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희망도 없는 종말 체험 [아컴 호러] 리뷰

에버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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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7 오후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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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P.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광기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공포와 응전

<아컴 호러 Arkham Horror>

-다이브 다이스에 작성한 리뷰를 옮겨왔습니다.-

무더운 여름(다 지나갔지만ㅎㅎ), 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공포 게임 아컴 호러를 소개합니다.

1. 게임의 배경

사실 <아컴 호러>라는 제목만 듣고도 문학에 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내용의 게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명하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H. P.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크툴루 신화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빛의 판타지에 J. R. R. 톨킨이라면, 어둠의 판타지는 러브크래프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라는 이름만 가지고 보면 연애소설이나 쓸 인물 같지만,

사실 이 분은 공포 문학의 절대지존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Fantasy Flight Games의 작품답게 크툴루 신화의 테마를 잘 살렸고, 그로인한 덕후스러움이 특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브크래프트의 책을 읽고 게임을 하면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 자체로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냥 즐기셔도 됩니다.)

황금XX 출판사에서 총 4권으로 전집이 나왔는데, 크툴루 신화와 관련된 책은 1권이기 때문에

게임에 필요한 정도의 지식만 필요하다면 1권만 보셔도 좋습니다.

2. 게임의 개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대의 존재의 영향으로

아컴이라는 (가상의) 도시에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도시의 곳곳에 차원문이 열리고, 괴물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를 감지한 몇몇 조사자들은 아컴의 주요 장소들을 돌아다니면서

단서를 모아 미스테리를 풀어내고,

차원문을 통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다른 세계를 탐험한 뒤

차원문을 봉인하여 고대의 존재가 완전히 깨어나지 못하게 해야합니다.

조사자들은 때때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괴물들과 맞딱뜨리기도 하는데,

도망치거나, 경우에 따라 무기와 마법 등으로 전투에 임해야합니다.

(아래 쪽에 3.게임 세부 내용 파트에서는 위의 진하게 표시한 글자들을 중심으로

리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조사자가 되어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게 됩니다.

원래 최초의 게임이 TRPG형식의 게임이었다고 하는데,

RPG 요소가 강해서 몰입감이 뛰어나고,

협동 게임이라서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쉬어 가기(?) 좋은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상당 부분 주사위 굴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게임의 무게감이 상당함에도 게임을 하면서 지치지 않을 수 있는 듯 합니다.

전략적 요소와 운의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게임입니다.

~~물론 저같이 주사위의 신이 떠난 사람은 게임을 하면서 좌절을 맛보기도 합니다...~~

게임은 무려 1인플까지 가능하기때문에, 게임을 사기만 할 뿐 즐기지 못하는 수많은 보드 ~~게임콜렉터~~ 게이머님들에게

좋은 게임이 될 수 있겠...

..으면 좋겠지만...

테플을 위해 1인플을 해 본 결과,

뭐 건드려 보지도 못하고 종말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식은 땀인지 모를 것이 삐질삐질 흐르고, 스트레스 지수가 오르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1인플을 도전해 보십시오.

긴 플레이 타임도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인플은 평균 2시간 정도, 5인플은 거의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깜짤 놀라실 분도 있겠지만, 게임의 몰입도로 인해 시간은 금새 지나갑니다.

긴 플레이타임과 더불어 이 게임을 쉽게 접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복잡한 규칙에 있습니다.

사실 이 복잡한 규칙은 플레이의 자유도와 관계가 있습니다.

자잘한 규칙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게임상의 액션의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고,

벌어지는 상황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규칙을 익히는 것은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깨알 같은 글자로 가득한 24페이지의 룰북을 다 읽고 나면

정신력 1 정도를 잃게 될 것입니다.

미치지 않았다면 게임을 시작하시고, 미쳤다면 가지고 있는 소유물 절반을 잃고 정신병원으로...

(게임을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_-)

3. 게임의 세부 내용

(1) 아컴과 주요 장소

게임 보드는 아컴 시의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엄청 큽니다. 80cm x 80cm 교자상으로도 감당이 안 되서 두 개를 붙여서 씁니다.)

지도를 보시면 북부, 번화가, 동부 등의 9개의 거리가 있고

각 거리마다 3개 정도의 장소가 있습니다.

조사자들과 괴물들은 연결된 길을 따라 이 곳을 뽈뽈거리며 이동하게 됩니다.

각 장소에 도착하게 되면, 위의 장소 카드들 중 본인이 있는 장소에 해당하는 카드더미 중

하나를 뽑아서 적힌 내용을 실행합니다.

좋은 것도 있지만, 잘못되면 타격이 커서인지 안 좋은 것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주사위의 신이 함께 하는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2) 조사자와 고대의 존재

총 16명의 조사자와 8마리(?)의 고대의 존재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16장 중 랜덤으로 조사자를 받고 시작해도 되고, 맘에 드는 조사자를 골라서 시작을 해도 됩니다.

고대의 존재 역시 랜덤으로 하나를 골라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역시나 맘에 드는 녀석을 골라도 무방합니다.)

조사자의 상태는 정신력과 체력으로 나뉘는데,

정신력은 마법 등과 관련이 있고, 체력은 물리적 힘과 관련이 있습니다.

롤플레잉게임에서 MP, HP 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이 게임의 장점 중 하나는

캐릭터가 죽을 일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정신력이 바닥나면 정신 병원에서 회복할 수 있고,

체력이 바닥나면 종합 병원에서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트 아래 쪽엔 조사자의 기술 값이 있는데

속도, 은둔, 투지, 의지, 지식, 행운 등으로 조사자의 능력치를 표시합니다.

그런데 두 개씩 짝을 지어 놓고 있어서 하나의 수치를 올리면 다른 하나의 수치는 낮아집니다.

이 수치들은 게임 중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어 집니다.

(예를 들면, 이동 시에는 속도 값을 사용하고, 괴물을 때려 잡을 때는 투지 값을 사용하는 식입니다.)

조사자 말을 게임보드 위에 올려두고 거리와 장소 이곳 저곳을 이동합니다.

고대의 존재는 약해 빠진 녀석부터, 깨어나면 맞짱도 못 뜨고 게임 종료 되어 버리는 강력한 녀석까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즉, 고대의 존재의 선택은 게임의 난이도를 좌우하게 됩니다.

고대의 존재 시트 아래쪽에는 동그란 원에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것은 파멸 트랙이라고 불립니다. 차원문이 열릴 때마다 하나씩 채워지는데,

다 채워지면, 고대의 존재가 즉시 깨어나고, 조사자들은 모든 일을 제껴두고

고대의 존재와 맞다이를 떠야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의하면, 사실 이들은 맞짱 뜰 만한 것들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붙으면 조사자들이 이기기 쉽진 않습니다.

(3) 차원문과 다른 세계

이 게임은 턴제로 진행되는데,

매턴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어딘가의 장소에 차원문이 열리고,

그 열린 차원문을 통해 괴물이 아컴 시내로 유입이 됩니다.

이 차원문은 다른 세계와 연결이 되어 있는데,

조사자들은 이 차원문을 통해 다른 세계를 한 번 탐험하고 돌아와야

해당 차원문을 닫을 수 있고,

차원문을 닫아야 봉인을 시도할 수 있고,

고대의 존재가 깨어나기 전에 6개의 봉인을 완료 해야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세계를 탐험할 때는 장소 카드가 아닌

차원문 카드를 펼쳐서 적혀 있는 내용을 실행 합니다.

장소 카드와 마찬가지로 좋은 것도, 안 좋은 것도 있습니다.

(역시나 주사위 빨이 중요)

(4) 단서와 차원문의 봉인

각 장소에는 때때로 단서가 생깁니다.

돋보기가 그려진 초록색 마커가 단서마커인데,
해당 장소에 멈추면 단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단서는 많이 모을 수록 좋습니다.

주사위를 다시 굴릴 수도 있게 해주는 등 유용하게 쓰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봉인을 하기 위함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차원문을 통해 다른 세계를 탐험하고 돌아와서

차원문을 닫고나서야 봉인을 시도할 수 있는데,

단서 마커가 5개를 소비해야 봉인을 할 수 있습니다.

봉인을 하게 되면 위의 그림과 같이 파란색 고대표식을(별 그림이 그려진 마커)

해당 장소에 놓아 표시를 해 놓습니다.

이제 이 장소에는 절대로 차원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6개의 장소를 봉인하게 되면

즉시 게임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5) 괴물, 그리고 전투

물론 이렇게 곳곳의 장소를 봉인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컴의 곳곳에는 차원문을 통해 들어온 괴물들이 돌아다니고 있기때문입니다.

조사자들은 은둔값을 이용해서 괴물들을 피해다니며 이동을 해야하고

때에 따라서는 괴물들과 전투를 해야합니다.

괴물타일의 뒷면에는 괴물의 정보가 있습니다.

이 정보에 따라 전투나 회피 등을 진행합니다.

조사자들은 다행스럽게도 맨몸으로 싸우지 않습니다.

다양한 아이템들,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괴물들과 맞서 싸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템들은 조사자들의 능력치를 향상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템과 마법주문은 이동 중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넘겨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이나

다른 플레이어가 사용하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아이템 등은

미련없이 넘겨주면 됩니다.

4. 게임의 종료

협력게임의 특성상 승리를 위해서는 플레이어들 간의 역할 분담이 중요합니다.

캐릭터의 능력치에 따라 차원문을 맡을지, 괴물을 맡을지,

아니면 상점을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모을지 등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맡은 역할에 따라 유기적으로 행동한다면, (그리고 주사위의 운이 잘 따라준다면)

의외로 쉽게 게임에서 승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1) 승리

- 차원문을 플레이어의 수 만큼 닫았을 경우

- 6개 이상 봉인을 했을 경우

- 깨어난 고대의 존재와 싸워서 이겼을 경우-_-

(2) 패배

- 깨어난 고대의 존재와 싸워서 졌을 경우

5. 소감 및 장단점

훌륭한 테마와 게임성으로 인해 몰입하여 게임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 타임이 상당하지만, 타임머신을 경험할 수 있을 정도의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1) 장점

- 잘 살린 테마, 화려하고 다양한 컴포넌트, 훌륭한 게임성, RPG적 요소로 게임에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 1인부터 8인까지 다양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 협력 게임임에도 한 명이 이끌어 나갈 여지는 적습니다. 목소리가 크지 않은 사람도 재밌게 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확장판이 나와 있습니다.

- 전략도 잘 살아 있고 주사위에 의한 운도 작용하여 게임의 무게감에 비해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 더운 여름에 적절한 게임입니다.(밤에 스탠드 불 하나만 켜 놓고 으스스한 브금과 함께 게임하는 것도 좋을 듯)

(2) 단점

- 플레이 타임이 다소 깁니다.

- 잔룰이 많고 복잡합니다.

- 구성물이 많아 세팅과 정리가 힘듭니다.

딱히 떠오르는 단점은 세 가지 정도 뿐인데,

사실 위의 두 가지는 게임을 접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단히 큰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ㅋ) 이 단점을 잘 극복하면 최고의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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