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리뷰
라이트 게이머인 무이입니다.
사진 출처: https://bodoge.hoobby.net/games/scout
스카우트!(SCOUT!, 2019년)은 크라스 카리어트와 흡사한
점이 많은 손털기 게임입니다. (트릭 테이킹 요소는
없습니다.) 처음에 받은 손패의 순서를 바꾸지 않으며,
족보도 장수에 제한이 없다는 거 빼곤 똑같거든요.하지만
크라스 카리어트에 생각할 거리가 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분이라면 100% 만족하실만한 게임입니다.
위치스브루와 ‘연수 The One Dice’에서 3인 2회, 4인
3회, 5인 2회 플레이했습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사진은 김군님의 아래 글에서 가져왔습니다.
[언더독 게임즈] 마메이 한국어판을 텀블벅 펀딩 마무리되었습니다.
A. 게임 소개
(0) 간단 소개
플레이어 수만큼 (4인이면 네 번) 게임을 하며, 각 게임
끝에 점수계산을 해 총점이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구성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구성물
먼저 카드부터 보겠습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5 카드를
보시면... 이 카드를 위아래로 뒤집으면 9가 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한 카드에는 서로 다른 두
숫자가 적혀있는 겁니다. 이걸 돌려보지 않고도 알 수
있게 5 아래에는 9가, 9 아래에는 5가 적혀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고요.
한편 가장 왼쪽에 있는 7 카드 두 장을 보시면 한 장은
7 아래엔 2가, 다른 한 장은 7 아래엔 4가 적혀있는 걸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이 게임에 있는 7 카드들은 총
아홉 장으로 7 아래에 (7을 제외한) 1부터 10까지 숫자를
한 번씩 적어 놓습니다. 이런 숫자 카드가 총 45장이며,
그 외 다른 특수 카드는 없습니다. (45장인 이유는...
1부터 10까지 숫자 중에 서로 다른 두 숫자를 선택하는
방법이 45=10*9/2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https://bodoge.hoobby.net/games/scout
두 가지 구성품이 더 있는데, 위 사진에 희미하게 보이는
푸르스름한 점수 칩과 목재로 만든 네모난 더블액션
토큰이 있습니다.
(2) 게임 준비
점수 칩은 테이블 가운데에 모아두고 공급처를 만들며,
각 플레이어는 더블액션 토큰을 하나씩 가집니다. 각
플레이어는 인원수에 따라 카드를 받아 순서를 바꾸지
않고 손패를 구성합니다. 이때 유불리를 따져 손패 전체를
위아래로 뒤집을 수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왼쪽이 처음에 받은 손패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 가운데처럼 손패를 모두 모은 뒤 전체를 위아래로
뒤집어 다시 펼친 게 오른쪽입니다.
(3) 게임 진행
첫 게임의 선플레이어는 손패에 1과 2가 적혀있는
카드를 가진 플레이어고, 그 다음 게임부터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선플레이어를 합니다.
자신의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은 i) 카드 내려놓기,
ii) 스카우트, iii) 추가 행동 이렇게 세 가지로, 추가
행동은 한 게임에 한 번밖에 못 합니다.
i) 카드 내려놓기
자신의 손패에 연이어 있는 카드들이 족보 중에 하나면
마당(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족보는 연속된
숫자이거나 같은 숫자인데, 크라스 카리어트와 다른 점은
장수에 제한이 없다는 것과 연속된 숫자의 경우 오름차순
혹은 내림차순만 허용이 된다는 점입니다. 즉, 1, 3, 2는
연속된 숫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사진과
같은 경우에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이때 다른 플레이어가 이미 마당에 내려놓은 패(마당패)가
없으면 아무 족보나 내려놓을 수 있지만, 마당패가
있으면 그 패를 밟을 수 있을 때에만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족보 사이의 강약은
1. 장수가 많은 쪽이 밟고,
2. 장수가 같으면 같은 숫자가 연속된 숫자를 밟으며,
3. 장수도 같고 족보도 (같은 숫자 혹은 연속된 숫자로)
같으면 숫자가 큰 쪽이 밟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에서 OK는 왼쪽이 오른쪽을 밟는다는 겁니다.
장수가 많은 패가 적은 패를 밟는다.
장수가 같다면 같은 숫자가 연속된 숫자를 밟는다.
장수가 같고 족보도 같으면 숫자가 큰 쪽이 밟는다.
나의 패를 내려놓아 상대의 마당패를 밟으면, 밟힌 패를
가져와 뒤집어 놓는데, 이 카드들은 게임이 끝날 때 장당
1점입니다.
ii) 스카우트
다른 플레이어의 마당패를 밟을 수 없거나 밟기 싫을
때, 마당패의 양쪽 끝에 있는 카드 중 한 장을 가져와
자신의 손패에 끼워 넣을 수 있는데, 이때 그 카드의
위아래를 뒤집어도 됩니다. 이 행동을 스카우트라
부르는데,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이 다른 플레이어의 마당패이고,
가운데가 스카우트한 카드이고, 오른쪽이 그 카드를
손패에 끼워 넣은 모습입니다.
스카우트한 카드를 그대로 끼워 넣어 ‘3 세 장’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래처럼 마당패의 오른쪽 카드를
스카우트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인다.
스카우트한 카드를 위아래로 뒤집어 끼워 넣어서
‘5 6 7 8’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추가로 ‘3 3’을 낸다면
‘5 6 7 8 9’가 만들어진다.
내가 마당패에서 카드 한 장을 스카우트하면, 마당패의
주인은 공급처에서 점수 칩 하나를 가져가는데, 점수
칩은 게임이 끝날 때 한 개당 1점입니다.
iii) (게임마다 한 번 할 수 있는) 추가 행동
스카우트를 한 다음에 더블액션 마커를 지불하면, 추가로
카드 내려놓기를 할 수 있습니다. 되받아친다는 의미에서
이 행동을 ‘카운터’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더블액션
마커를 안 쓰고 남겨둔다고 해서 게임이 끝날 때 점수가
되지는 않습니다.
(4) 두 가지 종료조건
종료조건은 두 가지로, 한 가지라도 만족되면 게임은 즉시
끝나고 점수계산을 하게 됩니다.
먼저, 누군가 자신의 손패를 모두 털면 게임이 끝납니다.
이때 손패를 턴 플레이어는 점수 칩 두 개를 가지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하나를 가집니다.
한편, 내가 낸 마당패를 아무도 밟지 못하고 스카우트만
한 체로 나의 차례가 돌아오면 게임이 끝납니다. 이런
경우를 ‘올킬’이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올킬을 한
플레이어는 점수 칩 다섯 개를 가지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하나를 가집니다.
두 가지 종료조건 모두 사실상 종료조건을 만족시킨
플레이어만 점수를 받는 셈입니다.
(5) 점수계산
자신이 밟아서 가지고 있는 카드 장당 +1점,
점수 칩 개당 +1점, 털지 못하고 남은 손패 장당 –1점이
됩니다.
이로써 점수는 남의 마당패를 밟거나, 나의 마당패가
스카우트 되거나, 내가 종료조건을 만족했을 때, 못 털고
남은 카드가 있을 때 받아 점수를 받는 루트가 네 가지인
셈입니다.
B. 게임 감상
(1) 첫인상
스카우트!의 규칙은 크라스 카리어트와 비슷하거나 살~짝
많은 정도이지만, 잔룰, 텍스트, 특수카드가 없어 정말
깔끔합니다. 그럼에도, (추상전략을 할 때 가끔 느꼈던
건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힘든 낯선 규칙들이
있어 이들을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런
만큼 그리 간단한 게임이 아니라는 첫인상을 받았고요.
그런 낯선 규칙들로는 이 게임의 특징이기도 한
스카우트와 올킬을 들 수 있는데요... 먼저 이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 스카우트를 배려한 규칙
스카우트는 이 게임의 재미를 떠받치는 아주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카드 한 장을 가져와 나의 손패에 추가하는
것까진 다른 게임에서도 본 것 같은데, 그 한 장을 다른
플레이어가 낸 마당패에서 가져오는 건 처음 봤거든요.
근데, 마당패가 두 장 이상이면 장당 두 개의 숫자가
적혀있어 보통 4개의 숫자 중 하나를 가져오는 터라,
이렇게 가져온 카드는 거의 항상 도움이 됩니다. 결국,
스카우트라는 단어에 적합하게도 상대의 마당패는
약화시키는 반면, 나의 손패를 강화하는 거죠.
게다가, 내가 스카우트를 통해 이득을 취하니 나의 점수를
마당패의 주인에게 지불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테지만,
규칙상 공급처에서 점수를 주는 걸 보건데 스카우트가
권장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이 게임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카우트가
중심이 되는 게임으로, 플레이 중 누군가는 스카우트를
통해 카드를 잔뜩 모으고 있을 겁니다.
원기옥. 사진출처:
https://namu.wiki/w/%EC%9B%90%EA%B8%B0%EC%98%A5
(3) 올킬로 인한 긴장감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경험은 처음으로 올킬을
당했던 때입니다. 처음엔 이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을 못해
원기옥을 모으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요. 한 명이
스카우트할 때마다 마당패에서 한 장씩 줄어들기 때문에
원기옥의 크기가 갈수록 줄어드는 꼴이라 말이죠. 근데,
이게 되더군요. 특히나, 다들 더블액션 토큰을 이미
써버렸으면 스카우트를 한 다음에 카운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올킬의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올킬을 성공시키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점수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누군가 카드를 모은다 싶으면 항상 올킬을
의식하면서 플레이하게 되고 게임에 긴장감이 흐르게
됩니다.
(4) 카드의 구성
이 게임은 카드의 구성이 특이한데, 이런 구성 덕분에
족보 중에 연속된 숫자는 1부터 10까지 최대 열 장이
가능하고, 같은 숫자는 최대 아홉 장까지 가능합니다.
같은 숫자가 최대 네 장이었으면 같은 숫자로 올킬을
하기는 힘들었겠지만, 이런 특징 덕분에 같은
숫자만으로도 올킬을 시도할 수 있게 됩니다.
(5) 고민거리
앞에서 이 게임에 생각할 거리가 많다고 했는데...
처음에 카드를 받고 나서 손패를 그대로 둘지 아니면
위아래로 뒤집을지를 결정하는 것조차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게임 중 손패를 강화해 나가는 방법이 워냑
다양하기 때문이죠.
한편, 손털기 게임임에도 가능한 빨리 손패를 털지,
아니면 스카우트를 통해서 손패를 강화할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베런파크의 개인판. 베런파크는 테트리스 게임임에도
자신의 개인판을 먼저 채운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6) 낯선 게임 운영
손을 먼저 턴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 점수가 높은
플레이어가 이기고, 또한 점수를 얻는 경로가 네 가지라
게임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감을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낯선 느낌은 손털기 게임 중에서
링코(Linko! 혹은 Abluxxen, 2014년)을 처음 했을 때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크라머&키슬링 콤비의 링코. 손털기류(?) 중 수작이다.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7) 인원수에 따른 게임성
이 게임은 올킬이란 요소 덕분에 유독 인원수에 따라
게임성이 많이 달라집니다. 먼저, 5인이면 아무래도
올킬이 힘들어져 효율적인 플레이를 통해 차근차근 점수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4인이면 차근차근 점수를 쌓는 플레이어와
올킬을 노리는 플레이어 간의 눈치싸움 및 레이싱이
동시에 펼쳐지는데... 이때 차근차근 점수를 쌓는
플레이어도 올킬에 대한 카운터를 준비하고 있을 수 있어,
여러모로 긴장감이 높아집니다.
3인일 때에는 올킬이 비교적 쉬워져, 다분히 한타 싸움
위주로 돌아가는 터라 도박성이 좀 강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4인 베스트에 5인 추천, 3인 비추 정도로
생각합니다.
(8) 파티성
손털기 게임을 하다 보면 대화가 많이 오가서 파티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달무티처럼 말이죠.
스카우트!도 손털기 게임인 만큼 이런 기본적인 파티성을
갖고 있지만, (대표적인 파티게임으로 거론되는) 후지
플러시(Fuji Flush, 2016년)에서나 느낄 수 있는 흥겨움을
살짝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 플레이어가 올킬을 시도할
때인데요... 이때 다른 플레이어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누군가 카운터를 해주기를 바라게 되는데, 이 순간은 마치
후지 플러시에서 연합을 결성해 큰 수를 이기는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후지 플러시.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누군가 잔뜩 원기옥을 모으다가 힘을 못 써보고
끝나버리는 순간에도 웃음이 터지더라구요.
(9) 추천 대상
제 경우에, 크라스 카리어트는 규칙이 간단하면서
파티성이 강해 갓겜이라 생각하지만, 게임 초반에 예비
카드로 어떻게 손패를 강화해서 어떤 조합들을 어떤
순서로 낼지 계획할 때 말고는 별로 생각할 거리가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지속적으로 손패를 강화해야 하고, 올킬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하며, 더블액션 토큰을 언제 쓸지도 결정해야
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크라스
카리어트에 비해 파티성은 약간 적지만 생각할 거리는
대폭 늘어났습니다.
저처럼 크라스 카리어트를 좋아하지만 생각할 거리가 좀
더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했던 분들에게는 딱 맞는
게임인거죠.
비보드게이머의 경우엔... 간단한 규칙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운용이 간단치 않아서, 크라스 카리어트처럼
달무티만 해본 비보드게이머에게 권할 수 있는 게임인지는
의문스럽습니다. 크라스 카리어트를 해본 분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요.
(10) 약간의 팁
마지막으로, 크라스 카리어트를 할 때처럼 카드홀더를
사용하면 편하고요, 카드를 섞을 때는 카드 더미의 절반
정도는 위아래로 뒤집어서 섞어야 제대로 섞일 거 같습니다.
C. 마무리
스카우트는 크라스 카리어트의 상위호환으로, 올킬로 인한
긴장감까지 즐길 수 있는 게이머를 위한 파티게임입니다.
저는 김군님의 마메이 펀딩은 취향이 아니라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 게임은 들어갔습니다. 손털기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필구라고 단언하구요. 한국어판이 아니라
비싼 것이 흠이지만 게임성 때문에 어쩔 수 없네요;
마지막으로, 일본 보드게임 사이트에 올라온 이 게임의
리뷰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든 샵에서 품절이니 보는 즉시 사야 합니다.”
