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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셜록홈즈 사립탐정 - 추리의 한계에 도전하다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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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8 오전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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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lock Holmes Consulting Detective – 리뷰

게임정보

발매일 : 1981년

게임 타입 : 추리게임

플레이 타임 : 시나리오당 2시간 x 10

플레이 가능 인원 : 1~8명

게임 시스템 : 추리 / 협력 / 스토리텔링

난이도 : 7/10

언어 비중 : 10 / 10

*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전혀 없습니다.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시작하며

질문을 하나 던지겠습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상의 탐정은 누구일까요?

더벅머리 긴다이치 쿄스케, 벨기에의 신사 에르큘 포와로,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 귀머거리 연기자 드루리 레인, 논리만으로 살아가는 생각하는 기계 밴 두젠, 기상천외의 두뇌 브라운 신부, 괴도 아르센 뤼팽…

수 많은 탐정들이 존재했지만 모두가 최고라 하기엔 조금 모자른 감이 있거나 논란이 있기도 한 탐정들이죠. 그러나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 단 한명 존재합니다.

바로 셜록홈즈죠

오늘은 셜록홈즈와 함께 런던을 뛰어다니며,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해결해가는 본격 추리게임! 셜록홈즈 – 사립탐정을 리뷰하고자 합니다.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는 것, 그것이 아무리 있을법하지 않아보여도, 그것이 진실이다 – 셜록홈즈

구성물

구성물은 정말 간단합니다. 지도 한장, 각 지역과 인물들의 위치가 적힌 책자, 신문 여러장, 시나리오 북 10개, 룰북. 이게 전부죠.

많은 사람들에게 종이밖에 없는 게임이라곤 들었지만… 박스를 열어보니 정말로 종이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박스를 열자마자 “….이게 다야?” 라고 싶었을 정도죠.

그러나 믿으세요. 이 종이 안에 담겨있는 수수께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게다가 허접한 종이뭉치만 들어있으면 최악의 구성물이라 욕을 먹어도 쌌을테지만, 인쇄 퀄리티가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

선명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진 증거들과 정말 사람이 휘갈겨 쓴 듯한 필기체는 몰입감을 증폭시킵니다. 시나리오 북의 폰트를 보면 h 나 T 같은 단어들이 조금 알아보기 힘든 감이 있는데 적응하면 괜찮습니다.

신문도 읽어보면 정말 사실 같습니다. 심지어 신문 구석에 ‘지난 기사에 오보가 있었습니다. 이에 정정합니다.’ 같은 글귀도 보이는데요. 커피를 마시며 수수께끼를 풀어가다 이런 작은 것들을 발견할 때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그럼 게임 방법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봅시다.

정보를 얻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건 치명적인 실수이다.

사실에 이론을 맞추는 대신에 자기도 모르게 이론에 맞춰 사실을 왜곡하게 되니까 – 셜록 홈즈

게임 진행

플레이어들은 시나리오 책자 중 하나를 골라 시나리오 도입부를 읽습니다. 어떤 에피소드부터 하던지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만, 난이도 및 시간의 흐름상 보통 순서대로 하는게 좋겠더군요. 참고로 이 도입부조차 만만하게 보면 안됩니다. 의뢰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생각치 못한 해결의 실마리들이 가득 들어있거든요 -_-;;

이렇게 시나리오 도입부를 읽고나면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어떻게 시작하냐구요? 추리 방법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추리를 하면 됩니다.

인물 / 장소 / 흉기 등 시나리오 도입부에서 의문을 가졌던 부분부터 알아가면 되는거죠.

만약 특정 지역 / 특정 인물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런던시 안내 책자를 살펴보면 됩니다.

사건 관련 인물이나 지역의 위치를 찾으면 바로 옆에 있는 숫자+영어 조합을 살펴봅니다. 이 조합을 가지고 시나리오 북을 팔락팔락 넘겨, 똑같은 조합을 가진 지문을 읽어나가면 됩니다. 그 장소에서 벌어지는 수사 / 이벤트 / 증언들을 확보하고, 다시 그 증거들을 토대로 추리를 전개하면 됩니다. 안내책자가 아닌 지도를 통해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보시면 런던 시내가 여러가지 구역으로 나뉜걸 볼 수 있습니다. SE 지역의 72번 빌딩을 방문하고 싶다면 시나리오 북에서 72 SE 코드를 찾아 해당 지문을 읽으면 됩니다. 참 간단하죠?

종종 시나리오 북엔 해당 코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 얘긴 잘못된 방향으로 추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이럴 땐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여 추리를 해야 합니다.

가끔 신문에서 생각치도 못한 단서를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버전의 신문입니다. 개인란을 보니까 보더콜리 강아지를 잃어버린 사람도 있고… 왼쪽 부고 소식란엔 코벳씨가 사망했다고 하네요… 애도를 ▶◀)

이렇게 진행하다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생각되면

시나리오 북의 뒷편에 있는 질문들의 목록을 확인합니다. 이 질문들을 맞출 때마다 일정 점수를 받게 되는거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맥스웰씨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맥스웰씨가 지난 밤에 만났던 것은 누구인가?

맥스웰씨의 소매에 있던 기묘한 장식의 의미는 무엇인가?

맥스웰씨가 살해 당했을 때 사용된 물건은 무엇인가?

이런 식인거죠. 이런 주요 질문들의 총합은 100점입니다.

보너스 질문들도 있습니다. 사건과 연관이 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는 것이죠. 맞춘다면 추가 점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보더 콜리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허드슨 부인의 갑자기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사건 당일 딸기파이에서 사과파이로 메뉴가 변경된 이유는 무엇인가?

다 합쳐서 40점쯤 주는 것 같네요.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었다면 (또는 사건의 답을 보고 싶다면) 시나리오의 가장 뒷부분을 확인하면 됩니다. 여기엔 소설처럼 쓰여진 셜록홈즈의 해설이 있죠. 셜록홈즈는 모든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고 똑부러지는 말투로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곧 이어 셜록홈즈는 단 몇번의 수사만으로 사건을 해결 할 수 있었는지, 각 질문의 정답은 무엇인지 알려주며 플레이어들의 점수를 매겨줍니다.

셜록홈즈보다 적은 횟수로 수사하면 줄인 횟수 당 +5점씩, 수사한 횟수를 초과하면 한번의 수사 당 -5점씩 감점됩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개별적으로 채점하여 총합을 내면 되는거죠.

참고로 전 첫 시나리오에서 50점을 맞았습니다……… OTL

정보를 얻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건 치명적인 실수다. 사실에 이론을 맞추는 대신에 자기도 모르게 이론에 맞춰 사실을 왜곡하게 되니까 – 셜록홈즈

플레이 예시

* 절대 스포일러가 아니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

[시나리오]

1888년 3월 12일. Mr.Richard Allen 이라는 사람이 홈즈를 찾아옵니다. 그의 형제인 Courtney Allen 이 3월 9일 저녁 7시경에 길에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수사를 의뢰합니다. 홈즈는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말하며 상세한 설명을 부탁하죠. Courtney Allen 은 Grant Arms Company 의 사장었다고 합니다. 총기류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큰 규모의 회사입니다. 모종의 이유로 살해를 당한 그는 지갑을 털렸고, 품속에 가지고 있던 황금포켓시계를 도난 당했습니다. Beatrice 라는 여성과 결혼을 한 상태였지만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죠. 이 여자는 주식을 상속받게 된다고 하는군요. 근처에 떨어져 있던 서류가방을 보여주자 홈즈는 서류가방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그리고 가죽에 날카로운 무언가로 긁힌 자국을 발견하죠. 동의하에 서류 가방의 자물쇠를 따서, 열어보자 일정을 적은 메모장과 서류 몇개를 발견합니다. 셜록홈즈는 회사를 이어갈 Courtney Allen 의 후계자가 누가 되었느냐고 묻습니다. Young Lord Ragland 라는 부사장과 Phillip Marlowe 라는 제 2 부사장이 있지만, Young Lord Raglan 는 좀 일처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향이 있어 Phillip Marlowe 가 회사를 이어받았다고 말하는군요. 홈즈는 메모장을 살펴보던 중 언급되지 않았던 이름과 방문약속에 대한 노트를 발견합니다. Mr.Richard Allen 에게 물어보지만 일부 이름은 알지만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는군요. 셜록홈즈는 대단히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며 사건 의뢰를 수락하게 됩니다.

[추리과정]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크게 내용이 각색 되었습니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일단 저는 살인을 저지를 동기가 가진 인물들에게 주목했습니다. 아내 Beatrice 에겐 불륜이라는 훌륭한 동기가 있었죠. 제 1 부사장인 Young Lord Ragland 에게도 동기가 있었습니다. 제 2의 부사장에게 사장 자리를 빼앗겼으니까요. 생각해보면 Phillip Marlowe 에게도 동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장 Courtney Allen 이 죽으면, 평판이 좋던 자신에게 사장의 자리가 돌아올건 자명하죠. 일단 셋을 용의자 선상에 올린 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따로 정리했습니다.

서류가방은 왜 날카로운 것으로 긁혔는가? 누군가 열어보려 했던걸까?

지갑과 포켓시계를 왜 가져갔다는건 강도의 소행인가? 그렇다면 서류가방은 왜 두고 갔을까?

메모장에 적혀있던 자는 누구인가? Courtney Allen 과 왜 사건 전날 만나려고 했던걸까?

이렇게 정리해둔 뒤, 전 12일 날짜의 신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속보와 사랑스러운 암컷 고양이를 잃어버렸으니 찾아주는 사람에겐 돈을 주겠다거나, 파란양복을 입은 사람이 뛰어다니는걸 봤는데 웃겼다는 등 의미없는 지역 기사만 있었죠. 딱히 힌트는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사건 현장을 찾아가보기로 결정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길의 이름을 찾아보니 N-O 지역의 53번 빌딩 근처네요. 시나리오북에서 해당 지역의 53번 지문을 읽어보았습니다.

—

사건 현장에 도착한 홈즈와 왓슨은 주변을 주의깊게 살펴봅니다. 그리고 벽에 박힌 총알 자국을 통해 흉기가 최소 3번 발포된 사실을 알아냈죠. 그리고 그 근처를 순찰중이던 경비에게 그 날의 일을 물어보았습니다. 경비는 자기가 들은건 두 발의 총성이었다고 하는군요. 셜록홈즈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다른 특별한 점은 없었는지 물어봅니다. 경비는 고개를 찌푸리더니 “생각해보니 현장을 조사하던 경찰들이 했던 말을 조금 엿들었습니다. 한발은 근거리에서 두발은 장거리에서 쏜거 같다고 수군대더군요. 그리고 몸에 두발, 등에 한발을 맞았다고 합니다.” 잠시 후 경비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상하네요. 제가 들은건 겨우 두 발인데 어떻게 세군데에 총상을 입은걸까요?” 하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셜록홈즈는 이런저런 소소한 질문을 한 뒤 경비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양손을 비비며 키득거리죠. “이봐 왓슨, 아주 재미있지 않나? 두 발의 총성과 세 군데의 상처. 재밌어. 아주 재밌어.”

—

이 지문을 통해 저는 모순을 하나 더 알게 됩니다. 두 발의 총성과 세 군데의 상처.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한걸까요?

그래도 수사의 성과는 있었습니다. 등에 한 발 & 몸에 두 발을 맞았다는 내용을 통해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되죠. Courtney 는 등에 총을 맞고 뒤로 돌아선 순간 몸에 두 발을 더 맞았거나, 반대로 몸에 두 발을 맞고 도망가려던 찰나 등에 한발을 더 맞은겁니다. 그러나 어느쪽이 먼저일까요? 왜 벽에 총알 자국이 남은걸까요? 벽을 등지고 둘이 대치한걸까요? 이런 의문을 품고 저는 부사장들을 만나보기 위해 본사를 방문하기로 결정합니다. 지도만으론 알수가 없어 디렉토리 북을 통해 회사의 위치를 찾아보죠. Grant Arms Company 는 꽤나 멀리 떨어진 SE 23 번에 위치하고 있네요. 시나리오 북에서 SE 23 번을 찾아봅니다.

—

멋진 푸른색 양복을 입은 제 1 부사장 Young Lord Ragland 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사적인 느낌을 풍기는 그는 애도를 표한 뒤 셜록홈즈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 했죠. Courtney Allen 의 일정은 두 부사장 모두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날은 유독 Courtney Allen 사장이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별 중요한 내용이 없었다고 하기에, Ragland 도 믿었다고 합니다. 그는 “제가 꼬치꼬치 물어봤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그런 변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죠. 셜록홈즈는 가만히 그를 쳐다보더니, “최근 구두를 새로 사셨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Ragland 는 놀라며 맞다고 말하죠. 홈즈는 무표정하게 “양복 끄트머리에 실밥이 나와있고 소매도 닳아있는걸 보면 양복은 꽤 오래 입으셨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게다가 5년전, 단 100여개만 생산되었다는 희귀한 손목시계에 스크래치가 나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착용하시는 것으로 보아 물건들을 조심성 없이 사용하지만 오래 쓴다는 걸 뜻하죠. 그러나 구두는 지나칠 정도로 깨끗하며, 자주 접히는 발등 부분엔 주름이 거의 없습니다. 구두 굽도 닳지 않았구요. 낡은 구두가 신을만 했다면 그 그두를 신었을텐데, 새로운 구두를 신고 오셨습니다. 지난 구두는 신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는 뜻이겠죠.” Ragland 는 고개를 끄덕이며 3일전 근처 신발가게에서 신발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

이 지문을 통해 저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1. Ragland 가 방문한 신발가게에 방문하면 Ragland 의 알리바이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2. 신문 기억하시나요? 푸른 양복을 입은 사람이 뛰어다니는게 웃겼다고 합니다. 살펴보니 살인현장 근처의 Maxwell Street 이라고 하네요. 이건 Ragland 를 목격한걸까요? 아니면, Ragland 로 변장한 살인범일까요?

끙끙대며 고민하던 저는 좀 더 확실한 알리바이를 알 수 있는 신발가게를 먼저 방문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디렉토리 북을 뒤져 신발가게의 위치를 알아내죠. 신발가게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길 바랬지만… 오히려 가장 중요한 단서는 Maxwell Street 에 존재했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사건 조사에 필요한 것은 사실뿐이다. 전설이나 소문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셜록홈즈

재밌다. 그러나 미치도록 어렵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제가 쉽게쉽게 실마리를 따라가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이 게임. 미치도록 어렵습니다 ㅡㅡ;;

영어의 문제를 떠나, 별 생각없이 지나간 생각치도 못한 단어가 결정적인 힌트가 되기도 하고, 흘끗 보았던 묘사 한 줄이 다른 곳에서 발견한 수수께끼의 결정적인 연결고리가 되기도 합니다. 등장인물이 단순하게 뱉었던 말 한마디가 인물 관계를 상징하기도 하죠. 따로따로 놀던 실마리들이 어떠한 증거의 발견으로 하나로 연결 될 때의 순간은 정말 짜릿합니다. 셜록홈즈 소설을 보면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다르다]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이렇게 확 닿아온 적은 없었습니다 -_-; 셜록홈즈 게임에서조차 관찰은 필수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가장 사소로운 것에서 발견된다 – 셜록홈즈

이 유명한 말은 진리입니다 -_-;

셜록홈즈를 할 땐 절대 부족한 증거 / 보지못한 증거를 통해 사건을 지레짐작 해선 안되며, 착각이 일어나면 점점 엉뚱한 수사를 하게 됩니다. 사소하게 지나가는 단어 하나 놓쳐선 안되죠. 시나리오 1의 답안을 보았을 때, 셜록홈즈가 지나간 자리를 거의 정확하게 따라갔음에도 저는 수많은 실마리들을 다 놓쳤습니다. 덕분에 엉뚱한데만 들쑤시고 다니며, 점점 사건의 정답에서 멀어져가는 멍청한 짓을 했죠….ㅠㅠㅠㅠ 여러명이서 하면 이런 다양한 가능성들을 검토할 수 있겠더군요.

최악의 단점?

누구나 알 수 있는 지독한 영어 압박은 제끼기로 합시다. 그보다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까요.

바로 리플레이성 입니다.

셜록홈즈는 시나리오 10개를 모두 하고나면, 모든 수수께끼의 정답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플레이하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으니까요. 다시 한다고 해봐야, 사건의 해결보단 여기저기 수사하고 다니며 어떠한 정보들을 얻게 되는지 즐기는 정도죠.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크게 지적하고 있으며 구입 전에 가장 우려합니다. 만일 누군가 제게 “이 게임의 리플레이성은 어떻다고 생각합니까?” 라고 묻는다면, 저는 “50% 정도입니다.” 라고 하고 싶습니다.

의외죠? 분명 일회성 게임인데도 50%나 된다니요.

제가 왜 셜록홈즈-사립탐정의 리플레이성이 0%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차근차근 설명해보겠습니다.

셜록홈즈 사립탐정을 하며, 전 ‘리플레이성’ 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리플레이성이라는건 게임을 할 때 마다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 할 수 있어, 몇번이고 게임을 다시 해도 질리지 않도록 만드는 힘을 뜻하죠. 게임의 수명을 진단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확장팩을 자꾸 만드는 이유도 게임 자체에 변화를 주어 리플레이성을 향상시키는게 목적이겠죠. 하지만 셜록홈즈를 하고나서 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리플레이성’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리플레이성에 대해 언급할 땐, ‘그 게임을 반복적으로 할 때’ 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푸에르토리코, 아그리콜라, 던전페츠, 메이지나이트 등 아무리 게임성이 훌륭하고 할 때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는 깊이가 있더라도, 제가 게임을 꾸준하게 할 수 없다면 리플레이성은 의미가 없지요. 아그리콜라를 한번 하고나서 기회가 없어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면 그 게임의 리플레이성은 제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친구들과 자주 모여 우노를 하는데 비해 황혼의 투쟁은 두세달에 한번 하는게 전부라면, 제게 말 그대로의 ‘리플레이성’이 높은 게임은 어떤 게임일까요?

셜록홈즈 – 사립탐정의 모든 시나리오를 하고 나면 얼추 20시간 정도 걸립니다. 20시간이면 한시간짜리 전략 게임을 20판 한것과 마찬가지네요. 그간에 느낀 즐거운 고민들은 타 보드게임에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으며, 이때 했던 친구들과의 노력과 고민은 셜록홈즈 소설을 볼 때마다 생각나겠죠.

게임이 끝나고 나면 제게 남는건 다 알아버린 시나리오들과 지도와 런던 안내책자 뿐입니다. 그러나 다르게 말하면, 제겐 아직 얼마든지 재활용 할 수 있는 런던 지도와 런던 안내책자가 있는거죠.

셜록홈즈 – 사립탐정이 남긴, 무한히 가지고 놀 수 있는 창작도구 말입니다

전 생각했습니다.

이 지도와 안내 책자만 있다면, 시나리오 북처럼 충격과 반전이 가득 담긴 사건을 직접 만들어 추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도전할 수 있을거라고. 반대로 친구가 당당하게 만들어온 살인사건을 몇날 몇일 고민하며 직접 풀어볼 수 있을거라고.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 지도와 디렉토리북만 있다면, 아이들 수준에 맞춘 시나리오를 직접 제작하여 어린아이들에게 즐거운 탐정놀이를 시켜줄 수 있을거라고. 고민하고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흐뭇할거라고.

그래서 전 시나리오 10개를 모두 클리어 하더라도, 이 재밌는 소도구들을 이용하여 종종 저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공개할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글버전으로요. 이렇게 셜록홈즈는 오히려 다른 게임들보다 더 박스를 열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관점의 ‘리플레이성’ 이지만, 이런 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저로선 셜록홈즈의 리플레이성이 0% 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비록 지금 게임을 구할 수가 없어 테스트용 오픈카피로 게임을 진행했지만, 셜록홈즈가 제 손에 들어온다면 절대 팔아버리지 않고 꼭꼭 소장할 생각입니다. 이미 제 머리속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수많은 수수께끼들이 한가득 떠오르고 있거든요

일관된 추리의 실마리에 모순되는 사실이 나타났을 때에는 반드시 그로 인해 바뀌는 해석이 있다. – 셜록홈즈

평가

개인적으로 셜록홈즈는 정말로 특별한 게임이었습니다.

기존의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별성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 직접 수사한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거든요.

이런 게임을 해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아쉽게도 셜록홈즈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게임은 아닙니다.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것 같아요. 특정 장르의 매니아들에게만 먹힐만한 그런 게임이지요. 제가 이렇게 열광한다는건 그 특정 매니아 카테고리에 맞아 떨어진다는 뜻이겠죠? -_-; 영어도 꽤나 어려운 편인데다, 셜록홈즈가 아주 간단하게 사건을 해결하는걸 보면 ‘난 절대 셜록홈즈를 못 이길거야…’ 싶은 생각도 들지만… 뭐 어떻습니까!

1인자 라는건 2인자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발끝에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위압감을 보여야 맞는게 아닐까 싶어요.

저 같은 추리광들은 셜록홈즈를 꼭 해보세요.

아참, 부드러운 홍차 한잔과 토스트를 먹으며 수사를 시작해야 하는건 기본인거 알죠?

왓슨, 관찰과 보는 것은 다르다네 – 셜록홈즈

(리뷰 내 모든 이미지는 보드게임긱(www.boardgamegeek.com)에서 가져왔습니다)

원본 :: http://www.sangminkim.com/blog/?p=7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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