다는거지 다른사람하고 목표 계약이 겹친다면 신경 곤두세워야 하는건 매한가지입니다. 인터액션을 줄이려고 시도는 했지만 아예 없을 수는 없어요 모든 게임이 그러하듯이요.

▲개인보드의 개발을 통해 후반부의 숨막히는 경쟁 속에서 숨구멍을 뚫고 한 발 더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번 해보면서 느꼈는데 게임의 자유도가 꽤 높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개념과는 조금 느낌이 다른데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 반면 그 행동의 수행 트리거가 다양한 편입니다.
예를들어 건물타일을 배치하려면 [건물타일메인액션을 통해 건설], [로버/로봇이동 액션을 통해 탐사타일을 수집하여 건설], [자신의 설계도를 이용해 건설], [남의 설계도를 이용해 건설], [로버이동 보조액션을 통해 탐사타일을 수집하여 건설] 등 어떻게든 계획만 잘 세우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능한 편이에요. 이 과정에서 자원을 쥐어짜서 얼마나 물흐르듯이 운영을 해 가느냐가 실력으로 드러납니다.

단점으로는.... 카드가 있는 게임이니만치 카드빨이 좀 있다는게 첫째. 특히 설계도 부분에서 지구계약을 가져오는 설계도 등 확실하게 다른 액션에 비해 효율적인 설계도가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 첫 세팅시에 배치된 거주지역 건설 설계도, 첫 번째 LSS등급 상승때 오픈되는 지구계약 체결 설계도 이거 두개는 다른걸 차치하고서라도 들고와도 될 정도로 본전 이상은 한다고 생각해요. 무난하게 강력하고, 해당 카드를 오픈 시킨 본인은 가져갈 방도가 없는 관계로 일부러 오픈시키지 않기위해 LSS단계를 억누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게임의 템포를 억지로 끌어내리는 요소가 될 수 있겠네요.

카드랑 관련 되어 추가적으로 까보자면, KS 보상으로 넣어준 지구계약이 지나치게 설계도 위주의 운영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도 있네요. KS 보상 카드를 함께 플레이하려면 본판의 계약카드중 [자원 조달]계약을 기본적으로 끼고, 나머지는 셋 중 하나로 랜덤하게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뭐 이부분은 어차피 보상으로 준 카드니까 굳이 깔 필요가 있긴 하지만요.

각 방면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것도 단점. 여러 번 게임을 했지만 상대적으로 궤도방면에서의 액션이 약한 취급을 받습니다. 궤도에서 꿀을 빨 수 있는 타이밍은 새로운 설계도가 주르륵 깔리는 LSS레벨 상승 직후 정도밖에 없거든요. 적어도 저희 모임에서 설계도가 빠져버린 궤도 방면의 액션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설계도를 가져가는 과정에서 이주민 외의 자원이 소모되지 않고(반대로 자원을 생성하죠), 기술을 통해 여러 장의 설계도를 한 번에 배치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보니 궤도에 한 번 들어가서 설계도 주르륵 땡겨오고 겸사겸사 자원도 얻으면서 화성에 착륙해 플렉스하며 즐길대로 즐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후반으로 가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도 개인셔틀을 써야해서 부담스럽고요.

...게임 외적으로의 단점도 있습니다. AS신청 후 받기까지 한달이 넘게 걸ㄹ...........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할게요......ㅋㅋㅋ

4. 마치며
이래저래 말이 좀 길어지긴 했는데, 최근 한 전략게임중 가장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워낙에 비딸 라세다의 게임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요.
전에 보드라이프에 두 판 정도 하고 첫인상을 남긴 적이 있는데, 그 때와 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 때엔 "규칙만 오지게 복잡하고 전략성은 얕을까 걱정"이라는 의견을 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이스케이프 플랜의 불안을 말끔히 날려준 비딸라세다의 게임이다...라는 생각입니다.
모임 분들께서 재미있게 해 주시는 덕분에 매번 나갈 때 마다 한 판씩은 꼭 돌리고 있는데, 당분간 계속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 화성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주말에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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