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턴 (Boardton) - 보스턴 보드게임 모임 후기 #034

2,383 조회

2020.02.19 12:24

모임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Boardton/)에 올린 글입니다. 사진이 궁금하신분은 페이스북 페이지로 놀러 와주세요.

2020년 2월 15일 모임 후기

거의 매주 역대급 인원을 갱신하면서 이번 주는 무려 22명이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설명을 해주실 분들도 여러명이 계셔서 인원을 적당히 분배해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다들 즐겁게 놀 수 있었습니다.

1. 챠오챠오 (JH, SC, HW, HS)

모임 장에 도착해보니 DE씨가 이미 먼저 오신 분들을 데리고 게임을 하고 계셔서 원래는 각자 테이블을 맡기로 하셨던 SC, JH씨와 함께 다른 사람들 오는걸 기다리면서 간단하게 챠오챠오를 꺼냈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못한다는걸 알고는 있었는데, 지독하게 못하더군요. 바퀴벌레 포커를 할때는 상대방이 참/거짓 어떤 쪽으로 이야기를 해도 맞출 수가 있었는데, 그 버릇이 남아 있어서 챠오챠오에서도 계속 의심을 하다가 하나도 다리를 못 건너고 게임에서 탈락을 해버렸습니다. X가 1/3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잘 안나오더라구요.

2. 테라포밍 마스(JH, NE, HS, SK)

전략 게임을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요즘 가장 자주 들이밀 수 있는건 역시 테라포망 마스죠. JH씨와 SK씨는 이미 많이 하셨고, HS씨와 NE씨가 전략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테라포밍 마스를 설명해드렸습니다. 설명하다가 다른분들이 오셔서 저는 개요만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빠졌는데 다행히 SK씨와 JH씨가 보충을 해주셔서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본인이 게임을 잘한다는걸 뽐내고 싶어하는지 매번 이 게임을 할 때마다 숲을 절대 안 깔고 게임하시던 SK씨는 이번에 본판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인 타르시스 공화국을 잡아서 Mayor 마일스톤과 Banker award를 취하고 드디어 승리를 하셨다고 하네요. NE씨는 처음 하셨는데 마침 초보자에게 쉬운 에코라인을 잡아서 (약간의 에러플로 이득을 얻긴도 했지만) 숲 타일 도배로 보드에서 점수를 벌고 Gardner 마일스톤도 취득하셔서 2등을 하셨다고 하네요.

3. 챠오챠오 (HW, NY)

NY씨가 이번에 모임에 처음 오셨는데 마침 다른 분들은 이미 다 게임을 하고 계셔서 저랑 둘이서만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둘이 할만한 게임은 거의 가지고 오질 않아서 2000년 초반에 보드게임방에 유행할 때 둘이서 오면 가끔 했던 챠오챠오를 다시 꺼냈습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여전히 저는 의심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는데 NY씨는 제 블러핑도 엄청 잘 맞추셔서 순식간에 게임이 끝나버렸네요.

4. 더 마인드 (HW, NY)

그리고도 오기로 한 분들이 더 오시질 않아서 여전히 둘이서 게임을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어디서나 잘 먹히는 더 마인드를 꺼냈는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협력게임이라고 설명을 해드리니까 '그래서 깨면 뭐하는데요?' 라고 물어보셔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사실 정말 제대로 짚어주셨는데, 많은 협력 게임들은 승리의 순간은 허무하고 대신 그 과정이 즐거운 경우가 많은데 그건 말로 설명드릴 수가 없어서 일단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NY씨가 상당한 포커페이스여서 게임을 재밌어 하시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은 서로 카드를 못 내려놓고 상대방만 쳐다보고 있으면 다들 피식피식 웃기 마련인데 NY씨는 거의 무표정으로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셔서 제가 민망했습니다. 첫번째 판은 3레벨 정도에서 탈락하고 한 판을 더 했는데, 합이 잘 맞으려는 찰나에 다른 분들이 추가로 오셔서 그만 접고 다른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5. 란드 운터 (HW, NY, JW)

초보자가 할만한 게임들을 많이 가지고 오긴 했는데 파티 게임은 대부분 많은 인원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게임들이라 적은 인원으로 할만한게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란드운터를 꺼냈었는데, 란드 운터를 3명이서 하면 몇 가지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3명이서 하다가 한 명이라도 탈락을 하면 남은 사람 둘이 무조건 수위 카드를 가져가게 되는데 이 때부터는 낮은 카드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해서 당황했습니다. 대신에 인원이 많아지면 여러 라운드를 돌아야해서 파티 게임치고는 약간 늘어지는 란드운터의 단점은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카드를 한 40장 정도로 줄이고 5라운드를 돌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6. 바퀴벌레 포커 (HW, NY, JW, J, CL, TW)

인원이 늘어나서 제가 그나마 잘하는 파티 게임인 바퀴벌레 포커를 다음 게임으로 선정했습니다. 아까 챠오챠오에서 당한걸 갚아주려고 NY씨에게 카드를 몇 번 보냈으나 귀신같이 맞추시더라구요. 그 결과 하염없이 카드가 쌓여서 더 이상의 도전을 포기하고 다른데로 카드를 돌려서 간신히 탈출을 했습니다. 이 게임에서도 사실 제가 거짓말을 하는건 거의 못하는데 대신에 맞추는건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는 족족 신나게 맞추다보니 CL씨 앞에 카드가 잔뜩 쌓이더라구요. 쉽게 끝나는 줄 알았던 게임은 TW씨 앞에 노린재가 3개가 쌓이면서 다시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회심의 일격으로 노린재 카드를 TW씨가 아닌 CL씨에게 보냈는데, 다행히 잘 전달이 되다가 TW씨에게 그 카드가 도착해서 TW씨의 패배로 게임이 끝나버렸네요.

7. 인칸 골드(HW, NY, JW, J, CL, TW)

6명이라서 코드네임을 할까하다가 최근에 사와서 밀고 있는 인칸 골드를 꺼냈습니다. 커플 두 분은 너무 사이가 좋으셔서인지 서로 같은 타이밍에 나가려다가 유물을 놓치고, 저는 일확천금을 노리려다가 계속 위험이 나와서 빈 털털이로 게임이 끝나버렸습니다. 이상하게 이번 게임에서는 보물 카드가 한장도 안나오고 위험카드만 나오다가 라운드가 끝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좀 더 잘 섞기 위해서 슬리브를 씌워야하나 라는 고민을 좀 하게 만들었네요.

8. 다이아몬드 (HW, NY, JW, J, CL, TW)

트릭 테이킹의 재미보다는 서로 다이아 뺏고 뺏기는 재미로 하는 다이아몬드를 다음 게임으로 꺼냈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드는 '다이아 10개면 무조건 빨간색으로 바꿔 가기' 룰을 적용했더니 초반에는 빨간 다이아를 바꿔간 사람을 열심히 찾더라구요. 문제는, 이 파티에 눈보다 빠른 손을 가진 사람이 여러명이 있는지 그 다음부터는 빨간 다이아를 가져가는걸 눈치채지를 못했습니다. 게임 중에는 TW씨나 JW씨가 특히 게임 이해가 빨라서 높은 카드로 다른 사람의 카드를 털어가는 정석 플레이를 해서 승리를 하실 줄 알았는데, 막상 게임이 끝나고 금고를 열어보니까 대부분 비슷비슷하더라구요. 서로 자기가 빨간 다이아 2개가 있어서 이길거라고 생각했었다가 전부 2개씩 갖고 있어서 당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별다른 특징 없이 차분하게 게임을 하시던 CL씨가 승리를 하셨네요. 다이아몬드가 초보자용 트릭 테이킹으로 괜찮기는 하지만, 6라운드는 조금 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막판에는 다들 약간 지쳐보이시고, 이 게임이 끝나고는 여러명이 돌아가시더라구요.

9. 포 세일 (SK, JH, HW, NE, HS)

SK씨가 10분만에 할 수 있는 게임이 뭐가 있냐고 하셔서 제가 사 놓고 저는 한 번도 못해본 포 세일을 꺼냈습니다. 사실 아무리 파티 게임이라도 설명 포함 10분 안에 게임이 끝나길 바라는건 무리인데 이 게임은 진짜 빠르게 끝나더라구요. SK씨가 무려 30짜리 집을 들고 15,000짜리를 안 먹는 바보 같은 실수를 해서 NE씨가 어부지리로 승리를 하시고, 그게 억울하셨는지 10분 안에 가셔야 한다던 SK씨가 한 판 더를 외치시고는 꼴찌를 하고 퇴장하셨습니다. 한 7,8년 전에 한 번 해보고 오랜만에 다시 해보는 게임인데 간결하면서도 재밌네요.

10. 기차섬 (JH, HW, NE, HS)

전략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파티원 4명이 모였는데, 저녁을 먹으러 가야해서 긴 게임은 못하겠고, 작은 볼륨의 카드 게임이면서 전략게임의 느낌을 주는 기차섬을 꺼냈습니다. 기차섬이 볼륨에 비해서 설명해야할 것도 많지만 사실 카드 게임치고 플레잉 타임도 꽤나 긴 편인데 그걸 간과하다가 1시간 반이나 플레이를 했네요. 이 게임의 가장 아쉬운 점인 카드가 몇 장 없다는 점 때문에 카드 부족으로 게임이 끝날듯말듯하다가 결국은 계약 타일을 다 가져가고 게임이 끝났습니다. 초반에는 HS씨와 제가 좋은 기차 타일을 깔아서 1,2등을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계약 타일을 2개나 들고간 HS씨가 게임에서 승리를 하셨네요. 다들 작은 볼륨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재밌다면서 좋아해주셔서 소개한 저도 뿌듯했습니다.

11. 가이아 프로젝트 (NE, JH, HW)

얼마전 받은 피드백에서 게임 시간을 좀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지적이 있어서 남아있는 사람만 많다면 저녁 이후에도 계속 게임을 하겠다고 했더니 꽤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남아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분들과 함께 가이아 프로젝트를 설명해드렸는데, 너무 힘드실까봐 룰에 몇가지는 빼고 설명을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거기다가 처음에는 4인플로 할 줄 알고 4인플 세팅을 했었는데 한 분이 갑자기 빠지시는 바람에 3인으로 바뀌어서 룰북에서 알려주는대로 광산을 깔았더니 너무 외딴 곳에 떨어지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2라운드 정도 돌고 나니까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게임이 할만해졌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이걸 하려면 저게 필요하고, 저걸 하려면 또 저게 필요하고...'하면서 가이아 특유의 좌절하는게 보이더라구요. 저는 테란을 잡았었는데 플레이 하면서도 딱히 메리트가 없다고 느껴졌었는데 역시 경험의 힘인지 꽤 많이 앞서 나가면서 게임이 끝났습니다. 오늘 하루만에 테라포밍 마스와 가이아 프로젝트를 모두 배운 NE씨는 절래절래 고개를 저으시면서 행성이 들어간 게임은 좀 힘든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그러면서 두 게임 모두 첫플에 2등을 하셨네요). 룰에 압도당했던 JH씨는 다행히 게임은 재밌다고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가이아 프로젝트 긱 웨이트가 무려 4.3이더라구요. 비슷한 긱 웨이트인 메이지 나이트는 감히 소개시켜줄 엄두도 못 내는데 가이아는 그나마 잔룰이 좀 적어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12. 다른 테이블

DE씨는 가장 많은 인원을 커버하면서 여러 종류의 파티게임을 돌리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막판에는 5명이 남아서 계속 더 크루만 돌리시던데 저도 언젠가 해보고 싶네요.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SC씨와 SJ씨가 판데믹, 마닐라 등을 플레이 하시던데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더라구요. 역시 저보다 큰 규모의 모임을 운영하시는 모임장님 다웠습니다.

역대급 인원이 1시부터 모여서 무려 10시반까지 놀았던 매우 성공적이고 뿌듯한 모임이었습니다. 설명해주신 분들, 참여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