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토리 주니어 리뷰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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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1 오후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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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최근에 제가 ‘추리로서의 왓슨 앤 홈즈’란 글을 쓰면서

추리의 한 방법인 ‘가설추리법’을 소개했었는데요... 그

예로 들었던 게임 중 하나가 블랙스토리였습니다.

2004년에 첫 게임이 나왔던 블랙스토리는 이후에 많은

후속작이 쏟아져 나와 보라에 등록돼있는 게임만 해도

상당합니다.

게임의 진행은 간단한데... 먼저 진행자를 한 명

정합니다. 진행자는 카드더미에서 한 장을 뽑아 앞면의

문제와 뒷면의 해답을 모두 봅니다.

블랙스토리의 출판사 moses가 공개한 블랙스토리 10의

한 문제를 한국어화

문제는 1) 알 수 없는 제목, 2) 강렬한 일러, 그리고

3) 알 수 없는 두세 줄의 텍스트로 구성됩니다.

진행자가 문제에 주어진 스토리를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읽어주면 게임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막연한 상태에서 진행자에게 Yes, No로만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 스스로 단서를 찾아가며

해답(문제에 주어진 상황의 자세한 전후사정)을 추리해야

합니다.

게임의 진행은 스무고개과 비슷하지만 하나의 단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터라

난이도뿐만 아니라 접근 방식 면에서 스무고개와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저는 이 게임을 무척 좋아함에도 주위 분들에게

영업용으로 내놓지 못했었는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 하는 분에게는 접근방식이

당혹스럽고 뜬금없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답을

봐도 이걸 어떻게 알아낸단 말이야? 라는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

둘째, 스토리가 너무 음습합니다. 대부분이 죽음에 관한

내용이라 문제를 풀어야 하는 플레이어들은 온갖 방식의

죽음을 다 상상해야 하는데, 특히 예민한 분들의 경우

이런 상상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셋째, 내용만큼이나 일러가 어둡습니다. 흑백에 빨간색만

더한 일러는 이 게임의 테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만큼

다수의 사람에게 어필하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저는 좀 더 다가가기 쉬운 블랙스토리를

찾았고, 그러던 중 블랙스토리 주니어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블랙스토리 주니어의 규칙은 블랙스토리와 약간 다른데,

첫째, 진행자와 다른 플레이어들이 같은 팀이라고 말해줘

협력게임임을 분명히 합니다.

둘째, 진행자는 문제를 낼 때 카드의 앞면을 공개해

일러도 보여줍니다.

이런 차이점은 블랙스토리에 비해 접근성을 크게

올려줍니다. (차이점이 한 가지 더 있지만 애매한

부분이라 넘어갑니다;)

블랙스토리의 출판사 moses가 공개한 스쿨스토리의

문제를 한국어화

시리즈 중 먼저 접한 것은 스쿨스토리입니다. 게임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교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며,

위의 문제를 보시면 문제는 1) 확실한 단서가 되는 제목,

2) 역시 단서가 되는 그림, 3) 역시 단서로 가득한 두세

줄의 텍스트, 마지막으로 4) 난이도를 표시하는 오른쪽

아래의 연필 개수로 구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필은 세 개까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인 만큼

블랙스토리와는 다른 점들이 돋보입니다.

첫째, 많은 단서로 인해 해답에 다가가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둘째, 학교를 소재로 하고 있어 이야기가 친근합니다.

셋째, 내용만큼이나 일러도 친근하고 귀여워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임에도

블랙스토리의 입문용으로도 좋은 게임이 될 거 같습니다.

굉장히 좋은 게임인 것처럼 말씀드렸지만, 단점도

만만찮았습니다.

첫째, 말장난, 독일의 드라마나 영화, 여러 나라에

둘러싸인 독일의 지리적 혹은 문화적 상황이 반영된

에피소드들은 한국어화하기에 까다롭거나 불가능합니다.

이점은 블랙스토리 본판이 얼마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둘째, 영문판이 없어 독일어판을 한국어화해야 합니다.

게임의 특성상 한국어화 자료를 구하기 힘들어 직접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어가 큰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번역기가 독어는 잘 번역하지

못하더라구요;

셋째, 블랙스토리 본판과는 달리 해답에는 굉장히 단순한

일러만 그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문제의 일러에

몰빵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첫 번째 단점 때문에 저는 50개의 에피소드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7개의 에피소드만 건질 수

있었습니다. 너무 적다고 생각한 저는 또 다른

블랙스토리 주니어를 구입했습니다.

바로 여행을 소재로 한 오렌지스토리입니다.

블랙스토리의 출판사 moses가 공개한 오렌지스토리의

에피소드

위의 에피소드를 보시면 왼쪽이 문제이고 오른쪽이

해답인데, 둘 다 텍스트가 엄청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난이도는 두 단계로 나뉩니다.)

텍스트가 많다는 점은 한국어화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번거로웠는데, 조금 살펴보니 이유가 있더군요. 문제에

텍스트가 많다 보니 굳이 질문을 하지 않아도 많은

단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추리라고 하면

텍스트에서 단서를 찾으니까 그만큼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오렌지스토리의 문제는 항상 구체적인 질문으로

끝납니다. 예를 들면 ‘이 친구는 어떤 스포츠를

즐기나요?’와 같은 겁니다. 답할 게 줄어드니 문제가

스무고개에 가까워지면서 난이도도 낮아지는 거죠.

오렌지스토리의 이런 특징들은 장점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불만은 없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게 있었습니다. 바로

여행이라는 소재 때문인데요... 각국의 낯선 문화들을

소재로 적극 활용하면서 이야기의 보편성이 많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개연성도 많이 잃지 않았나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덕분에 제가 건진 에피소드는

10개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블랙스토리 주니어 시리즈는 블랙스토리에 대한

입문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는 큰 장점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야기의 보편성과 개연성을 다소

잃었다는 단점도 공통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저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아직 12개의

블랙스토리 주니어 시리즈가 남아 있으니까요! 저는 우선

네 개를 더 주문했습니다;

이것으로 블랙스토리 주니어에 대한 간단한 리뷰를

마칩니다.

PS1. 요즘 온라인 강의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온라인

강의 중에 쉬어가는 코너로 양념 삼아 블랙스토리

주니어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살짝

해봤습니다;

PS2. 마지막으로 혹 아래의 문제에 관심 있는 분은 질문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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