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죽죽 에피소드1 플레이 후기 및 리뷰

ca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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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9 오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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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들이 바보같은 의식을 또다시 벌이고 있다

고대 신을 소환하여 이 세상을 파괴하려고 한다.

여느 때처엄. 하지만 우리는 다른 게획을 세웠다.

놈들의 보잘것 없는 의식을 방해할 것이다.

아주 제대로 엉망으로 만들어줘야지.

고대의 존재가 우리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놈은 필멸의 육신을 갖는다.

잠시동안.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우리는 그때 놈을 죽여버릴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어쩌면 미쳐버릴지도... 하지만 문제없다.

우리의 힘은 바로 광기 그 자체니까

-크툴루: 죽음마저 죽으리니-

아컴 파일즈에서 공포에 벌벌 떨며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던 조사자들에겐 조금 미안할 정도로 호쾌한 플레이어들이

고대의 존재와 그 신도들을 쓸어버리는 게임, 크툴루: 죽음마저 죽으리니 입니다.

어휴 '신? 그까짓것 이참에 족쳐버리지'같은 마음의 여유라니 크툴루 세계관 맞나요? 일단 미친놈들은 맞는거 같습니다.

우.리.의. 힘.은. 광.기. 그. 자.체.니.까.

크툴루: 데스 메이 다이, 혹은 죽음마저 죽으리니(이하 크죽죽)을 지난 연휴에 구매했는데

이제서야 첫 플레이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CMON 게임은 좀비사이드 본편, 아카디아 퀘스트, 갓 오브 워: 카드게임을 구매했었고요

아마 크죽죽을 리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좀비사이드 본판과 비교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실제 플레이시의 사진입니다.

게임은 모듈식 타일 + 개인보드 + 주사위 + 끝내주는 미니어쳐(Cool Mini Or Not이니까요!)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좀비사이드 본판에 비해서는 일단 모듈 사이즈가 기존의 9x9칸의 정사각 타일이 아니라 광기의 저택처럼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의 타일을 배치하게 됩니다.

또한 미니어쳐가 수는 적지만 질이라고 해야하나... 크기나 퀄리티 면에서 월등합니다.

좀비사이드 본판은 적 미니어처가 워커 러너 패티 3종 정도고 작은 사이즈라 좀 밋밋하다 싶은 느낌이었는데

크죽죽은 큼직하면서도 다양한 개성을 자랑하는 크리쳐가 등장하게 되서 개인적으로는 더 보는 맛이 있습니다.

(좀비사이드 또한 후속작으로 갈수록 미니어처가 화려하고 개성적이게 변하는 것 같았는데 잘 모르겠네요)

수납

본 작품의 한가지 특징으로는 기본 트레이가 오거나이져 없이 사용해도 될만큼 분해수납이 용이하고 나머지 토큰, 카드의 대부분이 박스에 정리되어 깔끔하게 유지된다는 점이 있습니다.

'거의' 말이죠..

박스에 들어가지 않는 공용토큰(차원문, 통로, 기술토큰, 부상토큰 등)과 주사위, 정신병 카드들의 대부분은 또 트레이의 수납공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살짝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아예 트레이의 수납이 수준미달이면 오거나이저를 만들던 하는데, 95% 수준으로 훌륭한 수납공간을 자랑해서 이러기도 저러기도 애매합니다.

그리고 글룸헤이븐 때도 느껐던 것인데 얇은 박스 형식으로 팩을 만드는 경우 내부의 수납은 고려하지 않고 카드들과 토큰을 그냥 쑤셔넣게 만들더라구요 내심 찝찝합니다.

고유 시스템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우선 저는 좀비사이드 본판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룰의 난이도는 아컴,엘드리치 호러 시리즈 등의 테마게임에 비해 터무니없이 간단했지만 시스템이 그 이상으로 얄팍하다는 인상을 받아서 그렇습니다.

신화단계, 차원문, 조우단계 등에 비해서 탐색, 좀비카드는 지나치게 간략화되어있고

파밍이 어느정도 됐다면 위협을 주는 변수는 좀비 행동 2회, 맨홀을 통한 기습, 러너의 침투력 정도?

그럼 크죽죽의 경우에는? 저는 상당히 만족을 느꼈는데요

우선 보스와 시나리오 박스 각각의 시스템을 차용해서 한 게임 내에 2가지의 독자시스템이 돌아가게 됩니다.

이번 시나리오1+크툴루에선

시나리오 특성: 불을 끄고 다니면서 맵 곳곳에 배치된 연구실 타일을 일정 수량 이상 파괴할 것

크툴루 특성: 일정주기로 르뤼에 토큰을 맵에 깔고다니며 플레이어의 운신폭을 줄이는 시스템이 들어가게 됩니다.

좀사 본편 대비 룰 복잡도는 비슷한 선이면서 깊이는 늘어난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탐색도 단순히 발견카드를 한장 받는 선의 시스템이긴 하지만

좌측기능/우측기능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전략성과 시나리오 전용 탐색카드를 사용하여 생기는 카드 간의 상호관계가 재미를 돋구어줍니다

이번 시나리오 1에선 '원숭이의 앞발(소원을 잘 들어줄 것 같은 이름이죠?)' 카드와 '팔 하나가 없는 원숭이 카드'가 발견카드에 같이 들어가있는 블랙유머를 보여줍니다.

교수가 대학원생들을 찾아다니는 공포스러운 내용도 있고요. 그래 이정도는 되야 호러 소설에 기반한 게임이죠

전투 시스템

전투시스템은 주사위/ 광기 트랙/ 스트레스 시스템/ 스킬 네개를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주사위는 일반주사위+녹색주사위(더 좋은거)로 구성되고요, 스킬/발견카드/광기트랙에 의해 추가주사위 수가 바뀝니다.

적 몬스터는 저마다 독자적인 주사위 수를 갖고있고요.

굴리면 빈칸/성공(!)/고대표식(별)/광기(오징어 다리)가 나오게 됩니다. 이걸 때릴 때나 맞을 때나 아니면 일부 액션때마다 굴려야 합니다.

광기 트랙은 주사위에서 오징어 다리가 보이면 살짝 미쳐버리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저도 학생때 오징어 숏다리에 미쳐 산 적이 있습니다.

근데 주사위 한두개 굴리는게 아니니 굴릴 때마다 오징어 다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플레이어가 금방이라도 미쳐버리지 않을까요?

이를 대비하기 위해 스트레스 시스템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하나 지불하면 주사위 하나를 다시 굴릴 수 있습니다. 미친 놈 취급받기 싫으면 스트레스를 견디고 오다리 먹는걸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죠.

반대로 말하면 이 스트레스는 주사위의 불확실성, 불합리함으로 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럼 미치면 어떤 이점이 있나? 평범한 범죄자가 미쳐서 슈퍼빌런 조커로 태어났듯이

플레이어도 광기가 쌓일 수록 스킬이 늘어나게 되서 더 강해집니다.

우.리.의. 힘.은. 바.로. 광.기. 그. 자.체.니.까.

하지만 빨리 강해지겠다고 정신줄 놓으면 큰일이 생깁니다. 광기 트랙이 끝까지 가면 죽거든요.

스트레스나 부상은 회복이라도 가능하지 미친덴 약도 없어요.

거기다가 재굴림으로 못 막는 광기도 있어서 자칫하면 훅갑니다.게임 끝까지는 버틸 정도로 미쳐야 합니다.

그러니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적당한 속도로 미쳐야 한다는 소리입니다.정말 미치겠네요

전반적인 소감

이 게임을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본 리뷰에는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적이나 플레이어나 유리대포라서 먼저 찌르는 놈이 이기는 죽창 게임이라고요.

실제로 플레이어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강해지게 됩니다. 발견카드 덕분이든, 스킬 덕분이든.

하지만 그에 버금가게 플레이어는 취약해집니다.

처음에 게임 시작할 때 플레이어는 각자 정신병 카드를 하나씩 받고 시작하게 됩니다.

광기가 한 단계를 넘길 때마다 터지는 시한폭탄이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정신병 카드는 위기 관리에 따라 득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힘.은. 바.로. 광.ㄱ.....

체력이 최대치면 스트레스를 회복시킨다 하는 식으로요

반면 아이템은 체력, 정신력 등을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식으로 게임은 의도적으로 모든 행동이 득과 실이 혼재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각 플레이어 턴마다 까게 되는 신화카드가 위기상황을 불러오게 만듭니다.

어떤 놈이든 공격만 하면 죽일 자신이 있더라도

행동 다 끝나고 신화카드 뽑을 때 내 칸에 적이 오게 되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거죠

아컴 파일즈에선 기껏 좋은 무기를 맞춰놓으면 '응 정신력 판정이야' 같은 식으로 위기와 불합리함을 만든다면

크죽죽에서는 니 차례때 바로 명치 때리는건 좀 너무하지 않냐? 같은 위기와 불합리함이 생기게 됩니다.

전 이쪽도 나쁘지 않았어요

이번 게임 후기

에러플이 장난 아니게 많았습니다. 고대의 존재는 1-2-3-4페이즈가 있는데, 각 페이즈마다 고유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각 페이즈마다의 능력이 가산되는 식이더라고요. 3단계 후반까지 가서야 아차 했고, 뒤늦게 바로잡아서 진행했습니다.

물론 모르고 했는데도 사경을 해메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불이 난 연구실을 배경으로 5개 중 4개의 실험실을 파괴해야 했습니다.

꼬마와 라스푸틴은 서로 쪼개져서 라스푸틴은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고 꼬마는 지상을 쓸어버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곳곳에 배치된 불 토큰이 빠른 이동을 방해해서 실험실 파괴가 늦춰졌는데, 이 부분은 과감하게 패널티를 받으며 지나가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꼬마는 장비와 스킬이 합쳐진 결과 사정거리 2에 주사위 9개를 굴리며 고대표식마다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슈퍼 저격수가 되었습니다.

불의 흡혈귀건 별의 자손이건 심지어 크툴루 조차도 한번에 8씩 극딜을 박아버리는 괴물이었죠.

그러나 크툴루의 3단계 특성으로 무조건 턴마다 한번씩 미치게 되면서 빠르게 죽음에 가까워졌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죠? 너무 빠르게 미치면 안된다고

라스푸틴은 난투 특성을 극성으로 찍어서 지상 최강의 사나이가 됩니다.(꼬마보단 약했습니다)

선풍각으로 한번에 네명의 적을 동시에 처치하고

꼬마가 죽을 턴이 되기 직전에 크툴루 4단계의 명치를 2차례 가격해서 게임을 터트렸고

크툴루는 증기선에 배가 뚫렸던 과거를 다시금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짝짝짝

덤

질문을 드린 결과 드물지만 굴릴 주사위가 부족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답변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실제로도 꼬마가 녹색 주사위를 더 필요로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프린팅 되어있지 않은 나무 주사위에 마커를 사용해서 추가 주사위를 제작해보았았습니다.

투박하긴 하지만 나름 쓸모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전용 주사위가 필요할 때 이렇게 만들어서 사용해봐야겠네요

아, 기본 주사위 세개는 만들 필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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